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의 집에는 사람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다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제자들도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이 집의 다른 여러 방에도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할 수 있을 만한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다만 최후의 만찬실에 열 두 사도와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 마리아께서 모여 있고, 목소리가 들린다.
가구들을 달리 배치하여 방 한가운데와 벽 두 군데에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방이 넓어 보인다. 최후의 만찬에 쓰인 식탁을 셋째 벽에 밀어다 붙였고, 사도들과 벽들 사이에 최후의 만찬에 쓰인 와상(臥床)들과 예수께서 사도들의 발을 씻으실 때 쓰신 등없는 걸상을 놓았다. 그러나 그 와상들은 최후의 만찬때 모양으로 식탁과 직각이 되게 놓지 않고, 식탁과 평행이 되게 놓아서, 사도들이 와상을 전부 다 차지하지 않고서도 앉을 수 있게 하였다. 다만 한 와상만은 식탁과 수직이 되게 놓아서, 최후의 만찬 때에 에수께서 앉으셨던 자리인 식탁 가운데에 계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한 분이 와상 하나를 전부 쓰시게 하였다.
식탁에는 식탁보도 없고 식기도 없고, 찬장도 속이 비었고 벽에도 장식이 없다. 방 한가운데에 있는 큰 촛대에만 불꽃 하나만 있는 불이 켜져 있고, 이상한 큰 촛대의 꽃부림처럼 빙 둘러 있는 작은 등들은 꺼져 있다.
창들은 닫혀 있고 무거운 쇠빗장을 가로질러 놓았다. 그러나 햇살 하나가 작은 구멍으로 대담하게 새어 들어와 길고 가는 바늘처럼 방바닥에까지 내려와 환한 반점을 만들어 놓는다.
성모님은 당신 자리에 혼자 앉아 계시고, 그 옆자리에는 베드로와 요한이 앉아 있는데, 베드로는 오른쪽에, 요한은 왼쪽에 있다. 새 사도 마티아는 알패오의 야보고와 타대오 사이에 있다. 성모님 앞에는 짙은 빛깔의 넓고 낮은 나무궤가 하나 이는데 닫혀 있다.
성모님은 짙은 파란색 옷을 입고 계시다. 머리에는 흰 베일을 쓰고 계신데, 그것이 겉옷 한자락 위에 걸쳐 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맨 머리이다.
성모님은 큰 소리로 천천히 읽으신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불빛이 거기까지에는 별로 가지 않기 때문에, 펴 가지고 계신 두루마리에 씌어 있는 말들을 읽기보다는 외시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말없이 묵상을 하며 성모님의 읽으시는 것을 따라가다가 가끔 필요한 때에는 응답을 한다.
성모님은 황홀한 미소로 얼굴이 환하게 변하였다. 성모님이 무엇을 보시는지, 그분의 눈을 밝은 두별같이 반짝이게 하고, 마치 장미곷 불꽃이 그 위에 반사되는 것처럼 그분의 상아빛 뺨이 불그레해지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가 알겠는가? 성모님은 참으로 신비로운 장미이시다.
성모님이 아주 부드럽게 미소지으시고 읽으시는 동안, 사도들은 그분의 얼굴을 보기 위하여 몸을 비스듬히 하고 약간 숙인다. 성모님의 목소리는 천사의 노래와도 같다. 베드로는 얼마나 감격하였는지 굵은 눈물 두 줄기가 눈에서 흘러 내려 코 양쪽에 파진 주름으로 해서 반백이 된 더부룩한 수염속으로 내려가 사라진다. 그러나 요한은 성모님의 순결한 미소를 반사시키고, 두루마라를 읽으시는 성모님을 지켜보면서 그분과 같이 사랑이 타오르며, 성모님께 또 다른 두루마리를 드릴 때 그분을 쳐다보고 미소 짓는다.
독서가 끝났다. 성모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고, 펴졌다가 다시 감기는 양피지의 희미한 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성모님은 양손을 +자로 가슴에 포개 얹으시고 궤에 머리를 의지하시고 정신을 가다듬고 묵상기도를 하신다. 사도들도 따라 그렇게 한다…
갑자기 바람소리와 하프 소리 같기도 하고, 사람의 노래와 완전한 파이프 오르간의 소리같기도 한 매우 힘차고 듣기 좋은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아침의 정적 속에 울려 퍼진다. 그 우르릉거리는 소리는 점점 더 듣기 좋고 더 힘차게 가까이 들려와서, 그 진동으로 땅을 가득 채우고, 그 진동을 퍼뜨려 집과 벽과 가구에 미치게 한다. 그 때까지는 문이 닫힌 고요한 방안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던 큰 촛대의 불꽃이 마치 바람에 둘러싸인 것처럼 펄럭이고, 등잔의 작은 사슬들은 그것들을 둘러싸고 있는 초자연적인 음파로 진동하여 댕그랑 소리를 낸다.
