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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장 고 통
최정우는 자신의 마음을 감추려고 무진 노력을 해야만 했다.
아내의 말을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또한 아내의 입에서 나온 이혼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내의 입에서 그 단어가 나오도록 자신은 그토록 아내에게 남편으로서 권위가 상실 당했다는 말도 되는 것이었다.
아내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그는 이해 할 수가 있는 것만 같았다.
최정우는 되도록 아내의 눈을 피하면서 태연해 지려는 자신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아내는 분명히 자신의 부정행위를 실토를 하면서 이혼을 하려고 할 것임을 알고 있었으나
최정우는 아내를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을 한다.
자신이 아직 한 번도 느끼지 못하고 지금까지 살아왔으나
막상 아내의 입에서 이혼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자신이 얼마나 아내를 사랑하고 있는지 깨닫는다.
아내는 바로 자신의 분신이었던 것이다.
칼로 자신의 심장을 난도질당한다 해도 이런 아픔보다는 덜 하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최정우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는 언제까지나 이렇게 무기력하게 주저앉자 있을 수많은 없음을 깨닫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만 할지
부지런히 정보를 입수하기 시작한다.
이제 다른 회사에 취직을 한다거나 사업을 시작할 나이는 지난 것이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를 않고 놀고 있다고 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허지만 이대로는 서로가 더 힘든 상황이 될 것은 너무나 뻔 한 일이었다.
최정우는 허브 농장을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허브에 관한 공부와 농장을 경영하는 일들을 다시 배우기 위해서 그는 부지런히 뛰고 또 뛴다.
다시 바빠진 생활에 그의 고통은 조금씩 사그러들기 시작한다.
최정우는 모든 심혈을 기울여서 허브에 관해서 공부하면서 연구를 한다.
이제 어느 정도 허브에 자신이 생겼다고 생각을 하면서 비로소 아내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한다.
"당신하고 가까운 교외로 나가서 살 생각인데 당신 생각은 어떻소?"
서유경은 남편의 말을 들으면서 대답할 자신이 없다.
"여보!
이제 모든 것을 다 잊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 보는 거요."
"내가 무슨 말을 할 수가 있겠어요?
이제 당신에게 죄를 지은 몸으로 아무런 할 말이 없는걸요."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당신은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소.
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 거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을 해 보지 못한 것이 너무나 미안하오."
"..................."
"가까운 시골에다 허브농장을 하려고 하오.
그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열심히 연구를 했소!
돈을 벌려고 하기보다는 우리 두 사람 이 서울을 떠나서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시작해 보려는 마음이 들어서 그런 것이요."
".........당신이 하자는 대로 따를 뿐이에요."
서유경으로서는 더 이상 무엇이라 말을 할 수가 없다.
남편과의 이혼은 있을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체념을 한 그녀였지만 마음은 더 없이 무겁다.
남편의 고통을 모르는 서유경이 아니었다.
자신의 고통을 잊으려고 남편이 어딘가에 빠져들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을 수도 없었던 것이다.
남편의 말대로 자식들을 생각하니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식들이 자신으로 인해서 당해야 하는 고통과 불행을 생각하니
더 이상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릴 수는 없었다.
서유경은 이현빈을 잊으려 하고 있었다.
아니, 분명 그것은 불륜이었던 것이다.
사랑이 아닌 중년 여인의 더러운 불륜이었다.
어떠한 말이라도 그것은 사랑이라고 할 수 없는 불륜이었던 것이다.
서유경은 죄의식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는 남편을 대할 때마다 심장에 고인 피들이 빠져 달아나듯이
가슴이 바짝 바짝 타 들어가는 것만 같다.
자신의 더러운 욕망으로 인해서 이현빈에게도 남편에게도 커다란 상처와 고통을 남겨준 것이다.
이제 이현빈은 더 이상 연락을 해 오지를 않는다.
그러나 그가 받았을 고통이 어떠했으리라는 것을 그녀는 알 수가 있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그를 배신한 그녀였다.
이현빈은 오랜 세월을 자신을 마음속에 깊숙이 넣고 사랑을 하고 있었던 사람이다.
그 사랑을 받아드리겠다고 행동을 한 자신의 경솔함이
또 다시 그를 깊은 절망 속으로 밀어 넣고 말았던 것이 된다.
"여보!
내일부터라도 함께 우리가 살 집을 지을 터를 보러 다닙시다."
아내가 깊은 생각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알면서 최정우는
내색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아내의 생각을 현실로 이끌어 낸다.
"네!"
"어디가 좋을까?
어디 당신이 가서 살고 싶은 곳이 없소?"
"아니요!
한 번도 생각을 해 보지를 않아서......"
서유경은 다시 현실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생각 속에서 빠져 나온다.
"그럼 우리 같이 다니면서 알아보도록 합시다."
"알겠어요!"
