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자의 봄] 08 - 애정결핍이 노처녀에게 미치는 영향
1. S# 회사 로비. N.
문을 밀고 들어서는 태봉, 엘리베이터쪽으로 가서 버튼을 누른다.
손에 쥐고 있는 달자의 장갑을 탁.. 탁.. 손바닥으로 가볍게 쳐가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모습에서.
2. S# 회사 복도 일각. N.
엄기중 아내와 만났어요.
달자 (본다)
엄기중 다음주에 깨끗하게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보며) 이혼하기루요.
달자 ....! (본다)
3. S# 같은 층 일각.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쭉 걸어나오는 태봉.
기분좋게 쭉 걸어오다가 모퉁이를 막 돌려는데
저쪽으로 보이는 달자와 엄기중의 모습,
태봉, 모퉁이뒤에 서서 반쯤 얼굴을 내밀고 쳐다보는 위로,
엄기중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달자씨를 계속 만나고 싶다는겁니다.
달자 (! 본다)
INSERT> 모퉁이 뒤에서 조용한 시선으로 보는 태봉위로 계속
엄기중 알아요, 나 때문에 회사에서 안좋은 입장이 됐다는거.
내가 이렇게 회사에서 달자씨와 얘기하는것만도
많이 불편하다는것도 압니다. 하지만...
달자 (본다)
엄기중 (보며) 아무래도 그냥 있을수가 없었어요.
달자씨가... 보고싶었거든요.
달자 (빤히 쳐다보기만)
INSERT> 태봉, 그런 달자를 바라본다.
대답못한채 빤히 바라보는 달자를 태봉, 잠시 빤히 쳐다보다가
그대로 조용히 모퉁이 뒤로 돌아서서 가버린다. 그러다 갑자기
성큼성큼 걸어나와 달자와 엄기중쪽을 향해 다가서기 시작한다.
엄기중 나하구 계속... 만나줄수 있겠어요? (다시 한번 묻는데)
달자 (그저 얼떨떨한 듯 빤히 쳐다보는위로)
태봉E 아뇨, 그럴 생각 없는데요!
목소리에 엄기중과 달자, ? 돌아본다.
달자 강태봉!!
엄기중 (? 돌아보면)
태봉 (본다. 진지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다가선다)
달자 (당황하는 표정으로 다가서는 태봉을 본다)
엄기중 (다가서는 태봉을 보면)
태봉 (달자옆으로 와서 선다. 서서 엄기중을 보더니)
미안하지만 달자씨는 더 이상 엄대표님을 만날수가 없겠는데요.
엄기중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달자 (같이 궁금해서 쳐다보면)
태봉 이제부턴 제가 달자씨옆에 있을거거든요.
엄기중 (! 본다)
달자 (!!! 빤히 쳐다보면)
태봉 그러니까 달자씨한테 계속 만나고 싶다느니, 보고싶다느니
이제 그런 말은 삼가해주시죠, 민폡니다 그거.
(그러더니) 그만 가자.
(하면서 달자의 어깨에 손을 올려 그대로 쭉 데리고 걸어나온다)
달자 (얼떨결에 일단 태봉을 따라 걸어나오는)
그 뒤로 혼자 남겨진 엄기중, 멀어지는 그 두 사람을 흘끗 돌아본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듯, 쳐다보는 시선에서.
4. S# 엘리베이터 안. N
올라타는 태봉과 달자, (그 때까지 태봉, 달자의 어깨에 올린 손 그대로)
달자, 조금은 놀랍고 충격받은 표정으로 태봉을 빤히 올려다본다.
달자Na 대체 이 상황은... 뭐지?
너무나 진지한 표정으로 앞만 쳐다보고 있는 태봉,
insert> 여전히 그 자리에 혼자 우두커니 서 있는 엄기중,
다시 엘리베이터 안> 순간 달자, 자기도 모르게 숨을 훅! 들이키는 위로,
달자Na 오 마이 갓! 설마 이 상황은...!
내가 평생토록 꿈꿔온 바로 그 상황..???
동시에 달자의 얼굴위로, 자막 “삼. 각. 관. 계...!!!” 쿵쿵쿵쿵! 찍히면서.
5. S# insert> 달자의 상상.
(뉴스 나올 때 나오는 BGM 깔리면서)
뿔테안경에 여성앵커로 나오는 달자,
그 한쪽으로 태봉과 엄기중의 편집된 사진이 떠오르면서,
달자 뉴스속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삼십삼년동안 변변한 애인 하나 없이 나이만 먹어가던 오달자양이,
드디어 꿈에 그리던 삼각관계의 여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참으로 집안의 경사가 아닐수 없습니다! (기쁨의 눈물을 글썽이는데)
6. S# 다시 엘리베이터 안. N
태봉 쓸데없는 상상하지 말아요.
난처해보이길래 도와준것뿐이니까.
달자 (순간 행복한 상상, 삑사리 나면서 멈칫..! 돌아보면)
땡! 엘리베이터 문 열리면서 태봉, 먼저 성큼성큼 걸어나간다.
달자, ? 본다. 바라보는 시선에서.
7. S# 회사 앞. N
문을 밀고 쭉 걸어나오는 태봉.
그 뒤로 쪼르르 따라나오는 달자,
달자 어이 강태봉! 거기 서 봐.
태봉 (? 돌아보면)
달자 (다가서더니) 너 지금 뭐라구 했냐? 도와주다니? 뭘 도와줘?
태봉 바보같이 우물쭈물하고 있는게 하도 속터져서 도와준거라구 내가.
달자 뭐? 바보?
태봉 그 사람 때문에 8년 몸담고 있던 부서에서 ?겨나,
엄마 마음까지 아프게 해, 본인 마음 상해,
(보며) 그래놓고도 또 그 사람앞에서 우물쭈물하니까 바보맞지!
달자 강태봉!
태봉 남자가 궁한것도 알겠고, 연애에 목마른것도 알겠는데,
그래두 저 남자는 이제 아니잖아.
달자 누가 저 남자래?
태봉 그런데 왜 아니라고 딱 부러지게 말 못해?
달자 그야, 너무나 갑작스러우니까!
태봉 그 나이에 그 정도 순발력도 없어요?
그 정도 맺고 끊는 힘도 없냐구!
달자 그래! 나 그런 순발력 없어!
우유부단하고 소심해서 맺고 끊는것도 잘 못해!
맞어 그래, 나 A형이야!!! (여기까지 숨도 안쉬도 쏟아뱉어버린다)
태봉 ....? (혈액형은 또 왜 나와? 쳐다보면)
달자 순발력도 경험이 있어야 나오는거지! (참나.. 열받어)
나는 말이다. 살면서 어떤 남자가 나 보고싶다고 찾아온적이
한번도 없어가지구 말이다, 남자가 그렇게 나올 땐 어떻게 해야하는지
무슨말로 대답하고, 어떻게 거절해야하는지 하나두 모르겠거든?
참 미안하게 됐다야! 이 나이에 순발력도 없이 살아서! 그런데 강태봉!
태봉 (본다)
달자 이제부턴 너두 낄 때 안낄 때 좀 가려서 나서줄래?
내가 부탁하지 않은건 함부로 나서서 아는척하지 말라구!
니가 아무리 잘난척해봤자 넌! (본다. 보더니)
나한테 돈받고 고용된 남자에 불과해! 알어?
태봉 ...!! (본다)
달자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가버린다)
남겨진 태봉, 조용히 알수 없는 화가 나려하고 있다.
손에 쥐고 있던 그녀의 장갑을 자기도 모르게 꾹 쥐는데,
그 때 그 옆으로 뚜벅뚜벅 다가서는 발.
태봉, 멈칫... 고개 돌려 쳐다보면 엄기중이다.
엄기중 돈을 받고 고용됐다구요?
태봉 ! (본다)
엄기중 그렇다면 얘기가 또 달라지는군요, (보며) 그렇죠?
태봉 (왠지 기분나빠지려는 듯 본다)
엄기중 (여유를 가지고 쳐다보는 시선)
그 두 남자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오가는데서,
8. S# 달자의 아파트. N
커다란 양푼에 찬밥 집어넣고, 김치 집어넣고, 계란후라이 하나
턱! 얹어넣고 고추장 넣어 쓱쓱 비비는 달자,
선채로 한입 가득 집어넣는다. 그제야 좀 안정되는듯한 표정... 그러면서,
달자Na 생각해보니, 그렇게까지 화를 낼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날 위해서 나서준건데...
(핸드폰을 집어들어 쳐다본다)
지금이라도 전화해서 아깐 내가 미안했다고 말할까?
(그러다 도로 내려놓으며) 하기사. 어차피 계약기간 끝나면
생판 모르는 남남인데 그딴 녀석 신경쓸거 뭐 있냐?
(하다가 도로 핸드폰 집어들어놓고) 그래도 기분 나빴을텐데...
(하다가 도로 내려놓고) 아! 모르겠다! 머리 복잡해!
다시 숟가락으로 양푼의 밥을 먹는다. 먹고 또 먹고...
그래도 근본적인 허기는 채워지지 않는 듯 먹는 위로,
달자Na 도대체 이 놈의 허기는 뭘 먹어야 채워지려나. 젠장...!
