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2010 시빅 2.0 - [글로벌 스탠다드의 비결]
2010년을 맞이해 혼다 시빅의 막판 스퍼트가 시작 되었다. 현행 8세대의 시빅의 수명주기로 보았을 때, 쇠퇴기로 접어드는 시빅을 몸단장 시키고 2010년형 시빅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다. 지난 2006년에 첫 데뷔를 장식한 8세대 시빅은 어느새 4년이란 시간을 거치며 국내 시장에서 엔트리급 수입차로 오랜 사랑을 받아왔다. 그렇다고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다. 국산차부터 수입차까지 시빅의 경쟁 차종들도 부쩍 늘어나고, 엔화의 강세에 적지 않게 영향 받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빅의 기나긴 역사만큼이나 여유롭게 2010년을 준비하는 모습이 기대 된다.
글 / 김장원 (카이슈 취재팀 기자)
사진 / 정경학 (카이슈 취재팀 기자)
편집 / 최재형 (카이슈 편집장)
HONDA CIVIC
시빅이 국내에 처음으로 진출했을 때, 2천만 원대로 근접한 수입차라는 수식어가 화제가 되어 수입차 시장의 문턱을 한 단계 낮춘 주인공이었다. 비싼 가격이 공식이 되어버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미운 오리새끼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시빅은 젊은 스타일과 민첩한 핸들링으로 엔트리급에 충실한 성능과 실속을 모두 가진 모델이다. 혼다의 글로벌 모델의 강점이 대한민국에서도 증명된 셈이다. 전세계에서 선보이는 시빅은 북미 사양과 내수, 유럽 사양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해치백이 선전하는 유럽 사양과는 달리 국내에서 활보하는 시빅은 북미 사양과 동일하다. 팡팡한 스타일을 자랑하는 시빅 해치백을 볼 수 없어 안타깝지만, 넉넉한 실내공간과 야무진 핸들링을 고수하는 8세대 시빅에는 여전히 높은 매력지수가 돋보인다.
독일에는 골프가 있다면, 일본에는 단연 시빅이 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엔트리급 사이즈에 출중한 실내공간과 편의 사양과 더불어 짜릿한 핸들링 실력도 발군이다. 게다가 이 둘은 GTI와 Type R이라는 스포츠 성능을 극대화한 라인업도 존재한다. 요즘처럼 나날이 발전하는 자동차 산업 속에서 골프, 시빅과 같이 엔트리급 모델이 맡은 역할은 상당히 많아졌다. 엔트리 모델들은 실용성이 뛰어나야 하고, 실내 공간도 넓어야 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출력도 확보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요즘에는 고급 세단에 버금가는 편의 장비까지 완비하고, 스포티한 성능을 위해 칼 같은 핸들링 성능과 탄탄한 강성까지 겸비해야 한다. 이렇게 많은 숙제를 떠안으면서도 고유가 필적할만한 뛰어난 연비는 필수 요소가 된다. 그야말로 피곤한 인생이 되고만 엔트리 모델들이다.
Exterior
하지만, 이런 배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수명을 이어가는 시빅에는 혼다의 차 만들기 노하우와 고집이 스며들어 있다. 그리고 시빅의 날렵하고 스포티한 외관에서부터 시빅의 진가를 맛볼 수 있다. 전형적인 캡포워드 스타일의 시빅은 짧은 보닛과 더불어 A필러의 경사각이 예사롭지 않다. 덕분에 프론트부터 시작되는 유선형 루프 라인은 리어까지 부드럽게 이어진다. 날렵한 헤드라이트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시빅 고유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핵심이 된다. 게다가 점점 넓어지는 범퍼의 형상까지 더하면 영락없는 일본산 스포츠카의 전형을 볼 수 있다.
시빅의 캡 포워드 스타일은 짧은 오버행과 더불어 앞으로 쏟아질 듯이 날카로운 쐐기형을 빚어내고 있다. 덕분에 다이내믹하고, 역동적인 생김새는 덤으로 얻은 특혜다. 실은 시빅의 진정한 아이덴티티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끝을 살짝 올린 트렁크리드에는 립 스포일러가 겸손하게 멋을 낸다. 그리고, 종전의 동그란 테일 램프는 육각형으로 각을 잡고 LED로 빛을 내고 있다. 끝으로 제법 높게 올라간 리어 범퍼에는 트윈 머플러가 반짝이며 스포츠 코드를 따르고 있다.
