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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비밀의늪
2025년 시작한 지 3달도 채 안 되었는데 무슨 2025 올해의 책이냐
보통은 1년 막바지, 그러니까 매해 연말에 그 연도에 가장 좋았던 책을 선정합니다
교보도 그렇고 알라딘도 그렇고 예사도 그렇고... 보통 그렇게들 생각을 하는데
다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럼?
여러분이 계시는 그 시市
여러분이 다니는 그 시립(구립 등의 공공)도서관
그런 곳에서는 벌써 2025 올해의 책을 선정 중이거나
이미 2025 올해의 책을 선정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것도 다 그런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궁금하면 2025 (사는 곳) 올해의 책 검색해 보셔요)
제가 사는 동네는 보통 내년도 올해의 책을 전년도 연말부터 해당년도 상반기 초까지 정하는 편이거든요
ex) <2025 올해의 책 선정합니다~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2024.11.10까지 도서를 추천해 주세요!>
<2025.02.10 오늘 부로 2025 올해의 책이 선정되었습니다!! 짝짝짝>
대략 이런 식의 공지가 시 도서관에 올라옴
엥 근데 2025년 책이 2024년에 나오는 게 아닌데 2025 올해의 책을 벌써 정하면 어떡해;;;;
-> 2025년에 발행된 책을 올해의 책!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2025년 한 해 동안 공공도서관에서 시민에게 추천해 주는 책"으로 보는 거죠
그럼 찐으로 2025년에 발행된 책 중에서 올해의 책이 될 만 한 건 언제 선정하는데??
-> 그건... 내년에 하죠ㅋ 근데 이런 식으로 일찍 책 선정을 하지 않는 곳은 아마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연말'에 선정할 거예요
온라인 서점이나 이동진 유튜브 같은 데에서 선정하는 일반적인 방식처럼, 그 해에 가장 좋았던 책을 선정 도서로 정하는.
근데 그렇다면 일찍 서둘러서 그 해의 선정 도서를 미리 정하는 건 왜 그런 거야???
-> 도서관 근로 및 이용을 위해서..........................
몬소리야
-> 도서관 1년 프로그램을 짜야 해서 그래요............
이렇게 상반기에 일찍 그 해의 도서를 정하면 할 수 있는 일로는,
1) 선정된 책을 일단 겁나 많이 삽니다
선정과 동시에 도서관에서 얼마 안 되는 예산으로 책을 20-30권씩 주문해서 큰 도서관에는 10권씩, 작은 도서관에도 3권씩 꼭꼭 배치해 둡니다. 우리 시, 우리 구의 올해의 책이니까 시민들, 구민들이 꼭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추천 도서라 "책이 부족해서.. 예약이 꽉 차서 못 읽고 있어요..." 라는 불상사가 없도록 모든 동네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책을 아주 많이 비치해 둡니다
2) 작가를 초빙합니다
작가를 초빙하는 게 큰 이벤트로 꾸려지다 보니, 보통...외국도서를 선정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서 한국 도서 중에서 추천 받는 편이에요. 문학이나 비문학 부문 둘 다요. 왜냐면 이 프로그램을 짜야 하기 때문에... 외국에서 클레어 키건을 데려올 수도 없고... 스티븐 킹을 모셔올 수도 없고... 마거릿 애트우드 내한 정말 원하지만.... 도서관은 돈도 없고(?) 가뜩이나 한국어로 쓰여있는 책도 안 읽는 사람들 앉혀놓고 영어로 토킹하는 북토크? 모든 시민들이 참여하기에는 아무래도 불편한 부분이 있겠죠