9. S# 한정식집.
상위로 가득찬 반찬에 돌솥밥까지.
달자, 신나게 이것저것 집어먹는걸 맞은편에서 빤히 바라보는 고순애,
고순애 내가 볼 때 넌 배가 고픈게 아니라, 남자가 고픈거야,
달자 언니는 나한테 문제만 생겼다하면 그 원인이 다 남자래지?
고순애 남자 말고 너한테 아무런 하자가 없거든.
달자 (본다. 그런가... 하는 표정위로)
고순애 철분이 부족하면 빈혈이 생기고,
비타민이 부족하면 노화현상이 빨리 오듯이,
남자가 부족하면 다 그런 이상한 허기증세도 오고 그러는거야.
달자 내가 언니의 말빨을 당할수 있는날이 오긴 하는걸까?
고순애 아줌마의 말빨을 이길수 있는건 아줌마가 되는길 뿐이란다,
허나 그 역시 남자가 필요한 일이지.
달자 도대체 남자없이 할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순애 쇼핑.
달자 아...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뭔가 생각하다가) 상처받았을까?
고순애 엄대표, 그런걸로 상처받을 남자처럼 안보이든데,
달자 엄대표 말구 강태봉.
고순애 (흘끗 본다)
달자 아니, 딴에는 내 걱정해서 나서준건데... 내가 그딴식으로 말해버려서..
(보며) 기분 많이 상했을까? 삐졌을라나?
고순애 뭐냐 너?
달자 어?
고순애 설마 너... 강태봉 좋아하니?
달자 참나, 또 ?겨짚네, 또 ?겨짚어.
이래서 내가 뭔 소리를 못해요, 뭔소리를.
고순애 (상당히 미심쩍은 듯) 냄새가 수상하잖어,
달자 괜히 이상한 생각하지마. 그런거 절대 아냐.
고순애 정말 아니라고?
달자 언니! 내가 언제 나보다 한 살이라도 어린 애들 남자취급하는거 봤어?
고순애 못봤지.
달자 나는 연하의 남자는 남자로 보이지도 않어,
그런데 태봉인 나보다 여섯 살이나 어려,
그런 앨 내가 남자로 좋아할거 같애?
고순애 미끈허니 잘 생기기만 했더구만 뭘,
달자 물론 잘생겼지이...
고순애 (다시 찌릿 쳐다보면)
달자 ...만! 아니라구, 언니가 생각하는 그런거 절대 아니야.
고순애 나두 절대 아니길 바란다. 앞으로도 절대 그런일은 안일어나길 바래.
출신도 모르고 배경도 모르는 애를....
더군다나 애인 없는 여자 등쳐먹고 가짜애인이나 해주는 놈,
아우 얘, 절대 안돼! 만에 하나 너 그 놈한테 마음 주는 날엔
나, 당장 니 엄마한테 뛰어갈줄 알어, 알았어?
달자 아우, 알았어, 알았어. 오버 좀 하지마 제발!
고순애 (보더니) 그래서, 엄대표는 어떡할거야?
달자 뭘?
고순애 이혼 한다 그랬대며? 어떡할거냐구.
달자 글쎄에.. 솔직히 잘 모르겠네. (하면서 다시 먹기 시작하는데)
고순애 (본다. 아무래도 얘... 이상하다. 싶은 표정으로 보는데서)
E. 울리는 핸드폰벨, 달자 얼른 먹다 말고 받는다.
달자 여보세요? (받는것과 동시에)
세도 (insert> 다급하게) 달자씨! 비상이야! 비상!
10. S# 휴게실 일각.
달자 (화면앞으로 프레임-인 되면서) 뭐가 비상이야?
신세도 우리 아버님이 지금 서울에 올라오신댄다.
달자 그런데?
신세도 우리 아버지, 완전히 꽉 막힌 충청도 양반이시잖어,
게다가 내가 또 2대독자구.
달자 그런데?
신세도 이번에 올라오시면 어떻게든 내 결혼문젤 매듭지을라고 하실텐데,
그래서 어쩔수 없이 여자가 있다고 해버렸다.
달자 그런데!
신세도 아, 진짜! 여기까지 얘기하면 좀, 알아듣는 센스 좀 있어라,
(하더니 순간 살짝 비굴하게) 니가 좀 같이 가줘야겠다, 친구야!
달자 또 나왔다 저 친구소리!
신세도 친구야아!
달자 안돼! 그것만은 절대 안돼! (하더니) 친구 내세울게 따로 있지 친구야,
아버님한테 자기 여자 보여주러 가는 자리에 내가 왜 나가니?
아니, 대타로 나가줄 일이 따로 있지, 그런 자릴 어떻게 나가아!!
신세도 제발 그러지 마라! 너마저 안나가주면 그 땐 진짜
울 아버지가 정해주는 아가씨랑 결혼해야할지도 몰라 나!
달자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아버님이 정해주는 여자면 오죽 괜찮을까,
아예 이 기회에서 그 아가씨랑 결혼해서 정착해!
신세도 너도 알다시피 내가 지금 결혼할 상황은 아니잖니.
아직 결혼할 마음이 준비도 안됐고...
더군다나 지금 나한텐 선주씨도 있는데!
달자 그럼 선주씨랑 같이 나가면 되겠네.
신세도 나가 달라고 했었지 물론.
달자 했더니?
11. S# 분장실.
위선주 싫어.
신세도 그렇게 딱 잘라 말하지 말구, 생각 좀 해봐, 응?
오늘 딱 하루, 저녁만 같이 가서 먹으면 돼,
위선주 싫어.
신세도 레스토랑두 자기가 좋아하는데로 잡아놨단 말야,
저번에 자기 스테이크 맛있다고 한데, 청담동에 알지?
위선주 싫어.
신세도 그러지 말구 한번만 더 생각해 봐, 정말 안되겠니?
위선주 어. 안돼.
신세도 정말 안돼?
위선주 어. 싫어.
신세도 (본다. 보다가 땅이 꺼지는 한숨)
그래, 뭐... 싫다면 할수 없지.
나두 선주씨가 그렇게 쉽게 나가줄거라고는 생각 안했으니까...
위선주 (짐짓 시선 한번 준다)
신세도 아, 진짜... 요즘 만나는 여자도 따로 없어서 대타 구하기도 힘든데...
어떡하냐 진짜, 클났네 진짜... (하면서 궁시렁 거리며 나가면)
위선주 (슬쩍 거울로 멀어지는 세도를 한번 본다. 시선에서)
12. S# 다시 휴게실 일각.
신세도 이젠 정말 나한테 너밖에 없다 달자야! 아니 친구야!
제발 날 이대로 버려두지마라, 응?
달자 싫어!
신세도 달자씨이!
달자 싫다구 글쎄.
신세도 (본다. 보더니) 좋다 그래! 이번주 점심은 내가 쏜다.
달자 (순간 솔깃!) 뭐라구?
신세도 오! 역시 먹을거에 약한 우리 오달자선수!
이제야 얘기할 맘이 좀 생기시나?
달자 오늘 월요일이야, 이번주 내내 쏘면 총 여섯 번인데, 부담이 클텐데?
신세도 그런 부담쯤은 얼마든지 감수! 그것도 구내식당 말고, 밖에서!
한중일에 이태리 불란서까지, 종류 불문, 원하는대로 다 쏜다.
달자 (순간 표정 싹 밝아지면서) 오! 이거 어째, 대통령이 세계순방길에
오른것보다 더 알차고 평화적으로 들리는걸?
신세도 같이 가주는거지?
달자 아! 갈등 때리네...
이러다 나 진짜 세도씨 아버님 맘에 들면 어쩌냐?
내가 또 은근히 어르신들한테 먹어주는 스타일이잖어, 그럼 안되는데...
신세도 (? 보는데서)
13. S# 레스토랑. N.
조용히 별로 그닥 탐탁치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도부친.
세도부친 처자, 올해 나이가 ?인감?
달자 아, 예. 서른셋입니다. (베식 한번 웃으면)
신세도 저랑 같은 나이예요 아버지.
세도부친 (땅이 꺼져라 한숨. 먹어도 너무 먹었다, 그래도 담담하게)
뭐더느라고 여태 시집을 못갔남?
달자 예? 아... 그게.
신세도 일하느라구요, 아버지. 요즘 여자들은 자기 일 하느라고
다들 시집들 늦게 가구 그래요.
세도부친 (다시 땅이 꺼져라 한숨.. 내쉬더니, 최대한 담담하게)
머리는 워쩌다가 그리 됐는감? 폭격맞었남?
달자 예? 아... (얼른 머리를 만지며) 그게..
신세도 아이구 아버지, 이게 다 스타일이예요, 스타일.
세도부친 너는 이눔아 촐싹거렸쌌지말고, 입다물구 있어!
(입이 탄다. 물 마시고) 들어서 알겄지만 나는 이 눔이 2대 독자여.
달자 아, 예에... 알고 있습니다.
세도부친 워낙이 손이 귀헌 집안이라 내가 다른건 안봐. 딱 하나만 봐.
애를 쑴벙쑴벙 잘 낳겄나 못 낳겄나...
헌디 서른셋이면... 이미 출산을 마감할 나이 아닌감?
