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의 매우 풀죽은 얼굴이 인터넷 사방에서 클로즈업된채 여기저기서 눈에 띄는군요. 아버지는 원고 내용이 훤히 보이는 사과문을 들고 나와 진심없는 사과를 했다고 욕을 먹고 있고... 이 모든 것이 'nut'의 위력일까요? 하긴 하와이에서만 난다는 마카데미아 넛은 우리 아내도 무지 좋아하는 견과류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조현아가 봉지 껍질 까지 않았다고 난리친 그 마우나 로아. 하와이로 신혼여행 갔을 때 초컬릿을 입힌 마카데미아 넛을 입에 달고 살았었죠. 문제는 바로 살이 찔 정도로 열량이 높다는 거? 껍질이 매우 두껍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걸 깨야 하는 특수한 기계가 있고, 따라서 단가가 높고... 맛은 세상에서 제일 고소하다고 하고 싶네요. 우윳빛 마카데미아 넛은 화산이 많은 하와이에서 자라기 때문에 그럴까요? 마치 활화산처럼 터져 모든 이슈를 덮고 있네요.
어쨌든 세상에 태어나 안하무인으로만 자랐을 이 여성은, 이번에 임자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 '임자'의 정체는 다름아닌, 그동안 그녀의 특권과 지위를 보호해 주고, 언제나 그녀의 편에,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아버지 조양호와 할아버지 조중훈의 편에 서 주었던 '정권', 즉 권력자들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빽이었을 그 '권력'의 갑작스런 돌변에 대해 그녀의 지금까지 행동을 통해 유추해 보건대 조현아씨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의 아버지는 바보가 아닌 이상 이것이 왜 이렇게까지 상황이 오고 있는지를 알고 있겠지요.
대한항공에 대한 압수수색이라는 강수가 나오는 과정이 참으로 신속하게 진행됐습니다. 마치 재벌 권력에 대한 정의의 칼을 빼어드는듯한 검찰의 모습에서 씁쓰레한 쓴웃음이 흘러나오는 건, 지금까지 우리가 검찰이라는 조직이 이렇게 움직일 때는 그 배후에 권력의 지시가 없는 한 이런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이미 체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권력의 품 안에서 권력의 랩독 Lap dog, 즉 애완견으로 있길 자처한 것이나 다름없던 검찰이 이렇게 빨리 움직인 예는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 도가 지나치다"는 말 정도 들었을 때? 우리도 이미 잘 알고 있잖습니까?
그렇다면 대한항공을 왜 치라고 했을까. 이건 유추해보면 '성동격서', 즉 눈을 다른 데로 돌리는 거겠지요. 요즘 사람들의 눈을 끄는 사건으로부터 다른 사건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기, 과거 독재정권 시절부터 지금까지 주욱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거지요. 사실 한국에서 일어났던 공안사건들이라는 것의 많은 수가 바로 이 경우 아니었습니까. 그러나 지금 시대는 인터넷을 통한 사건 진상의 확산이 빠르지요. 물론 때로는 이것이 루머로 밝혀질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루머라는 이름으로 포장됐거나 혹은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루머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진실일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만.
이들이 이렇게 악착같이 가리려 하는 사건이 바로 '정윤회와 십상시'에 관련된 것이란 사실을 짐작하지 못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요? 조현아는 아마 이들에겐 구세주처럼 보였을 겁니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주더라는 말이 아마 이런 경우를 말하는 거겠지요. 이른바 최고권력자를 둘러싼 세력들의 암투. 거기다가 그 최고권력자는 미혼의 여성이고, 주위엔 남자들이 둘러싸고 있는데 그들이 그 여성 권력자의 신임을 얻기 위해 온갖 암투를 벌이고 있다면, 이게 어디 신라 진성여왕 때를 무대로 한 사극이라고 해도 딱 어울리지 않습니까? 아, 이미 미실과 덕만의 권력 쟁취 암투로 비장미를 한껏 높였던 선덕여왕에 열광했던 우리에겐 익숙한 것일까요?
