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삼각지'를 연상케 하는 재미있는 로타리도 있는 곡선도로를 따라 멈춰선 곳은 성당에서 꽤 먼 주차장.
워낙 독특한 지역이라 휴가철에는 모든 지역이 차량들로 붐빈다던데 지금은 텅 비어있다. 성당 바로 아랫쪽 길로 접어들어 도로주차장 부근 Photo Point에서 멋들어진 사진을 찍었다.
관광객들이 뜸하기에 좀 더 윗편에다 주차를 한 후 한가한 계단길을 따라 멋들어진 바위봉우리 위에 건축된 성당으로 아내와 함께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는데... 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주변경관과 장관을 이루는 거대한 붉은색 바위산이 큰바위얼굴이 되어 나를 압도한다.
인종과 종교를 초월하여 문을 열어놓는다는 이곳은 세계 각지에서 특별한 사람들이 기 수련과 명상 혹은 휴양을 위해 찾는다는데... 곳곳에 기독교 성물들이 은근히 자리잡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내 눈에는 검붉은 바이블을 든 후진적 인도인들 외에는 평범한 관광객들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입체구조물이나 예술조각품같기도 한 사다리꼴 모양의 간결한 현대적 구도로 된 성당 안을 살펴보았다.
미사를 보지 않는다는 독특한 구조의 성당 안에는 비록 형상화는 되었을지라도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상이며 기도와 예배에 필요한 가톨릭의 종교의식물들이 보인다.
제법 널다란 성당 앞마당에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높은 곳에 건축된 성당이라 녹음짙은 평화로운 세도나 시가가 한눈에 보인다.
집집마다 정원에다 온갖 화초며 정원수를 기른데다, 건물들이 대부분 가로수나 정원수보다 낮은 단층으로 되어 있어 온 시가가 숲으로 이뤄진 것처럼 세도나는 그야말로 절제된 자연친화적인 세계적인 휴양지이자 아름답고 신비한 전원도시였다.
드넓은 분지로 이뤄진 시 외곽 곳곳에 마치 보초를 선것처럼 볼텍스를 이루는 우뚝우뚝 솟아있는 붉은색의 기묘한 바위산과 바위봉우리들... 영혼을 울리는 듯한 장엄한 풍광에 나는 그만 넋을 잃고 멍하니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세계에서 자장이 가장 강하고 땅기운이 센 곳이라하여 시험삼아 자리를 깔고 가부좌를 하고 단전호흡을 했다.
땅(지구)과 하늘(우주)의 기(氣)를 내 몸 가운데 단전에 모아 양손으로 분배한 후 합장을 해 보았다.
무소식! 아무런 작용이나 감각이 없었다. 아니 원래 그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깊은 밤 중엔 기돗발이 서는 것 같으나, 날이 밝아 환상과 환각을 벗어나면 평범한 일상이듯... 신들린 춤사위를 벌인 도끼 위 영험무당도 망아적 접신에서 벗어나면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듯...
[볼텍스(Vortex)란 유체 속의 소용돌이를 일컫는 수학 용어. 뉴에이지 운동을 하고 있는 페이지 브라이언트(56·여)가 1980년 처음으로 세도나에 볼텍스가 있다고 주장한 이래, 많은 명상인들은 세도나에 볼텍스가 소용돌이치며 분출되는 지점이 4군데 있다고 믿는다. 볼텍스에서 분출되는 에너지장은 인체의 자연 치유력 및 영성을 높인다고 한다. 세도나에 있는 4개의 볼텍스는 벨록(Bell Rock), 성당 바위(Catheral Rock), 에어포트 메사(Airport Mesa), 보인튼 캐니언(Boynton Canyon)이다. -인터넷 발췌-]
Chapel of the Holy Cross.
직역하면 -성스로운 십자가 성당-. 로마 교황청 피닉스 교구에 속한다.
1956년에 유명한 건축가에 의해 환경친화적으로 건축, 이듬해 미국건축디자인 최고상을 수상, 2007년 주민투표로 애리조나주 7대경이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한다.
하지만...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짧은 미국의 역사를 꿰뚫고 있는 내 눈에는 이곳은 7대경이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환경친화적인 성스러운 건물이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추악한 흉물-로 보였다.
