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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안내산악회 목요팀 배거리산 번개 산행 계획에 따라 ‘미다리교 → 에피소드펜션 → 거울봉 → 배거리산 → 남봉 왕복 → 새솔바리산(삼정산) → 서능 → 마루펜션 캠핑장'의 8km 코스를 6시간 30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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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거리산/석선산(石船山), 옥녀봉(玉女峯), 주계산(舟掛山), 창령산(蒼嶺山)
[정의] 강원도 영월군 북면 덕상리에 있는 산.
[개설] 배거리산은 영월군의 북면 덕상리와 주천면 광전리, 그리고 한반도면 판운리의 경계에 있는 해발 852.5m의 산이다.
[명칭 유래] 배거리산은 한자로 석선산(石船山)이라고 쓰는데, 다른 이름으로 옥녀봉(玉女峯)이 있다. 옥녀봉에는 다음과 같은 지명 전설이 있다. 아주 오랜 옛날에 배거리산 지역 사람들이 노략질과 방탕을 일삼아 원성이 하늘에까지 닿았다. 그래서 하늘이 징벌하고자 하였는데, 마을에 한 착한 사람이 있어 구제하기로 하였다. 이 사람의 꿈에 신령이 나타나 “옥녀봉으로 가라.”라고 하였다. 꿈속이기는 하지만 계시가 하도 생생하여 급히 옥녀봉으로 올라갔다. 정상에 거의 이르렀을 때 갑자기 천지가 어두워지고 뇌성벽력이 치더니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많이 내리던지 옥녀봉의 정상까지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마침, 배 한 척이 떠오더니 정상에서 멈추어 생명을 구하게 되었으며,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지면서 배가 산에 걸려 얹히게 되었다. 이후로 배가 산에 걸려 있었다고 하여 배거리산이라고 불러왔다고 한다.
[현황] 배거리산은 1991년부터 현대시멘트의 석회석 채취장이 되었다. 현대시멘트의 석회석 채광 지역은 배거리산의 정상에서 남쪽 사면으로, 주천면 광전리와 북면 덕상리에 걸쳐 있는데, 정상 부분만 남기고 남쪽 사면은 이미 사라져서 배거리산의 원래 면모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2004년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작성한 현대시멘트의 환경영향평가서 요약본은 석회석 광산 개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배거리산을 등반하는 등산객들은 석회석 채취로 인한 배거리산의 원형 훼손에 대하여 비판적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석회석 채취로 인하여 분진과 악취에 시달린다고 지적한다. -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봉명산[鳳鳴山]
높이: 697m
위치: 경북 문경시 마성면 외어리
2024년 11월 23일 토요일, 일요 무박 무등산행 출발을 기다리며, 화 구봉대산, 토 김포 문수산, 일 한남금북정맥 속리산 구간 산행 등을 검토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1시 반경 문자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울려 핸드폰을 확인했다.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인솔 대장이 보낸, 28일 목요일 번개 산행 문자다. 애초 11월 28일 목요일은 무박으로 진도 지력산과 금골산행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남도에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비나 눈이 내린다는 기상청 중기예보에, 우중 산행으로는 대단히 위험한 암봉과 암릉 산행이라 3월 6일로 연기하고, 그 대체로 영월 배거리산 번개 산행을 진행한다는 문자다. 사실 난 우천 예보가 있기 훨씬 전, 같은 주에 무박 산행이 두 건이라, 눈물을 머금고 진도 지력산행을 취소했었다. 이후 22일 금요일 각 안내산악회 산행 계획을 구경하다가, 오전에만 해도 11월 28일 정상적으로 진행할 거처럼 보였던, 진도 지력산행이 2025년 3월 6일로 연기된 걸 보고, 바로 다시 신청했다. 그리고 당연히 11월 28일 목요 오지 산행은 없는 거로 생각하고 있는데, 번개 산행 문자가 왔다.
