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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번째.
'....삐..,..삐.. 삐 삐...'
숨이 가쁜 한 남자가 누워있다.
그는 아무런 의식이 없음이 분명한데도 힘들어보인다 왠지.
차가운 금속위에 누워있는 그를 뒤로하고
초록색 가운을 입은 중년남자가 나를 가린다.
나는 그를 조금더 보고싶은데..
".......... 힘들 것 같네요.. "
나는 멍하니 의사를 바라본다.
의사의 눈빛을 바라본다.
그는 아무 표정도 없다. 마치 이런일이 늘상 있는것처럼.
그는 금빛 안경테를 한번 손으로 슬쩍 올리곤
그가 집은 메스에 피가 흥건히 묻어나있음인지
내가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멍해서인지 기분이 나쁜듯했다.
"........ ..죽나요...?"
".. ............ .. 오늘은 병원에 있으세요. "
나는 확답을 바랬다.
그가 이대로
그냥 저기 누워있는 그대로 죽지 않기를 바랬다.
"... 그럼... 사는가요..?"
"......... 글쎄요. "
아무 표정도 짓지않고 내게 말하는 의사 였다.
왜 그때 눈물이 왈칵 떨어졌을까.
우는 모습을 누구한테도 보이기 싫었는데.
" 선우형씨 가족을 아시는가요 ? "
"... 아뇨.. "
".. 아. 좀 알아봐야될것같네요. "
"............ "
" 핸드폰에 윤희정양 번호밖에 없더라구요. "
".... "
" 다른 문자메시지라도 있을줄 알았는데.
그것 역시 예전 윤희정양과 나눴던 몇개의 문자가 전부더군요. "
..........
.............
...................
".............하.."
악몽이다.
아니다.
이걸 악몽이라고 말할순 없을것같다.
매일 반복되다 싶이 하는 거니깐.
아직 새벽 4시밖에 되지 않아 밖은 깜깜하다.
".......... 휴..."
아찔한 한숨.
그리고 소리없는 실소가 나온다.
그럴려고 그랬구나.
하필이면 9월 7일이다.
죽었다.
우형이는,
이 날.
" .. 알고있어 우형아. ...
2년째인거. 알 고있어...... "
혼잣말이 두서없이 나온다.
나는 마치 며칠째 반복되어져 온
그 날에 대한 이 울지못해 항상 먹먹한 가슴으로 깨는 이 꿈들이.
오늘을 위한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미안해져.
-
그후로 한참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던것같다.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아직도 생생하게 들리는
니 심장 박동소리가 전해지던 기계소리.
그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와서.
한참이고 앉아있었던것같다.
\
" 꺄악!! 희정아! 오늘 나랑 B&B 가자! 헤헤 "
".. 응? B&B?? 야 나 주머니 털어봐 거덜났어 _-; "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복도가 무너져라 달려오는 내 친구 방진경양.
요새도 밤새서 미친듯이 테트리스를 해대는 터라
요 며칠새 1교시부터 4교시까지 푹 숙면을 취해주는 아이인데
다시 점심시간이면 체력을 회복한대나
" 나! B&B 무료 스테이크 쿠폰 생겼거든! 그것도 2인용! >_<"
".. 허그덩.. 야 B&B 완전 비싼데? 어떻게 ...? 너따위가... "
".. -_-; 아 갈꺼야 말꺼야.? "
손에 금빛으로 치장해놓은 식사쿠폰을 들고서
씩 웃어보이는 방양.
하, 하필이면 오늘 우형이 만나러 가야하는 날인데 _-; 제...길...
" 방양... 나도 진짜 .. 정말정말 가고싶은데 _-;
오늘은 안되로소이나이다....(뭐라는거지) "
" 엥?! 왜! ㅠ_ㅠ 너 다이어트해? 춘추복 안잠긴다고?!!! "
아주 교내신문에 광고를 하지 그러니.. _-
" 아.. 아니 언제또 안잠겨졌다고 그래... _-
잠겨져... 그냥 단추에게 조금의 자유 시간을 줄뿐...
이 오늘 어디 가봐야 될것 같아서 "
" 야 너 바쁜척 지금 적응안될라고 그래 꺄하..