100여년전 일제는 동방의 등불로 일컽는 조선을 무력으로 점령한 후 영구지배를 목적으로 금수강산 곳곳에다 쇠말뚝을 박았다. 그것은 바로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지닌 한민족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의 혈맥을 끊기 위한 간교한 일제의 민족정기 말살정책의 일환.
그와 마찬가지로 남아메리카의 잉카국을 멸망시킨 야만적인 침략국 스페인은 잉카인들 머리에다 쇠못을 박듯 성스러운 잉카인들의 신전을 허물고 그 위에다 성스러운 성당을 지었다.
전술한대로 이곳 세도나는 이 땅의 주인인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그들의 조상과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성스러운 성지였다. 그 성지에다 쇠말뚝을 박듯 십자가못을 박는 건축행위는 아무리 예술적으로 뛰어나거나 건축학적으로 탁월하더라도 결국 짐승같은 야만행위 아니겠는가!
유명하다는 지식인인 그 건축가는 이곳 역사를 몰랐을까? 이 성당을 구상한 당시 그는 진정 인간으로서의 일말의 죄책감도 없었을까...?
성당에서 특별관리를 해선지 성당 주변 곳곳엔 유난히도 가시돋친 선인장들이 가득했다.
고운 꽃이 피어있는 그 선인장엔 속은 핏물이 든 열매가 맺혀 있었다. 내 눈엔 그것은 양키들에 의해 가족들을 모두 잃고 이 땅에서 쫒겨난 원주민들의 한 맺힌 피의 응어리로 느껴졌다.
총과 대포로 무장한 야만적인 백인들에 의해 선량한 원주민들이 학살당하고 그들의 성스러운 성지는 십자가못에 박혀있는 한맺힌 역사... 그 기막힌 원주민들의 한이 선인장이 되어 피멍든 꽃과 열매로 맺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듯... 문득 나는108배를 생각했다.
주차장 옆 평평한 바위에다 자리를 깔고 그 위에 합장하고 서서 멀리 솟아있는 거룩하고 신령한 볼텍스 지점을 바라보았다.
"동양에서 온 평범한 이방인이지만, 당신들의 불행한 과거와 현재를 생각하며 온마음으로 108배 드립니다."
갑자기 등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으나 나는 무시하고 내 할 일을 했다.
그렇게 18여배 했을까... 등 뒤에서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곳을 나가라는 여성 성당관리사.
"I See..."
동전의 양면처럼 세상의 이치란 밝음이 있으면 어둠 또한 있게 마련이다. 좋은 게 다 좋은 것만은 아니란 것이다.
배움이 부족하기에 이성적 판단력이 부족하고, 철학적 주관이 빈약하기에 사리분별력이 떨어져 비판정신이 없는 현재의 삶에 만족할 뿐인 너무나도 평범한 자들은 눈에 보이는대로 좋게만 보려한다.
그들의 눈으로 보는 이 성당은 그저 <유명 건축가에 의한 자연친화적인 성스러운 건물, 미국 건축디자인 최고상을 수상한 역작, 애리조나주 7대 경이>다. 그것은 마치 일제에 의해 날조된 우리의 민족사를 기정사실로 믿고 교과서로 만든 얼빠진 친일매국노들과 같고, 일제나 미제에 동족의 피를 바쳐 권력을 쥔 반민족적이고 비인간적인 파렴치한을 영웅으로 추앙하는 근본도 모르는 넋나간 자들과 다름 아니다.
바로 성당 뒤에 솟아있는 붉은바위들은 작열하는 햇볕에 탄 이곳 원주민의 조상인 큰바위얼굴 같다는 생각이 새삼 들자 어렸을 때 배웠던 어니스트의 큰바위얼굴이 떠올라 흠칫 놀랐다.
오래 전에 감명깊게 보았던 아메리카 원주민을 소재로 한 영화 '늑대와의 춤을'이 떠오르고, 더 오래전에 봤었던 장편 홈드라마 Roots(뿌리)가 생각난다.
'늑대와의 춤을'은 이 땅의 원래 주인인 아메리카 원주민들과의 화해를, Roots는 백인들의 노예신분이었던 흑인들과의 화해를 위해 제작된 영화라고 한다지만... 어떤 면에서는 탐욕의 덩어리인 인간을 짐승만도 못한 존재라고 여기는 나는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치 않는다.
