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후기 비파마루님의 피자피네에서...

[빛고을(진주)]

이스라지 님과 정원사 님을 모시고(늘 혼차 하다가 차가 묵직해진 듯...ㅋ)
흩날리는 하얀 눈발을 맞으며 한 시간 운전 후 도착한 피자피네 정원엔 쌀쌀한 바람만이 휭~~휑~~~!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바라보면 아름다움이 보입니다.
호랑가시 붉은 열매와 연분홍 애기동백(이름이 있더구만 저는 초보라 동백이라 부름니다.)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연초록 문이 달린 현관을 지나 중문을 여니
왼쪽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거울이 있고,
오디오 기기가 있습니다.(안 주인께서 얼른 음악을 틀어 주시는 센스)

맞은편엔 정갈한 주방이 있고
중앙으로는 거실, 좌우로 두 개의 방이 있습니다.

방마다 고향 집을 떠오르게 하는 창호지 문이 있고 바깥쪽으로 유리창이 있어 방마다 창호지 문을 열면
마당의 사방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이쁜 창들이 있고 창밖의 쓸쓸한 풍경 대신
창틀엔 제라늄과 다육이가 옹기종기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맨 마지막 사진에는
오늘 이야기의 주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소나무 한 그루가 《옷을 벗고》 떨고 있습니다.

피자피네 메뉴판입니다.
저희는 잣크림 파스타와 사장님(비파마루)의 서비스로
새우피자를 먹습니다.
안 사장님 말씀으로는 냉동 칵테일 새우를 쓰지 않고
새우를 사서 직접 까서 쓰신답니다.
재료를 아끼지 않고 최고를 쓰신다는 건 먹어보면 알 수 있지요.
다만 피클도 필수지만, 우리 나이엔 깍두기라도 있었으면
하는 촌스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식으로 커피를 주셨는데 커피잔이
막걸릿잔이라면 조금 작고 찻잔이라면 조금 큰.
암튼 찻잔 비스무리해서 저는 습관적으로
연거푸 몇 잔을 마셨습니다.(역류성 식도염에 커피는 금물이라 했는데...ㅠㅠ )

금강산도 식후경, 식사 후 회의를 시작하고
단체 사진도 찍습니다.
누군가가 '개새끼'하는 바람에 환하게 웃는 사진도 찍혔습니다.

드디어 《옷 벗은 소나무》이야기가 나옵니다.
정원 가꾸는 일은 누구나가 비슷해서
안팎으로 합치가 잘 안 되는 일이 종종 있더군요.
피자피네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소나무 옷을 안 주인은 2월쯤 벗기자 했고
사장님은 모든 게 시기가 있으므로 지금해야 했고.
뾰루퉁 해진 안 주인과 열변을 토하시는 사장님.
드디어 반격이 시작됩니다.
우리의 회장님과 총무님 합세에
사장님은 머리를 긁적이고 옆에 계신 아르고 님은
이편 저편도 못 드시고 대략난감 웃고만 계십니다.

대롱대롱 매달린 것들을 보면 참 이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한번 흔들고 만져 보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참습니다.
행여 줄이 끊어질까 보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꽃을 대하는 마음도 그렇겠지요?

흔해서 잡초로 분류되는 개망초가
안 주인의 손끝에서 예쁜 꽃으로 피었습니다.
구석구석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풍경에
힐끔힐끔 손을 훔쳐보게 됩니다.

그 손으로 만든 음식도 훌륭했지만,
주방에서 칼을 잡고 정원에서 흙을 만지는...
거칠게 쓰이는 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등성이 / 고영민


팔순의 부모님이 또 부부싸움을 한다. 발단이 어찌됐든 한밤중, 아버지는 장롱에서 가끔 大小事가 있을 때 차려입던 양복을 꺼내 입는다. 내 저 답답한 할망구랑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죄 없는 방문만 걷어차고 나간다. 나는 아버지께 매달려 나가시더라도 날이 밝은 내일 아침에 나가시라 달랜다. 대문을 밀치고 걸어나가는 칠흑의 어둠 속, 버스가 이미 끊긴 시골마을의 한밤, 아버지는 이참에 아예 단단히 갈라서겠노라 큰소리다. 나는 싸늘히 등 돌리고 앉아 있는 늙은 어머니를 다독여 좀 잡으시라고 하니, 그냥 둬라, 내가 열일곱에 시집와서 팔십 평생 네 아버지 집 나간다고 큰소리치고는 저기 저 등성이를 넘는 것을 못 봤다. 어둠 속 한참을 쫓아 내달린다. 저만치 보이는 구부정한 아버지의 뒷모습, 잰걸음을 따라 나도 가만히 걷는다. 기세가 천 리를 갈 듯 하다. 드디어 산등성, 고요하게 잠든 숲의 정적과 뒤척이는 새들의 혼곤한 잠 속, 순간 아버지가 걷던 걸음을 멈추더니 집 쪽을 향해 소리를 치신다. 에이, 이 못된 할망구야, 서방이 나간다면 잡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이 못된 할망구야, 평생을 뜯어먹어도 시원찮을 이 할망구, 뒤돌아 식식거리며 아버지 집으로 천릿길을 내닫는다. 지그시 웃음을 물고 나는 아버지를 몰고 온다. 어머니가 켜놓은 대문 앞 전등불이 환하다. 아버지는 왜, 팔십 평생 저 낮은 산등성이 하나를 채 넘지 못할까


🍃

부부싸움이랄 것도 아니지만
사장님과 안 주인의 티격태격이
꼭 우리 부부를 보는 것 같아 슬며시 미소 짓습니다.
그러다가 전에 읽었던 시 하나 떠오르고, 다시금 미소 짓습니다.

[이스라지(진주)]

빛고을님의 맛깔난 글과 사진 덕에 정모날 즐거웠던 풍경이 고스란히 되살아났습니다. 절로 미소짓게 되는군요. 진사남의 막강 이야기꾼 빛고을님 앞으로도 행복 가득한 이야기들 부탁해요^^

[나무자전거/진주]

못가서 아쉬운 ㅣ인 그대의 잘찍은 사진보니 누굴 꾀어서 가볼까나 ?

[산청민들레]

제가 너무 안주인편을 들어서 비파마루님 미움샀을걸요
안주인은 묵은체증이 내려간다하고 ㅎ

[산청민들레]

꼭 우리집 부부다툼의 한단면을 보는것같아 흥분이 되더라구요

[아심(산청)]

아름다운 자수 작품이 많이 있네요.
비파마루님 댁의 봄 정원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