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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어성인(謬於聖人)
글이나 문장, 말과 행동이 성인에게서 어긋났다는 뜻으로, 반고가 사기의 문장이 성인 즉 주나라 문왕과 공자의 뜻과 사상에 어긋난다고 하면서 비판한 것에 대하여 사기야말로 오랜 세월의 역사적 사건을 잘 정리하여 기록한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하는 글에서 나온 것이다.
謬 : 그릇될 류(言/11)
於 : 어조사 어(方/4)
聖 : 성인 성(耳/7)
人 : 사람 인(人/0)
謬(그릇될 류)는 그릇되다, 속이다, 기만하다 의 뜻을 지닌다. 於(어조사 어)는 '~에서'의 의미이며 聖人(성인)은 지덕이 가장 뛰어나 천하가 우러러 사표로 삼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 말에는 신성(神聖)까지 포함된다.
사마천의 사기집해(史記集解)를 쓴 송나라 사람 배인이 그 서문에 한서(漢書)를 편찬한 반고(班固)가 사기에 대하여 폄하한 말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반고가 ‘사기의 문장이 성인(聖人) 즉 주나라 문왕과 공자의 뜻과 사상에 어긋난다고 하면서 비판한 것에 대하여 ‘사기야말로 오랜 세월의 역사적 사건을 잘 정리하여 기록한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하는 글에서 나온 것이다. 반고는 모든 역사평가의 기준을 주 문왕과 공자에 비추어 해석하고 평가하려 했다. 그러나 사마천은 다양한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려 했다.
1. 지나친 배타성의 병폐
최근 또 덴마크와 스웨덴 등에서 기독교 신자들이 이슬람 경전인 꾸란을 소각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러한 행위를 신성 모독이라며 분노한 이슬람 국가인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7월20일(현지시각) 시위대가 스웨덴 대사관 벽을 올랐다. 다음날인 28일 분노한 이라크 시위대가 스웨덴 대사관을 습격하고 불을 질렀다. 이것은 외교적으로나 국가안보상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따라서 해당국 정부에서 이에 대한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자 그들은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반발했다.
덴마크의 민족주의 성향 정당인 인민당의 모르텐 메세르슈미트 대표는 외국 대사관 앞에서 꾸란 소각을 금지하자는 정부 제안에 대해 “충격적이다” “덴마크에선 꾸란이나 무슬림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에겐 표현의 자유가 있으며 이 자유는 우리가 찬성하지 않는 것에도 적용된다”고 했다. 덴마크에서 ‘언론 자유’ 운동을 주도하는 야코브 음창가마 변호사도 “덴마크 정부는 비참하게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덴마크 정부는 꾸란 소각 방지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덴마크의 페테르 후멜고르 법무장관은 “외국을 반복적으로 모욕하는 표현 방식을 계속 용인해야 할지의 문제다. 더 큰 문제를 만들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간 두 정부는 꾸란 소각 시위를 비판하면서도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시위 원천 차단은 보류해 왔다. 스웨덴은 1970년대에, 덴마크는 2017년 신성모독법을 폐지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전통을 지켜왔다. 하지만 이슬람 국가들이 꾸란 소각 시위에 강하게 반발하고 테러 및 보복 범죄 위험이 커지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상황이 위험하다. 스웨덴에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입국해선 안 된다” “국경 검문, 차량 수색 등을 강화하겠다” “공공집회 관련 허가 여부를 안보적 관점에서 살펴볼 것”이라며 꾸란 소각 시위를 사전 금지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렇게 덴마크, 스웨덴 정부가 자국 내에서 이슬람 경전인 꾸란 소각 시위가 잇따른 뒤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서자 ‘표현의 자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국가안보를 위해 꾸란 소각 행위를 법적으로 규제하려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이슬람 국가들의 압박에 표현의 자유를 포기하는 행위라며 거센 반발 여론이 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꾸란 소각 행위에 이슬람 국가와 이슬람교도들의 반발과 테러의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기독교 신자들의 꾸란 소각 행위는 나의 신성을 지키기 위한 타 신성을 모독하는 행위다. 겉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지만, 나의 존재, 나의 신앙의 신성함에 빠져 다른 종교의 신성함과 존재 자체를 말살하는 극단적 행위다. 이러한 행위는 결국 타 종교를 믿는 사람과 국가의 강력한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
꾸란을 소각하는 기독교도들의 생각의 저변에는 모든 신성 판단 기준은 성경이며 다른 종교의 경전은 배척하는 지나친 배타주의에 기반을 둔다. 그들의 사고의 저변에는 예수는 신성한 존재이며 마호메트는 불량한 존재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러한 종교적 신념에 의한 타 종교의 배척과 말살 행위는 오랜 역사를 지니며 수많은 갈등과 전쟁을 몰고 왔다.