한참 전에 정복자 스페인군에 의해 나라와 땅을 뺃기고 자신들의 모든 것과 이름과 영혼(종교)마저 잃고 멸망당한 남미의 원주민들에게 바티칸 교황이 인류를 향하여 참회한다면서 한 말은 고작 "참혹하고 슬픈 죄많은 역사에 대해 깊이 회개한다"는 말 뿐이었다.
가톨릭을 신앙하는 스페인이나 포르투갈군이 잉카족을 멸망시키고 노략질한 엄청난 피묻은 황금보화와 보물들이 성스러운 성물로 변신하여 바티칸 성전에 버젓히 진열되어 있음에도 말... 그 번드르르한 말로 끝내고 마는 짐승같은 동물이 바로 성스럽다는 종교의 탈을 쓴 인간 아닌가!
예수교에 '추수감사절'이란게 있다. 이것은 미국에만 있는데, 1620년 영국의 메이플라워호(號)를 타고 종교탄압을 피해 신대륙으로 건너온 청교도들이 원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농사를 지어 추수를 한 것을 기념하는 축제일이 바로 그것.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민속과 전래신앙을 사탄 혹은 우상숭배로 여긴 원리주의 청교도들이 나중에 원주민 학살의 선봉에 섰던 것은, 남미 원주민 학살의 절대적 선봉역이었던 야만적인 성경을 앞세운 스페인 신부들과 비슷한 예!
원주민들의 오랜 전설을 차용하여 문학소설이 된 어니스트의 큰바위얼굴 또한 그와 별 차이없는... 전세계를 개종시켜야 비로소 만족하는 야만인들의 절대미신. 바로 -사랑과 평화를 노래한다는 예수교-라고 하는 것은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래서 종교의 해악을 간파한 니체나 톨스토이 등 깨어있는 서양의 지성인들과 비범한 위인들은 날카롭게 지적했다.
★ 모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무신론자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 착한 사람이 악한 일을 하려면 종교가 필요하다. -스티븐 와인버그-
★ 예수교란 인류가 갈고 닦은 것 중에서 가장 타락한 시스템이다. -토마스 제퍼슨-
★ 평민들에겐 진리, 현자들에겐 거짓, 통치자들에겐 유익한 것이 종교다. -세네카-
★ 역사에서 가장 악하고 잔인한 범죄들은 성스러운 종교적 미명하에 이뤄졌다. -마하트마 간디-
★ 지식과 역사는 종교의 적이다. -나폴레옹-
★ 성경은 유치하고 원시적인 전설들의 집대성이다. 나는 자신의 창조물을 심판한다는 못난 신을 상상할 수 없다. -아인슈타인-
첫댓글 앗~~~!
태산님
반갑습니다
이렇게 오랜만에 등장 하시다니 하하하
얼굴 까먹는다니까요 ..
동안 잘 계셨는지요?
좋은일도 많이 하시고 여행도 고루 하시는 태산님..
잦은 소식 서원 합니다 _()_
방가방가~ 우람하신 사천왕님...^^
전 1957년11월20일생입니다.
향광 선배님은여? ^^
@太山 저는
1957년1월4일생 입니다 ㅎㅎㅎ
학교를 생일빠르다고 일찍 입학하여
저는 졸지에 영감 됐습니다 하하하
아홉살에 입학한 친구들은 회갑...저는 회갑이 싫어요~~~~ ㅎㅎㅎ
가능하시믄 후버댐도 강추입니다
LA- 킹맨- 세도나- 그랜드캐년- 허리케인- 라스베가스- 후버댐- 데스벨리- 모노호-요세미티- LA
작년 9월 달에 아내와 함께한 총 10일간의 자유로운 자동차 여행이었습니다.
아이스박스에는 음료와 음식을, 침낭과 텐트를 가져갔기에 도시 외엔 대부분 야영장에서 야영을...^^;;
샌프란시스코-금문교(도보)-태평양고속도로(NO.1)은 시간관계상 아쉽게도 일정에서 빠졌습니다.
비록 노가다같은 여행을 했지만, 죽기 전에 꼭 여행해야 할 곳 미국 서부! 확실하더군요.
다음엔 보다 차분히 느리고 느긋하게 3대캐년과 인디언의 성지 모뉴먼트밸리를 계획 중입니다. ^^
@太山 서부에서 동부 대륙횡단 항공여행하면 장관입니다
한편으론 겁(?)도 나고요
애덜이 본격 농사지으면 한국은?
아무튼 즐거운 시간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