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물표 제공: 로작연 '운염']
치명적인 그 남자. 10
오
늘은 컨디션이 별로 좋지않고 약간의 미열이 있는 것 같아서 출근을 늦게 하기로 했다. 미리 알바생에게 전화를 해 오픈을 하라고
시켰고, 나는 한숨 잠을 청하고 점심 때나 지나서 출근을 하자 생각하며 침대에 누워서 더 잠을 청하려 하는데-
띵동-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누구지? 나는 컨디션저조로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현관으로 향했다.
"누구세..."
"..."
문을 열자마자 나를 꽉 껴안는 사람은 재진이였다. 얼굴을 보진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재진이 특유의 향이 나니까.
"재진아. 왜그래?"
"은서야..."
"무슨 일 있었어?"
나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말에 재진이는 살며시 나를 품에서 떼어놓고 나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재진이 표정이 좀 심각하다. 화가 난 것 같은 재진이의 표정. 진짜 무슨 일이 있었나보다.
"왜 말안했어."
"뭘?"
"어머니가 찾아왔다는 말."
"그..그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였다며. 왜 말 안했어. 왜 혼자서 끙끙앓았어."
"...나는... 그냥 너랑 어머니 사이 안좋아지는 것도 싫었고, 내가 어머니 마음에 들면..."
"너 혼자 힘들었을 거 아니야. 곁에 있어주지도 못했는데 병신처럼 난 아무것도 모르고 너만 힘들었을 거 아니야. 날 얼마나 더 바보로 만들어야겠어. 왜 이런 얘기 네 입이 아닌 다른 사람 입에서 들어야 하는거냐고."
"...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화내지마 재진아. 머리 울려."
"...너 열나잖아! 한은서 이지경이 되도록 뭐한거야!"
머리가 울린다는 내 말에 재진이는 살며시 자신의 손을 내 이마 위에 얹더니 한순간에 표정을 구겼다. 내 이마에서 손을 떼자마자 나에게 화를 내는 재진이. 재진이가 소리지르니까... 머리가 울린다.
"... 난 좀 쉬면 괜찮을 줄 알고..."
"젠장. 나 없었을 때도 이랬어? 이렇게 몸관리 안할래, 한은서. 자꾸 걱정시킬래?"
재
진이는 나지막히 욕을 내뱉으며 나를 번쩍 들어올렸다. 몸에 힘이 없어 반항도 못하겠다. 나는 그냥 얌전히 재진이에게 안겼다.
재진이는 나를 안자마자 침실로 향했다. 침대에 나를 살며시 눕히고 이불을 목 위까지 단단히 덮어주는 재진이. 많이 걱정이 되는지
표정에서 다보인다.
"걱정 안해도 되는데..."
"조용히 해. 오늘 출근하지말고 자. 내가 전화해놓을게."
"그래도 출근은..."
"쉿. 착하지, 우리 은서. 코- 자자."
재
진이는 내 옆에 누워 내 몸을 감싸안으며 말했다. 그런 재진이 때문에 나도 그냥 잠자코 있기로 했다. 뭐, 오늘 하루 출근
안한다고 카페에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니니까... 이렇게 재진이랑 있는 것도 너무 오랜만이고... 재진이 온기가 온 몸으로 퍼져
날 다정하게 감싸안았다. 이렇게 사람 온기를 느끼며 잠드는 것도 너무 오랜만이다. 재진의 규칙적인 숨소리와 내 귀에 조용히
울려퍼지는 재진이의 빠르지만 듣기 좋은 심장소리를 자장가 삼아 내 눈은 서서히 감겼다.
《치명적인 그 남자》
같은 시각 카페는 한참 점심영업 준비를 바빴다. 그런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이차혁. 들어오자마자 이리저리 둘러본다. 아마 은서를 찾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차혁을 발견한 알바생 하나가 차혁에게 아는 척을 하며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친구분이시죠?"
"...한은서 어딨습니까."
"오늘 사장님 못나오신다고 전화오셨는데... 몸이 좀 않좋다고 오늘 출근 못하신다고 하셨어요."
"...은서가 직접 전화했습니까."
"아니요. 어떤 남자분이 전화하셨는데 아마 사장님 약혼자분이셨던거 같은데..."
