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수전투 이야기를 마음에 담았다면 왕건길로 들어설 준비는 끝났다. 길은 신숭겸 장군 유적지에서 시작된다. 유적지에 도착했다면 걸음을 재촉하기 전에 유적지 뒤편의 왕산에 잠시 시선을 두자. 후삼국 시대를 통일한 큰 업적을 남긴 왕건이 한때나마 이곳에서 몸을 피하고 있었다는 것을 환기하자는 의미다. 그리고 다시금 천 년 전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걸음을 옮기면 된다.
왕건길은 전투의 흔적을 따라 용호상박길(신숭겸 장군 유적지~열재, 4.3km), 열린하늘길(~부남교, 4.5km), 묵연체험길(~물넘재, 5.4km), 문화예술길(~백안삼거리, 3.3km), 고진감래길(~평광종점, 5.2km), 호연지기길(~매여종점, 5.2km), 가팔환초길(~초례봉, 3.3km), 구사일생길(~동곡지, 4km) 등 총 8개 구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용과 범이 실력을 겨루듯 전투를 벌인 용호상박길을 시작으로 숱한 우여곡절 끝에 겨우 목숨을 건진 구사일생길까지 길은 저마다 다른 풍경 속에서 이야기를 건넨다. 평광동 종점에서 끝나는 고진감래길만 하더라도 며칠간 쫓기다 나무꾼의 도움으로 겨우 식사를 했다는 '시량이'가 지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