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만 10∼14세’에 해당하는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대신 보호 처분을 받는데, 이 연령 기준을 낮춰 처벌 대상을 늘리겠다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다수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만으로 소년범죄를 막을 수 없으며 연령 하향의 부작용도 크다고 우려한다. 이와 달리 촉법소년 연령 기준이 70여년 전에 만들어진 만큼 변화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으로 범죄예방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서울소년원장을 지낸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5일 “많은 연구에 따르면 엄격히 처벌해도 범죄 예방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한다. 처벌을 강화하면 오히려 목격자나 피해자에게 협박이나 보복을 하는 등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했다.
오랫동안 소년범 사건을 다뤄온 천종호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촉법소년 문제에 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형사 연령을 만 12세로 낮춘다고 해도 11세 이하의 촉법소년 문제는 여전히 남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촉법소년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촉법소년은 소년법에 따라 소년보호 처분을 받는다.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은 틀리다”고 반박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의 배경이 된 소년범죄 흉포화 주장도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다. 천 판사는 “최근 경찰청 통계를 보면 촉법소년의 비행 건수가 매년 증가하는 것은 맞으나 촉법소년의 비행 내용이 흉포해졌으며 지능화·강력범화됐다는 근거로 삼기엔 부족하다”고 했다. 경찰청이 집계한 최근 5년간 촉법소년 강력범죄 소년부 송치 건수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각각 6286건, 6014건, 7081건, 7535건, 8474건으로 소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촉법소년 연령이 내려가 소년범 처벌이 늘어나면 ‘낙인’ 효과나 사회 부적응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소년 나이에는 변화의 가능성이 있지만 조기에 전과자라는 낙인을 찍으면 성인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 교수는 “만 12세가 20년간 교도소에 있다가 출소하면 사회생활을 아무 것도 모르는 30대가 된다.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 촉법소년에 대한 교정·교화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아아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심각한 원인이 숨어있는 것이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 이 원인을 찾아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며 “보호 처분을 하는 소년원이 소년교도소보다는 개선에는 좀 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공 교수는 “아이들이 범죄를 유발하는 원인을 소년원 안에서 해소하지 못하고 나온다는 게 문제”라며 “국가에서 검증된 심리·인성교육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현행 교정·교화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천 판사는 “13세 이하의 아이가 살인을 저지른 경우 19세가 될 때까지 소년원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등 소년보호 처분 기간을 늘리는 방법도 소년범의 강력범죄에 대처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도록 법을 개정한 뒤 국민 기대치에 부응하지 않으면 다시 더 연령을 하향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소년범 혐오 정도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이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한번도 바뀌지 않은 만큼 시대 변화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법에서도 성년 나이를 한살 낮췄다. 시대가 흐르면서 성년의 사회·문화·신체적 조건이 바뀌었다는 것이 이유였다”면서 “소년범죄 역시 70년 전에 비해 흉포해진 게 사실이다. 연령 기준을 하향해 처벌을 강화하되 소년교도소의 인적·물적 제도를 개선해 교정·교화도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이보라·허진무 기자
출처 : '촉법소년 연령하향'에 전문가들 "처벌 강화한다고 범죄예방? 교정·교화 재점검해야" - 경향신문 (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