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연인들
- 김은주 51
불꺼진 방에서 프라하의 연인들을 보고 있는데
소리 없이 방문이 열리고 나타난 얼굴
어두운 방 안의 시간이 빛나는 설렘의 시간으로 바뀐
프라하의 연인들의 전도연처럼 버럭거리며 등장한
세상에 집안꼴이 이게 뭐야
뭘 잘못한 아이저럼 졸졸 따라다니며 뭐 할까 뭐할까 해도
이리 나와 저리 비켜 하더니
이불 털고 와 설거지 해 여기 방바닥 닦아란다
나랑 똑같이 생긴 아들이 대걸레를 들고 왔다 갔다 하고
걸리적거리지 않으려 아파트 복도 창문을 열고 담배 연기를 날리면서
그런걸 어떡해 내 것이 아니라도 어느날 작별이 약속되어도
멈추지 못하는 것이 있지
한참을 망설이다 밥 먹었어 했더니
점심을 늦게 먹었다나 또 먹으면 안되나
코딱지만한 차를 끌고 네가 가고
오랜만에 나는 감사한 게 많은 사람이되어 방안에 앉았는데
내게 소설을 잠깐 멈추고 시를 쓰게하는 네가
다음에 반찬 가져올 일 있으면 오겠다는 네가
방 안에 없다
다시 방 안에 불이 꺼지고
프라하의 연인이 다시 방영되고
내 마음에서 너는 나가지 않는다
첫댓글 이제 오게 하지 말고 가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아들과 대걸래 들고 가서 청소도 해주고.
중년의 고독이 어마시하게 느껴지는군....... 어차피 다 고독하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