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2년 만에 뉴욕행 비행기를 타려고
인천공항에서 탑승대기중이다.
2년 전, 그 때 코로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뉴욕에 가려하니 이것저것 복잡한 서류준비에
힘이 들었고, 한 달간 머물다 떠나오면서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려니 했는데,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는 것이, 이렇게 나는
또 짐을 꾸려 먼 길을 떠나려 한다.
부모님이 북녘에서 피난을 오셨고, 그래서
친척도 없고, 게다가 3남1녀의 고명딸이다보니
무뚝뚝한 남자형제들 사이에서 외로웠는지 나는
친구를 정말 좋아했다. 만나면 마냥 즐거워 웃고
떠들며 새록새록 정이 쌓이고, 그 정이 죽는 날까지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살아 보니, 지내 보니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누구 한 쪽의
잘못은 아니고, 이 것이 인생이며 삶의 한 부분인
것을… 인간관계에도 유통기한, 유효기간이 있다고
어떤 나이든 이가 tv에서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제는 이 말의 뜻을 잘 알 것 같다.
역시 살아온 세월은 그 시간만큼의 훈장이다.
많은 하객앞에서 평생을 함께 하겠다고 서약한 부부도
헤어지기도 하는데, 하물며 남남끼리야…
관계가 소원해진다는 것은 그럴만해서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 사실을 당연히 받아들이면 되는 것임을~~
한동안은 이게 뭐지? 하며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또한 내 인생의 한 페이지라고 생각이 들었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전부 소중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나이들어가며 유연해지며 모든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나는 나이들어가는
게 좋다. 얽매임도 없고, 하루하루가 자유롭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의 친구, 이제 우리의 만남은
60년이 훌쩍 지났다. 머나먼 뉴욕, 비행기로 14시간이 걸리지만, 이번이 여섯 번째의 방문이다. 사실
친척이라해도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며, 더군다나
한 달씩 묵는다고 하면 대단하다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나도 친구도 이제는 젊지 않기에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이제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에 우리 모두 이 순간순간을 소중히여겨
감사하며 함께 할 수 있음에 서로 고마워한다.
사실 정말 친한 친구사이에는 “ 우정”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 같다. 60년 이상 친구로 지내오면서
그 동안 주고받았던 편지에서도 써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우리 두 사람 모두!
사실 주부가 한 달씩 여행을 한다는 것은
여간해서는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생사의 기로에 서 본 경험이 있기에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선물이라고 여겨 보내주는 남편과 그 먼 곳에서 내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내 단짝이 있어 나는 늘 감사하며 이렇게 여행길에
오른다.
어제 친구는 남편에게 나를 보내줘서 고맙다고 전화로
말하고, 남편은 친구에게 그 곳, 공기 좋은 곳에서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기 바란다며 서로 고마워했다.
언젠가 누가 나보고 “인덕이 많다” 고 했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인간관계, 51%가 좋으면 다 좋은 것이라 생각하며, 지나간 일은 기쁜 일이나 슬픈 일,
모두 내 인생의 흔적이며 소중한 보물이다.
그래서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어쩌면 지금이 내 생에 있어서 황금기가 아닐런지!!
유리창 밖으로 내가 타고 갈 비행기가 보인다.
이제 슬슬 움직여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