인간이 특정의 사상과 종교에 빠져 함몰되면 다른 사상과 종교는 보이지 않는다. 부정하게 된다. 지나친 기독교 신자에게 타 종교는 하나님의 신성을 모독하는 마귀가 된다. 그리고 다른 영역은 모두 잘못된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지나친 배타성을 갖게 되며 그것을 경멸하고 배척하게 된다. 그러나 세상은 사람들의 얼굴과 모습이 각기 다르듯이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행동의 집합체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일인데 예나 지금이나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지나친 배타성은 사회적 갈등과 투쟁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극단적인 비판 행위와 관련된 고사가 있다. 바로 류어성인(謬於聖人)이다. 꾸란을 소각하는 극렬 기독교 신자들은 예수님이란 성인(聖人) 즉 신성(神聖)에 꾸란은 위배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극렬한 입장에 서면, 이슬람교도들에게 있어서 성경은 마호메트란 성인(聖人) 즉 신성(神聖)에 성격은 위배되었다고 하는 것과 같다. 중국에서 한나라 이후 유학을 국시로 한 이후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을 유학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행동하고 그에 반하는 모든 것을 배척하려는 경향이 짙어졌다. 특히 극렬한 유학적 교조주의자들은 그 배타성이 강했다. 그러나 공자는 평생토록 타 학문과 사상을 그토록 배척하라는 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공자의 가르침은 모든 사람과 물상의 존중이었다.
2. 류어성인(謬於聖人)의 유래
사마천의 사기집해(史記集解)를 쓴 송나라 사람 배인이 그 서문에 한서(漢書)를 편찬한 반고(班固)가 '사기'에 대하여 평가한 것을 수록하고 있다. 반고는 '사기'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섭렵한 바가 매우 넓고 경전(經傳: 성경현전(聖經賢傳)의 준말, 경서와 그 해설책)을 꿰뚫어서 고금(古今) 위아래 수천 년간을 말달리듯 부지런히 기록했다. 그러나 옳고 그름을 보는 방법이 자못 성인(聖人: 주공과 공자)의 사리에 맞지 않는다(亦其所涉獵者廣 傳馳騁古今上下數千年間 斯已勤矣 又 其是非頗 謬於聖人).”
반고가 사마천이 '사기'를 지을 때 경전과 백가(百家: 제자백가)를 꿰뚫어 상하 2,000년간의 역사를 채록하여 부지런히 찬록(撰錄: 부지런히 짓고 기록하다) 했다는 것이다. 이는 사마천의 노고를 높이 칭찬한 것이다. 그러나 사마천은 옳고 그름을 보는 방법과 기준이 성인(聖人)에 어긋났기에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성인은 주나라의 문왕인 주공과 공자를 지칭한 것이다.
공자는 그 정치 탐구의 근원을 주공의 선정을 중심으로 탐구하여 체계화하고 발전시켰으므로 주공과 공자의 가르침은 곧 유학(儒學)의 종주로서 덕(德)을 숭상한 것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사마천은 황제(皇帝)와 노자(老子)를 내세우고 세력과 이익을 숭상하였으니 그것은 ‘성인의 학(유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반고는 사마천이 류어성인(謬於聖人)한 것을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영역에서 들며 비판했다.