당연히 문자를 받자마자, 산악회 사이트로 들어가, 28일 산행 계획을 확인했으나, 아직이라 배거리산을 구글링해, 코스와 산행기 등을 검토했다. 와중에 수시로 등록 여부를 확인하다, 올라오자마자 1번으로 신청했다. 지력산 무박 산행을 취소한 이유 중 하나가, 다음 주 일요일 속리산행 때문이기도 하지만, 배거리산과 속리산 중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오지 중 오지 배거리산이다. 고로 아쉽지만, 속리산은 다음을 기약했다. 그런데, 배거리산행이 산악회 일정 게시판에 등록된 이후 코스를 확인하기 위해, e-산경표와 산길샘, 두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으나, 등산로가 없다. 구글에서 찾은 몇 건 안 되는 산행기를 보면 등산로가 있기는 하지만, 산행기 중 가장 최근이 2019년 4월이라, 5년 사이에 어떻게 변했을지 알 수 없다. 다만, 산행기의 사진이나, 트랙을 보면, 능선으로 진행하고 있어, 길이 없다고 해도, 능선을 따라가면 되니, 등산로 유무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듯하다. 아니, 길을 만들며 진행하는 오지 산행을 좋아하는 인간이니 딱 맞는 산행이다. 그래도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준비는 있어야 해, 산행기와 등록된 코스를 토대로, 산경표 지도에 직접 그려 넣었다.
목요 오지팀 인솔 대장의 번개 산행 문자는 평소 대장이 목요 오지팀 구성원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산꾼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산행 계획이 공지되고, 한 시간도 채 안 돼, 10명이 신청하고, 3시간이 지난 현재는 성원에서 2명 정도가 부족할 뿐이다. 와중에 몇몇은 신청할 환경이 아니라, 못하고 있는 듯하다. 고로 목요일 정상 출발할 확률은 90% 이상이다. 친목산악회도 아니고, 안내산악회에서 이렇게 짧은 순간 성원을 채우는 걸 보면, 인솔 대장이 대단하다. 어쨌든 기상청 중기예보에 의하면 강원 영서는 오전에 눈이 내리고, 오후에는 맑겠다는 예보나, 수요일 오후부터 내린 눈을 헤치고 가야 하는 눈 산행이 예상된다. 물론 보다 정확한 산행 하루 전 예보를 확인해야 한다. 다만, 눈이 얼마나 내릴지는 모르나, 예보가 맞는다면, 선두는 러셀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 준비를 하기로 했다. 그 외는 다른 산행과 같다.
정상 출발을 확신하고 있었으나, 그래도 정확한 정보가 필요해 수시로 신청자를 확인하던 중, 갑자기 네 명이 이중 신청한 걸 발견했다. 그 넷 모두 아는 산꾼으로 절대 다른 동행이 있는 건 아니니, 산행 취소를 우려한 자리를 더 신청한 듯하다. 그런데, 그들 넷이 이중 신청하기 전 이미, 성원을 넘었는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 이유가 맞는지는 당일 당사자들의 얘기를 들어봐야 정확하다. 그리고 산행 하루 전인 27일 확인한, 기상청 배거리산 기상 예보에 따르면, 중기예보대로 설중 산행에, 적설량은 매시간 0.5㎝, 기온은 1℃로 엄청 추운 날이 될 거라는 정보다. 문제는 그 눈이 하루 전인 수요일 새벽부터 내려, 러셀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재 그 지역은 대설특보가 발효 중이라, 정상적인 산행이 가능할지 의문으로, 해발 1,000m가 넘는 국립공원은 벌써 통제 중이다. 고로 당일 산행지가 바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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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며 잠이 줄어서 그런지, 4시 50분 알람보다 20분이나 이른 4시 30분경 기상해, 아지트로 나와 의식을 치르는 동안, 밤새 무슨 변동이 있었는지 확인했다. 신청자는 변함이 없다. 날씨 또한 어제 확인한 것과 대동소이하다. 차이라면 눈 내리는 시간이 줄어든 대신 적설량은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후 누룽지를 끓이는 동안, 뜨거운 물과 보리차 티백을 보온병에 넣어, 산행 중 몸을 데울 따뜻한 보리차를 만들었다. 이후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보리차가 든 보온병과 500㎖ 생수를 배낭 좌우 주머니에 넣고, 5시 45분 집을 나서 구산역으로 갔다. 그리고 사당 출발 7시 정각 버스를 타기 위한 루틴에 따라, 6시 43분경 사당역에 도착해, 개찰구로 나가, 김밥을 사기 위해 즉석 빵집으로 갔다. 그 빵집에서 야채김밥 한 줄을 사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고, 화장실에 들른 후 1번 출구로 나갔다. 그리고 밤새 내린 눈을 치우기는 했으나, 계속 내리는 눈으로 그 위에 다시 쌓여 러셀이 필요한 공영주차장을 통과해 버스 앞창 LED에 '영월 배거리산'이 반짝이는 버스에 탔다.
