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보(杜甫)-江亭(강정)(강가의 정자)
坦腹江亭暖(탄복강정난) 배 깔고 엎드리니 강가 정자는 따뜻하여
長吟野望時(장음야망시) 야망(野望) 시를 길게 읊조린다
水流心不競(수류심불경) 물은 흘러가도 다투지 아니하고
雲在意俱遲(운재의구지) 구름이 떠 있으니 마음도 여유롭다
寂寂春將晚(적적춘장만) 고요하게 봄은 저물어가건만
欣欣物自私(흔흔물자사) 무성한 만물은 대자연의 순리를 따른다
故林歸未得(고림귀미득)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니
排悶強裁詩(배민강재시) 시름을 잊으려 애써 시를 짓는다
*두보[杜甫, 712~770, 자는 자미(子美), 호는 소릉(少陵), 동정호(둥팅호)에서 사망] 시인은 중국의 성당시대(盛唐時代)의 시인인데, 시성(詩聖)이라 불리는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시선(詩仙)이라 불린 이백과 쌍벽을 이루었습니다.
*주로 낭만적이고 호방한 시를 쓴 이백과 달리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두보는 인간의 심리를 자연과 절묘하게 조화시키면서 현실을 반영한 서사시와 서정시를 주로 썼는데, 안녹산의 난 등으로 피폐해진 백성의 삶과 산하를 노래하여 역사적인 현실을 반영하는 시를 많이 쓰기도 하였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북정(北征)”,“추흥(秋興)” 등이 있습니다.
*두보는 비록 과거에는 급제하지 못하였지만 전란이 끝난 후 친구 엄무(嚴武)의 도움으로 사천성(쓰촨성) 성도(청두)에 완화초당을 짓고 농사지으며 전원생활을 하며 오랜만에 여유가 생기는 생활을 즐기기도 하였습니다.
*위 시는 한문학계의 원로이신 손종섭 선생님의 “노래로 읽는 당시”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 본 것인데, 두보의 시 대부분이 배민시排悶詩로, 이 시도 그의 외로움, 그리움, 구차함, 한스러움 등의 감정에 사로잡힐 때마다 구출되는 길은 오로지 시사詩思로 치환하는 방법밖에 없고, 시를 짓는 동안만은 시사詩思에 몰두하여 모든 민회憫懷를 송두리째 망각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합니다. 위 시는 시인이 완화초당으로 돌아온 지 1년 되던 해 봄에 강가 정자에 누워 자신의 시인 ‘야망(野望)’시를 읊고 강물과 구름을 바라보며 세상을 떠나 유유자적한 마음을 나타냈으나, 안사의 난이 끝나지 않아 나라를 걱정하며 고향에 돌아가지 못해 애태우는 마음을 시로 지어 잊으려고 한 것이라 합니다.
*형식 : 오언율시(五言律詩)
*江亭(강정) : 강가의 정자
坦腹(탄복) : 배를 깔고 엎드림
野望(야망) : 두보가 761년에 지은 칠언율시
俱遲(구지) : 함께 여유롭다.
寂寂(적적) : 고요하다. 적적하다.
欣欣(흔흔) : (초목이)무성한 모습.
物自私(물자사) : 만물이 대자연 속에서 그 성질을 따른다.
颦眉(빈미) : =颦蹙(빈축). 미간을 찌푸리다. 못마땅한 얼굴을 하다.
排悶(배민) : 마음속의 번민(煩悶)을 물리침
強裁詩(강재시) : 억지로 시를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