"...알겠습니다."
차
혁은 자기 할말만 하고 바로 카페를 나와버렸다. 한은서... 많이 아픈거냐. 가보고 싶어도 갈 수가 없잖아. 분명... 김재진이랑
있을테니까. 니가 원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김재진이니까. 그런 차혁의 눈은 참 슬퍼보였다. 건들이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처럼… 그는 누가봐도 위태로워 보였다. 마치 절벽 위에 서 있는 사람처럼. 차혁은 한참을 생각하다 결심했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여보세요.
"김재진."
-어쩐 일이냐.
"한은서. 많이 아프냐."
"어떻게 알았어."
"약은 먹였냐."
"신경 꺼. 내가 알아서 해."
"은서... 매년 이 맘 때쯤이면 꼭 한번씩 몸살걸려."
"..."
"한은서 미련해서 매번 병원도 안가고 혼자서 끙끙 앓아. 그러니까… 니가 알아서 챙겨줘."
"…끊는다."
그
렇게 차혁은 끊긴 전화를 놓지못하고 한참을 내려다봤다. 아마 오늘은 은서 걱정에 아무 일도 못할 것 같다. 은서는 매년 이 맘
때쯤이면 몸살에 걸려 아파했다. 꼭 열병이 도진 것처럼 온몸이 불타오르듯이 뜨거워졌고 약을 먹어도 통 듣지 않아 매년 있는
일인데도 차혁은 은서 걱정을 안할 수가 없었다. 꼭 저러다 죽을 것만 같았으니까. 자신의 곁에서 한 줌에 재가되어 없어질 것만
같았으니까.
띵동- 띵동- 띠띠띠띠띠띵동-
"한은서! 한은서 문열어! 한은서!"
탁탁탁- 탁탁탁-
"한은서! 은서야!"
".....차혁아..."
"한은서! 아프면 미리미리 말했어야지! 이지경이 될때까지 뭐한거야!"
"...머리 울려, 차혁아..."
"하아- 내가 정말 너 때문에 못살겠다..."
"이차혁... 너 내일 시험있다며... 빨리 가서.. 공부해..."
"지금 시험이 문제야? 내가 진짜 너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심장이 오그라들어."
"하하... 미안해... 너 시험공부해야되니까... 방해하기 싫었어..."
"...밥은 먹었어? 밥을 먹어야 약을 먹지."
"...아니... 입맛이 없어서..."
"아니다. 먼저 좀 자자."
차
혁은 은서를 벌떡 들어올려 침실로 향했다. 아까 전 통화할 때 목소리가 좋지않아 얼마나 걱정이 ?는지. 다음 날이 시험이었지만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은서가 행여라도 잘못될까 공부하던 걸 다 때려치우고 무작정 달려왔다. 은서에게로. 역시나 온몸은
불덩어리였고 쌕-쌕- 거리며 숨을 내쉴 때마다 뜨거움 숨을 내뱉었다. 눈뜰 힘도 없는지 눈을 감고 있는 은서. 미련한건지
독한건지… 그런 은서를 보고 화가났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였다. 차혁은 은서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단단히 덮어주었다.
말이 없는 거보니 그새 잠들었나보다. 차혁은 새근새근 잠든 은서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눈. 코. 입. 그리고 정말 소중하다는 듯이 조심스레 흘러내려온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다정히 은서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은서야. 나 겁난다…. 내 마음이 주체할 수 없이 자꾸 커져가서 결국엔 너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까봐."
하
아-. 차혁은 옛생각에 두 눈을 꼭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했던가. 그건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 날 이 후 일부러 은서를 찾아가기는 커녕 일부러 연락조차 하지않았다. 이젠 김재진이 있으니까… 더이상 자신이 낄
자리가 없다는 걸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지독하게도 믿고싶지않은 사실이 자신의 목을 죄여왔다. 너무 죄여서 숨이 막혀왔다.
정말 난 한은서가 아니면 안되는 걸까…. 이젠 챙겨줄 수도 없다. 그저 친구로써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생각했다. 곁에서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곁에서 바라보는 것도 못할 것 같다. 이제 그녀의 곁엔 김재진이 있으니까.
한은서한테 난 그저... 친구일 뿐이니까.

