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 강가로
개천절에서 추석을 보내면서 한글날로 이어진 일주일간 연휴를 마쳤다. 이레 가운데 추석과 그 이튿날은 집에 머물고 나머지는 야외로 현장 학습은 여전히 다녔다. 지인 경작지에 더부살이로 가꾸는 텃밭으로도 두 차례나 나가 배추와 무에 달라붙는 달팽이를 쫓느라 일거리로 삼았다. 그간 날씨가 흐려 비가 잦고 텃밭 주변에 풀이 무성해 녀석들이 서식하기 좋은 여건인 듯하다.
일주일 연휴에서 이틀은 집콕(?)으로 보내면서 다행히 도서관에서 빌려다 둔 책으로 숨통을 틀 수 있어 고맙게 받아들였다. 자연인은 어디로든 길을 나서야 동선 따라 풍광 사진과 함께 생활 속에 남기는 글감으로 삼는다. 추석 당일과 그다음 날은 집에만 머물렀는데도 남기는 일기로 쓸거리는 책을 읽은 독후감으로 대신하면서 사진은 표지나 관련 내용을 인터넷 이미지에서 따왔다.
추석 앞뒤로 구산 갯가 난포와 창녕함안보 강가로도 거닐었다. 어제는 진전 둔덕에서 여항산 미산령을 넘어 함안 파수로 나오면서 시월에 피는 야생화를 완상해 생활 속 글로 남겼다. 먼저 다녀왔던 난포 갯가에서는 봄에 피는 괭이밥이 가을에도 꽃을 피워 눈높이를 맞춰주고 글감으로 삼았다. 텃밭 달팽이를 물리치고 길을 나섰던 강가 트레킹에서는 가을빛은 강물 따라 흘렀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샌드위치 금요일이다. 일부 학교는 가을 방학으로 삼아 휴업하기도 한 날이지 싶다. 날이 밝아오기 전 여명에 자연학교 등교를 나서 명서동 주민센터에서 강가로 가는 31번 버스를 탔다. 그다음 정류소에서는 들녘 일꾼으로 상시 고용된 중국인 아낙이 타 가벼운 미소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용강고개를 넘어 주남저수지를 비켜 가술을 지나 북모산에서 내렸다.
중국인 부녀는 인근 농가 농장주가 차를 몰아와 대기해 비닐하우스로 가고 나는 모산리 강가로 향했다. 아침 해가 뜨는 강가 풍경을 폰 카메라에 순간 포착으로 담아 놓았다. 강둑에서 플라워랜드로 내려서니 작업장에 한 사내가 보여 인사를 나눴다. 4대강 정비사업으로 푸성귀 밭이던 둔치가 공원으로 바뀌면서 행정당국에서 새로운 일자리로 한시적으로 고용된 일꾼인 듯했다.
둔치 플라워랜드 바깥에 묵정밭을 되살리듯 개간해 놓은 구역이 보여 무엇을 심으려는지 여쭤봤다. 여름부터 몇 차례 지나면서 새로운 땅을 일궈 궁금했는데 양귀비 꽃씨를 심어 놓았다고 했다. 꽃양귀비는 두해살이로 가을에 싹이 터 겨울을 넘겨 내년 봄에 꽃을 피운다. 거기 일꾼들이 올여름은 해바라기에 이어 코스모스를 가꿨는데 연차적으로 새로운 꽃으로 꽃밭을 변모시켰다.
코스모스 꽃밭을 둘러 둔치로 낸 자전거길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다시 봤다. 햇살을 등지고 수산대교 방향으로 걸으면서 물억새와 갈대꽃의 열병을 받았다. 강둑으로 오르자 교각을 빠져나온 유장한 물길은 너울너울 삼랑진으로 향해 흘렀다. 며칠째 흐리다가 날이 개는 아침 강가 풍경은 신선하고 공기는 상쾌했다. 물억새꽃 너머로 강물이 흐르고 건너편은 수산 아파트가 보였다.
제1 수산교를 앞두고 신설 국도에서 들녘으로 들어 들길을 걸었다. 풋고추를 비롯해 특용작물을 가꾸는 단지를 지나자 벼들이 익은 황금 들판이 나왔다. 들녘 한복판에는 축구장보다 넓을 대형 비닐하우스에서 다다기 오이를 가꾸는 농장을 찾아 안면을 트고 지내는 주인장과 추석을 쇤 인사를 나눴다. 포장 선별에 제외된 오이를 수집해 지인을 불러 배송하고 가술 지기들과도 나눴다.
아침나절은 가술 삼봉공원에서 체육시설에서 몸을 단련하고 점심때가 지나 근무지로 가니 초등학교는 휴업이라 머물 명분이 없어 일찍 귀가했다. 추석을 쇠면서 공공도서관도 한글날까지 휴관이다가 업무를 보는 날이라 교육단지로 가 빌려 읽은 책을 반납했다. 신간 코너에서 눈길이 가는 책을 골라 뽑아 돌아서다 ‘제인 구달 창문 너머로’가 보여 한 권 더 일용 양식으로 챙겼다. 25.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