사당에서 탄 산꾼들과 인사를 나누며 자리로 가, 배낭을 내려놓고 이중 신청한 선배 산꾼들과 얘기를 나눴다. 예상대로다. 고로 빈자리가 많아, 배낭을 들고 와 그 중 한 자리에 내려놓은 후 자리로 돌아와 패드로 읽던 책을 계속 봤다. 그리고 7시 정각 버스가 출발해야 하나, 바닥이 미끄러워 공영주차장을 빠져나가는 게 쉽지 않다. 그걸 보자, 과연 들머리까지 예정된 시간에 갈 수 있을지 궁금했다. 아니, 들머리까지 갈 수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어쨌든 간신히 공영주차장에서 탈출한 버스는 역시, 눈 덕에 정체된 도로를 간신히 달려,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서 인솔 대장 포함 나머지 승객을 태웠다. 폭설 때문인지 이번 산행에는 죽전 승객이 없다. 그리고 대장이 버스에 타자마자 마이크를 잡고, 승객 모두에게 영월 배거리산은 폭설로 산행이 힘들 뿐만 아니라, 위험한 산이라, 문경 봉명산으로 바꿀 생각인데, 동의하는지 물었다. 한 사람의 반대라도 있으면, 강행하겠다는 말과 함께! 당연히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아 버스는 문경을 향해 달렸고, 봉명산은 어디서 들어본 듯한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코스를 확인하기 위해 e-산경표 지도를 검색했다.
산경표 지도에는 등산로가 없어, 대장이 소개한 산행 코스를 능선과 비교하며 훑어보기 위해 확대, 축소를 반복하다, 봉명산을 어디서 봤는지 기억났다. 지난 11월 19일 문경 운달산행 때[산행기], 들머리를 향해 달리는 산악회 버스 창으로 탑을 세워 만든 출렁다리를 보고, 혀를 찼던 그 산이다. 당시 운달산행 후 '문경 출렁다리 또는 흔들다리'로 검색해 보고 그게 '봉명산 출렁다리'라는 것과 문경에 봉명산이라는 이름의 산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많이 찾는 산이라는 것도. 하지만, 그 산을 바로 오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물론 거의 혐오 지경에 이른 지자체의 출렁다리를 건널 거라는 것도. 이게 인연인가? 무언가를 언급하거나 생각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게 현실이 되는 거! 요 몇 년 새가 그게 빈번히 발생하는 듯하다. 그렇게 대체 산행지가 결정되고, 산악회 버스는 고속도로 나들목 부근을 지날 때면 미끄러워 나가지 못하는 차량에 막혀 지체를 반복하며 달려, 9시 25분경 충주휴게소로 들어가 20분간 휴식했다. 그런데, 이 휴게소 또한 설국이라, 봉명산이 비록 문경 뒷산이지만, 오를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
20분의 휴식이 끝나고, 문경을 향해 달린 버스가 백두대간을 지나자, 그저 눈이 내렸다는 흔적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10시 26분 사실상 이번 산행 들머리인 주흘산을 정면으로 보고 있는 119 소방대 옆 주차장에 도착했다. ‘마원3리 경로당’까지 가야 하나, 산악회 버스로 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주차장부터 걸어가기로 했다. 어쨌든 정차한 버스에서 내려, 가장 먼저 한 말이 '한국 땅 작지 않다!'였다. 불과 몇십 분 전에는 폭설이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는데, 여기는 높은 봉우리가 아니면 눈의 흔적조차 없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 땅덩어리가 작다고 할 수 있겠는가? 사실은 육지는 작은데, 눈구름을 차단할 정도 높은 산맥이 국토를 가로지를 정도로 산악지역이 많은 국가라는 게 정확하지만! 