첫째는 대도(大道)를 논하면서 황로(黃老: 황제와 노자)를 먼저하고 육경(六經: 중국의 여섯 경서 즉 역경· 서경· 시경· 춘추· 예기· 주례)을 뒤로 했다(論大道則先黃老以後六經)는 것이다.
둘째는 유협(遊俠: 협객)을 서술하면서 처사(處士-벼슬을 하지 않고 초야(草野)에 묻혀 조용히 살던 선비)들을 물리치고 간웅(姦雄: 간사한 영웅)을 내세웠다(序遊俠則退處士以進姦雄)는 것이다.
셋째, 화식(貨殖: 재산을 늘리는 것)을 기술하면서 권세의 이익을 높였다(述貨殖則崇勢利)는 것이다.
넷째는 빈천(貧賤: 가난하고 천한 것)을 부끄럽게 했다(而羞貧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당나라 때 장수절은 그가 쓴 '사기정의(史記正義)'에서 “대도라는 것은 대개 받아서 스스로 꾸리는 것이니 도(道)라 일컬을 수 없다. 도는 천지(天地)보다 앞에 있고 먼저 생겨서 그 이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글자를 도(道)라고 말한 것이다. 황제와 노자는 이 도(道)를 높였다. 그래서 태사공(사마천)이 대도를 논하면서 모름지기 황제와 노자를 먼저하고 육경을 뒤로한 것이다”라고 반박하였다.
그리고 장수절은 '사기정의(史記正義)'에서 반고를 다음과 같이 비판하며 사마천을 옹호하였다. “태사공의 '사기'는 각각 육가(六家)의 종(宗)을 드러내는데 황로(黃老)의 도가(道家)를 종(宗으로 하고 육경(六經)의 유가(儒家)를 수(首)로 삼았다. 유협(遊俠)을 서술한 것은 처사(處士)들을 물리친 것이고, 화식(貨殖)을 서술한 것은 세력과 이익을 숭상한 것이다. 처사의 빈천(貧賤)은 원헌(原憲-노나라 출신으로 공자의 제자였음, 그도 매우 가난했다) 도 병(나쁜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고 하였다. 이처럼 장수절이 생각하기에 사마천의 사기 서술은 절대로 유가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장수절은 “무릇 역사를 저술하는 요체는 시대를 섭렵하는 것에 힘쓰고 나라의 법규 중에 좋고 나쁜 것을 갖추어 펼치는 것이다. 하늘과 사람과 땅의 이치를 모두 갖춰 통하게 하고 하늘이 부여한 재주(天縱之才)를 옮겨서 짓는데 막힘이 없어야 한다. 그러니 그것은 주공과 공자의 도와 다른 것이다. 그런데 반고가 그런 점을 꾸짖고 배인이 이를 서문에 인용한 것은 통인(通人: 학식에 많은 사람)의 폐단이다”고 하였다.
반고는 사마천의 사기가 류어성인(謬於聖人)하였기에 이치에서 어긋났다고 하였으나 역사의 서술은 그렇게 유가의 입장에 얽매여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장수절의 해명이다.
3. 존중하되 빠지지 않는다는 것의 중요성
류어성인(謬於聖人)이 지나치면 확증 편향에 빠진다. 기독교인들이 꾸란을 소각하는 행위 또한 류어성인(謬於聖人)에 의한 확증 편향에 빠진 사례다. 우리나라 현재의 정치 상황에서 ‘개딸’들이 특정 정치인의 관점과 지지의 입장에서 그것에 어긋나면 무조건 공격하는 행위 또한 류어성인(謬於聖人)이 지나쳐 확증 편향에 빠진 결과다. 어떤 목사가 광화문에서 태극기를 들고 집회를 하며 특정 세력을 규탄하는 행위 또한 하나님을 앞에 세운 류어성인(謬於聖人)이 지나쳐 확증 편향에 빠진 결과다. 미국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를 난입한 것도 트럼프란 개인의 정치적 지지에 빠져 저지른 결과다. 사람들이 류어성인(謬於聖人)이 지나쳐 확증 편향에 빠지면 사회는 갈등의 연속이며 투쟁과 분열을 초래한다.