달자 (순간 쿵! 머리위에서 100톤따리 바윗돌하나가 떨어지는 기분.. 간신히
참으며 신세도를 쓰윽... 쳐다보면)
신세도 (너 장하다! 아주 장해! 잘 참고 있어! 고맙다! 시선 보내주고 있다)
바로 그 때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서는 위선주.
나름 신경써서 점잖게 차려입은듯한 정장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와
안내하는 지배인에게
위선주 신세도씨라구... (하다가 멈칫... 본다)
테이블에 아버님과 마주앉아 있는 신세도와 달자를 본다.
마침 달자와 신세도도 위선주를 본다.
달자, 어? 선주를 본다.
신세도, 역시 너무나 놀란 표정으로 위선주를 보면
위선주, 그 두사람을 보는 순간 그렇구나..! 하는 씁쓸한 미소, 짧게
스치는가 싶더니 그대로 미련없이 돌아서서 나가버린다.
신세도 선주씨! (하더니 갑자기) 아버지! 잠깐만요! 잠깐만 나갔다올께요!
달자 어디 가려구! (하면서 외투자락 잡아당기면)
신세도 금방 올게 달자씨! 잠깐만 아버님이랑 있어, 어?
(하더니 후다닥 달려나간다)
달자 (이러언...!!!! 쳐다보다가)
세도부친 (빤히 쳐다보고 있는 시선과 마주친다)
달자 (그러자 이내 베식 웃으며) 바쁜 일이 생겼나봐요, 하하... 어서 드세요.
세도부친 (다시 땅이 꺼져라 한숨... 역시 영 맘에 안드시는 모양)
달자 (어뜩하니 진짜...! 하면서도 끝까지 열심히 웃어주는 모습에서)
14. S# 레스토랑앞 거리. N
뛰어나오는 세도, 얼른 길 양쪽으로 위선주의 모습을 찾으면
벌써 저 앞으로 멈춰선 택시의 뒷문을 열고 있는
위선주의 모습이 보인다.
신세도 선주씨!!! (하면서 얼른 그 앞으로 달려가지만)
바로 코앞에서 탁! 택시문을 닫아버리는 선주,
동시에 택시, 출발해버린다.
그 뒤로 몇미터쯤 따라오던 신세도
신세도 선주씨이이!!!! (외치지만 택시는 멀어지고. 그 자리에 멈춰서서
멀어지는 택시를 망연히 쳐다보다가) 아 진짜..!
(그러다 진짜 신경질 나는 듯) 아우 진짜아아!!! (하는 위로)
달자Na 우리는 왜 이토록 어긋나는것일까?
15. S# 달리는 택시 안. N
위선주, 왠지 여기까지 온 스스로에게 짜증이 난 듯,
별로 기분좋지 않은 표정으로 창밖을 돌아보는 위로,
달자Na 우리는 왜 이토록 마음을 닫을 구실만 찾고 있는걸까?
16. S# 달자의 아파트 안. N
어두컴컴한 실내로 들어서는 달자,
피곤한 듯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본다.
달자Na 어쩌면 우리는 태생적으로 서로 사랑하기에 부적합한 DNA구조를
갖고 태어난건 아닐까?
달자, 그러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쳐다본다.
보더니 번호를 누른다. 신호가 간다.
태봉F 여보세요.
달자 어... 나야. (왠지 머슥하다)
태봉F ...
달자 뭐하니? 저기 사실은 저번일루 할 말이 있어서 전화했는데...
태봉F 나중에 다시 통화하죠, (냉랭...)
달자 (멈칫...) ...뭐?
태봉F 끊겠습니다. (하더니 탁! 끊어져버린다)
달자 (순간 멈칫... 허! 핸드폰을 쳐다보는 위로)
달자Na 그래서 아주 작은 오해에도 면역력을 잃고 아파하는게 아닐까.
17. S# 태봉의 옥탑방. N
핸드폰을 한쪽에 탁! 내려놓으며 돌아서는 태봉,
태봉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보면)
희연 (입구에 표정없이 한쪽에 서서 태봉을 본다. 보더니)
좀 앉아도 되죠? (하더니 절뚝절뚝거리며 걸어들어온다)
태봉 (본다. 시선에서)
18. S# 다시 달자의 아파트 안. N
또 다시 테이블 가득 이것저것 잔뜩 꺼내놓고
우걱우걱 먹고 있는 달자,
달자Na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았다.
아니.. 먹을수록 점점 더 배가 고파졌다.
대체 이건 무슨 결핍일까?
달자, 먹고 또 먹고, 또 먹는 모습에서
타이틀 “달자의 봄”
일러스트위로 서브타이틀,
“제 8 부, ”애정결핍이 노처녀에게 미치는 영향“
19. S# 태봉의 옥탑방 안. N
희연앞으로 차를 내주는 태봉, 그리고 한쪽에 앉는데
그 앞으로 봉투를 꺼내 탁자위에 올려놓는 희연,
태봉 (그 봉투를 본다. 다시 시선 들어 희연을 보면)
희연 이 돈.. 저 안받아요. 아니.. 못받아요 태봉오빠.
태봉 희연아.
희연 태봉오빠.. 나한테 빚진거 없잖아요,
이런거 안줘도 나 살아갈수 있어요.
태봉 알아. 이런거 안받아도 너 씩씩하게 잘 살아갈 녀석인거.
하지만 이건 내 약속에 대한 문제야.
니 부모님하고 약속했으니까.
희연 (보면)
태봉 너 제대로 걷는거... 두 분 마지막 소원이셨어.
희연 (본다)
태봉 그 소원... 들어드리자. 응?
희연 (순간 두 눈에 눈물이 글썽... 해져서 본다)
태봉 (짐짓 미소로 보더니 손으로 희연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며)
그렇게 할거지?
희연 (말없이 툭.. 눈물이 떨어지며 고개를 떨군다)
태봉 (본다. 보다가 말없이 희연의 머리를 안아준다, 토닥여주는 모습에서)
20. S# 달자의 집 침실. (아침)
동시에 헉! 무언가에 놀라서 자다말고 눈을 번쩍 뜨는 달자,
달자Na 꿈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앉는 달자, 조용한 실내,
째째째째... 새소리와 눈부신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올뿐. 그 위로,
달자Na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 아주아주 불쾌한 꿈이었다.
달자, 긁적거리며 시계를 들어서 본다. 순간 멈칫..!
이젠 늦은것에 대해 놀라지도 않는다.
젠장! 하는 표정으로 홱! 이불을 걷어차는것과 동시에,
달자Na 그 불쾌한 꿈은 곧바로 현실로 나타났다.
짧은 경과>
거울앞에 서서 옷을 입어보던 달자, 허리를 잠그려는데 턱! 걸린다.
한번 더 잠그려고 숨을 있는 힘껏 들이쉰채 조여보지만, 잘 안된다.
달자 이상하네, 이거 작년에 산건데...?
어떻게든 잠궈볼려고 애를 쓴다. 겨우겨우 잠궈보려는데 순간
탁! 단추가 날아가버리고 만다. 순간 후우...! 들이켰던 숨이 쑥 나온다.
잠시 허망한 표정으로 서 있는 모습위로,
자막 “쪘나..................???”
21. S# 거실 일각.
체중계에 올라가는 달자, 허걱! 놀란다. 그 위로
자막 “쪘다....................!!!”
젠장! 쳐다보는 달자의 표정위로
달자Na 안되겠다.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달자 (홱! 돌아보는 시선에서)
(짧은 경과) 턱! 냉장고앞에 써붙여놓는 글씨.
“장고는 나의 적! 먹고나서 후회말고 먹기전에 참아보세!”
팔짱끼고 서서 “음!” 비장하게 기합을 넣어보는 달자의 표정에서.
22. S# 회사 엘리베이터 안.
땡!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안에서 나오는 위선주,
그 복도 한쪽으로 스탭들과 얘기중이던 신세도, 위선주를 보더니
재빨리 쭉 따라 들어오면서
신세도 굿모닝! 선주씨? 일찍 나왔네? 어제는 잘잤어요?
위선주 (그대로 무시한채 쭉 걸어들어와버린다)
신세도 (본다. 보다가 쪼르르 따라들어서며)
23. S# 메인로비.
한쪽으로 들어와 일단 휴게실에서 음료를 뽑는 위선주,
그 옆에 따라서서 같이 음료를 뽑으며
신세도 어제는 그렇게 왔다가 그렇게 가는 법이 어딨어요? 사람 서운하게...
위선주 (뽑아서 다시 쭉 걸어오면)
신세도 (같이 뽑아서 재빨리 따라붙으며)
그래두 내가 속으로 얼마나 감동했는지 알아요?
겉으로는 차갑게 굴어도 사실 속으로는 따뜻한 여자구나,
겉으로는 아닌척 하지만, 사실 속으로는 나를 좋아하고는 있구나..
위선주 (쭉 계단을 올라오며) 착각하지마.
대타가 없다길래 잠깐 나갔었던것뿐이야. 신경쓰여서.
달자씨가 있는걸 생각했으면 안나갔을텐데. 택시비만 날렸어,
(2층으로 올라서는것과 동시에)
24. S# 2층 복도.
쭉 걸어오는 위선주와 그 옆으로 신세도.
