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창제 경위(經緯)는 우선 세종실록(世宗實錄) 권(卷) 제(第)102, 42장(張), 세종 25년(1443) 12월조(月條) 기사(記事)에 잘 나타나 있다.
세종실록(世宗實錄)에서는 한글을 세종대왕世宗大王께서 친히 만드셨다고 밝히고 있다.
이 달에 상감마마(世宗)께서 친히 한글 스물 여덟 글자를 만드셨다. 새 글자는 중국의 옛글자인 전자(篆字)와 비슷하나 초성(初聲)·중성(中聲)·종성(終聲) 글자 로 나뉘어 있으며, 이들을 합해서 써야만 하나의 글자(음절(音節))를 이룰 수 있다. 이 글자를 가지고 한자음(漢字音)과 우리말을 모두 책에다 옮겨 적을 수 있으며, 글자가 매우 간결하나 초성(初聲)·중성(中聲)·종성(終聲) 글자를 무진 무궁하게 결합시켜 새로운 글자(음절(音節))를 만들 수 있다. 이 새 글자를 훈민정음이라고 일컫는다.
이 기록에 의하면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친히 만든 것이 분명하다. 한문책 훈민정음 해례(漢文冊 訓民正音 解例)에는 한글을 만든 원리(原理)가 분 명하게 설명되어 있다. 소리글자이며 음소문자(音素文字)인 한글은 글자의 성격 으로 보아서는 Uighul 문자 계통(文字 系統)인 몽골글자나 Tibet 문자(文字)를 개 량(改良)해서 만든 몽고(蒙古)의 Phags-pa(八思巴) 글자와 같은 계열(系列)에 속하 며, 음절 단위(音節 單位)로 표기하는 방식으로 보아서는 한자나 파스파 글자의 표기방식(表記方式)과 같다. 새 글자 한글의 제자원리(制字原理)는 상형(象形)이었다. 훈민정음 해례본 제자 해(訓民正音 解例本 制字解)에서는 우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훈민정음 스물 여덟 글자는 각각 그 모양을 본떠서 이를 만들었다.
이 글은 한글이 상형(象形)에 의하여 만들어졌음을 설명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 어서 초성(初聲)글자(자음(子音))와 중성(中聲)글자(모음(母音))의 상형(象形) 대상 이 같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무릇 초성(初聲)글자는 열일곱이니 기본문자(基本文字)의 하나인 아음(牙音)의 ㄱ 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닫고 있는 모양을 본뜬 것이다.
이 설명에서는 'ㄱ'음을 조음(調音)할 때의 조음기관(調音器官)의 조음(調音) 상 태를 본떠서 글자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중성(中聲)에서는 설명이 다르다.
무릇 중성자(中聲字)는 열하나이니 기본문자(基本文字)의 하나인 ㆍ는 혀를 옴추 려서 조음(調音)하며 소리가 깊으니 ㆍ글자의 모양이 둥근 것은 하늘을 본뜬 것이 다.
여기에서는 ㆍ글자의 조음(調音) 상태를 설명하고 있으며, ㆍ의 제자(制字)는 하늘을 본떴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새 글자 한글은 음성문자(音聲文字)이며 음소문자(音素文字)다. 세종대왕이 이 러한 음소문자를 창제한 것은 당시의 언어학(言語學)이었던 중국음운학(中國音韻學)의 지식을 활용한 것이었다. 즉 중국음운학(中國音韻學)의 지식을 가지고 중세 국어(中世國語)의 음운(音韻)을 분석(分析)하여, 자음(子音)은 17자음체계(子音體系)(병서(竝書)까지 합하면 23)로, 모음(母音)은 7단모음체계(單母音體系)(기본모음 (基本母音))로 파악(把握)하여 이 음운체계(音韻體系)를 정확하게 표기할 글자(한 글)를 만들었다. 중세국어(中世國語)의 음운(音韻)을 자음(子音)과 모음(母音)으로 파악할 때에는, 먼저 국어를 음절 단위(音節 單位)로 파악한 다음, 하나의 음절(音節)을 초성(初聲)(자음(子音)), 중성(中聲)(모음(母音)), 종성(終聲)(음절말자음(音節末子音))으로 나누어서 파악하고, 각각 이를 나타낼 글자를 만들었으며, 종성(終聲)(음절말자음 (音節末子音))은 초성(初聲)에서 쓰이는 초성(初聲)과 동일한 자음(子音)의 이음(異音)(Allophone)으로 보고, 종성(終聲)을 나타내는 글자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 이 래서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 또는 세계 최고의 문자라는 평을 듣 고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 제자해(訓民正音 解例本 制字解)에서는 한글의 제자원리(制字原理)가 모두 상형(象形)이라고 밝힌 다음, 자음(子音) 글자는 중국(中國) 36자모 표(字母表)의 원리을 원용하여 먼저 조음부위(調音部位) 즉 아(牙)(연구개음(軟口蓋音)), 설(舌)(치음(齒音)), 순(脣)(양순음(兩脣音)), 치(齒)(치파찰음(齒破擦音)과 파 찰음(摩擦音)), 후(喉)(성문음(聲門音))별로 나누고, 각 조음부위(調音部位)에서 조 음부위(調音部位)나 조음방법(調音方法)을 상형(象形)하여 다음과 같이 각각 하나 씩 기본(基本) 글자를 만들었다.
