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교(鄭來僑)-수운정피서(水雲亭避暑)(수운정에서 더위를 피하다)(더위를 피해)
赤日中天鳥不鳴(적일중천조불명) 붉은 해 중천이라 새들도 울지 않고
山人騎馬作閒行(산인기마작한행) 산사람 말 타고 천천히 지나는데
翛然去入連山路(유연거입연산로) 어느덧 산속 길로 접어드니
喜得松風澗水聲(희득송풍간수성) 반갑게 솔바람에 골짜기 물소리 들리네
*위 시는 “한시 감상 景경, 자연을 노래하다(한국고전번역원 엮음)”(완암집浣巖集)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 본 것입니다.
*이정원님은 “여름이 오면 사람들은 ‘덥다, 덥다’를 연발한다. ‘유난히 덥다’는 말도 자주들 한다. 언제나 이렇게 더웠는데 유난히 덥다고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정말 더 더워지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여름은 원래 덥다. 작년 여름도 더웠고, 10년 전 여름도 더웠고, 100년 전 여름도 더웠다. 앞으로의 여름도 더울 것이다. 덥다 보니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피서를 즐긴다.
이 시는 조선 후기의 문인인 정래교가 수운정이라는 곳에 피서를 가며 지은 시다. 그는 중인 출신이라 높은 벼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통신사의 역관이 되어 일본에 갔을 때에 시를 지어 크게 이름을 날렸다. 사대부들 사이에서도 명망이 높아 많은 고관의 자제들이 그에게 시를 배우기도 하였다. 노론 벽파를 대표하던 인물인 김종수, 정조의 외할아버지로서 영의정을 역임한 홍봉한 등이 그에게 시를 배웠다고 한다.
이 시는 특별한 기교나 묘사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한여름의 무더위와 산중의 시원함을 잘 전달하고 있다. 제1구의 ‘중천에 걸린 붉은 태양’은 생각만 해도 더워지게 만든다. 새의 울음도 사라지게 할 정도로 뜨거운, 한낮의 붉은 태양을 통해 강렬한 더위를 표출해 내어 시를 감상하는 이의 마음까지 덥게 만들고 있다. 얼른 고개를 돌려야 할 구절이다. 제2구에서는 이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피해 산길로 향하는 시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자리를 옮겨야 하겠지만, 무더위 속에 빨라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대한 느릿느릿 길을 가지만 아직도 덥다. 걷다 보니 어느덧 깊은 산중에 들어서 있다. 무언가 느낌이 다르다. 숲속에선 솔 내음 가득 실은 솔바람이 불어오고 길 옆 계곡에선 물소리라 들려온다. 제3구에서 장면이 전환되면서 제4구에서는 시원한 솔바람과 물소리를 선사한다.
콘크리트 도시 속에서는 한여름으 붉은 태양 아래가 아니라 해도 한가로이 지저귀는 새소리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더구나 솔바람과 물소리는 연상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더운 어름만이 아니라 사시사철 답답함과 긴장감이 세상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는 것 같다. 천천히 길을 걷는 사람을 목격하기가 쉽지 않다. 나부터도 어느새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발걸음을 멈추면 뒷사람과 부딪치게 되고, 또 부딪치고, 또 부딪쳐 도시의 모든 기능이 마비될 것만 같다. 컨베이어 벨트 같은 이 흐름에서 내려와야 할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휴식과 힐링을 강조하고 있다. 애초 힐링이 필요한 사회를 만들지 않았다면 그렇게 힘주어 말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더위와 답답함을 느끼는 도시인들에게 산중 계곡으로의 피서를 권해 본다. 시인이 느꼈던 반가움이 무엇인지 몸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감상평을 하셨습니다.
*정래교[鄭來僑, 1681년~1759년 2월 28일, 자(字)는 윤경(潤卿), 호(號)는 완암(浣巖).]-조선(朝鮮) 후기(後期)의 위항시인(조선 후기 중인 이하 하급계층을 위항인委巷人이라 지칭하고 시인을 위항시인 또는 여항시인이라 하고, 그 문학을 위항문학이라 지칭, 대표 인물로는 임준원(林俊元), 정내교(鄭來僑), 이언진(李彦眞) 등이 있다.), 문장가(文章家). 中人(중인) 출신(出身)으로 홍세태(洪世泰)에게서 사사받았다. 아우 정민교(鄭敏僑)와 함께 천기론(天機論)을 내세워 평민 문학(文學)이 사대부(士大夫) 문학(文學)보다 순수하고 참되다는 주장(主張)을 내세웠으며, 당대의 유명(有名)한 문사들과 널리 교유(交遊)했던 뛰어난 여항시인(閭巷詩人)이었다. ≪청구영언(靑丘永言)≫의 서문을 쓰기도 했으며, 시조 3편과 문집(文集) ≪완암집(浣巖集)≫이 전한다.
*翛(유연) : 날개 찢어질 소, 빠를 유, 빨리 나는 모양 숙, 1.(날개 찢어질 소), 2.날개가 찢어지다 3.날개가 찢어진 모양, 𦐻(동자)
*澗水(간수) :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