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추워 새우처럼 옹크리고 자다, 새벽에 방이 따듯해져,
편안하게 두 다리 다 뻗고 잤다.
아침운동하고 창문 열어 보니, 상큼한 아침 공기.. 맑은 하늘,
감나무에 감.. 비스듬히 오른쪽으로 절 입구 보이고, 정면으로
삐죽삐죽이 바위 산봉우리(관음봉이든가) 바라다보이고..
전망좋은 방..
아주머니 아침 상 차리는 거 보며 앞마당으로 나갔다. 학생이
차 놓쳐(아니, 차 시간 바뀌어) 집앞에서 어슬렁.. 아까전에
인사하고 나가는 소리 들었는데, 이제까지 밖에 있었는지
귀가 바알갛다. 아직 숫기없는 대학생, 다시 들어오지도
못하고 그러고 있었나 보다. 그 다음 차시간은 아직도 1시간
정도 남았다네.. 아저씨, 옆집(옛집) 다녀오시다 보고선
얼릉 들어오라 하신다.
하이얀 반달이 하늘 위에 떠 있다. 땅바닥에 떨어져 푹 퍼져
버린 홍시감들.. 뜨락 걷다 들어온다. 아주머니 밥먹자시네..
밥 한그릇 더 푸며, 방에 도로 들어가 있던 학생도 부르신다.
넷이서 한상에 둘러앉아 따듯한 밥 먹는다. 김장김치에 들깨
푼 시래기국, 깻잎김치.. 아주머니, 아저씨하고 학생한테
밥 더 퍼 주신다..
밥 먹고 방에 들어와 쉬다, 옆방 학생 불러 얘기 나눴다.
광주가 집이고, 수원에서 학교 다니며(기숙사), 군 입대
앞두고, 처음 혼자 여행.. 어제가 생일이었다고.. 뜻깊은
출발을 축하해줬다. 첨엔 바다를 보려고 인천 쪽으로 갔다
배가 안 떠, 인터넷 보고 계획에도 없이 이리로 오게 된 것.
변산반도 여행 사이트에 이곳을 많이 추천해놓았더라고..
오늘 채석강, 적벽강 둘러보고, 정읍 가서 기차 타고
내려갈 거라고. 다음엔 시간, 예산 넉넉히 가지고 다시
오겠다며.. 외가가 해남 근처 어느 섬이었다며, 어릴 적
그곳에서의 추억도 주섬주섬 늘어놓는다. 전공은 전자공학
이라는데, 감성도 꽤 있는 듯싶다.(어제 보니 방바닥에 펼쳐
놓은 책도 문학 책이었다.) 요즘에도 이런 젊은이 있구나..
통하는, 잘 통할 것 같은.. 반갑다..
군대 가기 전, 또 군 제대 후 계획(꿈)까지 세세히 얘기한다.
학교공부가 아닌 학교밖 세상 공부 말이다. 사진도 배우고
싶고, 혼자 여행도 다닐 거라고..
북돋아줬다. 건강한 젊은 친구다. 좋다, 기분이..
학생 10시쯤 나가고, 가져온 '장욱진'(어린이미술관 시리즈)
다 봤다. 머리 감고 세수하고 나니, 점심때..
아주머니 이웃집 김장 도와주러 가시면서, 점심 때우라며
라면 하나 내놓고 나가시네..
방 창문 열어놓으니, 모로 누워서 파란 하늘과, 감나무 가지,
가지 끝에 달려들 있는 쬐그마한 붉은 감.. 이것도 좋구나.
예전 집에선 방문 열어놓고, 내다보이는 뜨락..도 보기
좋았지만(그리고 툇마루는 없어도 방문턱에 걸터앉아 바깥과
하나가 될 수 있는 것), 새 집은 새 집대로 전망도 좋고, 또
시설도 더 편리해지고..
좀 있다 슬슬 나가보자. 정읍엔 저녁나절에 가면 되니(좀전에
영선씨랑 통화했다), 절에나 올라갔다 오자.
첫댓글 '장욱진' 제 사촌 남동생과 이름이 같아요... 흔하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흔한 이름이네요.. 저번에 있던 학교 학생이름도 장욱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