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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 대선에서의 기억으로 몸서리가 쳐진다.
대통령후보시절 윤대통령은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고 해 논란을 빚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한 건 편 가르기 의도 아니냐'는 질문에는 "여성은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남성은 우월적 대우를 받는다는 건 옛날 얘기"라고도 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성평등은 중요한 과제고, 성불평등은 현실 속 여러곳에 녹아있다. 승진이나 급여, 보직 등에서 엄청난 차별을 받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성차별의 문제를 ‘집합적인 남자, 집합적인 여자의 문제로 보는 것 보다 개인 대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피해자나 약자의 권리와 이익을 더 잘 보장해줄 수 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2018년 미투운동은 그동안 침묵으로 고통을 감수했던 성폭력피해자들의 증언으로 오랫동안 관행, 농담, 남자들의 본성으로 묵인되고 방조되었던 행위들이 폭력이고 범죄라는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 냈다. 성폭력은 용납되거나 용서되어서는 안되는 중대한 사항이며 인권의 문제이고 이런 행위는 절대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시민적 함의를 가져왔다.
하지만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어떻게 되었는가.
일부 후보군들의 남녀갈라치기는 또 다른 사회갈등을 가져왔고, 디지털 성폭력, 스토킹 범죄 등 다변화된 형태의 범죄로 여성들은 불안과 고통은 가중되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각 정당들은 본격적인 공천심사에 돌입하여 예비 후보들의 자격 심사 중이다.
국민의힘의 당규는 성범죄, 아동 및 청소년 관련 범죄, 음주운전 등 범죄를 저지른 자는 후보자에서 배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번 공천에서는 형사처벌의 유무와 상관없이 ‘성폭력 2차 가해⸱직장 내 괴롭힘⸱학교폭력⸱마약범죄자’ 관련자들 및 ‘막말’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들은 후보자에서 배제한다고 하였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당규에 따라 강력범죄, 성폭력, 음주운전, 가정폭력을 저지를 자는 후보자 심사에서 부적격 처리하고 젠더감수성 반영을 강화하여 성비위 전력이 있거나 막말 및 부적절한 언행을 한 자도 엄격하게 검증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현재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공관위의 구성을 살펴보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 1호 영입 인재는 ‘예쁜 여자는 페미니즘을 하지 않는다’ 등 성차별적 내용의 글을 본인이 운영했던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방치했다. 뿐만 아니라 성범죄 가해자 및 명예훼손 가해자들을 옹호하고 피해자에 대해 2차가해한 의혹이 보도되기도 하였고, 2018년 기자 지망생 성추행 사건으로 2020년 총선에서 후보 부적격 판정을 받은 바 있는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을 서울 강북을 지역 출마의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공관위는 적격 판정했다.
민주당 공관위가 ‘일련의 문제에 단호하고 엄격히 대철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자 성희롱 발언이 알려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출마를 포기했고, 과거 성추행 전적이 있는 강위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특보는 불출마선언을 했지만 어떠한 사과와 반성은 보이지 않았다. 성희롱 전력의 경우 또한 감점 요소로만 규정하여 후보자 심사 통과여지를 남겨둔 것은 성평등을 지향하기 위함이 아니라 당의 득표 전략에 함몰되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행보로 보일 뿐이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공관의의 구성 또한 우려가 앞선다.
국민의힘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과거 판사로서 성매매 여성에게 흉기로 협박하고 강간을 시도하여 상해를 입힌 혐의가 있는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가 있고, 더불어민주당 원수연 공관위원은 2018년 만화계 미투 운동에 참여한 성폭력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도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각 후보들을 검증하고 공천을 결정해야 할 공관위원의 낮은 성폭력 인식으로 공관위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정당은 성평등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성인지적 관점을 갖춘 후보자를 선출할 책임도 있다.
각 정당은 성폭력을 가볍고 부차적 일로 여기는 낡은 관점을 버리고 성폭력에 동조하는 정치의 퇴출을 위해 후보자들에게 성폭력 행위에 대한 인정과 성찰에 기반한 사과와 반성을 촉구해야 한다. 또한 공관위는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공직자를 선출하거나 임명할 때 중대 범죄 및 비리행위 여부를 검토하는 것 못지않게 성폭력과 관련한 이력이나 관점을 우선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성평등한 사회 실현을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후보자만을 심사에 통과시켜야 한다. 각 정당은 유권자들이 보고, 듣고, 알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