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추천 여행은 담양 목포 나주 광주가 웅숭깊게 어우러진 테마 ‘남도 맛 기행’입니다. 휘돌아 감듯 메아리치며 때로는 구수하게 오감을 자극하는 남도 문화예술의 산해진미를 맛보시기 바랍니다.
[담양] 대숲과 원림을 낳고 키운 산 山
담양은 한폭의 산수화를 닮았습니다. 대숲 맑은 대지에 추월산, 삼인산을 곁에 두고 누정과 원림이 새의 날개처럼 넓게 펼쳐지며 우리 누정 문화의 진수를 보여 주는 열 개의 정자가 그 안에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무등산을 바라보며 자연을 노래하던 식영정, 이상 세계를 꿈꾸던 선비들의 별서
소쇄원 등 가사문화권에는 선조의 기개와 풍류가 살아 있습니다.
험난한 세상을 쓸고 담고 버리는 청정 대숲에서 바쁘게 살아온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보세요.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아기처럼 맨발로 걸어 보면 어떨까요. 아기 솜털처럼
마음을 가볍게 내려놓으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왼쪽/오른쪽]죽녹원 / 가사문화권
죽녹원
길고 곧게 뻗은 대나무숲은 조금 걷다 보면 왠지 나 혼자만의 공간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사색의 길’ ‘선비의 길’ 등의 산책로에서는 죽림욕을 즐기기 좋다. 어떤 원리로 몸에 좋은지 굳이
묻거나 헤아리지 않아도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 ‘이이남 아트센터’는 대나무를 영상으로 표현한
작품을 전시하는 죽녹원 속 미술관이다. 하룻밤 묵어 가는 한옥체험장 등 예술문화 공간과 대숲이 조화를 이룬다.
담양군 담양읍 죽녹원로 119 / 061-380-2680 ▶ 자세히 보기
가사문화권
그림자마저 지우고 살겠다는 뜻의 식영정은 송강 정철이 지은 <성산별곡>의 무대다. 무등산을
마주하고 소박한 정자에 앉으니 우뚝 솟은 소나무 바람이 한들한들,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이 새록새록 가슴에 안긴다. 각종 문화 체험 프로그램으로 옛 선비의 멋과 풍류를 즐길 기회도 있다.
식영정 초입의 부용당에서 전통 다례를 체험하고 선비 정신을 배우는 인문학 정기 강좌도 들을 수 있다.
담양군 남면 지곡리 산76-1 / 062-232-2155(광주문화재단)
✔ 남도 맛 기행 소문난 맛집
① 미소댓잎국수
식용 대나무 잎의 초록 가루로 직접 뽑은 생면이다. 댓잎물국수는 대파, 배, 명태, 멸치 등 스무 가지 넘는 재료로 우린 육수에 뜨겁게 말아서 나온다. 별미인 달걀 한 알도 일곱 가지 한약 재료를 넣어
12~24시간 삶는다.
② 수려재
대표 메뉴인 오리떡갈비는 물론 모든 음식에 효소를 넣는 이유는 바로 건강 때문. 식당 옆 텃밭에서 직접 키운 개똥쑥으로 만든 효소는 오리고기와 찰떡궁합으로 기름기를 잡아주어 담백하다.
✔ 꼭 가 볼 만한 문화예술 공간
① 담빛예술창고
방치되었던 창고가 도시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예술의 옷을 입었다. 지역문화 발전소 역할을 하며 지역민과 탐방객 모두에게 힐링의 공간을 제공한다. 관악기 등의 다른 악기와 함께 국내에 하나뿐
인 대나무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는 것도 볼 수 있다.
② 대담미술관
질 좋은 녹차와 커피 등 음료는 물론 직접 구운 화덕 피자를 맛볼 수 있는 뮤지엄 카페, 전국에서
발굴한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관, 마을의 옛집을 그대로 살린 레트로풍 건물 등 곳곳에
예술가의 야무진 손길이 배어 있다.
[목포] 어머니 그림자처럼 애잔한 바다 海
푸른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섬 그리고 유달산이 자랑인 목포는 유서 깊은 항구 도시입니다. 영산강과 서남해안이 만나는 길목인 목포에는 육지와 바다의 먹거리가 풍부합니다. 거친 바다
에 기대어 삶을 이겨 낸 사람들이 건져 올린 것은 어쩌면 부둥켜안고 울어야 속 후련할 것 같은,
돌고 도는 인생길이 아니었을까요.
유달산 층층기암 둘레를 돌며 바다와 목포대교를 시원하게 조망하고 적당히 허기질 때 미식의 고장, 목포의 진가가 빛을 발합니다. 낙지, 홍어삼합, 민어회, 꽃게무침, 갈치조림, 병어회, 준치무침 어떤 메뉴를 선택하든 ‘목포의 눈물’은 양껏 버무러져 있을 것입니다.