그녀는 간단한 대답만을 할 뿐이었다.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최정우의 가슴은 무너져 내린다.
예전의 아내의 모습은 간곳이 없다.
당당하고 밝았던 아내의 모습은 어디에고 찾을 길이 없는 것이다.
최정우는 자신의 생각이 옳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아내를 떠나보낼 수는 없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이 그대로 목숨을 잃는 것과 같은 심정이라는 생각이다.
"여보!
아직도 내 곁에서 남은여생을 보내기 싫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소?"
살얼음판의 얼음을 내 딛는 심정으로 그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서유경은 그저 머리를 좌우로 흔들 뿐이다.
"그러지 말고 당신의 솔직한 심정을 알고 싶소!"
"아니에요!
그냥 내 자신이 싫다는 생각뿐이에요."
서유경은 남편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자신조차도 알 수가 없는 지금의 심정이다.
과감하게 남편을 버리고 떠나지도 못하는 자신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남편에게 비난을 당하면서 내쳐주기만을 바랬을 뿐이었다.
그러나 남편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는 사랑한다는 말도 서슴치 않고 하고 있다.
그 어떤 비난보다도 더 가슴에 비수가 되어서 파고드는 말이다.
"여보!
차마 내 입으로 하기 힘든 말이지만 당신이 내 곁에서 고통을 당하면서 사는 것보다
오히려 당신의 행복을 찾아주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소만......"
최정우는 말을 하면서도 가슴에 통증이 밀려오고 있음을 느낀다.
그는 가슴을 한손으로 지그시 누른다.
서유경은 남편의 그 모습은 그저 바라볼 뿐 이였다.
"아니에요!
내가 받는 고통보다 당신이 당하는 고통이 더 클 것만 같아서....."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난 더 이상의 고통은 없을 것이오."
서유경은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최정우는 다음날부터 아내를 데리고 자신들의 살 집을 지을 땅을 보러 다닌다.
따라 나오기를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던
서유경의 표정에도 어느덧 상기되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바뀌면서 생기가 돌고 있었다.
그들 부부는 여러 날을 그렇게 다니고 또 다니면서 적당한 터를 정한다.
서울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양수리 쪽이었다.
땅을 계약을 하고 오는 날 서유경의 마음은 모처럼 환하게 밝아져 오는 것을 본다.
"기분이 좋소?"
"그럼요!
정말 경치도 좋고 자연경관이 너무나 아름다워요.
그런 곳에다 우리 집을 짓는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두근거려요."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니까 나도 덩달아 기쁘군!"
"거기다 우리 허브 농장까지 하면 정말 대단할거에요."
서유경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기뻐하고 있었다.
최정우는 그런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마음도 기뻐지기도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쏴하니 아파오는 것을 느낀다.
아무런 일도 없이 이렇게 아내와 둘만의 호흡이 잘 맞았다면
더 없이 행복했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밀려드는 통증을 간신히 억제를 한다.
서유경은 집의 공사가 시작되면서 마음이 조금씩 안정이 되어간다.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을 다 잊고 다시 자신의 자리에 굳건히 서고 싶은 마음이다.
터를 다듬고 설계도가 완성이 되고나자 집의 공사는 진척이 빨랐다.
최정우는 집의 공사를 아내에게 일임을 하고 나서 자신은 허브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허브농장을 찾아다니면서 많은 시간을 투자를 한다.
허브농장을 하면서 성공을 해서 돈을 번다기보다는 아내와 함께 허브에 관해서 재미를 느끼면서
지난날들에 대한 모든 악몽들을 씻어 내기 위해서라도 실패한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할 일이었다.
무슨 일이든 아내에게 삶의 의욕과 생기를 주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용기와 노력이 절대로 필요한 때라고 생각하는 최정우였다.
아내는 이제 자신의 분신인 것이다.
아내가 아파하면 자신은 몇 배의 고통을 당하는 것이었다.
서유경은 설계도를 몇 번이나 수정을 하면서 자신의 뜻대로 집의 공사를 이끌어간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던 때문에 그들이 가진 재산은 적지 않았다.
자신들의 마음대로 공사를 바꾸고 설계도를 변경할 정도로 그들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아들 몫으로 남겨둔 오 층짜리 빌딩은
그대로 손을 대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꾸려 갈수가 있는 것이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생각하면서 열심이 공사에 관심을 보이면서 바쁜 나날들을 보낸다.
그러나 이따금씩 가슴속에 풀어지지 않은 응어리가 그녀를 괴롭힌다.
이대로 말 한마디 없이 이현빈을 모른 척 한다는 자신이 참으로 괴롭다는 생각이 든다.
서유경은 집이 완공이 되고 나자 자신을 정리하리라 마음을 먹는다.
"여보!
나 외출 좀 해도 되요?"
"당신이 외출을 할일이 있으면 하면 되는 거지 새삼스럽게 묻기는?"
