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은 수필 '유별나거나 고독하거나'
고독하다는 건 힘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견뎌내기란 쉽지 않아서이다.
(...)
고독해서 얻은 자유는 외로워서 진정한 자유이다.
자유는 외로울 때 빛을 발하고, 고독은 자유 옆에서 그 빛을 나눠 갖는다.
고독은 혼자 고독의 그림자를 다 담아내느라 눈물을 꾹꾹 참아서 물집이 생긴다.
하지만 고독이란 이름마저 퇴색하고 희미해진 사람들에게는, 그 터져버린 물집이 서글프도록 아름답다.
-이경은 에세이 <가만히 기린을 보았다> '유별나거나 고독하거나' 중에서 (선우미디어)
이 책에서 이경은의 첫 일성은 “살아 있음으로 나는 쓴다. 두려움 없이, 아낌없이, 자유롭게"라고 했다.
대체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일까? 격리! 두 번째 코로나에 걸렸다.
세상으로부터 나를 격리하고, 나로부터 세상을 격리한 시간, 근데 이게 설렜다.
유배 생활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까? 어쨌든 나는 설렜다. 아무것도 안 할 권리, 면죄부를 받은 느낌이랄까. 어릴 때 아프면 학교에 안 가도 되고, 통조림 황도를 혼자만 먹어도 되는 특권을 누릴 때의 기분과 닮았다.
잠옷 차림으로 느긋하게 커피잔을 들고 마당 평상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읽거나 쓰거나에 매몰되는 서재에선 느슨해지지가 않는데, 갇힌 시간이 되니 휴가를 얻은 듯 여유로워 긴장감이 덜하다. 8월 하늘엔 비 갠 뒤 뭉게구름이 꽃처럼 피어있다.
억지로 주어진 여백이지만, 오롯이 내 안에 침잠하는 헐렁한 시간에 자유로움이 있다. 행동을 제한하니 마음에 자유가 왔다. 아이러니다. 책도 잘 읽혔고, 원고도 두 꼭지나 퇴고했다. 자유가 이토록 빛을 발하니 작가의 말대로 나는 외로웠던 것일까? 눈물 물집이 터져 아름다워진 까닭일까?
이경은 작가는 파킨슨 씨와 산다. 그녀가 남자친구라 명명한 그를 끼고, 달래고 어르고 앓으면서도 그녀는 인식의 세계를 놓지 않는다. 올해에만 두 권의 책을 출간한 이경은의 저력은 긍정의 아이콘이자 살아있음의 먹먹한 외침이다.
△이명지 주요 약력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창과 졸업. 수필집 '육십, 뜨거워도 괜찮아' '헤이, 하고 네가 나를 부를 때' 등 다수. 제32회 동국문학상, 제6회 창작수필문학상 수상. 현재 (사)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