신세도 어쨌든 신경이 쓰였다는건
내가 선주씨 마음속에 조금은 들어가 있다는 뜻도 되는거잖아, 아니야?
위선주 (회의실쪽으로 쭉 걸어오며) 착각하지 말랬지. 아니야.
신세도 (위선주 팔을 잡아 홱! 돌이키더니)
됐어요 선주씨! 이제 제자리 걸음 그만합시다.
이렇게 노는거 재미없어요!
위선주 (! 보면)
신세도 당신이 전에 무슨 상처를 어떻게 입었는지 그건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난 선주씨 전남편도 아니고, 이제껏 만났던 남자들하고도 달라,
나는 나야, 신세도라구, 알겠어요?
위선주 (본다, 보더니) 내가 만났던 모든 남자들이 시작할때마다
단 한사람도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어,
“난 다른 남자와 다르다.”
신세도 (본다)
위선주 그리고 끝낼때마다 단 한사람도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어,
“미안하다. 역시 나도 남자였다.”
신세도 ! (보면)
위선주 신세도씨... 당신도 남자야. 별수 없어.
신세도 이것봐요 선주씨... (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위선주 뭐해? 받어.
신세도 (일단 받으며) 예, 여보세요. 아! 아버지... 저 지금 급한 회의중이라.
위선주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회의실로 들어간다)
신세도 (얼른 수화기 막고 선주에게) 잠깐만 내 얘기 아직 안끝났는데....
위선주 (바로 신세도 얼굴앞에서 쿵! 문을 닫아버린다)
신세도 (제길...! 보더니 일단 다시 수화기에 대고)
아뇨, 아버지! 저 지금 일한다니까요, 왜 자꾸 오신다는거예요 증말!
그냥 서울 관광 시켜드릴테니까 관광하세요, 예? (하다가 속터진다)
아, 왜 그러신대유, 진짜아!!! 지발 지 말 좀 들어유 아부지이!!!
(하는데서)
25. S# 고객사무실
힘없이 털썩! 책상위에 엎드리는 달자, 위로 꼬르르르르륵!!!
그러자 일제히 안에 있던 사람들, 일하다 말고 돌아본다.
달자 아이고 배고파아...! (기력도 못쓰는 표정으로 멍한 표정 지으면)
고순애 얘가, 출근한지 한시간두 안지났구만... (보며) 아침 안먹었니?
달자 (거의 꺼져가는 소리로) 다이어트중....
고순애 얘, 아서라 말어라! 다이어트도 다 젊구 힘있을 때 하는거야,
나이 먹어서 그런거 함부로하면 피부 탄력만 떨어지구, 푸석푸석해져.
괜히 얼굴만 더 늙어보인다구, 하지마 그런거.
달자 안돼! 그래두 하고야말거야!
이러다 시집도 가기전에 정말 몸만 아줌마 되면 어떡해. (하는데)
고순애 아직도 시집가겠다는 열망이 남아는 있었니?
달자 당연하지! 그럼 내가 이대로 늙어죽길 바래 언닌?
고순애 고실장님이라니까 회사에선!
달자 으아아아... 배고파! 말시키지 마세요, 고실장님... 으으... (엄살떠는데)
강신자 오달자씨!
달자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나며 초롱초롱) 네! 팀장님!
강신자 당신이 돌침대 도로 물려준다고 했어요?
달자 예? (생각하다가) 아아아!!! 그거요! 그럼요, 제가 했습니다.
강신자 돌침대처럼 일단 설비가 끝난 제품은 절대 반품 안되는거 몰라요?
달자 물론 알죠, 아는데... 늙으신 어머님께 선물할라고 그 침대를 샀다가
그만 이틀만에 돌아가셨다면서 너무나 슬프게 우시길래...
도저히 반품이 안된다고 할 수가 없드라구요, 그래서,
강신자 그래서! (턱! 달자의 책상위로 종이들을 던져놓으며)
이렇게 누군 반품이 되고, 누군 반품이 안되냐며 항의성 글들이
인터넷에 쫙 올라왔어요, 이거 다 어떡할거예요?
달자 아.... (보면)
강신자 이건 고객관리의 형평성에 관련된 문젭니다.
사정이 딱한건 알겠지만, 회사입장에서는 절대로 반품못해줍니다.
달자 하지만 이미 반품해드리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강신자 그건 오달자씨가 알아서 해결하세요,
다른 사람한테 도로 팔든가,
본인이 직접 사든가! (하면서 뚜벅뚜벅 지나가버린다)
달자 (이런 젠장...! 하다가 슬쩍 고순애를 돌아보면)
고순애 안돼 얘, 나 작년에 우리 시어머님 하나 사드렸어,
아직 할부도 다 안끝났다.
달자 형부는 안필요하신가?
고순애 우리 진주아빤 딱딱한데서 못자.
달자 (순간 절망)
고순애 어떡하니? 기냥 눈 딱 감구 간만에 효도 한번 해야쓰겄다?
달자 (정말로 젠장...! 하는 표정에서)
26. S# 이끝순여사의 방.
척! 하니 들어와 있는 돌침대.
이끝순 이야, 이거이 바로 그 돌침대라는거구나야!
달자 예, 할머니. 그 동안 할머니가 돌침대 돌침대 노랠 불렀잖어요,
그래서 하나 장만한거지.
이끝순 내래 손주딸래밀 잘 둬서 이런 호강두 해보구,
참 오래도 살고 볼일이다, 안기렇니 어멈아?
정정애 (문앞에 서서 뚱한 표정으로 쳐다보기만)
달자 할머니, 어서 누워보세요.
이끝순 기래, 기래, 함 누워보자꾸나이? (하면서 한쪽에 길게 눕더니)
어이구 따숩다, 소케트 꽂은지 얼마나 됐다구
벌써 잘잘 끓는구나야, 어이구 좋다아...
달자 (그래도 사드리길 잘했다 싶은 표정으로 보는데서)
27. S# 정정애네 집 거실.
정정애 (나오면서) 너 무슨 돈 있어서 저렇게 비싼걸 들여놔?
달자 어? 어어... 회사에 새로 나왔길래... 12개월 무이자 할부야. 괜찮아.
정정애 12개월 할부는 돈 아니야?
달자 에이, 간만에 할머니한테 효도도 하고 좋지 뭘 그래.
자고로 잠을 잘자야 장수하신다잖어.
정정애 (슬쩍 목소리 낮춰) 느이 할머니 정정하셔,
니 엄마보다두 오래 사실테니까 걱정하지 말구, 너는 돈이나 아껴써!
이끝순E 다 들린다!
정정애 (찔끔!하더니 그대로 끝까지 소리 낮춰 달자에게)
얼마나 번다구 푼푼이 모을 생각은 안하구,
암튼 기집애가 베짱두 좋아, 그 비싼걸...! (하면서 주방쪽으로 나가면)
달자 그러게. (헤... 웃다가 슬쩍 고개 돌리는 위로)
달자Na 그 놈에 베짱땜에 앞으로 12개월은 허리띠 졸라매게 생겼다. (하는데서)
28. S# 달자의 아파트 거실.
식탁앞 의자위에 쪼그리고 앉아 냉장고를 쳐다보는 달자,
“장고는 나의 적! 먹고나서 후회말고 먹기전에 참아보자!”
달자, 보다가 핸드폰을 집어들어서 본다.
잠시 망설이다가 번호를 누른다. 신호가 가는데 받지를 않는다.
달자 어쭈, 이젠 아예 받지두 않어?
29. S# 태봉의 옥탑방.
드드드 진동하는 핸드폰,
태봉, 핸드폰을 받을 생각도 못한채 놀란 표정으로 서서 바라보면
입구쪽에 서서 태봉을 바라보는 손영심 여사,
태봉 어떻게 알구... 찾아오셨어요?
손영심 아이고, 계단을 올라왔더니 힘들다,
우선 좀 앉자. 물도 좀 가져올래? (하면서 한쪽에 앉는다)
태봉 (벙찐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는위로 핸드폰 계속 드드드 진동하다가)
30. S# 달자네 아파트 거실.
“전화를 받을수가 없어....”로 넘어가버린다.
달자, 탁! 핸드폰을 접는다.
달자 허! 이젠 전화까지 씹네? 아직 계약기간두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칠삼 이십일! 스물 한시간이나 남았잖어, (하다가)
이거 혹시 띵겨먹을라구 하는 수작 아냐?
아, 진짜! 하면서 벌떡 일어나 왔다갔다 서성거리더니
자기도 모르게 냉장고문을 잡고 막 열려고 하던 그녀, 순간 아니지!
일단 인내심을 발휘한다. 참자! 참아야 돼, 외면하고 돌아서던 그녀,
그렇게 두어번을 더 반복하더니 결국 결심은 무너지고!
돌아서서 냉장고문을 있는 힘껏 활짝 연다.
순간 환한 빛이 달자의 얼굴위로 쏟아진다.
무언가 신의 계시라도 받는 듯 냉장고의 먹을 것을 향해 손을 뻗는데서
31. S# 태봉의 옥탑방 안.
탁! 물컵을 내려놓는 손영심,
손영심 너, 그 수세미는 누구니?