사도들은 겁에 질려 머리를 든다.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에 주신 가장 아름다운 모든 음을 가진 힘차고 매우 아름다운 그 소리는 점점 가까이 오는데, 어떤 사람들은 도망칠 차비를 하면서 일어나고, 어떤 사람들은 손과 겉옷으로 머리를 가리고, 또 주님께 용서를 청하기 위하여 가슴을 치며 방바닥에 몸을 움츠린다. 도 어떤 사람들은 지극히 순결하신 분께 대하여 항상 가졌던 조심성을 그대로 가자지 못할 만큼 너무 겁에 질려 성모님 곁으로 바싹 달려든다. 요한만이 겁을 내지 않는다. 그것은 성모님의 얼굴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기쁨의 빛나는 평화를 보기 때문이다. 성모님은 당신만이 아시는 어떤 것을 보고 미소지으시며 고개를 쳐드신다. 그런 다음 팔을 벌리고 무릎을 꿇으신다. 이렇게 벌려진 겉옷의 자락이 파란 두 날개 같이, 성모님을 따라 무릎을 꿇은 베드로와 요한 위에 펼쳐진다. 그러나 내가 묘사하기 위하여 간직한 이 모든 것이 일분도 안되는 동안에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는 빛, 불, 성령께서 나타나신다. 성령께서는 마지막으로 듣기 좋은 소리를 내시며 문과 창을 움직이지 않으신 채 닫혀 있는 방 안으로 빛나고 활활타는 공의 형태로 들어오셔서, 이제는 베일이 없는 성모님의 머리 위 20센티미터쯤 되는 곳에 잠시 빙빙 도신다. 성모님의 머리에 베일이 없는 것은 성령의 불을 보시고 성령께 기도하시려는 듯이 양팔을 올리시고, 기쁜 환호성을 올리시고, 한없는 사랑의 미소를 지으시며 고개를 뒤로 젖히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령의 불 전체가, 사랑 전체가 당신 정배의 머리 위에 집중되셨던 순간이 지난 뒤에는, 지극히 거룩하신 구체(球體)가 듣기 좋고 대단히 빛나는 열세 개의 불꽃으로 나뉘어 각 사도의 이마에 살짝 와 닿으시는데, 그 빛은 이 세상의 어떤 비유로도 묘사할 수 가 없다.
그러나 성모님 위에 내려오는 불꽃은 그 이마 위에 멎어서 살짝 와 닿는 불꽃이 아니라, 그 순결한 머리를 왕관처럼 둘러사는 관과 같다. 그 왕관은 하느님의 딸이요, 어머니요, 정배이신 분, 변하지 않는 동정녀, 지극히 아름다우시고 영원히 사랑받으시는 영원한 딸, 아무 것도 어떤 일에서도 품위를 떨어뜨릴 수 없는 분, 고통으로 인하여 나이 들어 보였었으나 부활의 기쁨 속에 소생하시어, 아들과 더불어 살과 눈길과 생기의 아름다움과 생생함을 더하게 되신 분… 하늘에 올라가서 낙원의 꽃이 될 영광스러운 당신 육체의 아름다움을 벌써 미리 맛보시는 분의 머리에 씌워진 것이다.
성령께서는 당신의 불꽃을 사랑하시는 분의 머리둘레에서 빛나게 하신다. 성령께서는 성모님께 무슨 말씀을 하실 수 있을까? 비밀이다! 성모님의 복된 얼굴은 초자연적인 기쁨으로 환하게 변모하였고, 세라핌의 미소 같은 웃음을 웃는데, 그 동안 성령의 빛으로 비추어지기 때문에 금강석같이 보이는 복된 눈물이 복되신 성모님의 뺨을 타고 흘러 내린다.
불은 얼마동안 이렇게 머물러 있다. …그러다가 사라진다. …빛이 내려왔던 기념처럼 향기가 남아 있는데, 이 세상의 어떤 꽃도 낼 수 없는 향기이다. …천국의 향기이다…
사도들은 정신이 돌아왔다….
성모님은 넋을 잃은 채로 계시다. …성모님은 다만 팔을 가슴 위에 †자로 포개시고, 눈을 감고, 머리를 숙이신다. …성모님은 하느님과의 대화를 계속하시며… 모든 것에 무감각하시다….
아무도 감히 성모님을 방해하지 못한다.
요한은 성모님을 가리키며 말한다. “어머니는 제단이셔, 그래서 그 영광에 주님의 영광이 내려앉으신 거야….”
“맞아, 어머니의 기쁨을 방해하지 마세. 그러지 말고 가서 주님을 전해서 백성들에게 주님의 행적과 말씀을 알리도록 하세” 하고 베드로가 초자연적인 충동으로 말한다.
“가세! 가! 하느님의 성령께서 내 안에서 불타고 계시네” 하고 알패오의 야보고가 말한다.
“그리고 행동하라고 격려하시네. 우리 모두를!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러 가세.”
그들은 마치 바람이나 어떤 저항할 수 없는 힘에 떼밀리거나 끌어당겨지는 듯이 밖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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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우리 구원을 위하여 오랜 시간 수고하신
성경의 삽화인데 존경하는 마음으로 읽어야지
개신교 신자들은 왜 이런지 모르겠네...
이게 사람 머리로 구상해 나올 수 있는 내용인지?
@신인류건설 도대체 어느 교단이오?
계시진리의 합법적 해석자요 보존자는 가톨릭이고
개신교는 주후 1500년 지나 생겨난 1500년간
구원 공백교임을 알면 예수께서 세우신 ' 내교회 ' 인 가톨릭에다 하느님 법을 변개했다는 말은 못할 터...
교도권 사목권은 개신교에 없소이다.
그러니 삐뚜루 나가지...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