기상청 '날씨알리미'로 확인한 현 위치의 날씨는 12시부터 16시까지 눈이 아닌 비다. 미세먼지는 정보가 없고, 위성 사진을 보면 비던 눈이든 피할 수 없을 듯했다. 현 위치의 고도는 277.5m~303m! 위성과 동기화에 실패했다. 고로 해발 697m로 이번 산행 최고봉인 봉명산 정상과의 고도차는 알 수 없지만, 추측건대 600m 이상 올려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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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들머리가 된, 주흘산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주차장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 후, 문경교를 건너 포장도로로 진정한 들머리인 마원3리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물론 가는 동안 지난 운달산행 때는 차창으로 본 봉명산 출렁다리 주탑을 직접 눈으로 보며 기록을 남기기도 하고, 뒤로 돌아 운달산을 찾기도 했다. 와중에 산행 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앞에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봉명산이다. 봉명산이 한자로 鳳鳴山 즉, 봉황의 울음산이다. 추측건대 봉이 날아와 운 산 또는 봉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들렸던 산이라는 뜻인 듯하다. 그런데, 아무리 검색해도 봉명산 소개는 어디에도 없다. 고로 우린 무명의 산에 오른 중이다. 어쨌든 해발 1,000m가 넘는 산답게 주흘산 정상은 흰 눈이 덮고 있다. 물론 신복천 건너로 보이는 암벽도 놓치지 않았다. 선두의 뒤를 따라 그렇게 가, 마원교를 건너, 마원3리 마을회관 직후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100여 미터를 가자, 선두가 멈춰 무언가를 확인한다. 저기가 봉명산의 들머리인 듯해, 두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으나, 어느 지도에도 등산로는 없다. 다만, 등고선으로 들머리가 맞을 거로 추측할 뿐이다.
10시 42분 봉명산 들머리로 생각되는 곳에 도착해 선두의 뒤를 따라, 여기 오는 동안 본 신복천 건너의 암벽으로 올라갔다. 물론 암벽의 옆면이라, 건너에서 암벽을 보지 못했다면, 우리가 암벽을 올라가고 있다는 것도 몰랐을 거다. 어쨌든 위험하지는 않았으나, 암벽을 오르는 거라 급경사임은 틀림없었다. 와중에 눈이 녹은 건지, 비가 내린 건지 모르겠지만, 등산로에 쌓인 낙엽이 물을 머금고 있어, 오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리고 기온도 예상보다 높아, 산행 초반부터 땀이 나, 차례대로 가던 길을 멈추고, 세겹 네겹 입은 옷을 벗어 배낭에 넣는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라, 길을 멈추고 바람막이 안에 입고 있던 패딩을 벗어 배낭에 넣은 후 다시 걸음 재촉했다. 그리고 물에 젖은 낙엽 쌓인 급경사로 암벽 정상에서 조금 떨어진 능선에 올라서자, 갑자기 흰 눈 사이로 완만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등산로 상태로 봐서는 최근에 등산객이 다녀갔다. 비록 높지 않은 산이나, 역시 산은 산이라, 녹지 않은 눈이 있는 등산로를 따라 30여 분을 가자, 갑자기 급경사 돌길로 바뀌더니, 어느 순간부터 인적이 사라졌다. 말인즉 등산로가 눈에 가려 안 보인다.
