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조천읍 평대리에서 한동리까지 코스를 잡고 걸어보았는데요,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바람도 꽤 강해졌지만 그 덕에 사방팔방 대기가 쾌청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런 날에는 먼 풍경까지 다 가까이 있는 듯 합니다. 제주도 동쪽은 유난히 더 바람이 강하다고 합니다.
기온내려가고 바람불어대니 우리의 패션도 급겨울 모드로 근접하고 있는데 정말 놀라운 사실... 완이 녀석 후드티를 안에 입히고 다소 두꺼운 라운드 티셔츠를 입힌 뒤, 바람때문에 후드를 모자처럼 씌우고 다녔는데... 완이가 이걸 벗지않고 거의 내내 쓰고다녔다는 것은 또하나의 기적입니다.
모자는 커녕 헤드폰 등등 잠시도 머리에 무언가 씌워져 있는 것에 극도로 민감해서 잠시도 허락하지 않던 녀석이, 만보 내내 거의 후드를 벗지않은 것은 그만큼 머리움직임에 대한 정보불통이 많이 해소되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초기에는 바로 벗어버렸지만 적응이 되자 오히려 벗겨지면 자기가 쓰려고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감각회복이 상당한 듯 합니다. 너무 기뻐서 어제는 완이 사진을 많이 찍어주었습니다.
이번에 새로산 운동화도 바로 적응해서 잘 신고다니니, 완이가 운동화를 신은 것은 이번 가을이 처음입니다. 발달학교 다닐 때, 한 겨울에도 크록스 밖에 신지않을 정도로 몸에 걸치고 장착하는 피복에 대한 거부가 그야말로 동물 수준의 민감도였습니다.
집에서 옷벗어 제끼던 것도 지금은 거의 없습니다. 대변보려할 때 홀딱 벗는 버릇은 여전하지만 화장실나와서 바로 옷을 입습니다. 스스로 하게 하니 옷은 늘 거꾸로 뒤집혀서 입고 있지만 그대로 놔둡니다. 매번 뒤집어 입고 앞뒤가 바뀌어져 있어도 스스로 입었다는 것은 완이에게는 획기적인 일들이라 무언의 격려 차원에서 모른 척 합니다.
해외 어학연수로 치면 대략 하루 수업시간에 따라 Semi-Intensive (절반집중과정), Intensive (집중과정), Super-Intensive (초집중과정) 으로 나뉘어서 초집중과정은 하루 10시간 이상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완이는 감각훈련상 초초집중 과정이었으니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드러납니다.
요즘은 식사지도도 2단계로 진입했습니다. 1단계였던 식사시간 무조건 함께하기, 식사시간 중에 자리지키기는 거의 수행이 되기에 2단계인 식사시간 한정하기 모드가 가동 중입니다. 식사시간 바로 식탁에 앉기는 이제는 해결되었지만 한없이 늘어지는 식사시간 단축하기가 다음 목표입니다.
가능하면 많이 먹이려고 우리는 다 먹어도 완이식사는 치우지않고 놔두곤 했는데 어떨 때는 한시간도 더 걸립니다. 이제는 시간을 제한하고 3번이상 자리를 뜨면 곧바로 다 치워버리는 전략으로 바꾸어버렸습니다. 손으로 집어 먹고, 흘린 것 줏어먹고 등등은 아직 단계상 놔둘 시기입니다. 그것까지 모두 바꾸려한다면 제한하고 간섭해야 될 게 너무 많아서 단계를 정해야 하나씩 실행해가야 합니다.
