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남을녀에게 '구제'나 '빈티지' 패션은 유행이 지나거나 누가 사용하던 것, 특히 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 이 단어는 정반대를 뜻한다. 일부 패션 피플은 더 세련돼 보이기 위해 낡고 지저분한 옷과 신발을 산다. 많은 돈도 쓴다. 구제를 콘셉트로 한 명품 브랜드의 힘이다.
최근 미국 청바지 브랜드가 진흙이 묻은 것 같은 제품을 출시해 이목을 끌었다. 진짜 더럽고, 정말 '더럽게' 비싼 이 패션 아이템은 여러 언론에 소개됐다. 일부 매체는 이탈리아 신발 브랜드 골든구스의 '거지 신발' 논란을 떠올리며 "가난함의 징표를 패션에 접목하는 게 과연 옳은가" 하는 비판을 내놨다.
미국 브랜드 PRPS는 현재 홈페이지와 미국 백화점 노드스트롬에서 '진흙 청바지·청재킷'을 판매 중이다. 아이가 놀이터에서 구르다 온 듯하다. 흙투성이 바지와 재킷의 가격은 425달러, 약 48만원이나 된다.
판매 사이트에는 아래와 같은 제품 상세 사진이 올라 있다.
앞, 뒤, 옆면 어느 곳 하나 빠지지 않고 골고루 흙이 묻었다. 제품을 확대한 사진을 보면, 진흙이 금방이라도 뚝뚝 떨어질 것만 같다.
청바지는 2가지 종류로 출시됐다.
청재킷은 진흙탕에 담갔다 뺀 듯 많은 부분이 진흙으로 얼룩졌다.
워싱턴타임스 인터넷판은 25일(현지시간) '흙이 묻었지만 정말 비싼 청바지'라고 보도했다. 포브스도 "흙이 묻은 걸 장점으로 내세운 바지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가난의 이미지를 패션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괜찮은가를 고민하는 언론과 네티즌도 적지 않았다. 육체노동을 하는 이를 조롱한다고 비판했다. 몇몇은 지난해 골든구스 '거지 신발' 논란을 언급하기도 했다.
골든구스는 국내에서도 '더러운 운동화'로 잘 알려졌다. 얼룩이 묻은 별무늬 스니커즈가 대표적 제품이다. 40만~70만원 선에 팔린다.
골든구스는 지난해 출시한 한정 제품 때문에 '빈곤 이미지를 고가에 판다'는 질타를 받았다. 당시 논란이 됐던 운동화는 골든구스의 원래 운동화보다 더 낡고 헤졌다. 너무 오래 신어 찢어진 부분을 테이프로 덧댄 것 같이 디자인됐다.
"빈곤을 조롱하는 패션" "가난한 사람을 모욕하는 제품"이라는 비판이 당시 소셜미디어에서 일었다.
이런 논란 이후에도 프랑스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는 올해 4월 마구 찢어진 하이탑(발목까지 올라오는 스타일) 운동화를 출시했다. 운동화 겉면을 칼로 마구 흠집 내 안감이 다 드러난 스타일이었다. 현재 노드스트롬에서 1425달러(약 161만원) 판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