조선시대의 수많은 당쟁 역시 류어성인(謬於聖人)에 빠져 공자와 주자를 정치적으로 악용한 사례들이다. 조선 중기 노론 일파를 중심으로 한 서인들은 주자학과 숭명의리(崇明義理)라는 명분에 빠져 다른 모든 것을 배척(특히 청나라를 오랑캐의 나라로 배척)하다가 병자호란을 불러들이고 나라를 초토화시켰다. 조선의 선비들은 유학(즉 주자학)적인 명분에만 빠져 있다가 나라의 발전과 학문의 다양성을 막았다. 한 인간도 특정의 사상과 학문 경향에 지나치게 빠지면 다양성을 잃고 인식의 오류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
세상 살면서 모든 사람은 나름의 관점과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지나치면 타인은 물론 다양성을 배척하고 유아독존이 된다. 그것은 인간관계와 사회적 갈등의 요인이 된다. 따라서 타인을 비판하는 데는 늘 신중하여야 하며 나의 그 비판 기준이 옳은가를 항상 살펴야 한다. 비판은 늘 갈등을 불러들이기에 성경에서도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의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마태복음 7장 1-2절)고 하였다. 꾸란을 소각한 사람들은 그들 나름의 잘못된 가치관과 극단적인 믿음으로 성경에도 어긋난 행위를 한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확고한 자기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것이 배타적이어서는 안 된다. 나의 정신과 사상, 믿음이 소중하면 타인의 정신과 사상, 믿음도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 속에 존중하고 존경하는 인물을 가지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것으로 다른 모든 것을 배척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흉기가 된다. 예수도 공자도 자기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따르는 사람들에게 배타적일 것을 가르치지 않았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것은 세상 사는 중요한 이치이자 지혜다.
그것은 공자가 경이원지(敬而遠之)라 하여 신을 공경은 하되 멀리한다는 말과 같이 공경하면서도 빠지지 않는 것과 같다. 예수도 공자도 편견에 빠지지 않았다. 절대로 남을 함부로 비판하지 말며 남을 업신여기지 말라고 하였다. 내가 존중받으려면 내가 먼저 타인을 존중하라고 하였다. 특정의 사상과 신념으로 남을 배척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기도 하다. 자기의 중심과 가치관을 확고히 가지되 류어성인(謬於聖人)을 들어 확증 편향에 빠지지는 말자.
▶️ 謬(그릇될 류/유)는 형성문자로 谬(그르칠 류/유)와 동자이다. '류'의 본음(本音)은 '무'이다. 뜻을 나타내는 말씀 언(言: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翏(료→류)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謬(그릇될 류/유)는
①그릇되다 ②어긋나다 ③속이다, 위장하다(僞裝--) ④깊이 생각하다 ⑤얽매이다 ⑥잘못, 과오(過誤) ⑦미친 소리 ⑧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유의어로는 訛(그릇될 와), 誤(그르칠 오) 등이다. 용례로는 그릇되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을 오류(誤謬), 이치에 맞지 않은 사례나 잘못된 사례를 유례(謬例), 틀린 생각 또는 잘못된 사상을 유상(謬想), 잘못 헤아리는 일 또는 잘못된 계획을 유계(謬計), 잘못된 견해를 유견(謬見), 부주의나 태만 따위에서 비롯된 잘못이나 허물을 유오(謬誤), 못된 버릇 또는 그릇된 습관을 유습(謬習), 사실과 다르게 전함을 유전(謬傳), 그르거나 잘못된 말 또는 학설을 유설(謬說), 틀린 논설을 유론(謬論), 오류가 없음을 무류(無謬), 착각을 하여 잘못함 또는 그런 잘못을 착류(錯謬), 사리에 어긋나 일을 그르침이나 도리에 벗어나 오류를 저지름을 패류(悖謬), 부주의나 태만 따위에서 비롯된 잘못이나 허물을 과류(過謬), 노魯와 어魚는 글자 모양이 비슷해 틀리기 쉽다는 뜻으로 글자를 잘못 쓰는 일을 이르는 말을 노어지류(魯魚之謬) 등에 쓰인다.