그래 혼자갈거야 윤희정 너 후회할꺼야_- 맛동산이나 가자 담번에 "
손으로 비는 시늉을 하는 나를 무던히 바라보던 방양은
기도 안찬다는 눈빛으로 B&B 무료 식사권을 팔랑팔랑 흔든다.
자고있을때 생리도벽증이라는 핑계로 춘추복에 쑤셔넣고 싶다 _-;
그 후로 방양과 저번주에 소개팅한
눈이 불쌍하게 생겨 별명이 동태라는,...
동태군에 관한 두서없는 이야기를 몇마디 나누곤
또 매점에서 간단히.. 아니고 아주 거하게 떼웠다.
오늘 날씨 참 좋다.
자리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보다가.
오늘이 벌써 2년째인걸 새삼스럽게 생각한다.
어떻게 잊을까 -
' 우리는 2년을 사귀었다. '
나를 자기보다 더 아끼는 사람이었다.
몇번인가 그 아이가
내게 했던말이 생각난다.
' 오늘 죽었다 라고 하더라. 담임 친구.'
' 아무렇지도 않냐? 고등학교 가더니 더 무뚝뚝해졌어. 슬퍼해야지. -_-'
'. 슬퍼 해야하는건가. '
' 당연하지 . 내가 죽으면 안슬퍼할거야? '
그리곤 이내 내쪽으로 돌아서 씩 웃어보이는 녀석.
' 응. '
' ..? '
' 너 죽은거 아냐. 날아간거지. '
' .. '
' 어딘가 니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한테 날아간거야.
그럼 그건 슬퍼할게 아니잖아. 같이 있는거잖아. 어차피. '
우형아. 그렇게 환하게 웃으며 했던
니가 내게 했던말처럼.
넌 나랑 지금 같이 있는걸까?
난 아직 너랑 보내고 싶은 시간이 참 많았는데.
같이 영화도 보고, 노래방도 가고,
너 좋아하는 짤짤이 하는 아저씨한테 놀러도 가고..
그렇게 길게.
그렇게 영영 긴 여행을 갈거였으면.
조금만 더 빨리 말해주지 그랬어.
하늘이 맑다.
너무 푸르러서 오랫동안 볼 수 없을정도다.
\
방양은 끝끝내 같이 가길 거부하는 내가 약간 얄미운 눈치였지만
허리까지 오는 머리카락을 폴랑폴랑 흔들며 방양은 시내쪽으로 떠났다.
그리고 나는, 그 식사권 내일까지 놔두면 썩냐고 그랬거늘
저ㄴㅕ... 아니 저 방양은 가운데 손가락을 내 면 중간에 날리며 유유히 사라졌다.
수원시내에서 몇 시간 달리지 않아 도착한 바닷가.
여기만 오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바닷가의 외진곳에 우리의 추억이 아직 남아있다.
그래서 매번 생각이 날때마다
이곳을 찾았다.
무엇보다 이곳에 마지막으로 니가 뿌려졌었다.
흩날리듯.
또, 날아가듯.
\
저벅 저벅 조약돌위를 걸으면서 바다 맞은편 바위옆으로 향한다.
지겹거나 싫거나 마냥 짜증이 날때
둘이 이 바닷가앞에 앉아서 몇시간이고 가사없는 음악을 들으며 있었다.
"... .......... ....."
누굴까.
그 자리에 누군가 앉아있다.
좀 외진곳이고 바위 뒷쪽편이라
잘 찾지 않는곳인데
바로 거기.
내가 항상 앉았던 바로 옆자리.
우형이 자리에 누군가가 서있다.
나는 낯선 사람이라는 생각보다.
그냥 그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에 화가난다.
"....... 저기요."
".. ........."
내 쪽으로 돌아보는 낯선사람.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려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 거기 자리있어요. "
한참동안 멍하니
서로 바라보고 서있었다.
"........그럼.. 같이있으면 되겠네. "
나는 그냥 그말에 뻥져버려서 그 사람을 바라본다.
자세히 보니 나랑 동갑이거나 아니면 그보다 많거나 둘중 하나인듯
앳된 얼굴을 하고 있다.
그저 픽 웃음이 난다.
왜이럴까.
기쁨의 감정은 분명히 아닐테고 다소 허탈하다.
" 나도 여기 자리있어. "
".... ? "
" 내 여자친구. "
그냥 의미모를 웃음이 나니까 얼굴을 가리려 고개를 돌렸는데
그 낯선 사람은 자리에 털썩 주저 앉으면서 귀찮다는듯 대꾸한다.
