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부터 배운다
요즘 TV 프로그램 중에서 많은 사람이 즐겨 시청하는 것 중 하나는 이승윤, 윤택 연기자들이 출연하는 ‘ 나는 자연인이다 ’ 프로다. 도시를 떠나 문명의 이기 없이 불편하지만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모습이 나온다. 시청자들이 스트레스 받으며 어렵게 살아가다가 이 프로를 통하여 대리 만족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도 자연이 그리워 직장에 다닐 때부터 텃밭농사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20년 동안 진행 중이다. 초기에는 식물이나 나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몰라 시행착오가 많았었다. 작물 성장에는 물, 햇볕, 거름이 중요하다고만 알았지 과도한 물과 햇볕, 지나친 거름이 식물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을 몰랐다. 물 빠짐이 좋지 않은 논 바닥에 고추를 심어 한 그루도 살리지 못하기도 하고 진흙 토양에 과수를 심어 실패도 하였다. 햇볕을 좋아하는 나무를 그늘에 심어 망쳤으며 어린 묘목나무를 과도한 거름으로 말려 죽이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농사에 적합한 흙을 사서 텃밭을 메워 토양을 개량했다. 물 빠짐이 좋게 밭을 경사지게 조성하고 배수로도 정비하였다. 물 저장 탱크도 설치하여 식물이 필요한 물의 양과 시기를 조절할 수도 있게 되었다. 봄에는 농협에서 값싸게 공급되는 퇴비 거름을 주고, 병충해 방제는 충전식 분무기로 해결하고 있다. 농사에 제일 고민인 잡초는 검은 부직포를 깔아 많이 해결하였다. 요즘은 예전과 같이 힘든 일 없이 수월하게 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조성된 텃밭에는 매실나무 6그루, 왕대추나무 10그루, 봉시감나무 7그루, 그외 사과, 포도, 자두나무 한 그루씩 무럭 무럭 자라고 있다. 과실나무 일생을 40년으로 볼 때 7년 내지 15년 사이 나이인 현재의 텃밭은 결실이 충실한 청년 과수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앞으로도 수목의 개량작업을 계속하고 허브 같은 작물을 추가하여 향기 나는 청년 과수원의 명맥을 이어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제 텃밭은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내가 창안한 골프식 잡초제거 공구로 체력을 단련하는 헬스장이며 곤줄박이, 직박구리, 참새 등 각종 새들이 와서 함께 어울리는 초원이기도 하다. 친구 가족들과 같이 매실을 따는 작업장이고 아들,며느리,딸,사위,손주들과 같이 배추 모종을 심는 농촌 체험 학습장이기도 하다.
또 수확한 감, 대추 말랭이를 지인들과 나누어 먹거나 매실원액, 매실 장아찌를 이웃에 나누어 주는 일은 즐거운 일 중에 하나다.
날씨가 청명한 날은 햇볕이 고맙고, 비가 오는 날이면 나무들의 목마름을 해소해 주니 그 또한 너무 고맙다. 나무를 가꾸면서 365일 고맙지 않은 날이 없다. 매사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자연을 경외하며 살아가는 순수한 농부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무와 같이 살아오면서 나무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속담에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다. 좋은 종자에 얼마나 정성을 다하느냐에 따라 열매가 달라진다. 나뭇잎 색깔을 보고 건강 상태를 파악, 제때에 방제하거나 거름하지 않으면 낭패하기 쉽다. 겨울에는 추위에 약한 감나무를 보온재로 감싸주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열매가 과도하게 많이 열렸을 때가 있다. 이때에는 나무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능력에 맞게 선택적으로 영양분을 배분한다. 부실한 열매를 떨어뜨려 조절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정능력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의 섭리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우리 인간들도 자신의 능력과 분수를 냉철하게 돌아보고 과도한 욕심을 자제하여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였으면 한다.
2013년 8월 26일 윤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