▶️ 於(어조사 어, 탄식할 오)는 ❶상형문자로 扵(어)의 본자(本字), 于(어)는 간자(簡字)이고, 烏(까마귀 오)의 옛 글자의 약자이다. 까마귀의 모양을 본떠, 음을 빌어 감탄사, 관계, 비교를 나타내는 어조사로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於자는 '~에'나 '~에서'와 같은 어조사로 쓰이는 글자이다. 於자는 方(모 방)자와 仒(구결자 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仒자는 한문 문장에 구두점을 찍는 용도로 쓰이는 글자로 아무 의미도 지니지 않았다. 게다가 於자는 方자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於자의 금문을 보면 烏(까마귀 오)자에 仒자가 결합하여 있었기 때문이다. 於자는 본래 까마귀가 내는 소리에 빗대어 '아아'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글자였다. 그러나 본래의 의미는 얼마 쓰이지 않은 채 지금은 다양한 '어조사'로만 쓰이고 있다. 烏자는 해서에서부터 方자로 바뀌었다. 그래서 於(어)는 (1)한문 투의 문장에서 장소를 표시하는 말이 얹히어에서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어조사(~에, ~에서) ②기대다, 의지하다 ③따르다 ④가다 ⑤있다, 존재하다 그리고 ⓐ탄식하다(오) ⓑ아아(감탄사)(오) ⓒ까마귀(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까마귀 오(烏)이다. 용례로는 이제야 또는 여기에 있어라는 어시호(於是乎), 마음속 또는 주로 ∼에 꼴로 쓰이는 어심(於心), 벌써나 어느새는 어언(於焉), 가운데가 되는 정도라는 어중(於中), 바둑판에서 배꼽점을 중심으로 한 부분을 어복(於腹), 거의 중간쯤 되는 데를 일컫는 말을 어중간(於中間), 부인이 예장할 때 머리에 얹는 다리로 만든 커다란 머리를 일컫는 말을 어유미(於由味),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뜻으로 같은 내용의 말이라도 말하기에 따라 사뭇 달라짐을 일컫는 말을 어이아이(於異阿異), 이렇게 하거나 저렇게 하거나 어쨌든을 일컫는 말을 어차어피(於此於彼), 어느 사이인지도 모르는 동안에를 일컫는 말을 어사지간(於斯之間), 썩 흡족함을 일컫는 말을 어량족의(於良足矣), 자기 분수에 만족함을 일컫는 말을 어분족의(於分足矣), 온갖 일을 일컫는 말을 어천만사(於千萬事), 그때를 한창으로 함을 이르는 말을 어사위성(於斯爲盛), 그것으로 만족함을 일컫는 말을 어사족의(於斯足矣), 알지 못하는 동안에 어느덧을 일컫는 말을 어언지간(於焉之間), 푸른 색이 쪽에서 나왔으나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나은 것을 비유하는 말을 청출어람(靑出於藍),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라는 뜻으로 약한 자가 강한 자들 사이에 끼여 괴로움을 받음을 이르는 말을 간어제초(間於齊楚), 가마솥 속에서 논다는 뜻으로 생명이 매우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이르는 말을 유어부중(游於釜中), 지극히 선한 경지에 이르러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람은 최고의 선에 도달하여 그 상태를 유지함을 이상으로 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지어지선(止於至善), 즐거움은 언제나 걱정하는데서 나온다는 말을 낙생어우(樂生於憂), 뭍에서 배를 민다는 뜻으로 고집으로 무리하게 밀고 나가려고 함을 이르는 말을 추주어륙(推舟於陸), 혀가 칼보다 날카롭다는 뜻으로 논봉의 날카로움을 이르는 말을 설망어검(舌芒於劍), 백성은 신의가 있을 때에 안정된다는 뜻으로 백성은 신의에 의해서만 잘 다스려진다는 말을 민보어신(民保於信), 먼저 곽외부터 시작하라는 뜻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이나 말한 사람부터 시작하라는 말을 선시어외(先始於隗), 스스로 목매어 도랑에 익사한다는 뜻으로 개죽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경어구독(經於溝瀆) 등에 쓰인다.