뒤를 따라가는 우리야 목요 오지팀 선두 조의 길 찾는 능력을 믿고 묵묵히 앞사람의 뒤꿈치만 보며 가는데, 갑자기 선두가 길이 없다며 돌아온다. 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조금 뒤 왼쪽에 위로 올라가는 길이라, 선두와 후미에 길의 위치를 알려주고 앞장서서 올라갔다. 그런데, 길은 분명한데, 정규 등산로는 아닌 듯한 돌길 급경사를 올라가는데, 눈 쌓인 낙엽과 울퉁불퉁한 바위와 돌 때문에 쉽지 않다. 해서 중간에 잠깐 멈춰, 배낭에서 한 짝밖에 없는 등산지팡이를 꺼내, 그걸 의지하며 위로 올랐다. 그렇게 오르다, 11시 30분경 나뭇가지에 매달린 산악회 리본을 보고, 비록 두 등산 앱의 지도에는 등산로가 없으나, 제대로 가고 있다는 걸 확신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쌓인 눈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등산로가 능선이 아니라, 7부나 8분 정도 능선과 나란히 달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 어디에선가 능선으로 치고 올라가야 한다는 얘기다. 고로 왼쪽 위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있는지 주시하면 가, 11시 43분 희미한 등산로의 흔적이 좌회전해 능선으로 올라가는 걸 발견하고, 좌회전해 눈 쌓인 급경사로, 능선으로 올라갔다.
11시 43분경 봉명산 주 능선에 올라선 후 동영상을 촬영하며 그 위로 난 희미한 등산로로 정상으로 향했다. 사실 능선에 올라서기 전 확인한 두 등산 앱의 지도에 따르면 비록 등산로는 표기는 없으나, 정상은 멀지 않아, 동영상을 촬영하며 갔는데, 4분 36초짜리 영상 됐다. 그리고 능선을 따라 산행을 시작할 때 뒤에서 따라오던 산행 대장이 '하산이….' 한 듯한데, 정확히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 이후 정상을 찍고 하산하기 위해 되돌아오면서 대장이 했던 말이, 바로 옆이 '하산 길'이라고 했다는 걸 알았다. 고로 정상은 우리가 도착한 능선을 기준으로 왕복이다. 지도에 등산로 표기가 없고, 이정표도 없으니, 그걸 깨닫지 못했다. 다행히 산행 대장이 추천한 산행지로 산행 전 사전 조사를 해 대장은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아니었으면, 정상에서 반대편으로 내려갈 뻔했다. 어쨌든 그렇게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자, 울창한 숲 사이로 무언가 보여 주의하며 접근해 보니, 정자다! 해서 정상석 대신 정자가 있는 거로 생각해 촬영을 멈추고, 대장에게 얘기하니, 정자 뒤에 있다고 해 다시 촬영하며 정자를 돌아,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가, 11시 48분 도착했다.
정자 뒤 정상석은 쌓인 눈에 '鳳鳴'만 보이고 나머지는 안 보이지만, 그게 운치 있어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눈을 치우고도 찍고, 정상석을 배경으로 단체 인증도 남겼다. 그리고 뒤에서 따라온 일행에게 정상석을 넘겨주고 정자로 올라가, 주변을 둘러봤다. 전망대로 정자를 만든 듯한데, 날이 흐려 보이는 게 없기도 하지만, 울창한 숲에 가려 날이 좋아도 보이는 건 없을 듯했다. 그렇다고 그냥 내려가기는 그래, 위에서 정상석 주변에서 벌어지는 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러다 일행이 도착할수록 주변이 좁고 붐벼, 정자에서 떠나, 하산하려는 데, 대장이 왔던 길로 돌아간다. 응? 무언가 이상해 두 등산 앱의 지도를 보니, 산길샘에는 그동안 안 보이던 등산로가 나타났다. 산경표는 여전히 없지만. 산길샘의 네이버 지도에 의하면 우리가 왔던 능선을 따라가다가 오른쪽으로 하산이다. 해서 우리가 왔던 흔적으로 산행 대장의 뒤를 따라가다, 우리가 도착한 지점이 갈림길이라는 걸 알았다. 봉명산의 정규 등산로는 지금 하산하는 코스가 유일하고, 우리가 올라온 길은 왕복을 싫어하는 우리 같은 산꾼이 만든 비정규 등산로다.
