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26. 화요일
풀이 긴 곳으로 공이 날아가면 정말 찾기 힘들다
러프를 태국캐디들은 라포라고 한다
공을 쳤을 때
"라포요"
라는 말에 어깨가 축 처지고
"페어웨이요"
라는 말에 의기양양 걸어가게 된다
라포요 하면 긴 풀을 헤치며 공을 찾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도깨비 풀처럼 달라붙어
다리를 따끔거리게 하는 풀들이 많다
내가 별사탕이라 이름 지은 뾰족 거리는 씨앗은 세탁을 해왔는데도 양말목에 그대로 붙어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늘도 공 찾으러 갔다가 공은 못 찾고 예쁜 꽃봉오리만 찾았다
공을 못 찾아 난처해하는 캐디에게
"괜찮아, 사모님 공 많아"
하면서 호기를 부리다가 가져간 공 다 잃고 돌아오는 날도 있다
저녁 먹고 산책길에 나섰다
피곤하다며 쉬겠다던 남편
나 혼자라도 달빛 받으러 간다 했더니
꾸역꾸역 따라 나온다
페어웨이 걷는데 오늘따라 사람들이 일찍 산책을 끝냈는지 호젓하게 둘만 걷게 되었다
갤럭시 카메라 대단하다
달그림자가 너무 좋아 사진 찍으려니 화면이 까맣기만 하고 그림자가 안 보인다
아, 달빛만으로는 사진이 찍히지 않나 보다 하며 그냥 눌러봤는데
나중에 보니 이렇게 선명한 달그림자 사진이 찍혀있었다
갤럭시 폰카메라 대단해요
달은 둥두렷 떠올라 부드러운 빛을 내려보낸다
<창을 사랑하는 것은 태양을 사랑하는 것보다 눈부시지 않아서 좋다>
라는 김현승 님의 시구를 바꾸어
<달을 사랑하는 것은 태양을 사랑하는 것보다 눈부시지 않아서 좋다>
라고 읊조리고 싶다
달빛샤워를 하며 걷는 기분이다
호수가 많은 이곳의 달은 두 개다
하늘에도 호수에도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