[왼쪽/오른쪽]목포대교 / 유달산 둘레길
목포대교
두 마리 학이 날갯짓하는 형상의 목포대교는 명실상부 목포의 대표 볼거리다. 목포 북항과 고하도 사이에 놓인 다리는 고유의 연결 기능을 넘어 섬과 육지의 소통을 의미한다. 유달산에 올라 바라보는 목포대교의 노을과 야경이 압권이다. 밤바다의 황홀경은 평화광장 앞바다에서 펼쳐지는 분수쇼로 이어진다. ‘춤추는 바다분수’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곡을 미리 신청하고 방문해도 좋겠다.
목포시 고하대로 일대 / 061-247-9891
유달산 둘레길
초가를 짓고 살던 사람들의 터전이었던지라 여기저기 토속적인 삶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인공 구조물을 사용하지 않고 유달산이 토해 낸 자연의 부스러기를 활용한 길의 정취가 굽이굽이 숨어있다.
바람에 부러진 나뭇가지로 앉을 수 있는 쉼터를 조성하고, 굴러떨어진 바위를 이용해 만든 바닥이 아기자기하다. 자연에 순응하는 길이니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눈에 담으며 올라 보자.
목포시 유달로 180 / 061-270-8538 ▶ 자세히 보기
✔ 남도 맛 기행 소문난 맛집
① 뜰채
신안 압해도 진흙 속 펄낙지만 잡아 조리한다. 싱싱한 쇠고기육회와 낙지가 같이 나오는 소고기
탕탕이는 고소하면서도 감칠맛 난다. 목포의 향토음식인 호롱구이는 양념이 일품이다.
물엿이나 설탕 대신 과일을 이용해 양념을 완성한다.
② 코롬방제과
크림치즈바게트와 새우바게트는 나오기가 무섭게 동이 난다. 1949년에 문을 열어 긴 시간 목포의 명물로 자리 잡은 이 집의 비결은 빵 맛에다, 인공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 ‘건강 중심의 제빵 철학’. 크림치즈를 듬뿍 넣은 바게트의 고소한 맛이 감동적이다.
✔ 꼭 가 볼 만한 문화예술 공간
① 문화예술협동조합 나무숲
시간이 멈춘 듯 고즈넉한 일본식 근대 건물이 전시관, 책방, 도자기 체험관으로 변신했다.
목포만의 문화가 담긴 지역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예술인들이 힘을 합쳐 지키고 꾸민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이다.
② 목포근대역사관
외관의 아름다움과 달리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간직한 상징적인 장소다. 일본이 영사 업무를 위해
1900년 지은 이 건물 외벽에는 지금도 당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작은 포구에서 우리 쌀과 면화를 일본으로 수탈해 가는 현장을 찍은 사진과 입구에 선 ‘평화의 소녀상’, 뒤편 방공호는 꼭
관람하길 권한다.
[나주] 천 년 역사를 간직한 영산강의 보물 珍
남도의 뱃길 영산강과 드넓은 평야는 자연이 키운 남도의 보물입니다. 깨끗한 물과 비옥한 땅 덕분에 목사고을 나주는 천 년 역사를 간직한 풍요의 고장으로 번성할 수 있었습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나주의 강과 들판은 여행자의 마음까지 넉넉하게 해 줍니다. 밥 먹고 배만 부르다고 끝이
아닙니다. 이 땅에 불교를 전파한 고승 마라난타가 두 번째로 창건한 절 불회사 주변에는 차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다성(茶聖) 초의선사가 출가한 사찰이 바로 불회사입니다. 그윽한 차 한 잔
으로 영혼을 정화하고 길을 나서 보세요. 인근에 위치한 산림자원연구소의 잘 가꾼 숲길을 걷다
보면 바람이 절로 친구가 됩니다.
[왼쪽/오른쪽]불회사 / 산림자원연구소
불회사
보물 제1310호 대웅전, 익살스러운 표정의 석장승, 피톤치드향이 가득한 비자나무 숲, 느티나무와 단풍나무가 인연을 맺은 연리지 등 이곳을 방문할 이유는 많다. 그중 불회사 최고의 보물은 차 향기. 예부터 덕룡산에서 자생하는 찻잎을 채취해 전통적인 제다법으로 차를 만들어 왔는데 산사의 맑은 기운 덕분일까, 향이 예사롭지 않다. 덕룡산 가운데 가람이 배치되어 빛 공해 없이 별자리 관측도
가능하다.
나주시 다도면 다도로 1224-142 / 061-337-3440 ▶ 자세히 보기
산림자원연구소
북유럽 같은 숲 배경 촬영지로 사랑받는 산림자원연구소. 우리 땅에서 자라는 나무와 풀, 꽃을 연구하는 곳이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자연이 선사하는 공기가 더없이 맑고 깨끗하기 때문이다. 부러 먼길을 찾아와 향나무길과 메타세쿼이아길에서 인생 사진을 담으려는 여행객들의 미소가 이를 말해 준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느긋하게 걷기 좋다.
