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영리병원 논란을 보면
제주일보| 승인 2022.01.23
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논설위원
2012년 10월 정부는 의료복지 수준 향상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비율이 출자총액의 50% 이상이거나 미화 500만 달러 이상 자본금을 가진 외국계 의료기관을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2015년 12월 정부가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을 승인하자, 이 회사는 총 778억 원을 투입해서 병원을 준공하고 의사 등 인력을 채용하였으며, 2017년8월 28일 제주도에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신청했다.
당시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공식 허가했다. 특히 도지사는 허가에 즈음하여 브리핑을 통해서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 방문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했다고 설명했다. 진료과목도 4개 과로 한정했으며,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법도 적용되지 않는 진료 행위가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러자 의료 관련 시민단체 등은 녹지국제병원의 설립이 국내 의료계에 있어 영리병원 도입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들은 녹지국제병원을 시작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의료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건강보험 체계가 무너지고, 의료비가 폭등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영리병원 개설허가와 관련하여 제주사회는 양분됐다.
하나는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려 노력하거나 병원을 고급화하면서 의료서비스가 향상될 것이라는 긍정적 의견과, 다른 하나는 반대로 재벌·대형 병원 등의 투자처로 전락되어 제주지역 의료 공공성이 무너질 수 있고, 의료비 상승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정적 우려가 그것이다.
그런데 녹지 측이 외국인 환자만 진료하도록 한 조건부 개설 허가 이후에도 병원 문을 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제주당국이 명분 쌓기 용이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법령상 청문절차를 내세워서 제주도가 생뚱맞게 병원 개설허가를 취소하자, 이에 녹지측이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제주도가 영리병원 개설허가를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나왔다. 즉, 녹지 측이 제주도를 상대로 한 항소심에서 “제주도가 내린 개설허가 취소 처분(조치)을 취소한다”는 원고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어떻든 이 논란이 쉽게 풀릴 것이라고 기대하기 쉽지 않다. 왜냐하면 제주도가 무책임하게 조령모개(朝令暮改)식 복지행정의 전형을 보여주면서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행정당국이 대안을 제시할 것 같지도 않다. 특히 의료행위의 공공성을 강조해온 유관단체 등이 새로운 공생관계를 제시할 가능성 또한 전혀 없어 보인다.
오래전부터 제주도민이 서울 등에서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연간 최소한 1000억 원 이상 길바닥에 뿌리고 다닌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앞으로 인구 증가,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기대 등이 커질 경우 그 정도는 해마다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생각건대 지금 제주의 발전가능성, 특히 경제적 발전가능성은 위기국면 그 자체다. 제주지역으로 투자유인을 통한 지역발전이나 인구증가 등을 기대할 수 있는 그런 그 묘수(妙手)가 필요해 보인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면서 제주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그런 묘수 말이다. 아마도 그런 미래의 제주발전 방안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능성을 높여주는 의료체계 구축이 뒷받침되었을 때만 가능하지 않을까한다. 도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