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345개 국공립·사립·전문대를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재정 건전성 등의 기준에 따라 A~C 등급으로 나눈 뒤 하위 15%에 해당하는 B급 44개교, C급 6개교 명단을 다음 주 발표하기로 했다. 2011학년도 학자금 대출부터 B그룹 대학 신입생들은 등록금의 70%를,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은 C그룹 대학 신입생들은 30%만 빌릴 수 있게 된다. 교과부는 "대학 교육의 질(質)이 높아야 학생들의 취업률이 향상되고 결과적으로 학자금 대출 상환율도 높아지기 때문에 부실(不實) 대학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고교 졸업자는 2000년 76만명에서 지난해 58만명으로 줄었고, 전체 대학 중 54.6%가 재학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2016년에는 고교 졸업생보다 대입 정원이 2만4000명이나 넘치고, 2024년에는 20만9000명 넘칠 것이라는 예측이다.
교과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경영 부실 사립대 22곳의 운영 현황을 보면 생활기록부나 면접으로만 신입생을 뽑은 곳이 수두룩했고, 지원서만 내면 입학을 시켜준 대학도 있었다. 돈벌이를 위해 중국·베트남·몽골 등에서 외국 유학생을 끌어모았으나 2년간 이탈률이 96.5%인 곳도 있었다. 캠퍼스가 외국인 근로자들의 불법 입국 브로커 역할을 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핀란드는 1990년대 초 경제위기 직후 대학의 연구·개발 능력 배양과 현장 중심의 기술 교육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대대적인 구조 조정을 실행, 대학 경쟁력 분야 세계 1위로 올라섰다. 대학 수준이 뒤떨어진 중국마저 1992년부터 10년간 733개 대학을 288개로 합병했고, 100개 대학을 세계 일류 대학으로 집중 육성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교과부는 부실 대학 명단 공개를 완전 퇴출시키거나 통폐합시킬 대학을 골라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부실 대학을 퇴출시키려면 설립자 등에게 소유 재산 이전을 일부나마 인정해주면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과거 부실 기업을 정리할 때 한시적인 법(法)을 만들었던 것처럼 필요하다면 재학생·교직원 보호 규정 등을 담은 대학구조조정촉진특별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보조금 중에서 일부를 기금으로 확보, 구조 조정에 들어갈 비용으로 쓸 준비를 해야 한다. A등급 대학들 가운데서도 졸업장을 팔아 연명하는 대학을 과감히 솎아 내지 않으면 머지않아 거대한 부실 쓰레기 더미가 국민 앞에 던져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