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소백주 ♥️ (57)옹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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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 소백주 ♥️

(57)옹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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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흘러 그새 십여 년, 그럼에도 다행히 못생겼다는 그 정씨 부인에게 간간이 잠자리는 하였던지 아이들을 다섯이나 낳아 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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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캐골이라 해서 그랬을까? 개들이 새끼들을 많이 낳아 기르기도 하는 것인데 참 홍수개가 자녀복은 있는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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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홍진사가 죽고 어머니마저 세상을 등지고 이제 홍수개도 마흔 줄에 들어섰다. 그 많던 재산을 거의 다 그 짓으로 탕진해 버리고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무슨 수를 내서라도 반드시 품에 안고야 말던 홍수개도 바깥출입이 현저하게 잦아들었다. 못생겼다고 대놓고 악다구니를 쓰고 포악을 하던 터라 시집 온 후로 속을 끓이며 살던 정씨 부인은 이제 남편 홍수개가 마음을 다 잡고 속이 좀 들었나 싶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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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 아버지 홍진사의 제삿날이 다가왔다. 그런데 그날 오후 수캐골로 웬 소달구지가 하나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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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추수 끝난 이맘때면 들어오는 옹기장수 달구지였다. 가지고 온 옹기와 농부들이 추수한 곡식을 바꿔 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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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늙은 옹기장수 부부가 소달구지에 갓 구워낸 빛나는 항아리들을 지푸라기 더미로 괴고 새끼줄로 묶어 싣고 와서 마을 어느 집 사랑방에 유숙하며 서너 날 물건을 팔고 가던 터였는데 이번에 소달구지를 끌고 수캐골로 들어온 옹기장수는 스물을 갓 넘긴 부리부리한 눈망울에 눈썹이 짙고 각진 턱을 가진 파릇한 젊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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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그 옹기장수가 데리고 같이 온 아낙은 그 젊은 옹기장수의 아내인 듯 했는데 큰 키에 허리가 야들야들 버드나무 늘어진 듯 한대다가 볼에 홍조가 피어 마치 춘삼월에 복숭아꽃이 발갛게 물오른 듯 고왔다. 찬바람이 불어서 추운 날씨라 솜옷을 걸쳐 입었는데 풍만한 젖가슴 깨며 치마를 두른 엉덩이가 풍만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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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젊은 옹기장수 달구지를 마침 아버지 홍진사 제사 지낼 돼지를 잡을 요량으로 골목에 나온 홍수개와 맞닥뜨렸다. 홍수개는 반들반들 윤기가 나는 항아리 달구지를 끌고 오는 황소 고삐를 잡은 젊은 옹기장수에게 눈이 가서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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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허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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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개는 사납게 헛기침을 했다. 좁은 골목길에 황소를 몰고 들어오는 옹기달구지가 길을 막은 것에 순간 불끈 화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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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옷에 짚신을 신은 젊은 옹기장수는 황소 고삐를 붙들어 잡고 피하려하였으나 피할 곳이 없었다. 그 길을 지나가야 홍진사 집 뒤에 자리한 너른 당산 느티나무 아래에다 옹기달구지를 쉬어놓고 물건을 팔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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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어르신 길을 막아 미안하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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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야들야들한 물젖은 젊은 여인네의 목소리가 달구지 뒤에서 불쑥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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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의 차이가 분명한 세상에서 한갓 옹기장수 따위가 감히 수캐골의 대장 홍수개 나리의 행차를 막으려 하다니 기분이 팍 상해 ‘이놈아! 어서 썩 길 비켜라!’ 하고 성질 내키는 대로 사납게 악다구니를 쓰고 찢어 발겨버리려 했는데 그만 꾀꼬리 같은 목소리에 홍수개는 순간 ‘이게 뭐야!“ 하고 두 눈이 번쩍 틔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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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뒤이어 홍수개의 눈에 들어온 그 여인은 홍수개의 마음을 온통 뒤흔들어 버렸던 것이다.


ㅡ계속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