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贈,某女(증,모녀)(어느 여인에게)
客枕條蕭夢不仁(객침조소몽불인) 나그네 잠자리 너무 쓸쓸해 꿈자리도 좋지 못한데
滿天霜月照吾隣(만천상월조오린) 하늘 가득 차가운 달빛 나와 이웃을 비춘다
綠竹靑松千古節(녹죽청송천고절) 푸른 대와 푸른 솔은 천고의 절개지만
紅桃白李片時春(홍도백리편시춘) 붉은 복사꽃 흰 오얏꽃은 한때의 봄빛이로다
昭君玉骨湖地土(소군옥골호지토) 왕소군의 고운 모습도 오랑케 땅에 묻히고
貴妃花容馬嵬塵(귀비화용마외진) 양귀비의 꽃 같은 얼굴도 마외의 티끌이 되었다
世間物理皆如此(세간물리개여차) 세상 모든 이치가 다 이와 같거늘
莫惜今宵解汝身(막석금소해여신) 오늘 밤 그대 옷 벗는 것을 애석히 여기지 말게나
*위 시는 “현대시의 감각으로 풀이한 김갓갓 시집(金笠詩選集)(정민호 역저)”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 본 것입니다. 역저자는 “왕소군은 한나라 원제의 궁녀로 오랑캐 땅 흉노 선우에게 시집가서 죽었고, 양귀비도 안녹산의 난으로 마외에서 죽고 말았다. 김삿갓이 전라도 어느 마을을 지나다 날이 저물어 커다란 기와집을 찾았는데 주인은 나오지 않고 계집종이 나와 저녁상을 내주었다. 밥을 다 먹을 뒤 안방 문을 열어보니 소복을 한 미인이 있었는데 독수공방하는 나이 어린 과부였다. 밤이 깊은 뒤 김삿갓이 안방에 들어가자 과부가 놀라 단도를 겨누자 김삿갓은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는 길인데 목숨만 살려달라 하자 여인이 운자를 부르자 이 시를 지었다 한다. 나그네가 되어 쓸쓸한 밤에 달은 하늘에서 가득하고 복사꽃 살구꽃이 피어있는 좋은 밤에 나 그대를 사랑하고 싶은데 어떠하냐?고 묻는다. 왕소군도 죽고 양귀비도 죽어 없어져 버린, 이런 세상 이치를 안다면 ‘그대 오늘 밤 나를 위해 옷을 한 번 벗어다오’라고 말한다. 그 이후의 일은 상상에 맡기기로 한다”라고 감상평을 하였습니다.
*김삿갓[1807 ~ 1863, 본명 김병연(金炳淵), 본관은 안동(安東), 자는 성심(性深), 호는 난고(蘭皐), 속칭 김삿갓 혹은 김립(金笠)이라고 부름, 아버지는 김안근(金安根)으로 경기도 양주에서 출생]은 조선 후기의 시인으로 1811년(순조 11) 홍경래의 난 때 평안도 선천부사(宣川府使)로 있던 조부 김익순(金益淳)이 홍경래에게 항복하였기 때문에 연좌제의 의해 멸족되어 당시 6세였던 그는 하인 김성수(金聖洙)의 구원을 받아 형 병하(炳河)와 함께 황해도 곡산(谷山)으로 도망가서 살다 그 다음에 집안이 멸족에서 폐족으로 사면되면서 강원도 영월로 옮겨와 살게 되었다.
과거에 응시하여 김익순의 행위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답을 적어 장원급제하였는데, 김익순이 자신의 조부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조상에 대한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고 벼슬을 버리고 20세 무렵부터 머나먼 방랑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는 스스로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 생각하고 항상 큰 삿갓을 쓰고 다녀 김삿갓이라는 별명이 생겼고, 전국을 방랑하면서 각지에 즉흥시를 남겼는데 그 시 중에는 권력자와 부자를 풍자하고 조롱한 것이 많아 민중시인으로도 불린다. 아들 익균(翼均)이 여러 차례 귀가를 권유했으나 계속 방랑하다가 전라도 동복(同福:전남 화순)에서 57세로 객사하였다. 유해는 영월군 태백산 기슭에 있으며, 1978년 그의 후손들이 광주 무등산에 시비를 세우고, 1987년에는 영월에 시비가 세워졌다. 작품으로 “김립시집(金笠詩集)”이 있다.
*정민호(鄭旼浩, 1939~, 본관 迎日, 아호 丁巴,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조부 학강(鶴岡)으로부터 한문 수학, 1966년 ‘思想界’ 신인문학상 당선으로 문단 등단, 현역 문단인(시인)으로 활동, 경북문화상, 한국문학상, 한국pen문학상, 한국예총 예술대상 등, 포상으로는 녹조근정훈장(대통령), 예총경주지부장, 경북문인협회장 등 역임, 현재 경주향교 사회교육원 한문지도 강사, 경주문예대학 원장, 시집으로 “꿈의 耕作” 외 15권, 산문집 “시인과 잃어버린 팬티”등, 국역으로 “論語抄”, “鶴岡詩集”, “五言唐音”, “七言唐音”, “唐詩選集”, “교양 明心寶鑑”, “三國史記”, “三國遺事”, “唐詩의 이해와 감상”, “한국인의 한시(漢詩)” 등 다수.
첫댓글 과연 여인은 옷을 벗었을까요...ㅎㅎ
달은 가득하고 꽃이 활짝 핀 아름다운 밤에 사랑을 노래하면서
술 한잔 하면 그 누구도 부럽지 않으리라....
ㅎ, 김삿갓을 칼로 죽이지 않은 걸로 보아 답이 나온 듯 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