조음부위(調音部位) 기본자(基本字) 상형내용(象形內容)
아(牙)(velar) ㄱ 혀뿌리가 목구멍을 닫고 있는 모양을 본뜨다
설(舌)(dental) ㄴ 혀끝이 웃잇몸에 닿고 있는 꼴을 본뜨다
순(脣)(bilabial) ㅁ 입 모양을 본뜨다
치(齒)(alveolar) ㅅ 이 모양을 본뜨다
후(喉)(pharyngeal) ㅇ 목구멍 모양을 본뜨다
그리고 나머지 글자들은, 그 발음이 세게 나는 정도에 따라 이들 기본글자에 획을 더하여 만들었다(가획의 원리(加劃의 原理)). 그러나 ㅇㄹ 세 글자는 기준 을 달리해서 제자(制字)하였다. 이러한 글자의 꼴(자형(字形))은, 이웃나라의 문자 (文字)를 모방하지 않은, 완전히 독창적(獨創的)인 것이었다. 이와 같은 독창적(獨創的)인 제자법(制字法)은 모음자(母音字)의 제자원리(制字原理)에도 적용되었다.
자음체계(子音體系)에서는 이 밖에 병서법(竝書法)을 마련하여 각자병서(各自竝書)로 ㄲㄸㅃㅉㅆ 여섯 글자를 쓰도록 하고 이 글자들로 중세국어(中世國語)의 된소리를 나타내는 데 쓰도록 하였다.
또 이 밖에, 연서법(連書法)(위로부터 아래 로 이어 쓰는 법)을 마련하여, 입술소리 글자 ㅂㅍㅃㅁ 밑에다가 ㅇ글자를 붙여 서 입술 가벼운 소리글자 순경음자(脣輕音字)(labial fricative) ㄴㄱㄱ을 새로 만 들었으나, 이들 네 글자는 중국어(中國語)의 순경음(脣輕音)을 나타내는 데 쓰이 고 중세국어(中世國語)에서는 글자만이 쓰였다.
또 새 글자를 만든 지 몇 년 뒤에는 중국어(中國語)의 치두음(齒頭音)(dental)과 정치음(正齒音)(retroflex)도 제대로 표기할 수 있도록 하여 우리말의 치음(齒音)(dental)만을 적도록 만들었던 치음(齒音)글자 ㅈㅊㅉㅅㅆ을 둘로 나누어 치두 음(齒頭音)글자 ㄲㄲㄲㄲㄲ과 정치음(正齒音)글자 ㄲㄲㄲㄲㄲ을 더 만들었다.
이 밖에 합용법(合用法)을 활용하여 초성(初聲)글자의 합용병서(合用竝書)을 허 용하여 중세국어(中世國語)에서는 ㅅ계(系)로, ㅂ계(系)로 ㄱ, 계(系)로 ㄱ ㄱ 등과 간혹 ㅎ ㄲ 등이 쓰였고, 훈민정음 해례본 합자해(訓民正音 解例本 合字解)에서도 연서법(連書法)으로 ㄹ(반설음, lateral)이외에도 ㄱ(반설경음(半舌輕音), flapped)글자를 만들어 쓸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글자는 실지로 쓰이지는 않았다.
이상과 같이 새 글자 한글의 초성(初聲)글자는 17자로 만들어졌으나 체계상(體系上)으로는 각자병서(各自竝書) 여섯글자를 합하여 23자모체계(字母體系)이며, 23자모체계(字母體系) 속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순경음(脣輕音)글자 ㄴㄱㄱ와 치두음(齒頭音)글자 ㄲㄲㄲㄲㄲ 정치음(正齒音글자) ㄲㄲㄲㄲㄲ 각자병서(各自竝書)글자 ㄱ 등이 쓰이었다.
