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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come an object SAHARA
Nonflammable, 불연, acrylic, conte, dye, watercolor & ink on Hanji, 190cm by 390cm, 2017
전시작가 : 사하라 (SAHARA)] 전시제목 : To become an object 전시일정 : 2017. 05. 08 ~ 2017. 05. 14 전시시간 : 10:30am~6:30pm 공휴일 및 일요일_1:00pm~6:30pm 전시장소 : 사이아트 스페이스 (CYART SPACE) 63-1 Anguk dong, Jongno gu, Seoul, Korea +82.2.3141.8842
Mirror lake, 거울호수, oil, acrylic, conte & ink on Hanji, 380 by130cm,2017 Detail showing the right part of the “Mirror Lake” Detail showing the right part of the “Mirror Lake” 한계 지점의 비상으로서 ‘사물되기’가 갖는 상징적 의미에 대하여
‘사물이 된다는 것’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사하라작가의 존재론적 고민들이 담겨있는 작업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말하는 사물은 죽음을 대리한 상징이자 작가 자신이 살아있는 생명의 한계 지점에 대한 대안적 위치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때 사물이라는 것은 주검처럼 욕망도 절망도 없고 어떠한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하기 위해 이를 대신하여 지칭하게 된 대상일 것이다. 사물은 태어나지도 죽지도 않으며, 기쁨, 슬픔과 같은 감정도 없을 것이다. 작가가 아마도 이처럼 사물이 되기를 갈망하게 된 것은 살아있는 생명으로서 그 존재적 위치에 대한 회의가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본질적으로 고독할 수 밖에 없다.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혼자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친구를 사귀고 사랑을 하며 가정과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방법으로 그 고독의 시간들을 보충하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그 존재적 위치를 각성하는 순간, 근본적인 고독을 마주치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존재로서의 인간은 생명의 충동과 죽음의 충동 사이에서 방황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지속되는 존재자로서의 생명은 끊임없는 욕망의 연쇄 가운데 늘 한계 지점들을 맞이하게 되고 동시에 이 한계로부터 탈출하고 비상하기 위한 죽음의 충동을 꿈꾸게 된다.
사하라 작가에게 있어서 ‘사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이 욕망의 한계적 상황이 임계점에 다다르게 되었을 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욕망이라는 것은 금기와 밀착되어 있는 것이기에, 작가는 이 금지되었던 껍질을 깨드리는 과정에서 기쁨, 아픔, 두려움과 같은 복잡한 감정이 교차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지만, 그 경험으로부터 얻어낸 것들은 달콤한 것이라기 보다는 작은 죽음들을 배태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기쁨과 즐거움의 순간들로 보였던 것들이 하나씩 절망과 두려움으로 바뀌고 있음을 발견하였을 때, 그것을 그대로 느끼게 되는 고통 속에 있는 인간보다는 차라리 감각이 없는 ‘사물’과 같은 존재가 되고자 하였다는 말이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싸늘하게 얼어붙어 거울처럼 투명해진 호수와 하늘을 그려낸다. 또 빛 바랜 타일처럼 혹은 페인트가 벗겨지고 녹이 슨 철판처럼 퇴색된 벽면을, 구획된 땅 바닥을 그려낸다. 거울처럼 투명한 호수에 반사된 하늘은 거대한 죽음의 심연을 감춰버린다. 빗 바랜 타일처럼 녹슨 철판처럼 퇴색된 벽면은 생명을 가로막고 있는 죽음의 세계를 드러나지 않게 덮어버린다. 작가는 이렇게 죽음과 그 한계를 마주하게 되면서 오히려 생명의 반사경과 덮개들을 꺼내서 삶의 위치를 임시적으로 연장하고 연기시킨다. 대안적으로 그리고 대체된 보호막들이 오늘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사하라 작가는 그의 삶을 이렇게 회화 공간 안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작업들은 이 모순적 세계에서의 그의 삶에 대한 대안적 보호막이자 살아있음으로 욕망의 연쇄에 대한 대가(代價)로 지불하게 되는 대리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그렇게 다시 존재자로서 생명의 위치에서 그 연속과 불연속 사이의 정서적 혼돈 공간을 채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볼 때, 결국 사하라 작가에게 있어서 최근의 회화작업은 ‘사물’을 향한 작가의 시선에서 알 수 있듯이 생명의 대안적 위치를 향한 일종의 동화과정으로서 이른바 ‘사물되기’의 과정이 되고 있으며, 또한 죽음이라는 부재의 공간을 상징 체계 안으로 끌어들여 그 여정을 기록하는 과정의 작업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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