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해신.
그러니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연예인이자 모델은 그 이후 일주일에 두 세번 정도,
오늘로써 거의 한달 동안 꾸준히 우리 가게를 왔다.
그것도 매일 혼자,
난 내 멋대로 장해신이 이사를 했거나 소속사 건물이 이전을 했거나 둘중 하나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난 장해신을 여러번 보니 좋을 뿐이다.
“한두번도 아니고 거의 열번넘게 보는데도 그렇게 떨려?”
“응..미칠 것 같아..”
그러나 내 두근거림과 긴장은 멈추지 않았다.
따라서 난 아직도 말은 커녕 싸인도 못받은 상태이다.
“누가보면 헤어진 전 남친 아직 못있고 옆에서 빙빙 도는..”
“나도 한심한거 아니까 그만하지?”
“쯧.. 세상천지 아무
여자나 붙잡고 물어봐라. 바로옆에 좋아하는 연예인.. 알았어
그만하면 될거아니야. 눈 부라린거 풀어라?”
‘한마디만 더하면 가게고 뭐고 다 부셔버리겠다’
라는 내 표정을 읽은 주현언니는 서둘러 자기 파트로 돌아갔고,
난 2층.. 아니 이젠
‘장해신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장해신이 자주오면서 내가 늘은 것이 하나 있는데,
다름아닌 장해신한테 안들키고 장해신 몰래보기이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아”
장해신 안들리게 중얼중얼
“저런 얼굴 가진사람은 어떤 생각을할까? 자기전에 거울보면서”
중얼중얼
“진짜 더럽게 잘생겼네”
“고마워요”
중얼중…
“얼”
“….”
“헐?”
“좀 비켜줄래요? 이것
좀 버려야해서”
“…”
“저기..”
아
흠
아…
쪽팔린다.
쪽팔려미치겠다.
16살때 밤마다 몰래 쓴 일기를 아빠한테 들켰을 때보다 더 쪽팔린다.
“저기요..”
“…네? 아.. 아 죄송합니다.. 제가 진짜..
진짜 욕한건 아니예요..
사실 팬이거든요. 그래서
너무 잘생겨서 아 정말 죄송..”
“아니.. 이것 좀 버리게
비켜달라고 한건데..”
미치겠네.
“..죄송합니다!!!!”
장해신은 내가 바로 연예인이라는걸 입증하듯 표정관리를 아주 잘했다.
겉모습에 ‘뭐 이런 미친여자가 다 있지?’ 라는 말 대신, ‘괜찮아요. 방긋방긋’ 을 달고 있으니.
“제 팬이세요?”
“네? 네.. 네!! 완전 팬이예요!! 2년됐어요!! 진짜
너무 팬이예요!!!!”
“몇살이예요?”
장해신의 호구조사에
고소하려고 하는건지, 나한테 관심이 있는건지 두 생각을 떠올려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둘다 말도 안되고..
“20살이요!! 올해 20살 됐어요!!”
“맨날 알바하는거 같네요. 항상
있던데”
날 유심히 봤나?
하긴 안볼수가없지.
내가 아무리 몰래몰래 보는 기술을 터득했어도 티가 안날리가 없지..
부끄러움이 밀려옴과 함께
“네! 지금은 맨날 알바하고, 입학하면 주말만 하려고요!!”
왜 묻지도 않은걸 답하니..
괜히 들뜬마음과 함께
난 앞으로의 찬란한 대화를 기대했지만
장해신은 ‘아 그래요?’ 하는
표정을 짓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아래로 내려갔다.
뭐야 혼자 들떴네.
-
“장난하냐?”
“왜!! 어쨌든 ‘대화’ 라는 걸 했다니까?
내가!! 이 원승아가!! 장!해!신! 과 대화를 했다고!!!”
“네가 얼마나 옆에서 얼쩡얼쩡 댔으면 그 대세 모델님께서 말을 걸었겠냐.
그래서 그 소감은 어떤데?”
오늘의 중대 이벤트를 나 혼자 즐기고 넘어갈 수 없어, 퇴근시간에
맞춰 민아를 불렀고
역시나 민아는 심드렁한 얼굴로 이 엄청난 사건을 ‘진상 원승아의 쾌거’ 사건으로 바꿔버렸다.
근데, 소감이라.. 음..
“솔직히 꿈같다. 너도
알잖아 나 고2 때부터 장해신 좋아한거.
집안 형편이 형편인지라 팬미팅도 못가고 사진만 보고 좋아라 했는데 실제로 보는것도 모자라 대화까지 하니까 완전
소름돋는다니까?
이건 좀 부끄러운데.. 나 장해신이 나한테 관심있나 생각도 했어, 킥킥. 말도안돼”
“맞아. 그 말도안되는
상상 그만하고 일어나자. 니네 점장이 우리 엄청 째려본다.”
점장님을 바라보니 ‘저건 왜 퇴근하고 저기서 농땡이야’ 라는 눈빛으로 날 뚫을 듯 쳐다봤고,
거기에 쫓기듯 우린 나갈 수 밖에 없었다.
“나!! 다음에 장해신오면
꼭 싸인받을거야! 완전 팬이라고, 완전 너무너무 좋아한다고!”
“퍽이나”
꼭 받을거야.
진짜로!
-
“떴다!!!”
떴다!! 장해신 트위터!!
장해신은 펜카페도, 공식 사이트도 아무것도 없었다.
괜히 팬들에게 부담주고 싶지 않다라나.
“하여튼 속이 깊어요”
대신에 팬들과 소통을 위해서 트위터를 하는데,
자주하진 않지만 오늘처럼 가끔 올라오는 멘션들에 가슴이 두근두근하곤 한다.
“고마운데 고마움을 표현할 방법이 없네?”
평소엔 자신의 새로운 촬영소식이나 사진들로 꽉 차있던 장해신의 트위터였는데,
오늘은 좀 영양가 없네.
“뭐야 여자친구한테 하는말인가? 칫”
괜히 내 남자친구를 뺏긴듯한 느낌에 노트북을 덮었다.
“장해신 여자친구는 좋겠다! 저런
애정표현도 받고”
장해신은 한번도 여자친구가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팬들사이에선 ‘장해신처럼 생긴 남자가 솔로일리없다.’ 라는 약간은 억지스러운 이유로 장해신이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화 되었고,
물론 나도 그 입장엔 동의하는 바이다.
“승아야. 그만 불끄고
자라. 내일 또 일어나는데 밍기적 거리지 말고!!”
“응!! 잘게요~ 잘자요 아빠!”
아침에 날 깨우느라 진이 빠졌던 아빠에게 미안한 마음에 오늘은 일찍 잠들기로 했다.
“꿈에선 내가 장해신 여자친구해야지!”
약간은,
조금은 많이 유치한 바람과 함께
스무살, 스물 여덟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