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서 가을까지 우리나라 산천을 돌아다니다가 보면 망초꽃, 달맞이 꽃, 각시 갈퀴나물, 난쟁이 아욱, 미국 자리공 등 귀화식물이 조선의 야생초와 어울려 산천을 곱게 물들이고 있다.
서로 어우러져 저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을 인정하지 않고, 마치 오랑캐나 왜구처럼 경원시하는 꽃이 귀화한 꽃들이다. 그 중에 하나가 미국자리공이다.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왔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멀고 먼 북아메리카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타향인 대한민국에 들어와 굳건히 자리 잡고 우아한 자태를 드러내는 꽃, 몇몇 사람들에게는 염색용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간혹 아름답게 피었다고 칭찬도 받지만, 외래식물이라고 외면받는 꽃 중의 하나다.
지역에 따라 어린 순을 데쳐서 호박잎처럼 싸 먹기도 하고, 무쳐서 먹기도 하며, 한방에서는 그 뿌리를 미상륙美商陸이라는 약재로 쓰기도 하지만 독성이 있으며, 전신이 붓거나 만성 신우인염과 능막염에 효과가 있다, 그리고, 종기와 진균에 의한 피부병에 짓찧어 붙이기도 하는 미국자리공을 자세히 관찰하고 아름답게 묘사한 사람이 <월든>의 작가인 소로였다.
“미국자리공은 아주 색이 짙고 매력적이다. 나는 절벽 아래 핀 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주색 줄기가 우아하게 사방으로 늘어지고 풍성한 잎에는 약간 노란 빛이 도는 자주색 잎맥이 있으며, 총상꽃차례도 환한 자주색이다. 꽃봉오리와 꽃, 검게 익은 열매와 짙은 자주색 열매, 열매가 떨어진 자리에 붙어 있는 꽃받침 같은 꽃잎 등 이 모두가 한 개체에 보인다.
나는 온대 지붕 식생 중에 붉은색 식물이라면 무엇이든 사랑한다. 손가락으로 열매를 눌러서 그 짙은 자줏빛 포도주가 내 손을 물들일 때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이 꽃과 열매는 환한 태양 빛을 머금은 뒤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내보인다. 바로 이 계절에 봐야 할 식물이다. 그 색채가 나의 피에 말을 건다.
1851년 9월 10일 자 소로의 <일기>에 실린 글이다.
서해랑 길, 고창 부안면 일대에 무리 지어 피어서 나를 유혹하던 미국자리공 꽃, 어서 들판에 나가 화짝 꽃을 피운 미국지리공 앞에 서서 타향의 서러움을 딛고 조선의 산천에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그 마음에 공손히 경배라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