그럼으로써 하나 확실해진건.
그 사람이 주저않을 때 벌어진 까만 코트 사이로 보이는 교복 마이.
같은 고등학생이란거.
굳이 높임말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하나.
" 같이 오지 왜 혼자와 그럼. "
" .. 너는 "
너무 당연한 물음에 나도 놀랐다.
나만 아닌것 처럼 행동하다가 들킨것같이
" .. 흠.. 아! .. 여기는 사람들 거의 모르는 데인데
니가 있어서 좀 놀랬어 (얼른 가라는 소리임 _-;) "
".. 어.. "
눈치없는 자식 _-
머리가 엄청시리게나 검구나..
피부는 엄청시리게나 햐얗고.
"........ "
" ......... "
그리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이 고요와 적막감
우형이가 마지막에 가쁘게 숨을 쉴때도 혼자 노래를 불렀다.
' 하나면 하나지 둘은 아니야. 둘이면 둘이지 셋은 아니야.. '
그래서 불쑥 튀어나온 물음.
" 몇살이야? "
무안하게,
빤히 쳐다보는 이 아이.
공부라는 핑계로 관계 라는 것에 그저 별 생각없이 살다보니
사교성은 요새 말짱 꽝이다.
방양이 없었으면 어떡했나 싶을 정도로.
".......아.._-; 싫으면 굳이 안말해줘도.."
"... 동 갑. "
"........ 고..3? "
".. 어. "
"..근데... ? _-; 너 내나이.. "
".. 합정고 초록색 괴물 "
허.
순간 무슨 이런 경우가 있나 싶을정도로
다시금 뻥진 얼굴로 그 아이를 들여다 보는 나 _-
그래 우리 학교가 아래위로 초록색 교복이긴 하지만
네놈이 괴물이라 할 자격은 없구나 이 햐얀 계란 흰자같은 새키.
".....그럼 이만 _-; 괴물은 딴데로 가것습니다요. "
".. 왜. "
".. 초록색 괴물이 너에게 같이 있기 싫다고 전하래 =_=.. "
"... .. 왜 같이있자 먼저 가는거 불공평하다. "
그저 말없이 돌아 서려는 나를 손으로 잡는 아이.
".......뭐..뭐야... "
잡은 손을 순식간에 뺐다.
이상하다 싶었으니까.
".. 나는 김우현. "
"........... "
" 소개를 안해서.. "
무안하다 느낄 세도 없이 반갑다라고 말해 버리곤 웃는다.
잘못봤나..
마지막에는 입가가 떨릴정도로 어색하게 지은 웃음을
애써 거둬버리며 픽 웃어버린다.
우형이랑 버릇이 닮았다.
그래도 1년째 되는날 우형이를 이 아이와 겹치게 생각한다는것만으로도
미안해져서 이내 지워버린다. 지워버리자.
"... 어.. 응.. 나는, 윤희정 "
"........ "
순간 말하는게 왜이렇게 안쓰러 보이나 싶어서.
그냥 쳐다봤다.
".. 말 안걸게. "
".... 어? 응..."
못이기는척 그냥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내심 그런 생각도 들었다.
다른 날도 아니고 .
오늘은 우형이 너. 생일이고 거기다 우리 사귄지 3년째인데
만약에 니가 온다면 다른데 못가고 여기 있을 나를 아니깐.
없어지면 나 못찾을까 싶어서..
그냥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차라리 잘된거다.
아무말도 없이 그저 바다만 봐주는것도 고마웠다.
물론 모르겠지.
우리끼리만 아는거니까..
그렇게 계속해서 바라봤다.
바다.
니가 제일 좋아하던 거.
답답하면 계속해서 오자고 보채던 때. 나는 그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물론 우리가 사는데에서 몇분걸리지 않으면 올 곳이지만
바다를 보면서 자란사람들한테
이 의미가 얼마나 가벼운건지 몰랐으니까.
별로.. 소중하다거나
그래서 다시 찾아야 한다거나 이러한 의미를 주지 않았다.
매번 늘 봐와서 몰랐던 거겠지.
그런것이였다. 우형이도.
바다 같은 사람.
늘 곁에 있어줄것 같아서 소중한걸 몰랐던 탓이다.
