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랍스터
정 우 민
가까운 미래, 모든 사람들이 서로에게 완벽한 짝을 의무적으로 찾아야 하는 세계에서 근시란 이유로 아내에게 버림받은 데이비드(콜린 파렐)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커플 메이킹 호텔에 보내지게 된다.
유예기간 45일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하게 되는 기묘한 호텔에 데이비드는, 역시 이전에 커플을 못 구하여 개로 변신해버린 형을 데리고 들어간다.
호텔 입실 전에 만약에 커플을 못 구하면 어떤 동물이 되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데이비드는 ‘랍스터’가 되기를 원한다고 한다. 질문자는 대부분이 개가 되길 원하고 그래서 시내에 개가 그렇게 많다며, 특이하게 랍스터를 원하는 이유가 뭔지 묻는다. 이유 인즉 “랍스터는 100년을 거뜬히 살고 귀족처럼 파란 피를 가졌고, 평생 수많은 알을 낳으며 번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이며 자신은 바다를 너무 사랑하고 수영도 잘한다는 것이다. 질문자는 합당한 이유라고 고개를 끄떡인다.
호텔은 정시에 깔끔한 식사를 제공하고 와이셔츠와 잠옷까지 모든 의상을
주며 아름다운 호수와 요트까지 갖춘 완벽한 곳이지만 엄격한 통제를 받는 곳이다. 첫날부터 데이비드는 혼자인 삶이 힘든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 한쪽 손을 허리끈에 묶는 형벌 같은 속박을 받는다. 자위는 금지되고 혼자서 춤추는 것도 금지된다. 그야말로 ‘커플 천국, 솔로 지옥’이라는 유치한 교육도 받는다. 이속에서 데이비드는 늑대가 된 엄마를 찾아 동물원 늑대 우리에 들어갔다가 다리를 다쳐 다리를 저는 존(벤 위쇼)과 혀짜른 소리를 하는 뚱보(존 라일리)를 만난다.
이들은 불시에 마취 총을 들고 사냥에 나서는 데, 사냥 대상은 호텔을 탈출하여 숲속에 모여 사는 솔로들이다. 마취 총으로 이들을 한 명 사냥할 때마다 45일에서 하루씩 연장된다. 그 중에 가장 많은 이를 사냥한 사람은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비정한 여자로 사냥할 마다 서 너 명씩 사냥하여 유예기간을 넉넉히 연장하며 살고 있다.
혀짤배기는 몰래 자위를 하다 들켜 공개적으로 토스트기에 손을 넣어 굽히는 형벌을 받는다. 존은 코피를 자주 흘리는 여자와 짝이 되기 위해 스스로 탁자에 코를 찧어 코피를 나게 하였고, 공감대를 느낀 두 사람은 짝이 되는 데 성공한다. 다들 45일이란 시한부에 쫒겨 동물이 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짝을 찾는데 ,억압적인 환경이 짝을 찾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한다. 데이비드에게 접근하던 한 여자는 자신이 말한 대로 데이비드가 자신을 찾지 않으면 호텔에서 뛰어내려 죽겠다고 선언한다. 호텔객실이 1층인 그녀가 설마 뛰어 내릴까 생각했지만 데이비드의 답을 못 받은 그녀는 호텔 4층에서 뛰어 내려 피를 흘리며 신음한다.
그 고통에 찬 신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듣고 앉아있는 비정한 여자, 앞서 말한 잔인한 사냥꾼이다. 마감일에 쫒긴 데이비드는 이 여자를 커플로 택한다. 마티니 잔속의 올리브를 먹은 이 여자는 기도가 막힌 양 켁켁 거리는 데 ,데이비드는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모른 체하여 , 이 여자의 시험에 통과한다. 그러나 이 커플도 오래가질 않는다.
어느 날 이 여자는 개로 변한 데이비드의 형을 발로 차 죽였다며 피 묻은 발을 데이비드에게 보여준다. 분노한 데이비드는 이 여자를 제압하여 알 수 없는 동물로 만든 후 이 호텔에서 탈출한다.
숲으로 도망친 그는 외톨이들이 모인 솔로부대에 들어가는 데 ,여기선 남녀 간의 사랑과 섹스가 금지되고, 음악도 헤드폰을 끼고 혼자 들어야만 되고 춤도 엘렉트로닉 음악에 맞춰 혼자 춤을 추어야한다. 심지어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파고 스스로 알아서 들어가 죽어야 한다고 리더(레이 세아두)는 말한다. 사랑에 빠지는 이들이 있으면 가혹한 형벌을 받게 된다. 어떤 남녀 한 쌍이 키스하다 잡혀 각자의 입술을 면도날로 도려내고 키스하게 하는 벌을 받는다.
데이비드는 이들 속에서 자신처럼 근시인 여자(레이첼 와이즈)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자신들만의 몸짓(마임)으로 얘기를 주고받으며 그곳을 탈출할 준비를 한다. 그러나 그녀의 탈출 계획을 쓴 노트가 발각되어 , 리더가 그녀를 라섹 수술을 한다고 속이고 도시에 데려가서는 그녀를 장님으로 만든다.
분노한 데이비드는 리더를 묶어 자신이 파놓은 자신의 무덤에 밀어 넣고 장님이 된 애인과 탈출한다. 마침내 두 사람은 탈출에 성공하여 도시의 에 한 식당에 이른다. 근시가 공감대였다가 ,이젠 눈이 멀어져 버린 그녀를 위해 데이비드는 스테이크를 써는 칼을 빌려 화장실로 향한다. 그는 자신의 동공을 향해 칼끝을 들이댄다. 이것이 영화의 엔딩이다. 장님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는 결말이다.
이 영화의 부제는 ‘사랑에 관한 기묘한 상상’이다. 이 영화는 제 68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였다. 감독은 그리스 아테네 출신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다.
2009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송곳니’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수상하였다.‘송곳니’는 억압과 기만의 독재 세계를 한 가족에 빗대어 그려내며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영화는 사랑을 하지 않으면 동물이 되어야 하는 독특한 발상의 영화이다.
영화‘폰 부스’와 ‘퍼펙트’에서 주연한 콜린 파렐은 ‘더 랍스터’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 요르고스 감독과 꼭 같이 일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의 섬세한 감정연기가 이 영화를 빛나게 한다.
영화가 던지는 화두는 ‘과연 데이비드가 자신의 눈을 포기하고, 그녀를 닮고 싶을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는 것인가’이다.
동물이 되지 않으려고 서로를 억지로 맞추고 공통점을 찾지만 ,그들이 사랑이라고 여긴 공통점이 사라지면 남녀사이가 위태로워진다. 이 때 호텔 측에서는 이 들 사이를 좋게 하기 위해 아이를 배정한다. 지독한 풍자다.
숲으로 가면 홀로 살 수 있지만 사랑할 수 있는 자유를 박탈당한다.
이 영화를 보고 명백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은 속박과 억압 속에서는 그것을 벗어나려는 것 외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외톨이가 될 자유도 있고 , 사랑하고 헤어질 자유도 있는 것이다. 어떠한 통제도 그들을 정복할 수 없다.
맺음
필자에게 무슨 동물이 되고 싶으냐고 물으면 무엇이라 할 것인가?
랍스터도 결국 잡히면 영화 속의 대사대로 쪄서 식탁위에 오를 게 아닌가?
착한 주인을 만나게 될 애완견이 될 것인가?
그러나 애완견 해봐야 고작 오래 살아도 20년 아닌가?
동물도감이라도 펼쳐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