태봉 (? 본다)
손영심 (최대한 상냥하려고 애쓰며) 어떤 사인데 모텔까지 같이 들어갔었어?
태봉 (순간 또 미행을 했구나 싶어) 어머니!
손영심 (OL) 엄마가 오죽하면 미행을 다하겠니? 오죽 걱정됐으면?
지난 일년동안 니가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는채,
밤이면 밤마다 날이면 날마다 한숨과 고통으로 지세웠을
니 엄마의 인생을 생각해봐!
태봉 (살짝 열받는걸 꾹 누른채) 어머니, 나 중학교때부터 그러셨잖아요,
심심하면 따라다니고, 미행하고.. 내 프라이버신 생각도 안해주시고!
손영심 사랑하니까! 니 엄마한텐 너밖에 없잖어!
태봉 아버지가 계시잖아요, 그 사랑, 아버지한테 쏟아부으세요!
손영심 느이 아버지 쌀쌀맞은 양반인거 너 몰라서 그러니?
너 집 나가고나서부터는 아주 시베리아 한복판이다.
태봉 (보면)
손영심 내가 다 큰 아들 붙잡고 참 이런 얘기하는것두 뭣허다만...
너 집 나가고나서부터는 아예 각방쓰기 시작했어.
나느은, 증말 낙이 ?어, 우리 아들밖에는.
태봉 (나즉히 한숨... 속상한듯...)
손영심 벌써 일년이나 지났다 아가, 일년이면 충분히 시간 지나지 않았니?
그만 방황하구 엄마랑 집으로 들어가자, 응?
니가 있을곳은 여기가 아니잖니 아가? 응?
태봉 죄송해요, 어머니.
손영심 (답답해서 순간 버럭)
너 이렇게 사는거 엄마 가슴 찢어지는건 왜 생각못해!
태봉 그래도 저한텐 제 인생이라는게 있어요.
손영심 이런 옥탑방구탱이에 낑겨 살면서 동대문 시장에서 옷이나 파는거?
그런 수세미같은 여자랑 모텔방구석 전전하구 돌아댕기는거?
그게 니 인생이냐?
태봉 그럴지도 모르죠.
손영심 (버럭) 태봉아!!!
태봉 어머니 마음 아프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전 안들어가요, 그러니까 자꾸 이렇게 찾아오지 마세요.
(하고 일어나서 나가려는데)
손영심 너! 그 수세미 때문에 이러지!
얼핏봐도 너보다 나이두 훨씬 많아 보이든데...! 맞지? 그년 때문이지?
태봉 (돌아본다)
손영심 아들이 한순간에 변심하면 십중팔구는 여자때문이라 그러드라,
너두 그런거냐? 너두 여자땜에 엄마 찬밥취급하는거냐 지금?
(순간 설움이 복받쳐 울컥!)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니가 나한테 워떤 의민데에...
니가 나한테 이러면 안돼지 이 눔아!
(하면서 손수건꺼내 눈물까지 찍어내는데)
태봉 (본다. 보다가 나즉히 한숨... 그대로 나가버린다)
손영심 (흘끗 쳐다보다가 순간 손수건 내리며)
이젠 대가리가 크니까 눈물연기도 안통하네. (쳐다보는데)
드드드... 한쪽에서 울리는 태봉의 핸드폰.
손영심, 순간 혹! 하는 기분으로 그 핸드폰을 집어들어 본다.
손영심 오달자 여사? (허! 하더니 일단 탁! 받는다. 받더니 콧소리로) 여보세용?
달자 (insert> 순간 멈칫하는 표정으로)
어..? 혹시 강태봉씨 핸드폰 아닌가요?
손영심 맞는데요, 누구시지요오?
달자 (insert> 순간 핸드폰을 탁! 끊는다. 허...! 하는 표정으로 고개 돌리면)
손영심 이런 싸가지 없는... 어디서 전화를 벌떡벌떡 끊어?
(하면서 도로 전화를 걸려는데)
탁! 그 핸드폰을 뺏어가는 태봉의 손.
손영심, 화들짝 놀라서 돌아보면
태봉 제발, 이러지 좀 마세요 어머니, 예?
손영심 (순간 다시 눈물 글썽글썽거리는 모드로 확 바뀌면서)
엄만, 너밖에 ?다 태봉아. 알잖어어.
(하더니 흑....! 하면서 아들에게 기대면)
태봉 (본다. 다시 나즉히 한숨 내쉬며 긁적긁적 난감해지는 표정에서)
32. S# 달자의 아파트 안.
이미 식탁위에 처참하게 비어져 있는 수많은 음식의 잔해들.
그 앞에 앉아 핸드폰을 들고 있는 달자,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달자 (힘없이 허...!) 다른 여자...? (다시 허..! 왠지 맥이 풀리는 기분인데)
그 때 E. 딩동! 초인종 소리.
달자, ? 쳐다본다. 시선에서.
33. S# 달자의 아파트 현관앞.
문을 열고 나타나는 달자,
달자 누구세요? (하는 순간)
뒤돌아 서 있던 엄기중, 돌아서서 달자를 본다.
달자, 아...! 잠시 빤히 쳐다보면
엄기중 아직 저녁 전이죠? 같이 나갑시다.
맛있는데 예약해뒀어요. 준비할 시간 십분이면 되겠어요?
달자 (본다)
엄기중 왜요? 선약 있습니까?
달자 (본다)
엄기중 무슨 문제 있어요?
달자E 아직 저녁도 안된 이 시간에 배터지도록 먹었다고 차마 말 못하겠다.
달자 (그러나, 똑바로 쳐다보더니) 아뇨, 문제 될거 없어요,
십분이면 충분해요. 준비하고 나올께요. (문닫고 들어가면)
엄기중 (쓱 손목시계를 들어올려 시간을 재는듯..?한 모습에서)
34. S# 달자의 집 거실.
안으로 들어서는 달자, 주방에 처참하게 널려진 음식잔해들을 본다.
달자, 잠시 멈춰서서 그 잔해들을 바라보는 위로
달자E 이왕 베린 몸이다. 저녁 두 끼 못먹겠냐! (돌아서는데서)
35. S# 양곱창집.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청담동 양곱창집) N
지글지글...! 대창과 양이 숯불위에서 지글지글 익고 있다.
그 앞에 멍하니 앉아서 쳐다보는 달자, 그 위로,
달자E 으...! 못먹겠다...!
엄기중 여기는 예약 안하면 아예 자리가 없는 집이예요,
양에다 양념을 해서 초보들도 거부감없이 맛있게 먹을수 있죠,
달자 아, 예에...
엄기중 양은 통상적으로 소의 위라고 알려졌는데,
정확히 말하면 소의 첫 번째 위를 말하는거예요.
달자 .... (맞은편에 표정없이 멍... 하니 앉아 듣고 있는위로 계속)
엄기중 본초강목과 동의보감에도 보면
기운을 북돋우고 비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고,
당뇨와 주독등 몸안의 독을 해독하는데 효능이 있다고 되어있대요,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해서 한마디로 웰빙식이죠.
달자 (이젠 지친다. 기운이 쭉 빠지면서 등이 휘어지는 위로)
달자E 이 사람은 아는게 많아서 먹고 싶은것도 많겠다. (하는데)
엄기중 내가 좀 지루하죠?
달자 (멈칫... 고개들어 보면)
엄기중 아는건 많은데 센스가 좀 부족한 편이예요,
아는걸 어떻게 재밌게 얘기해야할지
포장기술이 좀 부족하다고 해야하나...?
달자 아우 아니예요, 들을수록 굉장히 유익한 말씀인데요 뭐 하하... (헛웃음)
엄기중 와이프도 항상 그게 불만이었어요.
일 말고는 도무지 재미가 없는 사람이라구.
달자 (? 보면)
엄기중 하루 이십사시간 나만 바라보고 살았어요,
나는 그게 부담스러웠구. 나는.. 아내보다는 일이 더 재밌는 사람이니까.
달자 예에... (그런 얘기가 왠지 불편한 듯, 물을 한모금 마시는데)
엄기중 근데 달자씬 그러지 않아서 좋아요.
달자 (마시다 말고 ? 보면)
엄기중 가끔은 내가 일을 쉬고 바라보고싶을만큼.. 자기 인생이 재밌어보여요,
내가 일 때문에 바빠도 신경이 덜 쓰일것도 같고.
달자 아...
달자E 결국은 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있다기보다는
신경이 덜 쓰일 것 같아서 좋다는거구나.
좋다고 해야하나, 슬프다고 해야하나...
엄기중 편하다고 해야겠죠.
달자 (멈칫.. 엄기중을 본다)
엄기중 운명이다, 사랑이다... 솔직히 그런건 아닙니다.
달자E 하지만 나는 그런 말이 듣고 싶다.
엄기중 그냥 달자씨하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해져요.
달자 (본다)
엄기중 열정이나 사랑같은거 ?기에
달자씨나 나나 이제 좀 피곤한 나이잖아요. 안그래요?
달자 (그 말에 엄기중을 본다, 보더니 갑자기 식욕이 확~! 땡긴다)
갑자기 젓가락을 집어들어 양구이와 대창을 먹기 시작한다.
달자 아우, 맛있네요. 진짜 맛있다.