그 갈림길에서 다시 내가 선두에서 서 길을 찾으며 내려가며 보니, 오른쪽에 전망대로 나름 문경에서 봉명산에 투자를 많이 했다. 하지만, 이런 날씨에 전망대에 가봐야 보이는 게 없어,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능선에 설치된 갑판 계단 오른쪽으로 내려가, 12시 14분 이번 산행 처음으로 이정표를 만났다. 그리고 그 이정표부터는 등산객이 다녀간 흔적이 남아 있다. 우리가 올라온 길이 비정규 등산로라 인적이 없었을 뿐, 봉명산을 찾은 등산객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능선에서부터 정상까지 인적이 없었던 걸 보면, 능선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포기하고 돌아간 듯했다. 그리고 정규 등산로에는 곳곳에 갑판 계단과 이정표라,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울창한 숲사이로 난 길이라, 찍을 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계속 눈이 내려 핸드폰을 꺼낼 환경도 아니었다. 말인즉 기록이 거의 없다! 어쨌든 이정표에 의하면, 대장이 코스 소개 때 언급한 '석화산'까지 남은 거리는 2.7km다. 12시 22분, 고요2리 갈림길에서 남은 거리는 2.1km! 작은 산이라고 기복이 없는 건 아니라, 몇 개의 기복을 넘자, 오른쪽으로 '외부인 출입 금지' 플래카드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차량 소음도 들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플래카드 이후로는 이정표가 안 보인다. 고로 우리의 다음 목표인 석화산까지 남은 거리를 알 수가 없어, 산길샘의 지도를 확인했으나, 애초 석화산이라는 산이 없는 게, 석화산은 문경에서만 통하는 산인 듯했다. 해서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석화산이 아닐지 기대하며 오르기를 몇 번했으나, 아니다. 그러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꽤 높은 봉우리가 나타나 저건 틀림없을 거로 생각하고 동영상을 촬영하며 정상에 올라서자, 산꾼이 쌓은 돌탑 외에는 어떠한 표지도 없다. 봉우리의 높이로 봐서는 무언가 표지가 있을 듯한 데 없어,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두 등산 앱의 지도에 혹시 무슨 표시가 있는지 확인했다. 산길샘에는 없지만, 산경표는 '요상'이라 표기했다. 요상? 뭐지? 어쨌든 돌탑이 있는 거로 봐서 봉명산에서 주요한 봉우리다. 그 돌탑을 정상 표지라 생각하고, 선배 산꾼이 지도의 GPS 고도를, 탑을 이루는 돌 중 가장 크고 넓적한 돌에 기록하고 단체 인증을 남겼다. 어쨌든 여기가 석화산이 아닌 건 확실해, 다시 석화산을 향해 출발하자 갑자기 눈보라가 몰아치는 중 핸드폰이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을 보내, 확인해 보니, 구글 피트니스가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내 메시지다.
그렇게 석화산을 향해 가는데, 오른쪽으로 전망대다. 물론 이런 날씨에 보이는 게 없지만, 그래도 지나칠 수 없어, 등산로에서 벗어난 갑판 전망대로 가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첫 번째 사진의 능선에서 떨어져 나간 거로 보이는 봉우리다. 설마 저게 석화산은 아니기를 바라며, 주변을 둘러보고 일단 사방으로 카메라를 들이대고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후미에 전망대를 넘겨주고 석화산을 향해 전진해, 다시 석화산이라 생각되는 울창한 숲사이로 보이는 봉을 향해 갔는데, 이번에는 맞았다. 추측건대 한자로 '石花山'이라 쓰는 듯했다. 즉 돌꽃이라는 뜻으로 완전한 돌산이다. 와중에 산성의 흔적도 있다. 해서, 산행 후 구글링해 보니, ‘마고산성’이다. 고로 석화산이 아니라 '마고산'이었다. 그런데, 정상과 관련된 어떠한 표지도 없고, 정상인 헬기장에는 누군가 최근에 쓴 듯한 무덤 한 기가 있을 뿐이다. 석화산이 주흘산 최고의 조망처라는 건 앞선 산꾼의 산행기로 알았지만, 오늘 주흘산은 안 보이고 봉명산은 그나마 보여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덕분에 산행 전 들머리로 향할 때 앞에 있던 산이 봉명산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어쨌든 석화산 또한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가 두 개로 처음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봉에는 어떠한 정상 표지가 없다. 고로 정상이 아니라, 다시 길을 재촉하며 보니, 앞에 봉우리가 보인다. 비슷한 높이라, 앞의 봉우리에 가려 뒤의 봉우리가 안 보였던 거다. 어쨌든 이제 석화산에 지쳐, 저게 석화산 상봉이라 생각하고 길을 재촉해, 1시 2분 '서울대학교병원 인재원' 갈림길을 지났다. 그런데, 갈림길 이정표에는 석화산 대신 ‘팔각정’이 자리 잡고 있다. 이정표 상태로 봐선, 봉명산 등산 코스에서 봤던 이정표와는 달리, 꽤 오래된 거다. 그럼, 문경도 공식적으로 석화산을 언급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된 건 아니다. 추측건대 지자체라면 어디에나 있는 출렁다리를 만들면서, 석화산이라는 이름을 붙인 게 아닐까? 어쨌든 석화산 정상이 멀지 않아 보여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3분 10초짜리 영상을 만들었으나, 정상 표지는 어디도 없다. 해서 표지는 없는 거로 생각하고 출렁다리로 갔다. 산행 후 인솔 대장이 안내산악회 '여행/산행(국내/해외) 사진' 게시판에 올린 앨범을 보고 안 사실인데, 어느 산꾼이 만들어 등산로 가이드용 안전로프에 매단 표지가 있기는 하나, 그것까지 볼 상황이 아니라 놓친 걸 알았다.
