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심리상담센터/남해힐링센터

서울에서 연수를 마치고 오래전 제자를 만났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다니는 그녀는 내친구의 딸이기도 하다. 입시를 앞두고 논술을 대비해서 한동안 나와 만남을 가졌던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종종 문자메세지로 자신의 근황을 알리며 나의 안부를 묻는, 어여쁜 외모만큼이나 마음 씀씀이도 아름다운 그녀다. 그런 그녀가 시험공부를 하다말고 문득 내가 생각난다며 문자를 보내왔었다. 마침 목요일이면 서울을 가는지라 만나자고 내가 전화를 했다. 강남터미널 영풍문고 앞에서 거의 4년만에 우리는 만났다. 어느새 그녀는 세련된 숙녀로 변해있었다. 아,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그녀가 내게 보여주고 싶은게 있다며 건네는 것, 바로 그녀의 일기장이었다. 나를 만나고 그 이후 줄 곳 써온 일기장, 이 일기장 덕분에 오늘의 자신이 있게 된거라며...... 자신의 인생에 소중한 것을 알게 해준 나를 영원히 선생님으로 또는 어머니로 모실거라며...... 그리고는 그녀의 일기예찬론이 시작되는데, 지나간 일기장을 펼쳐보면 어느새 그 때 했던 이야기들이 현실로 이루어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되는 일과, 두꺼워지는 일기장 만큼 자신의 삶이 성숙되어짐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 자신으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든' 나를 그래서 항상 생각하게된다는 이야기... 그녀는 오히려 선생인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내려오는 차속에서 내내 나는 그녀를 생각했다. 그녀가 보석보다도 더 아름답고 귀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녀의 앞날이 찬연히 빛날거라는 확신과 함께. 글쓰기의 위력, 내가 죽을 때까지 강조해야할, 내 삶의 최고의 화두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변변찮은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