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은행의 경영파탄은, 「세계로 파급될」 우려가 있다고 루비니는 말한다. 다만 이번에 위험한 것은 대형 은행이 아니라 지방 은행이나 중소 은행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부실은 「세계로 전염」될 위험이 있다----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하고 「파멸 박사」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는 이렇게 경고했다.
루비니는 3월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에 적어도 한 가지, 역사적으로 자본 부족 문제를 안고 온 금융기관이 있다. 이 금융기관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자본을 투입해 부실채권을 안고 있을 가능성이나 증권의 잠재적 손실을 안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만약 이 금융기관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훨씬 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그 자산 규모는 실리콘밸리은행의 4000억달러 정도와는 달리 몇 조달러에 이르기 때문이다.」
루비니의 지적처럼 3월 10일 부실 실리콘밸리 은행을 둘러싼 혼란은 미국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13일 유럽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고 은행주는 5.54%나 내렸다. 최근 1년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지난 번 은행주가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한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군사 침공하기 시작한 직후인 2022년 3월 4일로 이때 낙폭은 6.66%였다.
실리콘밸리은행의 부실은 금융기관 파산으로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 규모다. 캘리포니아 주 샌타클라라에 본점을 둔 이 은행은 대규모 설치 파동이 발생한 지 48시간 만인 10일 오전 폐쇄돼 규제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다.
위험한 것은 지방은행
이틀 뒤인 12일에는 뉴욕에 본점을 둔 시그니처 뱅크가 소동의 여파로 문을 닫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금융시스템 안정성이 위협받는다고 당국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13일 유럽 주요 기업 600곳으로 구성된 스톡스유럽600은 2.34% 하락했다. 독일 DAX지수는 3%, 프랑스 CAC40지수는 2.9%, 영국 FTSE100지수는 2.6% 하락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크레디트스위스은행 주가는 12% 이상 급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티머시 가이트너 당시 국제담당 재무차관의 선임고문을 맡았던 루비니는 이는 세계적 전염으로 생기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실리콘밸리) 부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유럽 증시에서도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루비니는 실리콘밸리 은행의 부실이 앞으로 더 큰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뒤 위험에 처한 것은 뱅크오브아메리카나 JP모건체이스 같은 대형은행이나 은행시스템 전체가 아니라 주로 소규모에서 중규모 은행이라고 강조했다. 부실 가능성에 직면한 곳은 예금자가 적어 유가증권의 잠재적 손실을 많이 안고 자산을 시가로 팔면 자본금이 날아갈 지방은행이라고 말했다. 「예금인출 소동은 아직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고 그는 지적했다.
예금 전액 보호는 화근을 남긴다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으로 미 재무부와 미 연방준비이사회(FRB)는 미국 은행 시스템의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에서 한 연설에서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뱅크 고객의 예금은 전액 보호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루비니는 "어떻게 보면 이는 지나치다"고 말했다.
「분명히 지금은 패닉을 진정시키고 싶겠지만 은행들이 무모한 위험을 감수해 온 것이 이 사태를 초래한 원인」 이라고 루비니는 말한다. 「그래서 우려할 것은 도덕적 해이다. 너도나도 구제하면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늘고, 지금처럼 그들이 이익을 사물화해 손실을 사회에 부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