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리스보아에서
공광규
고된 운명과 슬픔의 노래가 애절한
내가 한때 울면서 사랑한
아말리아 로드리게스 노래 파두가
옛날 거리 골목골목에서 울려퍼진다는 리스보아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열다섯 시간 가는 것 말고
부산국제역에서 열차를 타고
서울과 평양과 청진을 거쳐
두만강 건너 블라디보스토크로
거기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까지
거기서 베를린과 파리까지
거기서 리스보아역에 도착하면
대서양을 향해 흘러가는 타구스강변
태평양변 부산에서 싣고 간 물별과 구름과 노을을
대서양변에 부려놓고
거기 물별과 구름과 노을이 보이는 카페에서
며칠을 울다오고 싶다
거기 옛 시가지를 걸어가서 만난 옛 서점에서
이름을 모르는 포르투갈어 시집 한 가방 사서
비행기 말고
열차로 며칠을 돌아오고 싶다
네가 없는 내 운명과 슬픔을
고된 삶을 노래하는
아말리아 로드리게스 노래를 들으며
물면서 돌아오고 싶다
웹진 『시인광장』 2024년 7월호 발표
공광규 시인
1960년 충남 청양에서 출생. 1986년 《동서문학》을 통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대학일기』, 『마른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말똥 한 덩이』 등과 시론집 『이야기가 있는 시 창작 수업』, 『시 쓰기와 읽기의 방법』 그리고 논문집 『신경림 시의 창작방법 연구』가 있음. 1회 신라문학대상과 4회 윤동주상 문학대상 수상. 계간 『불교문예』 편집주간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