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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그저 읽기만 하더라도 멋진 일이다. 부모님들은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무언가를 얻기를 원한다. 그저 책만 많이 읽히면 되는 것인지 걱정하기도 한다. 사실 어휘력을 비롯하여 사고력, 이해력, 상상력 등은 책을 통해서 얻는 습관, 삶을 살아가는 지식과 지혜 등에 비하면 덤인 편이다. 독서를 위한 가장 중요한 습관은 다양하게 읽는 것, 꾸준히 읽는 것이 아닐까 한다.
다양한 독서 습관을 위하여 도서관의 서가를 활용할 수 있다. 도서관은 한국 십진분류법에 따라 철학, 종교, 사회과학, 자연과학, 기술과학, 예술, 언어, 문학, 역사 등으로 서가를 정리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여 총류에서 한 권의 책을 읽은 다음, 철학 관련 도서를 읽는 식으로 다양한 책을 읽도록 계획하는 것도 좋다. 이번 주는 어린이 잡지를 읽고, 다음 주는 심리와 관련한 책, 그다음 주는 수학 소설을 읽어보는 식으로 재미있는 놀이를 한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장르의 책과 만날 수 있다. 어휘력의 향상 역시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정 장르의 책만 읽는 경우는 편식과 유사하다. 어린 학생들은 대부분 문학 장르의 도서에 한하여 독서하는 모습을 보인다. 과학책 등에도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 중에서 만화책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많다.
만화가 섞인 책 외에는 손도 대지 않는 등 특정 장르의 책을 제외하고는 독서 자체를 싫어하는 학생이라면, 무조건 다른 책을 읽히는 것도 좋지 않다. 익숙한 음식에만 손에 가는 아이들에게 다른 음식을 먹게 하려고 잘 먹지 못하는 음식만 주는 부모는 없는 것과 같은 논리다.
일단 좋아하는 장르의 도서를 편식처럼 읽더라도 규칙적으로 독서하려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정도 지난 후에는 장르를 넓혀 다양한 책을 읽도록 연습할 수 있다.
꾸준히 책을 손에 잡기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러한 학생들에게는 독서 일정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저녁 식사를 하고 30분, 학교 돌아와서 20분 등과 같이 독서를 중요한 하루 일정으로 잡기를 추천한다.
독서도 수영을 가고, 학원을 가는 등 다른 일정과 같이 시간을 내어서 집중하여 읽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독서 일정은 읽기에 대한 거부감이 큰 학생일수록 한 번의 독서 시간을 30분 이내로 짧게 배정하고, 천천히 늘려가는 것이 좋다. 독서가 하나의 진지한 활동으로 인식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같은 맥락으로 사실 나는 잠들기 전에 책 읽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독서가 잠 올 때, 피로할 때 읽는 활동으로 인식될수록 건성으로 읽거나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글자만 읽는 독서로 고착될 수 있다. 아주 어린 시기에는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유효하다고 생각되는데, 커서도 졸린 눈으로 누워 읽는 책 읽기는 집중할 필요가 없는 활동으로 여겨질 수 있다.
또한, 아이가 읽을 책을 정선하여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 특히 어린 학생의 책을 골라줄 때, 부모님이 마음에 들어 하는 책을 고르지 않았으면 한다. 엄마 아빠가 좋아하는 느낌의 삽화와 표지, 책 구성 등이 그림책 출판의 중요한 제작 요소가 된 지 오래다.
대부분 부모가 주도권을 가지고 자녀의 도서 구입을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장르의 책,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문학상 수상작이나 각 단체나 기관의 추천 등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아이가 원하는 책도 적극적으로 고려하자. 학습 등에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이더라도 아이가 읽기 원한다면 독서의 습관 정착의 측면에서는 좋을 수도 있다. 너무 지나치게 상업적인 측면만 강조한 책도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자녀와 함께 책 읽기를 권한다. 몇 시간까지도 필요 없고 하루 20분이면 충분하다. 어떤 것을 말하고, 어떤 것을 문서로 작성하는 따위의 활동도 필요 없다.
부모는 부모의 책을 읽고, 자녀는 자녀의 책을 읽는 조용한 시간 20분은 가족의 좋은 문화가 될 수 있다. 책을 읽고 생각의 키가 자라는 것은 비단 어린이만이 아님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여유가 없어도, 또 여유가 있어도 책을 읽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독서하는 습관을 갖는데 계속 실패하더라도 자꾸 다짐하고, 또다시 반복해서 다짐하는 것조차 훌륭하다. 2024년 새해 작심삼일을 핑계로 또 한 번 온 가족이 좋은 책과 가까이 하기를 결심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