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보기 어렵지만 동란직후만 해도 동냥하며 걸인들이 불렀던 각설이타령이란 노래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각설이타령을 들으면 '얼씨구 절씨구'란 구절이 나옵니다. 각설이타령뿐만 아니라 창부타령을 비롯하여 여러 민요 가사에도 쓰이고있는 장단이자 추임새이기도 합니다. 그럼 왜 '얼씨구 절씨구'라는 말을 가사로 사용했을까요? 이 말은 무엇을 뜻하고 있으며 또 이 말에는 무슨 사연이 있을까요? 오늘은 그 내력을 전해드립니다.
각설이타령은 거지들이 밥 한 술 얻어먹기 위해 남의 집 대문 앞에서 바가지을 두드리며 부르는 노래로 알려저 있지만, 기실은 설법의 한 분야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 노래를 각설이타령이라 했을까요? 여기에는 우리의 슬픈 역사가 숨어있다고 전합니다.
우선은 '각설이'라는 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각설이을 한문으로 쓰면 '覺說理'가 됩니다. 각설이의 覺은 '깨달을 覺'자 이고, 說은 '말씀 說'이며, 理는 '이치 理' 이지요, 이를 풀이하면 "깨달음을 전하는 말로서, 이치를 알려 준다" 는 뜻이 된답니다. 한마디로 깨치지 못한 민중들에게 세상이치를 알려준다는 뜻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 각설이의 원조를 신라의 원효대사로 보고있다고 합니다. 원효대사가 한때 부처님의 진리를 설파하기 위해 중생들이 알기 쉽도록 바가지를 치며 민중속에 들어가 법문을 노래하며 교화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본받아 옛 성현들도 깨달음을 얻으면 그것을 민중들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쉬운 노래 가사로 만들어 그 의미를 전달하였던 것이지요. 그래서 민중은 그 각설이 타령을 듣고, 이해하는 사람들은 감사의 뜻으로, 밥이나 음식을 주는 공양(供養)을 올렸던 것이랍니다.
각설이타령의 내용을 알아보면 그 진실을 알수 있습니다. 각설이 타령은 얼씨구로 시작되는데, 여기서 얼씨구는 얼의 씨를 구한다는 의미라 하지요,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 ' 이는 얼의 씨가 몸 안에 들어간다는 뜻이지요, '저얼씨구씨구 들어간다 ~ ' 이 또한 저얼의 씨도 몸안으로 들어간다는 뜻이구요,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 ' 이는 '전생에 깨달았던 영(靈)은 죽지 않고, 이생에 다시 태어난다' 라는 뜻이지요, '이놈의 자식이 이래봐도 정승판서의 자제로서 ~ ' 이 생에서는 이 모양 이 꼴이지만, 전생에는 정승판서의 아들 이었다는 전생론을 말하고 있음 이지요
영(靈)의 윤회를 멀리하거나 미신이라고 치부하지 마시고, 알고 보면 영(靈)은 돌고 돌아 다시 태어나는데 살아생전에 덕(德)을 쌓지 않으면, 다음 생에 이 꼬라지가 되기 쉬우니 이 사실을 잘 알아라! 그리고 생을 바로 알고 늘 배려하고 베풀며 덕(德)을 쌓는 참다운 인간으로 살아라! 하는 내용으로 끝을 맺고 있답니다.
따라서 각설이는 영(靈)의 윤회를 노래한 선각자들의 민중문화 운동이었음을 알 수 있슴입니다. 그리고 흥이 날 때 누구나 하는 소리로 ''얼씨구 절씨구'라는 용어를 쓰는데, 그 말의 어원은 다음과 같답니다.
세계 역사상 우리 민족만큼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은 나라도 없다 하지요, 역사 기록에 나오는 것만 해도 약 900여회나 된다고 하는데, 특히 조선시대 임진왜란부터 병자호란까지 45년이란 긴 세월 동안 전쟁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오랑캐나 왜구들이 침략해오면 전장에 나가 싸우는 일은 모두 남자들의 몫이었지요, 그것도 지체가 높은 사람들이나 그 자제들은 모두 이핑게 저핑게로 다 빠져나가고, 양 같이 순한 농민들만 맨 앞에 나가 싸우다 죽었습니다.
