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류시화)-산푸
이름 몰라도
모든 풀마다 꽃들
애틋하여라
*류시화(본명 안재찬, 1958년생) 시인은 충북 옥천 출신으로 해마다 인도 여행을 하고, 인도 명상가로 유명한 라즈니쉬의 주요 서적을 많이 번역하여 번역가, 명상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시인은 감성적이면서도 일상의 평범한 언어를 통해 신비한 세계를 빚어내고,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평범한 시어를 사용하면서도 낯익음 속에 감춰진 낯설음의 세계를 발견하여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인은 문인들과 언론으로부터는 “시라는 것이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닌 대중이 노력하여 다가가야 하는 장르”임에도 시인의 시는 “대중 심리에 부응하고 세속적 욕망에 맞춰 쓴 시는 시가 아니다”는 혹평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시인의 대표작으로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소금인형” “첫사랑” “안개 속에 숨다” “세월” “소금” “들풀” “물안개” “나무는” 등이 있고, 시인의 시와 함께 세계 각국의 유명한 시와 격언을 모은 시집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위 시는 시인의 작품 중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류시화의 하이쿠 읽기)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 본 것입니다.
*위 책은 앞 부분에서 하이쿠에 대하여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라 일컬어지는 하이쿠는 5.7.5의 열일곱 자로 된 한 줄의 정형시이다’, 450년 전 일본에서 시작되었으나 오늘날에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애송되고 있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을 비롯해 현대의 많은 시인들이 자국의 언어로 하이쿠를 짓고 있다. 짧기 때문에 함축적이며, 그래서 독자가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말의 홍수 시대에 자발적으로 말의 절제를 추구하는 문학, 생략과 여백으로 다가가려는 시도, 단 한 줄로 사람의 마음에 감동과 탄성을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하이쿠의 세계를 류시화 시인의 감성과 깊이 있는 해설로 읽는다. 오랜 집필과 자료 조사를 통해 완성한 이 책은 바쇼, 부손, 잇사, 시키 등 대표적인 하이쿠 시인들을 비롯해 가장 널리 읽히고 문학적으로도 평가받는 작품들을 모두 담고 있다. 숨 한 번의 길이만큼의 시에 인생과 계절과 순간의 깨달음이 담겨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위 시 아래에는 이름 없는 풀과 꽃은 없다. 우리가 이름을 모를 뿐이다. 무명초는 이름 없는 풀이 아니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풀이라는 뜻이다. 이름과 상관없이 모든 존재들이 세상 속에서 자기만의 꽃을 피우고 있다. 부손의 문하생 요시와케 다이로도 같은 노래를 한다.
여름풀이여
꽃을 피운 것들의
애틋함이여
근대 하이쿠 시인 무라카미 기조의 하이쿠도 있다.
여름풀 위에 고치를 만들고 죽는 풀벌레
라는 주석이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