(하면서 먹고 또 먹고, 먹고 또 먹기 시작하는위로)
달자Na 알고 있다.
엄기중 소주 좋아한다고 했었죠?
(하면서 달자의 소주잔에 소주를 따라준다)
달자 아, 예, 예. (받으며 반샷정도 해주는 센스, 그러면서 계속 집어먹으면)
달자Na 그렇게 노골적으로 콕 집어 말하지 않아도
이젠 사랑이 끝날 나이라는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36. S# 엄기중의 팬트하우스. N
엄기중, 안으로 들어와 스탠드 불을 켠다.
분위기 있는 조명에 럭셔리하고 페뷸러스한 실내 인테리어.
한강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고급스런 분위기.
달자, 살짝 놀란 듯 집안을 휘 둘러보면
엄기중 거기, 두 번째 슬리퍼 신으면 되요,
달자 예? 아... (내려다보면 가지런히 정리되어있는 슬리퍼 몇켤레)
달자, 그 중에 두 번째 슬리퍼를 신고 안으로 들어오면
엄기중 낮에는 일하는 아주머니가 계신데, 저녁때는 나 혼자예요.
그래도 간단한 안주거리는 만들줄 아니까.
달자 예에...
엄기중 잠깐 앉아서 기다릴래요?
금방 옷만 갈아입고 나와서 맛있는 칵테일 만들어줄께요.
외투는 벗어서 저쪽에 두면 돼요.
(하더니 안쪽으로 들어간다)
달자 (엄기중의 공간을 휘 한번 둘러본다)
달자Na 물론! 사랑 대신 편안함이 주는 이 안정감도 나쁘진 않다.
아니, 이 나이에 어쩌면 고마워해야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달자야, 정말 이대로 좋은거니?
정말... 이대로 괜찮은거니?
달자, 말없이 고급스러운 가죽 소파를 손으로 만져본다.
조용히 고개를 들어 한강 야경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짧은 시간경과)
안쪽에서 간단하게 셔츠차림으로 나오는 엄기중,
엄기중 마가리타 좋아해요? 아니면 맨하탄이 좋겠어요?
소매를 접으며 나오다가 멈칫... 돌아본다.
이미 그 곳에 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엄기중 달자씨! 달자씨?
하면서 화장실쪽으로 가보지만 기척이 없다.
그러다 한쪽으로 시선이 가면,
그 곳에 아무렇게나 벗겨져 있는 실내슬리퍼 한 켤레가 보인다.
엄기중, 말없이 바라보다가 고개들어 닫혀진 문을 쳐다보는데서.
37. S# 달자의 아파트 앞. N
터벅터벅 걸어오는 달자, 속이 안좋은 듯.. 배를 한번 만진다.
그러면서 아파트안쪽으로 막 돌아서서 올라가려다가 멈칫...!
계단에 앉아 있는 태봉과 시선이 마주친다.
달자 ....! (멈춰서서 빤히 쳐다본다)
태봉 (툭툭 털고 일어서며) 늦었네? (하고 씩 웃는다)
달자 (본다. 왠지 화가 치밀어오르려고 한다)
태봉 아, 배고파. 기다리다가 배곯아 죽는줄 알았네.
저녁은 먹었어요? 난 아직인데. (하면서 한번 더 매력적인 미소에서)
달자 ...! (빤히 노려보는, 조금은 무서운 표정에서)
38. S# 허름한 해장국집. N
시끌시끌한 아저씨들이 술과 함께 뜨거운 국물로 해장하는 곳.
그 한쪽에 자리잡은 태봉과 달자,
태봉, 맛있게 해장국을 먹고 있고
그 맞은편에 달자, 국물만 두어수저 떠먹다가 태봉을 흘끗 본다.
달자 그냥 띵겨먹긴 좀 미안했나부지?
태봉 (? 본다) 띵겨먹다니? 뭘?
달자 전화는 왜 피했냐?
태봉 개인적으로 일이 좀 있어서. (후루룩 먹으면)
달자 개인적인 일 뭐? 너 또 다른 여자 물었니?
태봉 (멈칫... 달자를 본다, 보더니 반은 장난처럼) 왜, 물면 안되나?
달자 (열! 받더니) 전화를 하면 즉각즉각 연결이 되야지!
나중에 통화하자 그래놓구 아예 전화를 안받어?
이거야 말루 계약 위반 아니야?
태봉 걱정말아요, 아무리 다른 여자랑 두탕 삼탕을 뛰어도
오달자씨 남은 일주일은 안띵겨먹을테니까. (보며) 됐죠?
달자 (안됐다! 왠지 모르게 자꾸 열이 받아서) 넌 내가 물로 보이냐?
태봉 (? 본다)
달자 그냥 대충 시간만 때워주고 날짜만 채워주면 된다고 생각해?
이게 아주 설렁설렁 대충대충 넘어가주니까
날루 발라먹을라 그러네 얘가?
야! 돈을 받았으면 제대로 받은 값을 해!
태봉 (본다. 왠지 슬쩍 기분이 나빠질라 그런다, 탁 젓가락 내려놓고 보면)
어떻게 해줄까요?
달자 뭐?
태봉 말해봐요, 어떻게 해줘야 제대로 돈받은 값을 하는건지.
마켓 봐다줘요? 아니면 집청소 해줘요?
것두 아니면 빨래방에 또 같이 가줄까? 것두 아니면 안아줘요?
강도높은 스킨쉽은 추가요금 2만원인건 기억하고 있죠?
달자 (순간 열..! 본다)
태봉 (역시 슬쩍 기분이 나쁜 상태로 쳐다보면)
달자 (보더니 갑자기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2만원을 탁! 탁자에 올려놓는다)
태봉 (멈칫... 본다)
달자 해봐.
태봉 (달자를 본다)
달자 어디 니가 뭘 해줄수 있나 한번 보자?
자, 추가요금 2만원. 이거면 뭘 해줄수 있겠니?
실력발휘 한번 해봐, 너 이런거 전문이잖어. 어?
태봉 (본다)
달자 해보라니까?
태봉 (본다. 완전 기분이 상했지만 일단 내색하지 않은채 누르더니, 일단
한번 달자를 멋없게, 쓱 한번 안아준다. 그리고는 이내 떨어져 앉는다)
달자 뭐야? 이게 다야?
태봉 (말없이 소주를 따라 원샷! 해버린다)
달자 야! 나 아직 간에 기별두 안왔어,
고작 그거 3초 안아주는데 2만원씩이나 받아쳐먹냐? 이런 순 날강도!
왜? 기분이 안내켜? 불쌍한 노처녀 등쳐먹자니까 미안하니?
아니면 너보다 나이 많이 먹은 여자라서 영 기분이 안나? 그런거냐?
태봉 (말없이 다시 한잔 원샷을 해버리면)
달자 (다시 2만원을 꺼내 탁! 올려놓는다)
태봉 (멈칫... 그 돈을 본다. 다시 달자를 보면)
달자 이번엔 제대루 해봐.
태봉 그만 하지?
달자 왜? 2만원으론 부족해? 따블 주까? 너 따블 좋아하잖어.
태봉 그만하자구.
달자 좋다 까짓거 따따블! 어차피 통장 마이너스 된지도 오래됐고,
이래저래 빵구난 인생, 여기서 돈 몇푼 아낀다고 부자되겄냐?
어차피 사랑도 끝나갈 나이고, 출산도 셧다운할 나이에 뭐가 무섭겠니!
따따블 주께. 됐지, 그럼? (하면서 돈을 더 꺼내 턱! 올려놓으려는데)
태봉 (동시에 탕! 소주잔 내려놓으며 기분 나쁘게)
재미없다구, 그만하자니까!
달자 (순간 움찔! 놀라서 본다. 보다가) 재미없어두 해!
태봉 (뭐? 어이없다는 듯 본다)
달자 가짜가 됐든 뭐가 됐든,
너는 지금 나한테 고용된 애인이니까 시키는대루 하라구!
추가요금도 준다잖어! 따따블 싫어? 얼마 더 주까? 얼마 더 주면 할래?
(하면서 지갑을 꺼내 돈을 꺼내려는데)
태봉 (순간 그대로 홱! 달자를 어깨를 끌어안으며 키스해버린다)
달자 (읍................!!!!!!)
달자, 지갑을 들고 있던 손이 허공에 멍... 하니 떠 있는다.
태봉, 그대로 달자의 어깨를 꼭 안은채 진하고 딥한 키스를 날려준다.
동시에 해장국집안에 있던 사람들 하나, 둘 돌아보면서 조용.....! 해지고.
태봉, 두 팔로 달자를 턱! 떨어뜨려놓고 보더니 완전 화난 표정으로,
태봉 됐냐? 이제 만족해?
달자 (멍...! 한 표정으로 태봉을 보면)
태봉 (그대로 벌떡 일어나 나가버린다)
달자 (멍...! 잠시 그대로 앉아 있다가 천천히 시선 돌려 보면)
테이블위에 그대로 남겨진 돈.
달자, 잠시 빤히 바라본다. 순간 울컥... 눈물이 날것같은 기분...
그대로 홱! 돌아보는데서.