▶️ 聖(성인 성)은 ❶형성문자로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뜻을 나타내는 귀 이(耳; 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呈(정, 성)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呈(정, 성)은 가리켜 보다, 똑똑히 나타나다, 또 壬(정; 바로 나가다)이나 程(정; 근거)의 뜻과 통한다. 귀가 잘 들리다, 사리(事理)에 잘 통하고 있다, 뭐든지 다알고 있는 사람, 등으로 전하여 성인을 일컬는다. ❷회의문자로 聖자는 '성인'이나 '임금', '거룩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聖자는 耳(귀 이)자와 口(입 구)자, 壬(천간 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聖자는 본래 '총명한 사람'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聖자의 갑골문을 보면 큰 귀를 가진 사람 옆에 口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누군가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聖자는 타인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나 '총명한 사람'을 뜻했었다. 하지만 후에 뜻이 확대되면서 지금은 '성인'이나 '거룩하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聖(성)은 (1)종교적 사물이나 종교의 본질을 규정하는 독자적인 성질 또는 가치. 곧 초월적(超越的) 존재로서의 신(神), 또는 신성(神性)의 숭엄(崇嚴), 능력(能力) 및 접근(接近) 불능(不能)을 나타냄 (2)신성(神聖) (3)성인(聖人) (4)큰 공로자(功勞者)의 이름 위에 덧붙여 존경(尊敬)의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성인(聖人) ②임금, 천자(天子)의 존칭(尊稱) ③걸출(傑出)한 인물(人物) ④신선(神仙) ⑤슬기, 기술(技術) ⑥맑은 술 ⑦거룩하다, 신성하다(神聖--) ⑧성스럽다(聖---), 존엄하다(尊嚴--) ⑨뛰어나다 ⑩슬기롭다, 총명하다(聰明--) ⑪약다, 약삭빠르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성인의 지위 또는 거룩한 지역을 성역(聖域), 사리에 통달하고 덕과 지혜가 뛰어나 길이 길이 우러러 받들어지고 만인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성인(聖人), 성인과 현인을 성현(聖賢), 거룩한 임금을 성군(聖君), 성인이 쓴 고귀한 책 또는 성인의 언행을 기록한 책을 성전(聖典), 거룩한 사업 또는 임금의 업적을 성업(聖業), 거룩한 도시 또는 성스러운 도시를 성도(聖都), 훌륭한 아버지 또는 그 존칭 또는 삼위일체의 제1위로서 개신교에서는 하나님 카톨릭교에서는 천주를 이르는 말을 성부(聖父), 성인의 지은 서적 또는 교리를 기록한 경전을 성서(聖書), 임금의 크고 높은 은혜 또는 하나님의 성스러운 은혜를 성은(聖恩), 거룩한 땅으로 종교적인 유적이 있는 곳 또는 종교의 발상지를 성지(聖地), 신 앞에 피우는 신성한 불 또는 예수님이 재림함으로써 나타나는 불을 성화(聖火), 예수가 못 박힌 십자가를 성가(聖架), 거룩한 신도나 순교자를 이르는 말을 성자(聖子),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성의(聖意), 하나님에게 공물을 바치고 의식을 행하던 거룩한 곳을 성소(聖所), 거룩하고 깨끗함을 성결(聖潔), 뛰어난 임금이 다스리는 세상 또는 그 시대를 높이어 일컫는 말을 성세(聖世), 신과 같이 성스러운 일이나 거룩하고 존엄하여 더럽힐 수 없는 일을 신성(神聖), 역사상에 뛰어난 위대한 시인을 시성(詩聖), 가장 뛰어난 성인을 현성(玄聖), 뛰어나게 슬기로움 또는 그런 사람을 혜성(慧聖), 성인 다음가는 현인을 아성(亞聖), 세상에서 알아주지 않는 성인을 고성(孤聖), 걸출한 바둑의 명수를 기성(棋聖), 부처에게 공양했으나 아무런 공덕이 없다는 