대장이 코스 소개할 때 분명 다리를 건너지 말고, 하산하라고 했지만, 비록 왕복하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그리고 지난 11월 19일 운달산행 때 유심히 관찰한 바에 따르면, 반대쪽 주탑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아니, 당연히 있어야 한다. 어떤 바보가 왕복해야 하는 출렁다리를 만들겠는가? 고로 다리를 건넌다 해도 처음 계획한 코스보다 다리 길이만큼 더 길어질 뿐이라, 선배 산꾼과 북풍한설을 뚫고 다리로 들어섰다. 그리고 조금 지나 바로 후회했다. 눈인지 우박인지 싸다기를 때리는데 정신이 없다. 와중에 손에 들고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핸드폰은 강풍에 날아갈 듯해 손아귀의 힘을 최대로 해서 쥐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보기와는 달리 생각보다 다리가 길어, 출렁다리를 건너면 찍은 영상이 2분 29초짜리다. 고로 그만큼 다리에서 떨었다. 그리고 반대편에 도착해, 다리를 건너는 일행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이후 계단 아래로 내려가며 보니, 누군가 반대편에서 올라오는데, 복장이 출렁다리의 관리인으로 보였다. 그 관리인은 기상이 좋지 않은데, 위험하게 출렁다리를 건너는 우리를 보고, 다리를 차단하러 올라오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주탑 아래에 도착해 보니, 내가 본 사람은 여성으로 우리를 보더니, 아무런 말도 없이 다른 직원과 사무실로 들어가는 듯해, 그러려니 하고 애초 대장이 계획한 코스와 직진하는 코스가 별 차이가 없어 보여, 되돌아가지 않고, 직진하는데, 반대편에서 버스가 정차했던 주차장에서 훈련하고 있던 소방대원이 구조 장비를 들고 올라와, 이것도 훈련의 하나인지 궁금해 '수고하십니다!'라고 인사 후 뭐 하러 가는지 물었다. 그러자, 등산객이 발을 삐었다는 연락을 받고 구조하러 가는 중이라고 했다. 응? 등산객? 그럼, 우리 일행밖에 없는데, 후미의 누군가 발을 삐었나? 걱정이 돼서 뒤에 따라오는 일행에게 얘기했더니, 주탑 아래에서 봤던 사람이 직원이 아니라, 둘레길을 도는 주민으로 그 일행이 발을 삐었다는 거다. 누군가 발을 삔 건 안타깝지만, 우리 일행이 아닌 것에 안도하고 길을 재촉해 1시 16분 이정표에서 봤던 팔각정에 도착했다. 그 이정표에는 '팔각정'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최근 안내도에는 '관선정'으로 쓰고 있는 거로 봐서, 이 정자 또한 석화산과 함께 출렁다리 덕에 개명한 듯하다. 어쨌든 관선정 또한 전망대 겸 쉼터지만, 날씨가 날씨인 만큼 정자만 기록으로 남기고 급경사 갑판 계단으로 내려갔다.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급경사 갑판 계단을 내려가, 1시 20분 포장도로에 도착했다. 이후 계단 옆 '봉명산 등산 종합안내도'로 가 이번 산행을 복기하려고 보니, '종합'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어쨌든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온천교를 건너며 이 추위에, 신봉천에서 놀고 있는 청둥오리 가족의 모습과 관선정과 출렁다리 주탑을 기록으로 남기며 하산주가 기다리는 감자탕집이 있다는 큰 주차장을 찾아 문경읍 내로 들어갔다. 그리고 1시 27분 다양한 종류의 식당으로 둘러싸인 큰 주차장에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마감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냥 큰 주차장이 아니라, '문경종합온천' 주차장이다.
