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횡포
코로나바이러스는 점차 사람 사는 세상을 망가뜨리고 있다. 전염병으로 우리 사회를 처량하게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고 미워하게 되고 급기야는 공포까지도 조장하는 터무니없는 역병을 만연하게 만든다.
세계 도처에 사는 중국 사람 모두가 전염성 폐렴 환자가 아닐 뿐 아니라 그 근처에 간 일이 없어도 단지 중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기피 대상이 된다는 것은 매우 이치에 어긋난 일이 아닌가. 그런 부당한 대접이 어디 있나.
사람이 사람을 싫어한다는 뜻의 영어 단자가 있다. ‘Xenophobia(제노포비아)’라고 한다. 버스에서 또는 전철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불쾌하다 여겨지면 까닭없이 욕설을 퍼붓고 싸움을 거는 일도 흔하다고 한다.
자비와 사랑을 역설해 온 종교들은 민중에게 아무것도 가르친 바가 없다는 것인가. 사랑은 미움이 없는 품에만 온전히 안길 수 있다. 이웃나라와의 전쟁도 상대국에 대한 미움과 공포가 원인이다. ‘선제공격’이라는 말도 있다. “저 놈이 어차피 나를 칠 것이니 이에 앞서 저 원수를 꺾어놔야 할 필요가 있다”라는 심리로 풀이할 수도 있다. 세계 대전도 그래서 터진다. 본디 미워하는 감정이 없는 나라들도 동원하여, 치고자 하는 나라를 나쁜 나라, 미운 나라로 정하고 같이 전쟁에 매진하는 것이다. 그것은 얼마나 상식에 벗어난 일인가!
김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