뜻으로 남을 위하여 노력만 하고 얻은 것이 없다는 말을 성공무덕(聖供無德), 지식과 인격이 함께 뛰어난 훌륭한 사람 또는 덕망이 있어 세상에 모범으로 우러름을 받는 인물을 일컫는 말을 성인군자(聖人君子), 성인은 인애를 모르는 불인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백성을 자연의 순리에 맡기는 성인의 대인大仁을 이르는 말을 성인불인(聖人不仁), 성덕이 있는 사람은 심신이 편안하여 번민이 없으므로 꿈을 꾸지 않는다는 말을 성인무몽(聖人無夢), 성인의 언행을 잘 생각하여 수양을 쌓으면 자연스럽게 성인이 됨을 이르는 말을 극념작성(克念作聖), 사람은 마음을 먹기에 따라 광인도 될 수 있고 성인도 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작광작성(作狂作聖), 안으로는 성인이고 밖으로는 임금의 덕을 갖춘 사람 곧 학식과 덕행을 겸비함을 이르는 말을 내성외왕(內聖外王), 범인과 성인의 구별은 있지만 본성은 일체 평등하다는 말을 범성불이(凡聖不二), 어질고 착한 임금이 다스리는 태평한 세상을 일컫는 말을 태평성대(太平聖代) 등에 쓰인다.
▶️ 人(사람 인)은 ❶상형문자로 亻(인)은 동자(同字)이다.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서 있는 것을 옆에서 본 모양을 본뜬 글자. 옛날에는 사람을 나타내는 글자를 여러 가지 모양으로 썼으나 뜻의 구별은 없었다. ❷상형문자로 人자는 '사람'이나 '인간'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人자는 한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이기도 하다. 상용한자에서 人자가 부수로 쓰인 글자만 해도 88자가 있을 정도로 고대 중국인들은 人자를 응용해 다양한 글자를 만들어냈다. 이전에는 人자가 두 사람이 등을 서로 맞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해석을 했었지만, 갑골문에 나온 人자를 보면 팔을 지긋이 내리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었다. 소전에서는 팔이 좀 더 늘어진 모습으로 바뀌게 되어 지금의 人자가 되었다. 이처럼 人자는 사람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주로 사람의 행동이나 신체의 모습, 성품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人(인)은 (1)사람 (2)어떤 명사(名詞) 아래 쓰이어, 그러한 사람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사람, 인간(人間) ②다른 사람, 타인(他人), 남 ③딴 사람 ④그 사람 ⑤남자(男子) ⑥어른, 성인(成人) ⑦백성(百姓) ⑧인격(人格) ⑨낯, 체면(體面), 명예(名譽) ⑩사람의 품성(稟性), 사람됨 ⑪몸, 건강(健康), 의식(意識) ⑫아랫사람, 부하(部下), 동류(同類)의 사람 ⑬어떤 특정한 일에 종사(從事)하는 사람 ⑭일손, 인재(人才)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진 사람 인(儿),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짐승 수(兽), 짐승 수(獣), 짐승 수(獸), 짐승 축(畜)이다. 용례로는 뛰어난 사람이나 인재를 인물(人物), 안부를 묻거나 공경의 뜻을 표하는 일을 인사(人事),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인권(人權), 한 나라 또는 일정 지역에 사는 사람의 총수를 인구(人口), 세상 사람의 좋은 평판을 인기(人氣),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여 이르는 말을 인류(人類), 사람의 힘이나 사람의 능력을 인력(人力), 이 세상에서의 인간 생활을 인생(人生), 학식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인재(人材), 사람의 수효를 인원(人員), 사람으로서의 됨됨이나 사람의 품격을 인격(人格), 사람에 관한 것을 인적(人的), 사람을 