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
초저녁, 혹은 밤이 깊은 뒤, 잠드는 것도
이 새벽에 일어나 깨어 있는 것도 모두가
이 세상에서 살아 있는 동안
우리가 해야 할 어떤 예정된 일인지도 모른다.
가고 오는 세월 속에서 그 모든 것은 돌아가고, 아니 지나가고 있다는 것
도대체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우리는 우리 정신의 깊이를 모른다.
신비의 길은 내면으로 향한다.
우리들 내면이 아니면 아무 곳에서도 영원과 영원의 시계,
즉 과거와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외부 세계는 거울의 시계다. 그것은 자신의 그늘을 세계에 지운다.
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걸어가지요?“
계속 집으로,“
<마의 산>의 작가인 토마스 만의 글이다.
그래, 답은 간단하다.
집으로 가는 길이다.
“나는 오랫동안 타향의 나그네였노라”
<시편>에 나오는 글처럼 오랫동안, 아니 어쩌면 영원히
나그네로 살다가 돌아갈지도 모른다.
집이라고, 열 평, 혹은 백 평의 집이 아닌
온 우주를 집으로 삼고 살다가,
쓸쓸히 돌아갈 우리 모두의 영원한 집으로,
언제쯤일지 몰라도 돌아가는 길에는
작고한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을 나지막하게 읊조려야겠다.
어두운 비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 있네
그 맑은 두 눈에 빗물 고이면
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세찬 바람 불어 오면
벌판에 한 아이 달려 가네
그 더운 가슴에 바람 안으면
새 하얀 눈 내려 오면
산 위에 한 아이 우뚝 서 있네
그 고운 마음에 노래 울리면
그이는 아름다운 사람이어라
먼저 가신 가객, 김민기 선생님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내세에는 더 행복하시길,
2024년 7월 23일
출처: 길위의 인문학 우리땅걷기 원문보기 글쓴이: 신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