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할머니의 보신탕
오후에는 거의 매일처럼 다니며 수영장이나 체력단련장을 찾아 운동하는 장애인을 위한 종합복지관이 있다. 처음 복지관을 찾게 된 것은 지난 해 4월 초 여름을 앞두고 수영장을 찾아 물속 걷기운동을 하면서 더위도 씻어보고 싶어서였다. 열심히 찾았던 수영장은 입추를 지나며 수온이 떨어져 더 이상 무리하며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 해 초가을부터 수영장 대신 찾아 운동을 하게 된 곳은 체력단런장. 흔한 말로 복지관 내 헬스클럽이다. 회원등록을 한 후 클럽을 매일처럼 찾아 클럽에 갖추어진 여러 운동 기구를 이용하여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을 즐겨 하게 되었다.
장애인을 위한 종합복지관인 만큼 이용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다 장애인들이다. 시설을 이용하게 되면서 같은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들과 통성명하며 눈인사와 목 인사 등을 나누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들 중에 한 장애인은 지체 중증장애 2급 판정을 받아 종합복지관내 모든 시설을 이용하며 매일 열심히 재활의지를 다지는 젊은 할머니 장애우 한 분이다.
며칠 전이다. 할머니는 체력단련장에 나오며 손수 만든 것이라며 쑥 향 짙은 찹쌀 팥떡과 오이소박이, 멸치조림 등을 가져와 주며 식사를 잘 해 체력을 유지하여 여름철 건강관리에 힘쓰기 바란다고 했다. 할머니와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집에서 손수 담아 맛 든 지 고추라며 한 병을 가지고 와 준 것을 시발로 그 후 여러 가지 먹을거리를 수시로 만들어 나누어 주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난 17일 아침 목욕을 하고 돌아와 핸드폰을 열어본 아내는 할머니가 부재 중 여러 번 전화해온 것을 알고 통화를 했다. 딸에게 보신탕을 끓여 보내게 되는 계제에 우리생각이 나서 함께 끓여 냉동 보관 중인데 중증 좌편 마비인 몸으로는 가져다 드릴 수가 없으니 어쩌면 좋으냐는 것이다. 보신탕은 멀리 떨어져 사는 시집간 따님이 ‘엄마가 끓여주는 보신탕을 먹고 싶다’는 전화를 해와 끓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를 담아 보냈던 그릇도 가져다 줄 겸해 오전에는 집에 있을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아내와 함께 할머니가 사는 아파트로 찾아가 냉동 보관된 보신탕은 물론 배추김치와 열무김치 부추김치 등 반찬 이외에 식물성 헤어 컬러 한 병까지 얻어가지고 왔다.
여러 가지 먹을거리를 만들어 주변 많은 사람에게 나눠주기를 좋아한다는 할머니는 ‘별 것은 아니더라도 자신이 만들어 조금씩이라도 나누어 먹는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더 큰 기쁨을 안겨준다’며 활짝 웃었다.
저녁에는 장애우가 끓여 준 보신탕을 팔팔 끓여 아주 맛있게 먹었다. 올 여름 들어 먹은 보신탕 1호를 끓여주신 할머니의 배려와 나눔 사랑에 다시 한 번 감사하며 활짝 웃던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렸다.
부인 병수발을 위해 공직에서 물러난 남편은 개인택시 기사로서 매일 바쁘고 즐겁게 일하면서 보다 효율적인 사랑의 간병을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얻으려하고 있다.
장애인 콜택시 등록회원인 할머니는 사는 아파트에서 종합복지관까지 매일 오가는 길은 장콜 택시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다.(2011. 6. 21)
첫댓글 몸이 비록 불편해도 매사를 긍정적으로 꾿꾿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네.
어디를 가나 좋은 사람을 만나는 천규는 복이 많아서야. 헬즈장에서는 주로 어떤 운동을 하는지 궁금하군. 나도 몸이 늘 피곤하지만 일주일에 3번은 악을 쓰고라도 헬즈장에 나가 운동을 하기때문이야.
워킹머신에 자잔한 것 할 수 있는 것 몇가지 한 시간 정도.
천규도, 그 할머니도 장애가 있는 몸을 단련하느라 노력하는 모습, 그리고 인생을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 참으로 보기 좋군 모두들 복 받을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