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육류, 실리콘밸리 강타]
빌 게이츠, ‘식탁 위 가짜’에 반하다
기존 육류 산업, 환경오염으로 곧 한계 임박
바이오기술 발전 식물성 고기 등 대거 개발
맛·향·질감 그대로… 소비자 입맛 사로잡아
온실가스 배출·물 소비량 획기적으로 줄여
전 세계 투자자들 ‘푸드테크’에 잇따라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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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류(meat substitutes)를 중심으로 한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푸드테크란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서, 기존의 식품 관련 서비스업에 정보통신기술(ICT) 등의 첨단 기술을 접목해 새롭게 창출한 산업을 말한다.
대체육류는 크게 ‘식물성 고기’와 ‘배양육’이 있는데, 쉽게 말해 동물 도축이 아닌 다른 방법을 이용해 진짜 같은 가짜 고기를 만드는 것이다. 식물성 고기를 만드는 대표적인 푸드테크는 미국의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s)라는 업체다.
스탠퍼드대학의 패트릭 브라운 교수(생화학)가 2011년에 세운 이 회사는 뉴욕의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식물성 햄버거 패티로 만든 ‘임파서블버거’를 판매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와 리카싱 홍콩 청쿵그룹 회장 등으로부터 1억800만 달러의 투자금을 받아 현재 미국 전역에 1000개가 넘는 레스토랑에서 ‘임파서블버거’를 선보이고 있다.
과학자·공학자·요리사 등 연구개발 인력만 해도 100명을 넘게 보유한 이 회사에서는 고기의 맛과 향, 질감 등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알기 위해 고기를 분자 단위로 분석해 연구했다. 그 과정에서 고기의 단백질 성분인 ‘헴(heme)’이 바로 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후, 식물에서 헴 성분을 찾아냈다.
식물의 헴 성분에 밀가루 등을 첨가한 뒤 구워 고기의 바삭함을 구현했으며, 코코넛 오일로 고기의 기름기를 표현함으로써 고기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식물성 햄버거 패티를 개발한 것. 이 패티는 실제 소고기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 함량은 낮아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로부터 더욱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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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육류산업, 한계에 달할 전망
배양육은 소나 돼지, 닭 등의 가축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한 후 고기 색을 입힌 것이다. 2013년 네덜란드에서 관련 기술이 처음 개발됐는데, 지난해 3월에는 미국의 푸드테크 업체 ‘멤피스미트’가 세계 최초로 닭고기 배양육 개발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2015년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심장전문의인 우마 발렌티 교수 등이 창립한 멤피스미트는 배양육으로 만든 세계 최초의 미트볼을 선보여 창업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미국의 한 언론사에서 실시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배양육 미트볼을 맛본 대부분 사람들은 명백하고 강렬한 고기 맛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햄튼크릭이란 업체는 인공 달걀인 ‘비욘드에그’로 만든 식물성 마요네즈 ‘저스트 마요(Just Mayo)’가 히트를 치면서 유명해졌다. 이 회사는 이외에도 쿠키 반죽, 케이크 믹스, 드레싱 등 40개가 넘는 식물성 제품을 선보였다. 세계의 모든 식물단백질에 관한 정보가 담긴 오픈 소스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는 햄튼크릭은 올해 말까지 배양육 제품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푸드테크 스타트업에는 빌 게이츠뿐만 아니라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등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전 세계 유명 투자자들이 투자하고 있다. 특히 ‘임파서블푸드’는 구글이 3억 달러에 인수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을 정도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몰리는 까닭은 기존의 육류산업이 환경오염 등으로 한계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세계 인구가 약 100억 명에 달하고, 이에 따라 식량 소비가 1.7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 증가보다 식량 소비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육류 소비 증가다.
그때쯤이면 중산층이 급증해 더 많은 육류를 섭취하게 되는데, 특히 중국의 중산층 증가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육류 소비가 가장 많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데 가축들이 먹는 사료에 들어가는 곡물은 사람이 고기로 섭취할 때보다 최대 12배나 많이 소비된다.
시장 규모 연평균 6.8% 성장 예상
예를 들면 사람이 소고기 1㎏을 섭취하기 위해 소는 12~14㎏의 곡물을 소비해야 하며, 돼지는 6~7㎏, 닭은 2~3㎏을 소비한다. 현재 지구 전체 농경지의 약 절반에 달하는 면적에서 가축용 작물이 재배되고 있는데, 육류 소비가 증가하게 되면 그 면적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축산에 드는 물과 토지 사용량도 엄청나다. 국제비정부기구인 물발자국네트워크(WFN)에 따르면 소고기 1㎏을 먹기 위해선 1만5415L의 물이 필요하다. 전체 물 사용량의 70%가 농·축산업에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육류 생산에 대부분이 사용된다. 또한, 소고기는 다른 단백질원에 비해 28배나 많은 토지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대체육류는 그러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임파서블푸드’의 자료에 따르면 식물성 고기는 같은 양의 소를 사육할 때보다 95%의 토지를 덜 필요로 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87%, 물 소비량은 75%를 감소시킬 수 있다.
완전 채식주의자의 식습관이나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하는 ‘비건(Vegan)’의 증가도 대체육류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임파서블푸드’에서 판매하는 식물성 햄버거 패티의 경우 오히려 비건들로부터 외면받기도 한다. 고기 맛과 너무 동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푸드테크가 이끄는 대체육류 제품의 경우 비건이 아닌 논비건(non-vegan) 소비자들로부터 건강하고 윤리적이며 품질이 좋다는 인식하에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마켓&마켓’사는 지난 2월 발간한 글로벌 전망 보고서를 통해 대체육류 시장이 연평균 6.8%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해 46억3000만 달러로 예상되는 대체육류 시장 규모는 2023년이 되면 64억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성규 사이언스타임즈 객원기자
추억을 느끼게 하는 클래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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