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갈아입거나 집을 바꾸는 등 사람은 일생 동안 많은 변화를 경험하지만,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이름(성명)'이다. 한 번 정해진 이름은 여간해선 바뀌지 않는 것이 상례다. 그런데 한 지방법원의 통계를 보면 해마다 수천 건의 개명 허가 신청서가 접수되고 있다. 과연 아기 이름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이런저런 이유로 개명해야 한다면… 개명 신청만 하면 누구나 다 이름을 바꿀 수 있을까? 그렇진 않다. 우선 개명 사유가 분명해야 한다. 또한 개명 허가 신청서와 첨부 자료를 정성껏 준비해야 하며, 관할 법원의 심사가 비교적 관대할 경우에 허가를 잘 받을 수 있다. 반면에 개명 사유가 주관적이거나 서류 제출시 성의가 없어 보일 때는 개명 신청이 기각되기 쉽다고 한다. 개명이 가능한 사유_ 호적 이름과 사용하는 이름이 다른 경우, 집안(6촌 이내)에 같은 이름이 존재할 경우, 남자가 여자 같은 이름이거나 반대로 여자가 남자 같은 이름일 경우, 욕과 비슷하게 들리는 경우, 집안 항렬과 호적 이름이 다를 경우, 일본식 이름(경자, 순자 등), 성명학상 이름 풀이가 좋지 않을 경우, 범죄자와 이름이 같을 경우(장영자, 신창원 등), 기생 이름으로 사용되는 경우(김계월, 황진이 등), 옥편에도 없는 한자가 들어갔거나 발음이 매우 어려운 경우, 출생 신고시 이름이 잘못 올라간 경우, 심하게 놀림을 받는 경우, 그밖에 사회생활에 큰 불편을 주는 이름일 경우 등이다. 개명 신청 기간_ 아기의 경우, 출생 신고시 다른 이름으로 잘못 올렸을 때는 그 사실을 알자마자 가능한 빨리 개명 허가 신청을 하면 허가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 흔히들 취학 전에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발음이 어려워 아이가 본인의 이름을 잘 모르거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놀림을 받는다면 즉시 개명 신청을 하는 것이 좋다. 남자보다 여자가, 어른보다 아이들이, 나이가 어릴수록 개명 허가가 잘 나는 편이다. 실례로 부산지방법원은 '신창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살짜리 아기의 개명을 허가해 주었다고 한다. 재판이나 벌금 여부_ 법원의 개명 허가 신청에 대한 결정은 '비송사건절차법'에 의해 담당 판사가 관련 서류를 심사한 후 결정을 내린다. 그러므로 재판 과정은 없고, 이름을 바꾸는 데도 벌금을 내는 일은 없다. 신청서 접수시 필요한 인지값 등의 비용만 들 뿐이다. 신청 방법_ 본인이 직접 관할 법원에 가서 비치된 신청서 양식에 따라 서류를 구비해 접수하거나, 개명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대행사에 의뢰하는 방법이 있다. 직접 하는 경우에는 비용(인지, 우표값 등)이 적게 드는 반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 개명 사유를 밝히는 서류 작성을 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대행업체에 의뢰할 경우에는 비용(23만~30만원대)이 드는 편이지만, 대신 접수해 주는 편리함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쉽게 허가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리 체험해 보는 개명 절차와 방법 신청서를 작성하고 법원에 접수한다_ 개명허가신청서와 인우보증서를 1부씩 작성해서 호적등본, 주민등록등본, 인우보증인(2명)의 인감증명서 각 1부와 소명자료 등을 첨부하여 관할 법원에 접수한다. 개명허가신청서, 호적등본, 주민등록등본, 인우보증서, 이 4가지는 기본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필수 서류다. 그밖에 소명자료는 의무적이진 않지만 첨부하면 유리한 서류이므로, 가능하면 제출하는 것이 좋다. 서류의 질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양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개명 대상자가 미성년자(만 20세 미만)의 경우는 부모가 법정대리인이 되어 신청할 수 있으며, 대행업체에 의뢰하면 개명허가신청서와 인우보증서를 대신 작성하여 접수해 준다. 이때 본인의 도장과 호적등본, 주민등록등본 같은 서류를 타인에게 맡기기 꺼림칙하다면 작성한 서류를 가지고 본인이 직접 법원에 가서 해당 관서(호적과)에 접수하면 된다. 법원에서 결정문이 통보된다_ 서류가 접수되면 법원에서는 사유가 타당한지 심의를 한 뒤 대략 30일쯤 후에 결정문을 등기우편으로 보내준다. 결정문에는 '허가' 또는 '기각'이라고 하는 결정 내용이 담겨 있다. 허가되었다면 구청에 개명 신고한다_ 허가 결정을 받았으면 1개월 이내에 그 결정문을 가지고 본적지나 주소지 관할 행정관서(구청이나 면사무소)에 가서 신고해야 한다. 3~4일 후쯤 새 이름으로 호적이 변경되면, 자동 변경된 주민등록등본을 떼어 확인해 본다. 기존 면허증이나 졸업장, 자격증, 등기문서 등을 새 이름으로 정리하려면 신규 주민등록초본을 가지고 발행 관청에 가서 신고하면 된다. 이 경우는 당장 정리하지 않아도 되며 법률적 문제도 없다. 기각되었다면 항고나 재신청한다_ 항고는 법원 결정 결과(기각)에 불응하는 뜻으로, 일주일 이내에 법원에서 정한 양식에 따라 항고장을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재신청은 내용과 서류를 충분히 보완하여 6개월 후쯤 다시 개명허가신청서를 제출하는 방법이다. 이외에도 주소지와 본적지가 다른 경우에 관할 법원을 달리하여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이때는 법원에 따라 결정 정도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비교적 관대한 곳과 까다로운 법원을 알아두면 좋겠다.
도움말_ 임승완(법무사, 개명전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