아무튼 이게 빅 이벤트라면 정말 빅 이벤트라서 대부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도서의 작가님을 시에서 큰 공연장이나 무대 등을 마련해 초빙해서 시립 악단도 부르고 ㅋㅋ 사회 볼 만 한 유명 MC나 북튜버나 기자 등을 함께 초빙하는 그런 큰 프로그램을 짭니다 어? 여러분 우리 동네에 어? 노벨상 수상 한강 작가님이 오고? 어? 사회자로 어? 이금희 아나운서 초빙하고 어? (하지만 한강 작가님은... 아마 그 어느 곳에서도 부르기 어렵지 않을까...^^)
3) 책의 테마와 맞는 도서관 이벤트나 연계 프로그램을 기획합니다
예를 들면 SF소설로 정해졌다? 그러면 근처에 과학박물관이나 과학 관련 테마 건물이 있는 시는 그곳과 연계해서 뭔가 프로그램을 짜볼 수도 있을 거고, 기후 관련 비문학으로 정해졌다? 그러면 주변 학교/지자체에서 그해에는 기후위기나 기후과학 등을 주제로 삼은 백일장, 시, 산문 이런 글짓기 대회나 독서 대회를 열거나 기후위기 문제를 타파하기 위한 시민토론회 등등을 기획하거나 열 수 있을 거예요 음악 관련 소설이라면 시립 오케스트라나 시민들이 참여하는 음악회를 열 수도 있을 거고, 미술 관련이라면 시민들 직접 참여나 추첨을 통해서 인원 선발해서 도서관 예산으로 서울에 있는 미술관까지 원정을 다녀오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도 있을 거고... 하여튼 책이랑 연계해서 해볼 건 많음
4) 그외 시 도서관이 주최하는 동네 서점, 동네 책방, 동네 북카페 내에 마련되는 이벤트라든가, 그리고 도서관 내에 꾸려진 독서동아리, 시민들이 참여하는 독서모임 등등 책 제공 혜택이 있거나 도서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거나 별별 도서 이벤트가 많습니다 책 시장이 생기기도 하고...
아무튼 이런 식으로 메인 프로그램을 짜는 방식이기는 한데.. 이 이상 들어가는 건...... 사서 분들이 하실 것(?)
그리고 애초에 이 글은 사실 이렇게 길게 적으려고 쓴 글이 아님
2025 올해의 책 벌써 선정된 곳들 많이 있음
님들 자주 가는 도서관 홈페이지 검색해서 책 찾아보고 좋은 책이니까 읽으셈
머 이런 취지로 글을 써볼까 한 건데
투머치토커가 그렇지 머
길어진 김에 더 길게 글을 늘여보자면
소설만 선정하냐, 아니면 뭐 시집을 선정하는 곳도 있냐, 경제도서나 자기계발서나 그런 건 취급 안 하냐, 일반 도서 부문에서만 보냐 궁금하실 텐데 정해진 게 하나도 없어요 내정이 없다 그 말씀
우리 시를 예로 들면
도서관: 슬슬 올해의 책 선정할 때 됐다 시민님들아 준비됨?
(대부분 아무도 모름)
도서관: ㅠㅠ 그럼 그렇지.. 책 추천 받습니다... 젭라 관심 좀.....
(몇 몇 시민들이 감명 깊게 읽은 책들 추천함)
도서관: 후보 도서는 한 이정도 모으면 됐겠지? 그럼 이번엔 선정단 구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도서관: ㅠㅜ 그럼 그렇지.. 그래도 선정단 구해 봐요.. 관심 있는 시민 분들 모여주셈
시민: 몇 명이나요?
도서관: 많으면 좋죠
시민: 4명 모였네요
도서관: ㅜㅜ 그럼 그렇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민: 책은요?
도서관: 시민 분들이 추천해준 도서는 이만큼 있고요 우리는 여기서 도서 부문을 나눠서 선정할 거예요
어린이/유아 도서 부문, 청소년 도서 부문, 일반 도서 부문
각 부문에서 적게는 2권 정도, 많게는 4권 정도 뽑을 거예요
아무래도 가장 큰 부문은 일반 도서 부문이긴 하겠죠
문학 비문학 상관 없고 시집도 되고 연작 소설 단편 소설 장편 소설 경제 도서 의학 도서 예술 도서 역사 도서 교양 도서 다 됩니다
시민: 근데 추천 받은 시집이 하나도 없고 교양서는 두 권 정도 예술쪽이나 의학쪽은 하나도 없네요
도서관: ㅠㅠ
시민: 제가 좋은 책 몇 권 더 아는데... 추가할까요?
