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형차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한 현대차. 그 시작이 된 차가 스텔라다. 현대차는 첫 독자 모델인 포니의 성공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의 정상에 오른 뒤, 두 번째 고유 모델로 중형차 개발을 시작한다. 당시 대우 로얄이 점령한 중형차 시장에 도전하기 위함이었다.
1983년 6월, 5년여의 기간 동안 약 270억을 투입해 개발한 현대의 두 번째 독자 모델이 탄생한다. 이름은 라틴어로 ‘으뜸가는 별’을 뜻하는 ‘스텔라’로 지어졌다. 스텔라는 현대가 조립 생산한 포드의 코티나 마크 V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몸집을 더 키웠고, 외관은 포니를 디자인했던 세계적 디자이너 조르제토 쥬지아로가 다시 한 번 맡았다.
스텔라는 첫 출시 당시 1.4리터 및 1.6리터 엔진에 4단 수동변속기를 조합했으며 후륜구동 방식이었다. 주력으로 판매된 1.4모델의 엔진은 포니2에 쓰인 것으로 최고출력 92마력을, 1.6 모델의 엔진은 코티나 마크 V와 동일한 것으로 최고출력 100마력을 발휘했다. 가격은 각각 530만6천원, 641만1천원. 일반에는 세단 모델만 판매되었지만 관공서 및 경찰 차량으로 쓰인 왜건 타입도 있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경제성장을 거듭하던 시대적 상황에 따라 소비자들은 더 큰 차를 찾기 시작했고, 스텔라는 대우 로얄과 비슷한 크기에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아울러 승차감이 우수하다는 입소문도 한몫을 하며 판매 시작 3개월 만에 1만대를 넘는 성과를 거두었다. 폭발적 인기에 출고일이 잘 지켜지지 않아 뉴스에도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주력으로 판매된 1.4 모델은 동력성능이 부족해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더불어 전기배선 문제로 차량에 화재가 일어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며 판매에도 제동이 걸린다.
이에 현대차는 1985년 그동안 제기된 품질 문제를 개선하면서, 동시에 가격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엔진을 1.5리터로 통일하고 5단 수동변속기를 탑재한 신형 모델을 내놓는다. 더불어 라인업을 세분화하여 보다 다양한 고객층을 흡수하며 결국 중형차 시장을 접수한다.
한편, 1984년부터는 유럽을 시작으로 수출에도 나선다. 그 가운데 미국 안전기준에 맞춰 우레탄 범퍼를 장착하고, 고급 모켓 시트와 5단 수동변속기를 적용한 캐나다 수출 모델은 국내 시장에도 ‘스텔라 CXL’로 출시되었다. 당시 현대차는 스텔라 CXL 광고에 ‘수출 모델과 동일한 품질’을 강조하는데, 이는 소비자들에게 수출 모델의 품질이 보다 우수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된다.
아직까지 사그라질 줄 모르는 수출용 모델과 내수용 모델의 품질 비교 논란은 결국 현대차 스스로가 소비자들에게 심어 놓은 생각의 씨앗이 자라난 결과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당시 소비자들은 이에 호응했고,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985년 11월에는 스텔라 라인업의 최고급 모델인 스텔라 프리마를 기반으로 1.8리터, 2.0리터 엔진을 탑재하고 편의장비를 대폭 보강한 쏘나타가 처음 출시된다. 하지만 스텔라와 차별화되지 않은 외관 및 실내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에게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후 1988년 전륜구동 방식을 채택한 새로운 쏘나타가 출시되며 스텔라는 보다 낮은 그레이드의 모델로 밀려나고, 이후 1990년 엑셀과 쏘나타 사이에 첫 준중형 모델인 엘란트라까지 등장하며 스텔라의 존재감은 희미해졌다.
결국 일반용 스텔라는 1992년 단종, 택시용 모델은 5년 후인 97년 1월 단종 된다. 스텔라는 13년 7개월 동안이나 생산되며 당시 최장수 모델로 등극했지만, 이 타이틀 역시 현재까지 수명을 이어가고 있는 쏘나타에 자리를 넘겨주게 되었다. 스텔라의 총 생산대수는 43만8,317대다.
김동균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