39. S# 해장국집 앞. N.
후다닥 뛰어나오는 달자,
길 양쪽을 돌아보다가 한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태봉을 보더니
달자 야! 강태봉! 거기 서!!!
태봉 (멈추지 않고 걸어온다)
달자 (있는 힘껏 달려와 태봉을 따라오며)
입장바꿔놓고 생각해봐! 미안한 마음으로 전화했는데
화난 사람처럼 나중에 통화하자 그러구 끊어버리지!
나중에 전화한다구 해놓구 전화도 안하지!
내가 전화해도 안받지! 그러다 또 전화했더니 다른 여자가 받아버리지!
태봉 (계속 쭉 걸어오는 그 뒤로)
달자 너하구 나하구 연결된거라고는 핸드폰 하나뿐인데...
니가 그 전화를 안받으니까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
나는 니가 어디 사는지, 뭘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구!
어딜 가야 널 만날 수 있는지도 모르구!
궁금해도 찾아가볼수도 없구!
태봉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오자)
달자 (멈춰서더니, 매정한 태봉의 뒷모습을 향해 있는 힘껏!)
보고싶어 죽을뻔했다구 이 자식아!!!
태봉 (순간 멈칫..! 우뚝 걸음을 멈춘다)
달자 (숨을 몰아쉬며 태봉의 뒷모습을 본다)
태봉 ...? (천천히 돌아서서 달자를 본다)
달자 (여전히 고백한 여운으로 숨을 몰아쉬며 본다) ....?
태봉 (??? 보다가 뭐? 하는 표정으로 되물으면)
달자 (??? 본다. 보다가 그제야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듯!
순간 헉! 두 손으로 입을 가린다, 그 위로 E.) 젠장...!
태봉 지금... 뭐라구 했어?
달자 (순간 시선을 딴데로 돌리며 막 딴청을 한다)
태봉 (다가서며) 지금 뭐랬냐구, (하는 순간)
달자 (그대로 홱! 돌아서더니 갑자기 종종걸음으로 도망치듯 걸어온다)
태봉 (이번엔 반대로 달자의 뒤를 ?아오며)
지금 나 보고싶다 그랬어? 보고싶어 죽을뻔했다구?
달자 (점점 종종종 걸음을 빨리해서 도망쳐오는데)
태봉 (긴다리로 ?아와 그대로 탁! 달자의 팔을 잡고 돌이킨다)
맞지? 지금 나 보고싶다구 한거?
달자 (태봉을 본다. 두 손으로 입을 가린채 고개만 설레설레 가로젓는다)
태봉 (달자의 그 두 손을 떼어낸채 다시 본다)
분명히 말했잖아! 나 보고싶다구! 맞지? 그랬지?
달자 내가... 그랬나? (괜히 딴청 피우듯) 왜 그랬지...?
태봉 뭐?
달자 어머... 내가 왜 그랬을까?
(하면서 헤... 무마하듯 베식 웃다가 순간 찌르듯 뒤틀리는 고통에)
아...! (양손으로 배를 움켜잡는다)
태봉 뭐야? 갑자기 불리해지니까 엄살이야?
달자 아냐, 그게 아니라... 아아아아...!
(하면서 양손으로 배를 감싸쥔채 쪼그리고 앉는다)
태봉 어이, 이보쇼, 오달자씨! (처음엔 건성으로 보다가)
달자 아아아.... (털썩 바닥에 주저앉는다)
태봉 (순간 멈칫!) 달자씨! (하면서 얼른 부축한다)
달자 (온 얼굴에 식은땀 범벅... 아아아... 창백한 표정)
태봉 ...! (순간 정말 놀라서 쳐다보는 표정위로)
E. 구급차 이요이요이요이요 달려가는 소리 요란하게 울리면서,
40. S# 응급실 일각. N
쿵! 문이 열리면서 이동침대에 실려들어오는 달자,
그 옆으로 다급한 표정으로 같이 들어오는 태봉,
달자 으아아 나 죽는다. 아이고 배야아아아...!!!!
태봉 걱정말아요, 병원이예요, 정신 잃지 말구, 의사선생님이 곧 봐주실거니까!
달자 수술은 안돼! 나 수술 무섭단 말야아아!!!
태봉 (달자의 손 꼭 잡아주며) 괜찮을거야, 괜찮을거예요.
의사1 보호자분!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그런 뒤 달자가 누워있는 침대를 밀고 안으로 들어간다.
달자, 태봉과 잡았던 손을 한순간 턱! 놓치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얼굴이 식은땀 범벅이 된채 고통스러워하는 달자의 얼굴,
태봉, 그 앞에 서서 그런 달자의 얼굴을 본다.
뛰어온 그의 얼굴도 식은땀이 맺혀있다. 긴장하는 표정으로
잠시 그 앞에서 왔다갔다하다가 다시 달자가 들어간 수술실쪽으로
시선 주면.
(짧은 경과)
한쪽 벤치에 앉아 있는 태봉, 그 뒤로 나타나는 의사.
의사1 오달자씨 보호자분?
태봉 (얼른 고개들어 쳐다보는데서)
41. S# 응급실 안 일각.
탁! 탁! 엑스레이 찍은것들을 끼워넣은 뒤 불을 켠다.
그 옆에 창백한 표정의 달자, 고개들어 쳐다보고
태봉 그 옆에 서서 같이 긴장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태봉, 달자의 손을 꼭 잡아주고 있다)
의사1 대장쪽을 엑스레이로 찍어본거거든요?
태봉 (엑스레이 사진을 보더니) 저 하얀게 다 뭐죠?
뭐가 많이 안좋은가요?
달자 (긴장한채 같이 쳐다보면)
의사1 뭐 별 다른건 아니고요,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보며) 변입니다.
태봉 (? 본다)
달자 (?? 본다)
의사1 (지휘봉으로 하얗게 나와있는 장부분을 쭉 가리키면)
이렇게 하얗게 나와있는 부분이 전부 다 대장에 변이 쌓여서
그렇게 나타나는거거든요,
달자 (순간 썰렁해지고)
태봉 (썰렁해지는 위로 계속되는 의사의 설명)
의사1 마, 환자분이 워낙에 변비이신데다가 최근에 드신 음식량이
많아지면서 이게 장에 축적이 된거예요,
그러면서 갑자기 많은 가스가 생성이 되고, 장이 뒤틀리는 통증을
유발시킨거죠,
태봉 (왠지 조금전까지 긴장했던 자신이 좀 우스워지며)
그럼, 어떻게 치료받으면 되나요?
의사1 뭐, 관장하면 됩니다. 쌓였으니 빼내야지요.
태봉 예에. (하면서 *** 슬쩍 달자의 손을 놓고 썰렁하게 고개 돌린다)
달자 (젠장...! 조용히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는 위로 E.)
아... 쪽팔려. 어떻게 아파도 꼭...!
(진짜 민망한 표정에서)
42. S# INSERT> 병원 전경 N.
그 위로 아주 가볍고 귀엽게 E. 뿌직..! 소리 한번 울려주는데서.
43. S# 회복실.
침대에 말끔한 표정으로 누워 있는 달자,
탈수 예방을 위해 링거병을 맞고 있다.
그 옆에 침대에 슬쩍 걸터앉는 태봉, 흘끗 달자를 보더니
태봉 안자는거 알아요, 눈떠요.
달자 ....
태봉 눈 뜨라니까.
달자 (그제야 슬그머니 눈을 뜨고 태봉을 흘끗 한번 본다)
태봉 이제 시원해요?
달자 (슬쩍 민망해지며) 어... 그렇지 뭐.
태봉 (어이없는 듯 피식 웃으며) 난 또 맹장이나 복막염인줄 알고 놀랬네.
달자 맹장이나 복막염 이상으로 위급한 상황이었어.
대장이 신체에서 얼마나 중요한건데.
태봉 그러게. 그렇게 중요한 부위에 변비같은거 걸리게 하는게 아니지.
달자 요즘 스트레스땜에 폭식을 좀 했거든. 그랬더니 그랬나봐...
태봉 그거 다 애정결핍이야.
달자 (? 보면)
태봉 자기 스스로 자길 사랑안해주니까
몸이 알아서 음식으로 대신 채우려고 그렇게 폭식하게 되는거라구,
적당히 먹고, 적당히 움직이고, 적당히 싸고.. (돌아보며) 응?
달자 아우 그래, 알았어. (슬쩍 귀찮은 듯 대꾸한 뒤 고개 돌린다)
태봉 (그런 달자를 본다)
달자 (계속 시선 돌린채로 누워있다가) 아까 내가 한 말 말인데....
태봉 (? 돌아본다)
달자 진심이었어.
태봉 (본다)
달자 너... 보고싶드라.
태봉 ... (조용히 앞쪽으로 고개 돌린다)
달자 (슬쩍 한번 보며) 이제 우리 계약은 어떻게 되는거니?
태봉 (잠시 간격을 두더니) 뭐... 규칙은 규칙이니까.
달자 (태봉을 본다)
태봉 (더 이상 아무말 안한채 앞만 보면)
달자 (그렇구나.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창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위로)
달자Na 이걸로 이 녀석과의 계약이 끝났다.
솔직히 후회되지는 않았다.