가리어 뽑음을 인선(人選), 사람의 힘이나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일을 인위(人爲), 사람의 몸을 인체(人體), 사람의 얼굴의 생김새를 인상(人相), 한 사람 한 사람이나 각자를 개인(個人), 나이가 많은 사람을 노인(老人), 남의 아내의 높임말을 부인(夫人), 결혼한 여자를 부인(婦人), 죽은 사람을 고인(故人), 한집안 사람을 가인(家人), 장사하는 사람을 상인(商人), 다른 사람을 타인(他人), 널리 세상 사람의 이야깃거리가 됨을 일컫는 말을 인구회자(人口膾炙), 인간 생활에 있어서 겪는 중대한 일을 이르는 말을 인륜대사(人倫大事), 사람은 죽고 집은 결딴남 아주 망해 버림을 이르는 말을 인망가폐(人亡家廢),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있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이나 오래 살고 못 살고 하는 것이 다 하늘에 달려 있어 사람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인명재천(人命在天), 사람의 산과 사람의 바다라는 뜻으로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모인 모양을 이르는 말을 인산인해(人山人海), 사람마다 마음이 다 다른 것은 얼굴 모양이 저마다 다른 것과 같음을 이르는 말을 인심여면(人心如面), 여러 사람 중에 뛰어나게 잘난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을 인중사자(人中獅子), 여러 사람 중에 가장 못난 사람을 이르는 말을 인중지말(人中之末), 사람의 죽음을 몹시 슬퍼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인금지탄(人琴之歎),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뜻으로 사람의 삶이 헛되지 아니하면 그 이름이 길이 남음을 이르는 말을 인사유명(人死留名), 사람은 곤궁하면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사람은 궁해지면 부모를 생각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인궁반본(人窮反本),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니라는 뜻으로 사람의 도리를 벗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인비인(人非人), 인생이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인생무상(人生無常), 사람의 근본은 부지런함에 있음을 이르는 말을 인생재근(人生在勤), 인생은 아침 이슬과 같이 짧고 덧없다는 말을 인생조로(人生朝露), 남의 신상에 관한 일을 들어 비난함을 이르는 말을 인신공격(人身攻擊), 아주 못된 사람의 씨알머리라는 뜻으로 태도나 행실이 사람답지 아니하고 막된 사람을 욕하는 말을 인종지말(人種之末), 남이 굶주리면 자기가 굶주리게 한 것과 같이 생각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여겨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함을 이르는 말을 인기기기(人飢己飢), 인마의 왕래가 빈번하여 잇닿았다는 뜻으로 번화한 도시를 이르는 말을 인마낙역(人馬絡繹), 얼굴은 사람의 모습을 하였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뜻으로 남의 은혜를 모름 또는 마음이 몹시 흉악함을 이르는 말을 인면수심(人面獸心), 사람은 목석이 아니라는 뜻으로 사람은 모두 희로애락의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목석과 같이 무정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인비목석(人非木石), 정신을 잃고 의식을 모름이란 뜻으로 사람으로서의 예절을 차릴 줄 모름을 이르는 말을 인사불성(人事不省)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