최정우는 아내의 외출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면서도 모른척한다.
그들은 참으로 오랜만에 마주 앉았다.
두 사람은 서로 바라보기만 한 채 얼른 입을 열지 못한다.
"참, 오랜만이군!"
"미안해요!"
"지내기는 힘들지 않소?"
".......힘들지 않아요."
"이제 마음이 정리가 된 거요?"
이현빈은 힘들게 물어본다.
"이제 우리 그만 끝내기로 해요.
그동안 많은 생각을 했고 또 남편에게도 더 이상의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유경은 힘들게 말을 한다.
"유경!
이미 당신의 마음이 어떤지 짐작은 하였소!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린 것 같군!"
"나도 내 욕심만을 생각한 것 같아요.
나로 인해서 자식들이 고통을 당하면 안 되는 일이 아닌가요?"
이현빈은 한동안 서유경의 얼굴만을 응시한다.
"그래!
우리의 생각을 덮자.
난 무엇보다도 당신이 행복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것이든 다 감수할 수가 있어!
애초에 당신에게 그 모든 것을 다 버리라고 했던 내가 잘못이라는 것도 알고...."
"미안해요!
그렇게 만든 것도 다 내가 그런 것이에요."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칼로 난도질을 하는 것처럼 쓰리고 아프다.
"유경!
이렇게 만나서 이런 말이라도 해주니 고맙군!
그대로 영영 만나지 못하는 것 인줄 알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그리고 이것을 받아 주었으면 하는데...."
이현빈은 상의 안주머니에서 하얀 봉투를 꺼내서 유경에게 준다.
서유경은 봉투를 내려다보고 다시 이현빈을 바라본다.
"이게 무엇이죠?"
"언짢게는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이제 당신하고 함께 지냈던 그 별장을 더는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어서 그 별장을 처분했소!
그리고 이것을 당신에게 주고 싶소!....."
"그것을 왜 내가 가져야 하죠?"
"무엇이든지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데 아무것도 해 줄 것이 없어서 생각다 못해서
그 별장을 주기로 마음을 먹긴 했는데 그것을 당신이 받지 않을 것 같아서 이렇게 정리를 한 것이요."
서유경은 입을 다물고 한참을 생각에 잠긴다.
그것을 받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아니요!
당신에게 그 어떤 것도 받을 이유가 없어요."
"내 마음이요.
그 돈을 어디에 쓰든 그것은 당신이 알아서 하고......"
하얀 봉투는 그대로 탁자 위에 노여진 채로 그들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유경!
내 마음의 표시가 그것으로는 부족하오!
허지만 당신에게 그 정도로라도 내 마음을 전하고 싶은 뿐이요."
".................."
"그것을 받아만 준다면 이후로는 당신을 깨끗하게 잊을거요."
"네!
받지요!
당신 말을 믿고 받을게요.
허지만 이후로는 나에 대한 어떤 미련도 남기지 않는다고 약속해 주세요."
"약속하리다."
서유경은 그렇게 그에게서 돌아선다.
더 이상 아무런 미련도 두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에게서 받은 많은 액수의 돈이 마음을 무겁게 내리 누른다.
남편이 알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디다 쓸 것인지 고민을 한다.
마지막 남은 남편의 자존심에 더 이상의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힘들게 고통을 참고 이겨나가는 남편에게 이 돈의 출처를 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서유경은 남편의 진심을 알고 난후에야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여자인가를 깨닫는다.
그리고 얼마나 크나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스스로 자책하고 또 자책한다.
아직 남편은 자신과 한방에서 잠을 자지 않는다.
물론 겉으로는 허브에 관해서 연구하고 공부를 하느라고 서재에서
그냥 잠이 든다고 하지만 그런 남편의 심정을 모르는 그녀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남편을 차라리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이사 준비는 아무런 차질이 없이 진행이 된다.
집도 수월하게 매매가 되어서 그런대로 좋은 값을 받았다고
생각하면서 집안을 하나하나 다시 살피고 또 살핀다.
이 집을 지을 때 얼마나 행복했고 가슴이 뿌듯했었던가?
벽돌 하나 구석의 먼지 한 톨도 모두 정이 들고 자신의 손때가 묻어 있는 집이다.
두 아이가 모두 이집에서 태어 나고 성장을 했던 집이다.
새삼스럽게 이 집의 모든 것들이 소중하고 정겹게 다가온다.
이제 이사 날자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다.
하나하나 정리를 하면서도 서유경은 그나 준 돈에 대한 것이 마음이 쓰인다.
모든 것을 다 정리를 하면서 그 돈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마음에 무거운 돌덩어리를 눌러 놓은 것처럼 마음이 무겁다.
그러다 서유경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그녀는 부지런히 어디에 전화를 한다.
첫댓글 즐감요
잘 읽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