Interior
미래지향적인 시빅의 인테리어 철학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신선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복잡하고 조잡한 것 하고는 거리가 멀다. 철저히 인체공학적인 설계와 디자인은 보기에도 심플하고 간결하며 사용하는데 거부감이 없다. 실제로 공조기를 조절하거나 편의 장비를 조절하기 전에 별다른 적응도 필요치 않다. 미래적이지만 철저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구성이야 말로 시빅 인테리어의 키워드로 기억된다. 다만, 애프터 마켓 제품으로 대체된 네비게이션과 오디오 시스템은 세월의 흐름에 아쉬움이 남는다.
정작 운전석에 앉아 보았을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대시보드 형상을 뒷좌석에서 살펴보자, 지극히 운전자 중심의 구성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전방으로 주의를 고정시키는 능력은 시빅 인테리어의 또 다른 매력이다. 실버 메탈룩 트림으로 포인트를 준 내장재는 스포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3 스포크의 스티어링 휠에도 적용된 덕분에 세련되고 레이시한 느낌이 특화되었다. 더욱이 조그맣게 모습을 드러낸 패들 시프트는 시빅의 스포츠 속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시빅 인테리어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위, 아래로 분할된 계기반이다. 스티어링 휠 사이로 보이는 계기반에는 커다란 타코미터를 중심으로 시프트 디스플레이와 각종 상태 정보를 나타내고 상단에 배치된 스피드 미터는 디지털 방식으로 표현되며 수온계와 연료게이지를 대칭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운전자의 시야를 빼앗지 않는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실현하고 있다. 조명 자체에서도 색상은 들어갔지만 너무 화려하지 않아서 눈의 피로를 느낄 수 없다. 다분히 미래지향적인 계기반 배치지만, 사용해보면 진가를 드러내는 시인성에서 혼다가 추구하는 실용성을 확인할 수 있다.
넉넉한 크기의 수납합을 아래로 센터 콘솔에 마련된 일자식 셀렉트 레버와 핸드브레이크는 포장 점수가 좋지만, 사용방식에 있어서는 구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뒤로 이어지는 여유로운 컵홀더는 슬라이딩 커버로 깔끔하게 마감하였다. 이 부분 역시, 실용주의에 충실한 시빅의 정갈한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시빅의 가죽시트는 야무진 주행성능에 비하면 너무 겸손을 떨고 있다. 물론 4도어 세단이라는 레이아웃에 넉넉하고 여유로운 시트 형상이 어울리지만, 경쾌한 핸들링만큼이나 조금 더 공격적인 시트가 생각나기도 한다. 하지만, 뒷좌석을 통틀어 여유로운 실내공간과 더불어 제공하는 편안함은 글로벌 스탠다드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
Powertrain
카이슈에서 시승한 시빅은 2.0 트림으로 모델 중 가장 큰 배기량과 더불어 출력 면에서도 우위에 있다. 시빅 2.0에 실린 엔진은 직렬 4기통 DOHC i-VTEC 엔진으로 배기량은 1.988cc이고, 혼다의 가변밸브타이밍 기술이 적용되어, 최고 출력은 155마력/6,000rpm을 발휘하고, 최대 토크는 19.7kg.m/4,500rpm를 기록한다. 이렇게 2.0리터 엔진에서 나오는 출력을 자동 5단 변속기를 거쳐 앞바퀴를 구동하는 FF방식이다. 더욱이 2.0 모델에만 적용되는 스마트 패들 시프트 덕분에 자유롭게 조작하는 변속 재미는 또 다른 혜택이다.
Road impression
시동 키를 돌리면 반응하는 스타트모터에 시빅의 2.0리터 엔진이 숨을 쉬기 시작한다. 이제 막 아이들링을 시작한 엔진사운드는 건조하게 새어나오며 출발을 기다린다. 액셀러레이터 반응하는 타코미터 반응이나 엔진 사운드는 정제된 소리와 움직임으로 우악스러움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높아지는 엔진 회전수와 비례로 커져가는 엔진사운드를 굳이 숨기려고 하지 않는다. 셀렉트 레버를 D레인지에 고정하고, 출발을 명령하자 모범생처럼 정직하게 반응하는 시빅은 차분하게 가속을 이어나간다.