도서관: 아니요 기간 내에 시민 분들께서 추천해 준 도서 안에서만 선정하는 것이 규칙입니다
그리고 이제 여기서부터 몇 안 되는 소수의 시민들끼리 치고받고 이책이 좋네 아니네 저책이 더 좋네 뒤지게 싸우기 시작함 (뻥)
보통 3라운드 정도 거쳐서 소거법으로 후보작들 다 떨어뜨리고 마침내 선정된 책이 그 해의 올해의 도서가 되는 것임
여기서 이제 도서관 사서들 쭉 앉혀놓고 시민들 쭉 앉혀놓고 선정하기도 하고 전문 심사위원 초빙해서 같이 책을 심사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나름의 선정 기준도 있음 (뭐 거의 비슷비슷하겠지만 각자 선정 규칙이나 방식에는 좀 차이가 있겠죠?)
아무튼 그런 치열한...(?) 회의를 거쳐 마.참.내. 선정된 도서이니만큼 각자 근처 도서관에 올해의 책이 선정되었는지, 아니면 선정 중인지, 확인하시고 많이 이용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가뜩이나 없는 도서관 예산.. 그마저도 시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삭감당하지 않으려면 있는 도서관 부지런히 잘 이용하고 책 마구 빌려다가 임보하고 다시 풀어주고 많이 해주셔야 한다
선정 도서만큼은 그 시에서 제발 시민님들 이 권 한 번만 잡솨봐 진짜 좋아 진짜 우리 개치열하게 싸워서 선정한 책이야 그래서 없어서 못읽는 사람 없도록 개많이 사뒀어요 많이 읽어주세요 제발 다 빌려 가라 다 빌려 가 하고 비는 것임
그동안 여러분 모르게 진행되고 있던 도서관의 개큰파티
이제는 꼭 알고 살도록 합시다
많 관 부
제발 많 관 부
첫댓글 성남시 올해의 책으로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가지 인생 밀고싶다....‼️‼️‼️‼️‼️
와진짜 쩌리오브쩌리야 정보고마워ㄱㅋㄱ우리지역도 찾아봐야겠다
와 글 정성 대박이다..잘봤어👍
오 우리지역도 찾아야겠다 고마워👍
오호 흥미가 생겨
와 안그래도 책 좀 읽고 싶었는데 한번 찾아봐야겠다!!!!
우와 나 도서관 자주가는데 이런거였구나
좋은 글 고마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올해의책을 다 읽어보겠스
글이 너무 재미있어요...,,,, 🥹 안되겠다 당장 도서관 달려가
울동네도 투표하던데 2024였는지 2025였는지는 기억이 안나네 ㅋㅌㅋㅋㅋ
울지역을 배경으로 한 책, 울지역 사람들이 많이 본 책 이런것들도 뽑더라고
작가와의 대화 이런 것도 하던데 직장인이라 가보진 못해서 좀 아쉽고
와우 전혀 몰랐네 책 많이 읽으려고 하는 편인데 도서관 안가고 이북으로만 빌렸더니.. 올해는 꼭 참여해볼게
독서모임에 공유해야겠다 고마웤ㅋㅋ
우와 고마워 검색해봐야지
글 완전 흥미돋...!!! 저렇게 진행되는줄 전혀 몰랐어ㅋㅋ
오 잼게따
완전유익한정보고마워♡♡♡
아하 이런거구나 고마워 !!
먼가 되게 유용해서 콧멍에도 작성해놔도 좋을듯!?? 정보공유 차원으로다가!!
@고슴도치의 최종합격 좋아 그렇담 여시의 말에 힘입어 콧멍 진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와 정성글 너무 고마워
와 여시야 추천책 검색하고왔는데!!! 너무 좋은글이다 고마워🫶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우리지역 도서관은 올해의책 없네.. 아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