한번 전쟁을 치르고 나면 전쟁에 나간 남자들은 거의 씨가 말라버릴 정도로 많이 죽었지요, 그러다 보니 졸지에 과부가 된 여자들과 과년한 처녀들은 시집도 못가고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가 없었답니다. 어디를 간다 해도 쉽게 씨를 받기가 어려웠던 거지요, 그래서 한이 맺혀 하는 소리가 있었으니 그 소리가 바로 “얼씨구 절씨구 지하자 졸씨구'' 였다고 합니다.
그 말 뜻은 얼씨구(蘖氏求) : 세상에서 가장 멸시 당하는 서자(庶子)의 씨라도 구해야 겠네, 절씨구(卍氏求) : 당시 사회에서 천노(賤奴)였던 중의 씨라도 받아야 겠네, 지하자졸씨구(至下者卒氏求) : 가장 낮은 졸병의 씨라도 구해야 겠네, 이렇게 남자의 씨를 구하고자 했던 아픈 사연이 숨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켠에서는 이 각설이타령을 달리 해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여기에도 우리 민족의 슬픔과 애환이 담겨 있지요
여기서는 각설이타령의 각설이가 각성받이라는 말이 변화되어 각설이가 된 것이라 하지요, 각성(各姓)받이는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으로부터 씨를 받았는데, 그 씨가 누구의 씨인지 모를때 각성받이라 하지요, 그래서 각성받이→각성이→각설이로 변화된 것이라 설명합니다.
씨(氏)란 한자를 잘 보면 의미심장한 표의문자인데, 사내가 자신의 것을 손으로 쥐고 있는 모양이라 풀이한답니다. 뭔가 씨를 뿌릴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이 씨를 받으면 누구누구의 혈통으로 성 씨(氏)가 되었지요,
그리고 "얼씨구 절씨구 지하자졸시구(孼氏求 卍氏救 至下子卒氏救)"의 한자 원문을 다시 한번 자세히 풀이해 보면 다음과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얼씨구(孼氏求)란? 우리나라의 가족사에 서얼(庶孼)이란 말이 있어요, 서자(庶子)와 얼자(孼子)를 합친 말이지요, 서자(庶子)는 양반의 남자가 양가나 중인의 여자를 첩으로 얻어 낳은 자식을 말하며, 얼자(孼子)란 천민의 여자로부터 얻은 자식을 말합니다. 그러니 천대받는 서얼(庶孼)의 씨라도 구한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지요
또 절씨구(卍氏求)란 절깐에서 씨를 구한다는 의미이니 중의 씨를 구한다는 뜻인데, 당시 승려는 사노비(私奴婢)와 백정, 무당, 광대, 상여꾼, 기생(妓生), 공장(工匠)과 함께 팔천(八賤)이라 하여, 천민(賤民)에서도 최하위 천민에 속해 있었지요, 그래서 천민에 속해있는 중의 씨라도 구한다는 의미가 되지요.
지하자졸씨구(至下子卒氏救)는 세상에서 가장 바닥생활을 하던자로, 어딘가 모자라고 신체적으로 불구(至下子)인 이들은 전쟁터에 나가는 최하위 졸병들의 수발을 들며 허드레 막일을 하던 사람들이었답니다. 한마디로 병신(病身)인 졸병의 씨라도 구한다는 의미라 합니다. 이는 긴 전쟁동안 조선의 건장한 사내들의 씨가 전쟁터에서 모두 사라지고 남아 있는 씨라고는 그들뿐이었던 시대에 불러진 노래 였답니다.
혼기를 넘겼거나 전쟁으로 졸지에 과부가 되고보니 씨를 받을 사내들은 찾을 수 없고, 자식이란 가업을 이으며 농촌에서 일을 해야하는 생산동력원인데 마땅한 사내가 없으니, 그런 천한 사람의 씨라도 얻고 싶은 절박함을 노래한 것이랍니다. 아마도 전해지는 일본의 ''기모노 내력'''과 비슷한 시대였다고 생각됩니다.
우린 각설이타령에 이런 가슴아픈 의미가 숨어 있는지도 모르고, 그저 각설이타령은 거지들이 구걸하는 노래로만 알고 있었으니 실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더 나아가 술자리에서 건배를 하며 태평성대를 즐기는 듯, ‘얼씨구 절씨구 지하자 좋다’하면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있었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런지요? 이제라도 이런 슬픈 역사와 각설이타령에 숨어있는 비애(悲哀)를 가슴깊이 새기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당위성을 이런 노래에서 찾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