[캘그 제공: 이시스(Isis)]
“으음….”
도
대체 얼마나 잔거야, 한은서. 일어나보니 이미 밖은 어두컴컴해져있었다. 침대 옆에 놓여있는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저녁 8시다. 많이도 잤다, 한은서. 이마를 만져보니 열은 좀 내린 것 같은데… 아닌가? 숨을 내쉴 때마다 뜨거운 숨결이
느껴진다.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거실로 나가보니 재진이가 주방에서 뭘 만들고 있다. 아직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았나보다. 나는 요리를 하고 있는 재진이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재진이.
“왜 일어났어. 가서 더 누워있지.”
“무슨 소리가 들리길래… 뭐 하고 있어?”
“죽좀 만들고 있어. 이제 다 ?다. 너 일어난 김에 좀 먹자. 그리고 약먹고 다시 자.”
“입맛 없는데…”
“안돼. 먹어야 돼. 안먹으면 키스해버린다.”
재
진이의 발언에 나는 재빨리 내 입을 두손으로 막았다. 진짜 키스라도 해버리면 재진이도 몸살이 옮을텐데… 그런 일은 없어야한다.
재진이가 나 때문에 아픈 건 싫으니까. 나는 재진이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고 무언의 압력에 의해 식탁에 앉았다. 그러자 죽
한그릇을 퍼 가져오는 재진이. 그리곤 내 앞에 내려놓는다. 어서 먹으라며 제스쳐를 취하는 재진이를 앞에 두고 난 그저 재진이만
멀뚱멀뚱 쳐다봤다.
“안 먹고 뭐해. 빨리 먹어. 뜨거우니까 후후- 불어서.”
“먹여줘.”
“뭐?”
“먹여줘. 후후- 불어서.”
나
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재진이를 향해 말했다. 손하나 까딱하기 싫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재진이가 걱정해주는 게 좋으니까. 날 위해
요리해주는 재진이도, 날 걱정해주는 재진이도, 날 챙겨주는 재진이도, 모든 게 다 그리웠으니까. 내 웃는 모습에 재진이도 따라
웃는다. 그러더니 숟가락을 들어 죽을 조금 퍼서 후후- 불더니 내 입가로 가져온다.
“아- 해.”
“아-“
“맛있어?”
“응. 맛있어.”
“이거 다 먹어야 돼.”
“… 다먹으면 뭐 해줄건데?”
“뭘 원하시나요, 공주님.”
내 질문에 재진이가 기분좋은 목소리로 웃으며 되물어왔다. 재진이가 웃으니까 나도 좋다. 나도 그런 재진이를 바라보며 베시시 웃었다.
“음… 아이스크림 먹고싶어!”
“아픈 애가 무슨 아이스크림이야.”
“아아- 사줘. 안사주면 안먹어.”
“한은서.”
“아이- 아이스크림 사…!”
쪽-
“왜 아픈 모습도. 땡깡부리는 모습도 예쁜거야. 키스하고 싶어지게.”

공동: 오브 메모리아 (Aube Memoria)
http://cafe.daum.net/AubeMemoria
안녕하세요 지아입니다. 공동카페인 오브 메모리아에서는 선연재중이구요. 현재 23편까지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너무 늦게왔죠? 죄송해요! 요즘 스팸글이 많이 줄어서 너무 기쁘네요^_^
재밌게 읽으셨다면 센스있게 댓글과 추천 부탁드려요!! 댓글과 추천은 저에게 소설을 쓰는 원동력이 된답니다!
어쩌면 업뎃이 더 빨라질수도.....
저번편 댓글 달아주신 '도월'님, '궁금해궁금해'님, '귀요미지'님, '은됴링'님 감사드립니다♥
아직도 눈팅하시는 분들이 턱없이 많네요. 읽고 댓글 남겨주세요!
첫댓글 은서랑재진이귀여워요~~^^차혁이 어케....
항상 댓글 감사드려요♥ 은재커플 예쁘게 봐주세요 ㅎㅎ
오늘, 처음 봐서 1화부터 다 보고 왔습니다=_=허허;;
너무 재밌어요>_<ㅎㅎ 담편 기대기대!!!
정주행감사드립니다♥
ㅋㅋㅋ
댓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