사실 식사지도 1단계 전이 아침에 눈뜨면 여기저기 뒤지고 다니던 버릇고치기가 급박순위였기에 이거 버리게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지난 4월 한달살이 할 때, 식탁 위에 올라가서 식탁등에 어찌나 집착하는지 전구까지 다 깨먹은 다음에 식탁은 없애버렸고, 그 뒤로 식탁없이 생활하고 있는데 이제는 슬슬 식탁훈련도 요구됩니다. 밥은 절대 안먹고 (아무런 맛이 안나는 것에의 거부) 국이나 찌개를 너무 좋아하는 식성은 지금 손볼 단계는 아닙니다. 뭐든 식사예법대로 잘 먹게하고 제한된 시간 내에 식사를 깔끔하게 마지게 하는 게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만보 걷는 동안, 발이라도 물에 들어가보려 몇 번 시도했지만 그것도 무사히 통과. 날이 추워 이제는 물에 못 들어간다고 설명에 설명을 보태니 욕구도 잘 참고 대신 바위 위 쪽만 열심히 뛰어다니고, 한동리 바닷가 방파벽 위도 같이 걸어주고... 우리가 방파벽 위로 걸어가니 태균이도 똑같이 방파벽 위로 걸어오고, 준이는 당연히 손사레를 치며 밑으로 걷고.
녀석들 데리고 다녀보면 머리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곤 합니다. 한번 조치해주면 절대 변경하지 않는 준이. 사진처럼 모자같은 것을 씌워주면 제가 다시 바꾸어 줄 때까지는 그대로 놔둡니다. 스스로 뭘 하지 못하는 것이 이럴 때는 큰 장점이 됩니다.
단 몇 달만에 다양한 변화를 보이는 완이를 보며 24시간 집중케어가 참으로 유효함을 느끼곤 합니다. 쥐락펴락의 기술이 참 많이 요구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방을 메고 운동화를 신고 그리고 모자까지 뒤집어 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야생 그 자체였기에 이런 변화들이 기적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요즘은 뽀로로, 타요, 코코몽과 같은 애니메이션은 다 섭렵했고 한글공부 애니메이션을 틀어주니 너무 열심히 봅니다. 한글보다도 사물명칭 인지하고 확장해 나가는데 딱 좋아보입니다. TV아래 무선인터넷과 셋탑박스 하도 만져대서 비닐로 싸놓은 것이 보이듯이 그런 것에만 집착하던 것도 이제보니 정말 많이 달라졌네요. 그럼에도 커텐집착은 아직 심해서 거실 큰 창 커텐은 사진처럼 손을 대지 못하게 해놓아야 합니다.
몇 년전에 완이 며칠씩 봐주곤 할 때, 완이맘이 초기에 알려주었던 정보, 완이가 커텐있는데서 변을 싸놓곤 해요...라고 했었는데 완이녀석 아직도 커텐에 정말 집착을 많이 합니다. 보아하니 이불끌고 다니고 이불뒤집어 쓰는 촉각자극 욕구의 연장인 듯 한데 변까지 그 속에 숨어 해결하던 습성까지 더해져 아직까지는 커텐은 완이에게 과거의 왜곡된 감각추구를 쏟아붓던 위험한 곳입니다.
특정장소에서 스스로 해결했었던 감각해소나 신변처리 해소는 이렇게 하나의 패턴식 집착이 되서 오랫동안 뇌를 지배하게 됩니다. 이건 자폐아이들의 패턴식 신변처리의 특징이긴 하지만 역으로 이 패턴을 잘 이끌어주고 교육시키면 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면에서 완이는 방치된 부분이 여기저기 많은 편이긴 하죠. 그걸 다듬어가는 작업들 속에서 완이가 그래도 빠르게 적응해가니 과거시간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오늘은 또 어떤 변화의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됩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배타고 또 올라가야하니 이래저래 심신이 바쁜 하루일 듯 싶습니다.
첫댓글 완이 소식이 넘 기쁩니다. 매일 탐험가들처럼 자연을 탐방하니 그 결실이 이렇게도 알차군요. 많은 자스 가정에 희망을 주는 사례입니다.
내일 육지 가시면 일주일 이상 머무시겠네요. 11월 중간쯤 강의도 잡혀 있으니요.
무탈하게 진행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