3
문경읍 내로 들어가, 인솔 대장이 얘기한 큰 주차장이 있는 곳으로 가 감자탕집을 찾았다. '미소 감자탕'이 있다. 그런데, 그 누구보다 싸고 맛있는 집을 잘 찾는 인솔 대장이 선택한 식당이라기에는 무언가 아닌 듯해, 선뜻 들어가지는 못하고 주변에 다른 집이 있는지 찾아봤다. 없다! 와중에 여성 둘과 몇 명은 그러다 발견한 주꾸미 식당으로 들어갔다. 해서 산꾼 선배가 같이 하산 후 행방불명된 이번 산행지를 추천한 산행 대장에게 전화하자, '왜 거기에 있냐?'라는 답이 돌아와, 식당명을 물어보니, '가얏골감자탕'으로 산악회 버스가 대기 중인 주차장 부근이다. 하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그 방향으로 가다, 지붕 위 간판을 발견하고 그걸로 길을 찾으며 가, 1시 34분 식당에 도착했다. 몇 명 안 되는 일행이고 다들 잘 아는 사람들이라, 애초 마감이라는 게 의미가 없었으나, 잠정적으로 3시 반경으로 정했으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 정도라 충분한 시간이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텅 빈 '미소 감자탕'과는 달리, 이미 한차례 전쟁을 치른 흔적이 아직 남아 있고, 세 개 식탁에는 여전히 손님이 있는 게 동네 맛집이 맞다. 해서 우리도 식탁 하나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감자탕 대자를 주문한 후 냉장고에서 이슬이와 맥주를 들고 와 먼저 소맥으로 무사 산행을 축하했다. 그리고 후미가 도착하고, 우거지와 뼈를 추가하며 하산주를 마신 후 3시 34분경 식당을 나와 그 사이 옆 주차장으로 이동한 산악회 버스로 갔다. 그리고 3시 40분경 문경에서 출발한 버스는 5시 5분 덕평휴게소에서 10분 휴식 후, 계속 달려, 5시 54분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 도착했다. 도착 직전 모든 짐을 정리한 배낭을 들고 있다, 버스가 정차하자마자 내려, 2차를 하자는 선배 산꾼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집으로 향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문경 감자탕집에서 이슬이를 몇 병이나 마셨는지, 모를 정도로 마셔, 더 마시면 완전히 맛이 갈게 분명했고, 이틀 전인 화요일 영월 구봉산행 후 양재에서 2차 후 원흥까지 갔던 아픈 경험을 반복할 수 없었다.
영월 지역 폭설로 배거리산 대신 '마원3리 경로당 → 봉명산 → 요성 → 석화산 → 출렁다리 → 팔각정/관산정 → 가얏골감자탕'의 11.08km(산길샘) 문경 봉명산을 3시간 동안 달렸다. 이동 2시간 45분, 휴식 15분!
높은 산맥이 날씨에 미치는 영향을 현장에서 학습한 문경 봉명산행이다.
고작 몇 주 전에 보고 혀를 찼던 봉명산 출렁다리를 북풍한설 몰아치는 날 건널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언급하면 발생하는 게 인연이라는 걸까? 아니, '말이 씨가 된다!'가 정확한 표현인가?
급조된 산행이나, 날이 흐려 조망은 좋지 않았으나, 한 번쯤은 오를만한 산이다.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산이니 갈만한 산이 없을 때 부담 없이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