중성(中聲)글자는 역경(易經)에서 가장 중시하는 하늘(天)·땅(地)·사람(人) 등 삼재(三才)를 본떠서 중세국어(中世國語) 7단모음(單母音) 가운데서 먼저 기본 모 음(基本 母音)글자 ㆍ ㅡ ㅣ 를 만들고 다음 같이 설명했다.
이 세 모음(母音)은 중세국어(中世國語)의 7단모음체계(單母音體系)를 전설(前舌)·중설(中舌)·후설(後舌) 모음계열(母音系列)의 대립으로 보고 각 계열에서 하 나씩 고른 것이다. 그리고 한글 모음자(母音字)의 특징은 하나의 모음자가 한 종 류의 모음만을 나타내도록 창제된 점이다.
자형(字形) 상형내용(象形內容) 조음상태(調音狀態) 조음위치(調音位置)
ㆍ 둥근하늘(天圓) 혀를 옴츠림(설축 舌縮) 후설(後舌)
ㅡ 평평한 땅(地平) 혀를 조금 옴츠림(설소축 舌小縮) 중설(中舌)
ㅣ 서 있는 사람(人立) 혀를 움치리지 않음(설불축 舌不縮) 전설(前舌)
나머지 4모음(母音) 글자들은 이 세 글자를 결합시켜서 만들었다.
ㆍ + ㅡ → ㅗ
ㅣ + ㆍ → ㅏ
ㅡ + ㆍ → ㅜ
ㆍ + ㅣ → ㅓ
이들을 초출자(初出字)라 하고, 다시 ㅣ모음(母音)과 결합된 중모음(重母音)글자 로 ㅛㅑ ㅠㅕ 를 만들어서 재출자(再出字)라 하였다.
이러한 글자 모양은 새 글 자를 만든 지 2·3년 뒤의 문헌(文獻)부터 ㅗㅏ ㅜㅓ ㅛㅑ ㅠㅕ와 같은 꼴로 바 꾸어 쓰게 되었으며, 훈민정음 해례본 중성해(訓民正音 解例本 中聲解)에서는 ㆍ ㅡㅣ ㅗㅏ ㅜㅓ ㅛㅑ ㅠㅕ 11글자 이외에도 두 글자 또는 세 글자를 합용(合用) 하여 더 많은 모음(母音)글자를 만들어 쓰도록 하였다.(글자꼴은 요새 우리가 쓰 고 있는 꼴로 바꾸었음)
그리고 훈민정음 해례본 합자해(訓民正音 解例本 合字解)에서는 중모음(重母音) 글자로 ㄷ(j ) ㄷ(j )도 쓸 수 있다고 하였다.
중세국어(中世國語)의 음운(音韻)을 분석(分析)하여 이를 합리적으로 표기할 음 소문자(音素文字)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世宗大王)은 실지의 운용에서는 초성(初聲), 중성(中聲), 종성(終聲) 글자를 아울러서 음절(音節)글자처럼 음절 단위(音節 單位)로 표기하도록 규정(規定)하여, 새 글자의 본질은 음소(音素)글자이면서 실 지의 운용상에서는 음절(音節)글자처럼 쓰이게 되었다.
15세기 중세국어(中世國語) 각 단어(單語)의 음절(音節)에는 높낮이가 있었다.
이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방점법(傍點法)을 정하여, 중세국어(中世國語) 문헌에 실 린 글들의 음절(音節)마다 이를 표시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예의편(訓民正音 解例本 例義篇)의 끝에는 새 글자를 음절(音節)글자처럼 쓸 것과 음절(音節)마다 방점 (傍點)을 찍을 것을 규정(規定)하고 있다.
ㆍㅡㅗㅛㅠ는 초성(初聲)글자의 아래에 쓰고, ㅣㅏㅓㅑㅕ 는 초성(初聲)글자의 오른쪽에 쓰라.
모든 글자는 초(初)·중(中)·종성(終聲)글자가 반드시 결합되어야만 음절(音節글 자)을 이루니 음절(音節)의 왼쪽에 거성(去聲)은 점 하나를 찍고, 상성(上聲)은 둘 을 찍으며, 평성(平聲)은 점이 없고, 입성(入聲)은 종성(終聲)만 가지고 보면 입성 (入聲)(ㄱ, ㄷ, ㅂ)이지만 실지 높낮이는 平·上·去성과 같았으므로 실지 높낮이대 로 점을 찍되 발음(發音)은 빨리 끝낸다.
음소문자(音素文字)인 한글을 음절문자(音節文字)처럼 음절단위(音節單位)로 표 기하도록 규정한 것은, 우리 민족의 문자생활(文字生活)에 큰 영향을 끼쳤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현주씨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