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미(船尾)에서 바라본 전투함선의 크기는 상상초월, 그 이상이었다. 해군작전사령부 군항 부두 항모의 바로 아래서 고개 들어 하늘을 향해 바라본 마스트(mast) 꼭대기까지는 만만치가 않았다. 길이 333m, 폭 77m, 높이 67m의 축구장 3개 넓이에 첨단 전투기 70여대를 탑재해 웬만한 중소국가의 국방력에 해당되는 전력을 갖춰 ‘바다위의 움직이는 군사기지’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님을 실감케 한다.
10월25일 향군 임직원들이 레이건함(CVN-76)을 찾았다. 김진호 재향군인회장을 위시한 향군 전국 시도회장과 임원 30여명이다. 일행과 동행한 필자가 함상에 오르자 미 수병들이 일제히 거수경례로 예를 표했다. 안내장교의 안내를 받아, 미국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정치지도자로 보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위명따라 레이건 대통령의 흉상과 성조기 등으로 아담하고 짜임새 있게 꾸며진 ‘레이건 메모리얼 룸’으로 들어서는 순간에도 세계 최강의 니미츠급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레이건 호(CVN76, 10만4천200t급)의 정예 미군 장병들이 도열해 따뜻한 미소로 맞아 주었다.
마치 그 미소 속에는 ‘우리는 하나’ ‘같이 갑시다’하는 의미가 가득 담겨 있어 보였다.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며, 그런 느낌은 갑판에 올라 함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는 내내 가슴에 와 닿았다. 김 회장을 위시한 일행 모두는 한 시기 전투복을 입은 현역신분으로 조국수호의 최 일선에서 나라를 지키며 미군과도 육 해 공 합동 및 연합훈련을 펼쳐온 역전의 용사들이다. 그래서 브리핑 순간에도 확고한 한미동맹의 주역이기도 한 상대국가 예비역들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깃들어 있음을 진솔함과 진정성이 가득한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향군의 레이건함 방문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동․서해에서 진행된 한 ․ 미 해군 연합 해상훈련을 마치고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도착한 미군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한 ․ 미 협력 관계 증진 및 민간 차원의 한미동맹 강화를 위함이었다.
특히 이 날 향군의 방문은 다른 측면에서도 특별했다. 레이건함을 지휘하는 제5항모 강습전단장 마크 달톤(Marc. H. Dalton. 해군 준장)제독에게 향군이 주는 가장 큰 훈장격인 ‘향군대휘장’을 수여한 것이다. 향군의 ‘향군대휘장’ 수여는 무엇보다도 북한 김정은 집단의 핵 ․ 미사일 도발로 한국의 안보가 국제사회로부터 초미의 관심사가 될 때마다 한반도 해역으로 출동해 위력 시위를 포함한 연합훈련을 시행함으로써 북한집단에게는 '침략은 곧 궤멸'이라는 엄중한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우리 국민에게는 언제라도 미국이 함께 하고 있다는 실제적이고 확고부동한 믿음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기도 했다.
▲ 이 날 향군이 수여한 '향군대휘장'. ⓒkona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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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오늘의 세계는 경제력이 높은 국가, 군사력으로 강력하게 무장한 국가일지라도 ‘나 홀로’ 자체 방어를 고집하는 나라를 찾기란 어렵다. 동맹을 결성하고 집단방위체제를 구축해 연합 작전 내지 연합방위체제를 갖춤으로써 개별 국가의 안전은 물론 집단적 자위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6․25한국전쟁으로 인해 결성(1953. 10.1)된 64년 역사의 한미동맹은 양국 국민이 흘린 피와 땀의 값진 희생만큼 세계가 인정하는 가장 성공한 동맹으로, 가장 가치있는 미래지향적 동맹으로 대한민국 안보의 최대 핵심 축이자 60만 국군과 더불어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영원한 혈맹인 것이다.
이 날 김 회장은 브리핑을 받은 후 마크 달톤 제5항모 강습 전단장과 도널리 함장(해군 대령)에게 자신이 합참의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1999년 6월15일 남북 양측 간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우리 영해를 침범한 북한 경비정과의 교전인 제1 연평해전(북 어뢰정 1척 격침, 5척 크게 파손 당한 채 북으로 도주. 우리 해군은 고속정 5척 경미한 손상, 우리 해군의 완벽한 승리) 당시를 돌이키며, "그 때도 미 해군전력이 신속히 전개했다"며 “여러분들이 한미동맹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도발로 우리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시점인데 최상의 한미동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여러분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왔다. 1천만 대한민국 향군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격려했다.
이처럼 주한미군을 비롯한 미 증원, 전략자산들은 김일성 이래 김정일,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 예측불허의 돌발적 위협과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지체 없이 날아와 대한민국 방위에 혁혁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어떤 동맹보다도 강력한 체제를 구축했다. 그만큼 피로써 다져진 전통적 혈맹의 전우애가 뿌리 깊이 다져진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돌턴 전단장도 크게 화답했다.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필자는 간결한 이 말 속에서 이제는 현역이 아닌 예비역이면서도 국가 안보를 위해 또 다른 차원에서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나서고 있는 대한민국 재향군인들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그들도 양국의 동맹 강화를 더욱 다지고자 하는 의지가 함축돼 있음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 날 비행갑판위에서 전투준비가 완료된 채 출격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는 슈퍼호넷(FA/-18) 전투기를 비롯, 한반도 전 지역을 빈틈없이 훑으며 단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을 듯 쉼없이 돌아가는 레이더를 지켜보면서 ‘세계평화’는 누구나 다 부르짖을 수 있지만 ‘세계평화’를 아무나 지킬 수는 없다는 분명한 확답을 얻을 수 있었다. 레이건함은 전투위용에 빛나는 백수(百獸)의 왕 백호(白虎)이자 싸움에서 한번 물었다하면 물러설 줄 싸움닭 그 자체로 다가왔다.
향군 임원들이 레이건함을 방문해 격려하는 자리에서 한마디 말, 행동 하나가 민간차원에서의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역할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게 되는가를 거듭 되짚어 보게 된 날이기도 했다.(konas)
이현오 / 코나스 편집장. 수필가(holeekv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