2분할 계기반과 운전자 중심의 인테리어가 제공하는 특유의 분위기는 드라이빙을 집중시키며 운전에 필요한 정보를 오감으로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덕분에 시빅의 운전은 편한데다가 재미까지 있다. 보통 운전이 재미있는 차들은 상대적으로 불편해지기 마련이지만, 혼다가 시빅을 통해 해석한 드라이빙 느낌은 상당히 세련된 방법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이 전해주는 감성도 앞에서 언급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손에 잡히는 가죽느낌부터 딱 좋은 사이즈, 그리고 겸손한 패들 시프트까지 운전자가 반길만한 요소는 모두 갖추고 있다.
최고 출력이 155마력을 기록하는 직렬 4기통 엔진은 시빅을 경쾌하게 이끌어 나간다. 액셀의 응답성이나 움직임은 상당히 정직하다고 할 수 있으며 회전수를 높이면서 날카로움을 더해가는 시빅은 동급의 국산차와는 또 다른 가속감을 표현한다. 제원 상으로 차이가 없지만 체감되는 가속력과 펀치력은 시빅이 한 수 위의 실력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더욱이 오르간 페달 타입의 액셀러레이터는 가속하려는 운전자의 명령을 편안하게 도와주는 기특한 아이템이다. 6,500rpm을 넘어서 힘을 쥐어짜도 우악스럽거나 불쾌한 사운드는 전혀 느낄 수 없다. 그만큼 시빅의 4기통 엔진은 성숙할 대로 성숙해진 성능과 감성을 제공한다. 회전수를 끝까지 돌려가며 패들 시프트의 조작에 따라 반응하는 자동 5단 변속기는 똑똑하게 변속을 실행하고, S 모드로 변환하자, 고 rpm을 유지하며 언제든지 가속할 수 있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시빅의 빼놓을 수 없는 또 한가지 장점은 야무진 핸들링이다. 전: 맥퍼스 스트럿 타입, 후: 리액티브 링크 더블 위시본 타입의 서스펜션 구조는 마냥 승차감만 추구하는 세단하고는 거리가 멀다. 다시 말하면, 시빅의 경쾌하고 탄탄한 서스펜션 세팅은 결코 경박스럽지 않고, 섬세한 움직임으로 노면을 탐색하는 느낌과 흡사하다. 따라서 스티어링 휠에 작용하는 적극적인 움직임과 선회능력은 시빅이 드라이버에게 제공하는 가장 큰 즐거움이자, 특권이다. 고속주행에서 보여주는 안정감도 동급 이상의 실력과 더불어 상당히 세련된 움직임을 유지한다. 그 비결이 궁금할 정도로 훌륭한 시빅의 하체 세팅은 비로소 짜릿한 운전재미로 이어지며 드라이버에게 미소를 띠게 하는 가장 큰 매력 중에 하나가 된다.
Epilogue
모든지 다 잘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만큼 시빅의 포지션은 가장 대중적이고, 동시에 가장 기본적인 현실에 직면해 있다. 변화 무쌍한 자동차 시장의 흐름 속에서 점점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들의 입맛까지 모두 만족시키려면 탄탄한 기본기는 물론이고, 긴 세월 속에서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 세월 동안 긴 수명을 이어온 시빅의 역사는 더욱 빛나기 마련이다. 한결같이 제자리를 지키며 엔트리급 모델 자리를 꾸준하게 지켜온 시빅에는 겉으로 부각되는 매력보다 은은하게 퍼지는 내제된 매력에서 진정성을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도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한 시빅의 미래의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그 진정성 때문이다.
혼다 Civic 2.0 주요 제원
전장×전폭×전고: 4,555 x 1,750 x 1,440 mm
휠베이스: 2,700 mm
공차중량: 1,330 kg
엔진: 2.0L(1,998cc) L4 DOHC i-VTEC
최고출력: 155 ps / 6,000 rpm
최대토크: 19.7 kg.m/ 4,500 rpm
변속기: 5단 자동변속기
구동방식: 전륜 구동
연비: 11.5 km/l (3등급)
차량 가격: 33,900,000 원
▶ 혼다 2010 CIVIC 2.0갤러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