문제는 이런 궁중암투 -_-; 의 모습이 누출되고, 그것이 사냥개든 진돗개든 간에 개싸움으로 비쳐지면서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이 급속히 현 정권으로부터 이탈한다는데 있습니다. 박근혜의 이미지는 당연히 상당수 그녀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것으로부터, 그리고 육영수 여사로부터 차용한 것입니다. 그녀 자신의 이미지는 사실 없다고 봐도 될 겁니다. 그녀를 확고히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내면엔 박정희 시대에 대한 향수와 그때 받았던 압제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생성되어 고착된 피학적 성향이 함께 존재하는 상태에서, 이번에 '박정희와 육영수의 이미지'라는 가면이 벗겨진 박근혜의 모습을 그대로 보게 된 사람들은 당연히 그 '무능함'에 놀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기대해 왔던 것은 박정희와 육영수였지, '박근혜 그 자체'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니 원래 이상할 만큼 높았던 지지도가 급강하하는 건 당연합니다. 매우 보수적 성향인 한국의 우리 몇몇 친척들과 이야길 해 봐도 "이번에 박근혜에게 '크게' 실망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바닥 민심이 꿈틀대는 거지요. 이러다보니 정권으로서는 급해진 겁니다. 아직 선거가 멀다고 고도리 시작하기 전에 흔들고 시작하는 것처럼 자기 마음대로 했던 그들에게도 변화가 느껴진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아주 큰 국면 전환용 카드가 필요했습니다. 이건 과거의 '간첩 조작' 같은 걸로는 돌릴 수 없는 규모의 것이란 사실, 그리고 섣불리 국면 전환용 카드를 깔았다간 그게 오히려 설사 패가 되어 버린다는 걸 그들도 간파했던 거지요.
그런데 이번에 국민적 분노가 한꺼번에 쏠릴 수 있는, '싸가지 없는 기득권의 행태'가 불거지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에겐 호재 중의 호재였겠지요. 역시 국민의 분노는 거기로 쏠렸습니다. 이들은 그 사이에 정윤회를 검찰 출석시키고 이 사건을 그들이 마음먹었던대로 방향을 틀려고 했지만, 글쎄요. 국민들이 그런 것도 파악하지 못할 만큼 바보라고 생각한 걸까요? 인터넷은 괜히 깔려 있는 게 아닐지언대.
어쨌든 조현아씨는 말 그대로 '참 운빨 없이' 이런 때에 국민의 공적으로 찍히게 됐습니다. 당연히 '안됐다'는 말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모든 일이 자업자득이지요. 인터넷엔 '땅콩 항공'의 패러디 영상이 돌고 있고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릅니다. 과거같으면 유야무야 넘어갔겠지요. 그렇지만 '권력의 필요에 의해서' 그녀는 원래 그녀의 위치라고 할 수 있는 '마녀'의 자리매김이 확실히 됐습니다. 자신이 원하지는 않았겠지만 '인간은 높은 자리에 있을 수록 겸손해야 한다'는 매우 당연한 교훈을 들었겠지요. 그녀가 이번 기회에 '메멘토 모리'의 교훈에 대한 학습을 개인적으로 확실히 하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만.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번 기회에 '박근혜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평가할 수 있는 눈을 가지시길 바래 봅니다.
시애틀에서...
첫댓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만 요즘 정세가 너무 살벌~~
그 살벌함의 배경엔... 늘 저들의 자신감 부족이 있다고 봐요. 정통성의 부족에서 오는 거겠지요.
@권종상 그런데 왜 이넘들은 그 북한 갔다온 2여자들을 간첩으로 몰지 않는지 생각해 보셨어요?
미국 사람이라 그런가...
아님 이 조현아 대한 항공건으로 국민의 시선이 안돌면
그 다음으로 써먹을라고 그러는가?...
@골퍼 저 같은 사람들을 함께 엮어서 단체 간첩단 사건으로 만들고 싶은 게지요... 늘 그래 왔듯.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이고... 많은 분들이 더 잘 아실 듯 해요.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리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라가 맛이 가다고 느끼는 데는, 땅콩 보다는 십상시가 100 배쯤 즉효 일테지만 ..
땅콩 따위가 풍작 일때 .. 우리에게는 십상시가 있습니다 ..
갖다 버립시다 ^^
그런 걸로는 십전대보탕도 못 끓일테니... 갖다 버려야죠. 하하.
깨닫게 하는 글.. 잘 보고 갑니다. 의심하곤 있었지만 정리가 잘 되어 있는 글 이네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도 잘쓰시고 내용도 의미있고 ,,,교포이신지 아니면, 학생인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궁금에대한 답변은 안해도 됩니다
앞으로 많은글이 기대 됩니다^^
저... 미국 온 지 25년 되는 사람이고, 미국에 산 세월이 한국에서 산 세월보다 조금 길어졌습니다.
아, 혹시 궁금하시다면 유튜브에서 '시애틀 우체부'를 검색해 보시면 제 사는 모습이... 하하.
@권종상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교포분들에게 박근혜정부의 뻔뻔함을 널리 알려주십시요 ,,^^ 그리고많은글 부탁드려요 ^^
페북에 공유합니다..
널리 알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코메디입니다 이게 압색이 말이됩니까 전 이번건에 대해 댓글조차 안달았습니다 공분을 살만한일이지만 무슨 대역범죄마냥 ..세월호에서도 비슷한 행태였죠 ..좋은글감사합니다
정씨가 겁없이 쫙빼고 검찰 포토라인에 섰지요. 60대 할배들이 정씨를 의심스런 눈으로 보며 박 지지율을 견지하더니 이젠 떠나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