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정의
아마도
=> [부사] '아마'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
아마
=> [부사] {뒤에 오는 추측의 표현과 호응하여} 단정할 수는 없지만 미루어 짐작하거나 생각하여 볼 때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 개연성이 높을 때 쓰는 말이나, '틀림없이'보다는 확신의 정도가 낮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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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극
"어머! 이 목소리가 옛날 '예솔이' 이자람 맞아?"
"네. 아마도 이자람 맞는 것 같아오."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음악을 엄마께 들려드린 뒤, 나와 엄마의 대화 중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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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슬픈 노래]라는 음반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옛날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를 부르던 이자람이 맞는 건가? 이 목소리가 국악신동으로 불리던 판소리꾼 이자람이 맞는 건가? 그런 질문에 "아마도" 맞는 것 같다는 추측과 짐작이 가미되어 있는 답변이 나올 정도로 이번 아마도이자람밴드에서의 이자람 모습은 새로운 변신이며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다.
내가 이자람의 모습을 처음본건 정말 우연찮은 기회였다. 신해철의 프로젝트 밴드인 Monocrom의 99년도 라이브 콘서트 동영상에서 이자람 모습과 노래를 들었었다. 그 콘서트에서 이자람은 신해철과 함께 [Go With The Light]을 불렀다. 국악과 전자음악, 하드록의 절묘한 조합이 충격적이면서도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과거 그녀가 걸어온 길을 조사해보았다. 앞서 말했듯 [내 이름은 예솔이]라는 동요로 5살에 이미 데뷔를 하였으며, 97년 17세의 나이로 강산제 심청가 첫 완창을 함으로써 국악신동으로 불리더니, 99년 동초제 수궁가 완창을 8시간 동안 선보이면서 최연소 최장시간 공연 기네스 기록을 세우기도 하였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순간 퓨전 판소리 "사천가"의 주인공, 작가, 작창가, 음악감독까지 1인 4역을 맡음으로써 자신의 역량을 넓히기 시작하더니 이번에는 국악도 아니고 판소리도 아닌 포크 록으로 돌아왔다. 바로 "아마도이자람밴드"란 이름으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어쩌다가 이런 밴드명을 갖게 되었는지 알아봐야 될 것 같다.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이란 책에서 아마도이자람밴드에 대해 설명한 글의 일부분을 적어보겠다.
이들이 밴드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클럽 공연을 이어갈 무렵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연락이 왔단다. 포스터니 홍보니 해야 되는데 밴드 이름이 필요하니 알려달라고. 대답을 했단다. "글쎄요. 아마도, 이자람 밴드 정도?" 이렇게. 그런데 이게 그대로 밴드명이 돼버렸다.
허무하다.
이젠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음악을 들어볼 차례이다. [4월 24일] [비가 축축] 내리는 밤에 따듯한 [우유]를 마시며 [슬픈 노래]를 부르는 이자람의 소소한 일상이 13분 40초 동안 진행된다. 우린 잠시나마 그녀만의 일상 속에 빠져들어 갈 수 있다. 복잡하지 않은 가사와 조용히 반복되는 멜로디, 단조로운 사운드를 들려주는 악기들의 조화. 그 속에서 편한 의자에 앉아 노래하고 있는 이자람을 만날 수 있다.
Track 1. 슬픈 노래
이자람이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슬픈 노래를 불러보세요. 모두 당신을 조롱할거예요." 당신이 슬픔에 못 이겨 슬픈 노래를 부른다면 그 모습을 보는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조롱할 거라고 말한다. 슬픈 일이 있어도 슬픈 노래는 부르지 말라는 따뜻한 조언을 해주는 셈이다.
그렇지만 막상 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람은 이자람이다. 남에게 조롱을 당하면서까지 슬픈 노래를 부르게 된 사연은 과연 무엇일까? 누가 그녀를 지쳐버린 낡은 인형으로 만들었을까?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우린 슬픈 노래를 부르는 그녀를 보면서 우리도 울고 기타도 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기타가 운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이 곡에서는 가야금 소리인지 기타 소리인지 구별하기 힘든 묘한 악기소리가 들려온다. 아마도 기타소리가 맞을 것이다. 기타소리에서 가야금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이 느낌을 "기타가 운다."라는 의인화로 표현한 것이 아닐 런지.