나주시 산포면 다도로 7 / 061-336-6300
✔ 남도 맛 기행 소문난 맛집
① 나주곰탕노안집
50년 넘는 세월 동안 3대를 거쳐 이어진 노안집은 머리고기, 우설, 사골과 양지 등을 가마솥에서
3~4시간 끓이는데 깊고 담백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직접 담근 김치와 깍두기 맛도 인상적이다.
② 영산포홍어
과거 영화를 누리던 영산포를 앞에 두고 홍어 전문점이 쭉 늘어서 있다. 영산포홍어의 노하우는
흑산도에서 잡은 홍어를 황토방 항아리에서 숙성하는 것. 분홍빛 홍어의 알싸한 맛이 씹을수록
은은하게 남는다.
✔ 꼭 가 볼 만한 문화예술 공간
① 영산나루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 문서고와 부속 관사 건물을 각각 차 문화 공간인 영산재, 전통 찻집 성류정으로 개조하고, 옛 곡식창고는 영산나루 레스토랑으로 다시 꾸몄다. 고풍스러운 옛 모습을
간직한 건물들은 250년 된 팽나무의 넉넉한 그늘과 어우러져 해가 질 즈음 조명이 켜지면 정취가
더욱 깊어진다.
② 한국천연염색박물관
우리 전통 염색의 품격과 역사, 장점을 알리는 생활소품 등 관련 유물을 상설 전시한다. 천연염색공방에는 개인 작가들이 입주해 천연 염색 체험을 진행하고 아기자기한 제품도 판매한다.
[광주] 불꽃처럼 타오르는 문화와 예술 美
아시아 문화 중심 도시로 새 옷을 갈아입은 예향 광주는 눈부신 이야기가 아주 많습니다.
무등산과 광주호를 배경으로 완성된 도시는 화려한 장식을 뽐내다가 어느새 과거로 시간을 되돌려 손맛 나는 정취를 곱게 차려 냅니다. 생각만 해도 눈앞이 흐려지던 과거의 슬픈 역사는 수많은 예술가의 땀과 손끝에서 승화되어 새로운 전통과 문화로 맥을 잇고 있습니다.
추억의 번화가 충장로와 끼 넘치는 대인시장, 민주화의 성지 금남로 그리고 양림동 펭귄마을에서
맛깔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광주의 밝고 아름다운 빛이 모여 국내외 다양한 문화와 삶의 중심으로 타오르고 있습니다.
[왼쪽/오른쪽]광주호 호수생태원 / 1913송정역시장
광주호 호수생태원
도시에 이런 호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다. 국내에 총 8개 있는 국가지질공원 중 무등산권
국가지질공원의 역사문화 명소로 자연 생태의 요람이다.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적 정원박람회
‘첼시 플라워 쇼’에서 수상한 환경미술가 황지해 작가의 작품 ‘해우소’ ‘DMZ 금지된 화원’이 볼거리를 더해 주고 충효마을, 환벽당, 풍암정 같은 유서 깊은 마을과 누정이 반겨 준다.
광주시 북구 송정로 일대 / 062-613-7891 ▶ 자세히 보기
1913송정역시장
전통시장이 청년처럼 젊은 모습으로 환골탈태해 전국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광주송정역 맞은편에 위치한 이곳은 재생건축의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원래 있던 흔적을 보존하기 위해 가게 들의 간판 한 글자도 소홀히 하지 않은 덕분이다.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 본래의 기능은 그대로 둔 채 풋풋한
청년 상인의 감각과 문화를 표현하고자 애쓴 광주 사람들의 노력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광주시 광산구 송정로8번길 13 / 062-941-6301 ▶ 자세히 보기
✔ 남도 맛 기행 소문난 맛집
① 금다연
호박죽을 시작으로 계절회, 초무침, 삼색전 등 각종 반찬이 하나씩 밥상에 놓인다. 역시 상다리 부러질 듯 푸짐한 남도의 밥상답다. 건강한 맛을 우선으로 생각해 친환경 식재료만 사용하며 천연 양념으로 조리한다.
② 코발트
유럽풍 외관과 실내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이곳은 전 연령층에게 두루 인기가 많은 브런치 카페다. 파프리카, 달걀, 오이, 베이컨, 아보카도에 드레싱을 뿌려 먹는 샐러드가 대표 메뉴. 진한 로제 소스에 새우가 풍미를 더하는 파스타와 상큼한 향의 케일생과일주스는 먹기 아까울 만큼 예쁘다.
✔ 꼭 가 볼 만한 문화예술 공간
① 김냇과
45년간 질병을 치료하던 내과가 문화예술로 마음을 치료하는 병원이 되었다. 박헌택 후원회장이
광주 토박이들의 추억과 삶의 흔적이 보존된 대인동이 자유와 문화의 중심지가 되기를 바라며
공간을 꾸몄다. 공간은 갤러리와 카페, 비영리 예술 공간, 가족호텔로 나뉜다.
② 광주극장
국내 유일의 단관 극장. 82년 전통이 공간의 운치를 더한다. 일제강점기인 개관 당시부터 우리 민족이 운영, 설립, 관리를 맡은 유일무이한 역사를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