" ... 꽤 오래있었네. 나 그만 가봐야 겠다. "
".........니 남자친구 찾았냐 "
"......? "
" 난 내 여자친구 찾았는데. 보면서. "
애매모호하게 돌려서 말해버려서
잘 이해가 안된다.
이것도 이 아이와 그 여자친구만의 일종의 암호인가 싶어서
갸우뚱해본다
"... 난 내 여자친구 찾은 기념으로 기분 좋은데
이거 너한테 맡긴다. "
".. 무슨말이야..? "
" 나중에 나 기분나빠지면 내가 맡긴거 돌려줘 "
끝까지 애매모호한 말들을 하곤 바위에서 일어나
코트에 손을 꼽고 해변쪽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아이.
분명 처음봤는데 어딘가 낯설지가 않다.
항상 생각한다는게 얼마나 고된 건지 다른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하나하나 우형이를 생각해내야한다
언젠가 희미해질때를 대비해서.
아직 2년밖에 안됐지만
그래서 인지.
계속해서 생각해오던 우형이와 비슷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어딘가. 처음보는 이아이와 .
몇년을 두고 봤던 우형이와.
그냥 이런 생각자체도 미안한 거겠지만.
\
-합정고
" 야아 나 저번에 소개 받은 남자애 마지막엔 어땠는줄 알어 ?"
" 안궁금하다고 그러면 때릴거지 ^-^ "
" .. 어 -_- 들어!
아, 글쎄 파르페 먹는데 생크림을 빨대로 휘휘 젓는거 있지! "
" 그럼 빨대로 먹지 뭐로 먹어? .. "
" 아... 그런가? 아니, 왜 하나하나가 싫지!!?? "
".... =_= 근데 너 만나기루 했다며? "
".. 당근이지ㅡ..ㅡ 나 문화생활 즐겨야 하잖아."
그 후로 3주 정도 지났다.
2주년은 그렇게 넘어갔고.
다시 담담해진 내 생활.
방양은 며칠전 소개 받은 동태군 때문에 미칠 지경이다.
그 덕분에 나까지 북어대가리인지 동태대가리인지 하루종일 _-;
이노무 소개팅을 아작을 내버려야하지. 휴
등교시간부터 시간해서
이렇게 하굣길까지 온통 동태 이야기 뿐이니..
" 니가 부른 대재앙인데 어떡하냐 방양아 ..-0-... "
".... 디제스터여..? 이거..? ㅠ_ㅠ "
"... 응.. 그런거 같다.. "
다시금 동태 생각에 한숨만 푹푹쉬는 진경이를 뒤로하고
나혼자 저벅저벅 걷는다.
차라리 이럴바에야 미친듯이 끊기지 않는 소개팅을
접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권해줬것만.
" 음... 하나면.. 하나지 둘은 아니야... 둘이면.. "
...........
...
혼자 꿍얼꿍얼 노래부르기.
우형이는 이런 모습을 보며 애들만도 못하다고 놀려댔었지.
......
또 생각이 퍼뜩났다.
다시 슬퍼지기 전에 얼른 지워버려야지.
"... 하나면 하나지 둘은 아니야... 둘이면.. 둘이지 "
.
".... 내 기분........ 어디가냐. "
...........
...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 라는 생각에
.....
"....... ... 어. 너.. ? "
흠칫 놀라서 돌아봤다.
"... 맡긴거 찾으러 왔다. "
살짝 웃음짓다,
그리곤 다시 무표정으로 쳐다보는 아이.
어느새 쌀쌀해진 파란 하늘 아래에
까만코트를 걸치고
손시리게 하얀 피부를 가진, 김우현이라는.
별로 낯설지도
어색하지도
그냥 어딘가 익숙했던 낯선사람
우형이에게 미안해져서 더 잊어버리자 했던 낯선사람.
".. 내 기분. 가자. "
까만 코트에 찔러넣었던 한쪽팔을 빼고는
뒤따라오는 진경이를 따돌릴만큼
빠른 걸음으로 걸어간다.
" 어..!어! 야! 윤희정...! "
뭐라고 말할틈도 주지않고
휘적휘적 걸어나가는데
이렇게 빨리 걸어본적은.
또 오랜만인것같네.
.
첫댓글 재밌어요
첫댓글이네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