Track 2. 비가 축축
연신 "비가 축축"이 흘러나오는 노래인지라 비가 오는 날을 연상하게 된다.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쏟아진다.",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빗방울이 슬프게 떨어진다."와 같이 비가 오는 모습, 소리, 분위기를 표현하는 말들은 참으로 많다. 그렇지만 "비가 내려 비가 축축"이란 표현은 약간 낯설면서도 그 느낌이 어떠한 느낌인지 한편으로는 연상이 되기도 한다.
한글이 갖고 있는 표현력의 미학이 여기에서 발휘된다고 볼 수 있다. "똑똑", "뚝뚝", "촉촉", "축축" 의태어에 "ㅜ"가 들어가게 되면 일반적으로 무거우면서 어두운 느낌이 연상된다. "비가 축축"이란 표현 역시 우중충한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그 나름의 중력을 갖고 천천히 떨어지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술에 취해 니 이불에 기어들어가지 않길 참 잘했어. 분위기에 취해 니 입술에 키스하지 않길 참 잘했어."란 가사는 노래를 듣고 있던 나를 흠칫 날라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이니 하늘과 마음속에 비가 축축 내릴 수 밖에.
Track 3. 우유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거나 화가 나는 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괴로움을 잊고자 잠을 청하는 편이다. 참고로 모든 암의 근원은 스트레스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잠시나마 잠을 통해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일이야 말로 가장 좋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럴 때일수록 잠은 쉽게 오지 않는 법. 이처럼 잠이 안 오는 깊은 밤이면 따뜻한 우유나 차를 찾게 된다. 오늘 밤에는 이자람이 잠이 오질 않는 모양이다. 잊어야 하지만 자꾸 떠오르는 그의 얼굴. 그 얼굴을 잊기 위해선 빨리 잠을 청해야 하는데 잠은 오질 않는다. 그리하여 레인지 강으로 우유를 돌려 마심으로써 편안하게 잠을 청하길 원한다.
우유를 데워 마시면 우유 안에 있는 좋은 성분들이 사라지지는 않을까라는 근거 없는 걱정이 생기긴 하지만 우유를 데우면 확실히 마시기에는 편하다. 맛이 더 고소해지면서 속도 따끈해지는 것이 잠자기 전에 마시면 아주 괜찮다. 나도 오늘은 우유를 1분 30초 레인지 강으로 돌려 먹은 뒤 잠을 청해야겠다. 좀처럼 잠이 안 온다.
Track 4. 4월 24일
달력에서 4월 24일을 찾아보면 아무 날도 아니다. 4월 24일은 이자람에게만 특별히 기억되는 날이다. 우리 또한 본인에게만 특별히 기억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남들은 모르는 비밀의 기념일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자신만의 일기장과도 같다. 자신에겐 특별하고 소중하지만 그렇다하여 남들과 공유하고 싶지는 않은. 나만 알고 있다는 점이 묘한 흥분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린 그날이 오면 지난날의 그날을 다시 회상해보곤 한다. 그 당시 느꼈었던 오감들이 최면에 걸린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면서 나를 지난날의 나로 되돌려 주곤 한다. 남들은 무심코 지나치는 순간의 기록들이지만 나에겐 그날의 모든 것이 추억의 흑백사진으로 남아있다.
이 곡에서도 이자람의 시선에 들어온 순간의 기록들이 줄줄이 나열된다. "향 좋은 커피, 신기한 가게, 물 말아 놓은 밥, 넘어져 생긴 상처, 분홍색 하늘, 시원한 바람 냄새, 춤추는 달빛, 따라오는 그림자" 당신만의 기념일은 몇 월 며칠인가?
첫댓글 우유 노래잼있죠 ㅎㅎ
오~~ 이자람 한번들어봐야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