십년묵은 체증이 관장으로 싹 씻겨나간것처럼
그 말을 뱉어버린 후로 나의 병도 깨끗이 나았으니까.
태봉, 조용히 생각에 잠겨 앉아 있는 모습 길게 주다가.
44. S# 달자의 아파트 안. D
냉장고 문을 열고 안을 휘 둘러보는 달자,
사과 하나를 달랑 집어든채 냉장고 문을 닫는다.
아삭! 한입 깨물어 먹으며 가방들고 산뜻하게 출근하는 뒷모습.
그 한쪽으로 냉장고에 써붙인 구호.
“장고는 나의 운명! 적당히 먹고, 적당히 움직이고, 적당히 싸주자!”
45. S# 회사 화장실.
쏴아아아! 물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나오는 위선주.
손을 씻고 있던 달자와 마주친다.
위선주 그 옆에서 손을 씻으면
달자 (페이퍼 타올로 손을 닦으며) 되게 좋은분 같으시던데.
위선주 (? 돌아보면)
달자 세도씨 아버님이요.
위선주 (아아... 같이 페이퍼 타올 꺼내 손을 닦으면)
달자 (보며) 아버지를 보면 아들을 알수 있다잖아요,
세도씨 아버님 보니까 왠지 세도씨한테 좀 더 믿음은 생기드라구요?
지금은 바람둥이처럼 이 여자 저 여자한테 찝쩍거리고는 있지만,
막상 자기 여자라고 딱 한 여자가 정해지면,
그 다음부턴 되게 성실해지는 스타일 있잖아요,
세도씨가 딱 그런 타입이 아닐까 싶드라구요.
위선주 (그 말에 달자를 한번 본다. 보더니)
달자씨.
달자 응? 왜요?
위선주 요즘 좀 쪘네?
달자 (허걱! 보면)
위선주 관리 잘해, 우리 나이에 한번 망가지면 복구하기 힘들잖아.
방심하는 순간 늘어지게 돼있어. 조심해.
달자 아, 뭐... 하하...
(머슥하게 웃는 얼굴위로 E) 재수없는건 여전하구나.
위선주 달자씨 말... 참고는 할께.
달자 (? 보면)
위선주 (그대로 돌아서서 또각또각 걸어간다)
딜자 (본다. 어이없게 피식 웃다가 거울을 돌아보며 허리를 살펴본다)
어제 관장하면서 많이 뺐는데에...
(흘끗흘끗 돌아보는데서)
46. S# 로비.
두리번두리번거리는 세도부친,
그 때 한쪽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또각또각 출구쪽으로 가던 위선주,
세도부친과 스쳐지나가다가 멈칫... 돌아본다.
세도부친, 계속 지나가는 사람에게 뭔가 물어보는데 잘 모르겠는 듯.
위선주, 흘끗 본다. 보다가 다시 가던길 가는 그녀,
그러다 다시 천천히 걸음을 멈춘다.
거 참... 귀찮다는 표정으로 흘끗 한번 더 돌아보는 표정에서.
47. S# 휴게실.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는 신세도,
쭉 복도를 따라 걸어들어와 휴게실까지 오면,
한쪽에 앉아 있는 세도부친, 신세도를 본다.
세도부친 어! 세도야!!
신세도 (얼른 다가서며) 아부지, 여긴 뭐더러 왔대요, 예?
세도부친 뭐더러 오기는 우리 2대 독자 일하는 회사가 워떤딘가
귀경삼아 한번 휘 둘러볼라고 왔지 이눔아.
신세도 언능 일어나세요, 모셔다 드릴게, (하는데)
위선주 오신김에 일하는 스튜디오랑 분장실, 조리실이랑 콜센터까지
한번 구경 시켜드리는게 어때요, 신피디님?
신세도 (멈칫... 쳐다보면)
위선주 (커피를 손수 타왔는지 세도부친앞에 내려놔주며)
아버님, 여기 커피 타왔어요, 프림두스푼, 설탕두스푼 맞죠?
세도부친 이이, 맞어유, 아이구 샥시가 참 영특두 허네,
(하면서 후루루룩! 마시더니) 워메, 아주 내 입맛에 딱 갖다 맞췄네 기냥.
위선주 맛있게 드시구, 세도씨랑 회사 구경 천천히 하시다 가세요,
(세도를 보며) 먼저 갈께요, 신피디님! (하면서 또각또각 걸어서 간다)
신세도 (돌아본다. 보더니) 아버지, 잠깐만 여기 계세요, 금방 다녀올게요,
(후다닥 달려나가면)
세도부친 (흘끗 본다. 시선에서)
48. S# 복도 일각.
또각또각 걸어나오는 위선주, 그 뒤로 따라나오는 신세도,
신세도 선주씨!
위선주 (멈칫... 걸음을 멈춘다)
신세도 (본다. 보더니) 무슨 말로 선주씨 마음을 열어야 하나 생각해봤어.
별로 딱히 생각나는 말은 없드라.
그냥... 다른 남자랑 다를거라는 말밖에는.
그래, 여지껏 내 과거를 돌아보면 나는 여자두 많았구,
한 여자 오래 사귀지도 못했구,
(보며) 선주씨가 날 믿지 못하는거 당연하지,
그런데 이번만큼은 정말 달라. 내가 알아 그건.
(보며) 그것만으론 안될까? 역시... 부족한가? (보는데)
위선주 (흘끗 돌아보더니) 오줌싸개라며?
신세도 뭐?
위선주 초등학교 4학년까지 오줌싸고 다녔다든데?
신세도 뭐? 누가 그래! 아냐! 그거 모함이야 모함!
위선주 그 얘길 들으니 다른 남자들과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신세도 (? 보면)
위선주 이번주 토요일에 뮤지컬 공연 보러갈건데, (보며) 같이 갈래?
신세도 어? (보다가 순간 베식 웃으며) 어!
위선주 예매는 세도씨가 해. (하더니 또각또각 걸어서 간다)
신세도 하여튼 이쁜것들은 절대 돈을 안써요,
(하면서도 좋은 듯 베실베실 웃으며 뒤에 대고)
알았어! VIP석으로 예매해놓을께!!!
쭉 걸어오는 위선주, 슬쩍 미소를 지은 뒤 프레임-아웃 되면,
뒤에서 지켜보던 신세도, 기분좋게 웃은 뒤 돌아서려다가
허걱! 놀라서 보면 어느새 왔는지 세도부친이 흐뭇하게 쳐다보며 서있다.
세도부친 이눔아, 여자를 만날래믄 저 정도는 되야하는겨.
워디서 폭격맞은 머리 산발을 데꾸와가지구는 쯧쯧쯧쯔...
신세도 저 여자도 서른셋이예요, 나랑 동갑.
세도부친 서른셋이라고 다 같은 서른셋이 아닌겨.
것두 다 앞 뒤 상태를 봐가면서 따져야하는것이지.
신세도 그래서. 저 여자라면 맘에 드세요?
세도부친 이뿌잖냐, 거 뭐시냐 ?쉬허기도 하고.
신세도 (픽 웃으며) 어이구 눈은 높으셔가지구.
세도부친 니가 누굴 닮었겄냐, 위에서 부슨 물 아래로 내려가는것이지.
신세도 그래도 저 여잔 시간이 좀 걸리는데, 아부지?
세도부친 이 눔아, 삼십삼년두 기다렸는디 ?달 더 못지둘리겄냐?
시간이 문제가 아니여, 잡느냐 못잡느냐 그거시 문제지!
신세두 아이구 그러세유? 자알 알었구먼유! 허허허....
(웃는다, 그러면서 기분좋게 멀어지는 위선주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49. S# 태봉의 집 주방.
경마잡지를 들여다보며 식사하는 손만득옹,
책을 들여다보며 식사하는 강신욱,
그 앞에서 강신욱의 눈치를 흘끔흘끔 쳐다보는 손영심,
손영심 여보, 당신이 한번 가보는게 어때요?
그래두 태봉이가 당신말이라면 어려워하잖아요, 예에?
강신욱 내버려둬요. 지 인생 지가 살겠다는데.
손만득옹 (표 안나게 손영심과 강신욱을 한번씩 번갈아가며 보는 가운데)
손영심 당신은 우리 아들이 어떻게 사는지 관심도 안가요?
태봉이가 우리한테 어떤 아들이예요?
당신하고 나한테 하나뿐인 아들이예요, 밀리언달러베이비!
강신욱 (살짝 귀찮은 듯) 태봉이 나이 스물일곱이예요,
부모가 나서서 인생교육 시킬 나이는 지났지,
손영심 여..(보오! 소리칠뻔하다가) 보오..! (애원하듯 급하게 톤 바꿔 부르면)
강신욱 (책 덮으며) 잘 먹었어요,
(보며)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장인어른. 출근 때문에...
손만득옹 그러시게. 일어나시게.
강신욱 (자리에서 일어나 안으로 들어가면)
손영심 (답답한 듯 주먹으로 가슴을 툭! 툭! 치며 아주 작게)
내가 미치구 팔딱 뛰겠어, 증말! 어이구 답답해, 어이구 답답해.
손만득옹 원래 머리에 든 게 많을수록 인정머리가 ?다구 했잖어.
그렇게 살아놓고도 그렇게 모르냐?
손영심 그래두 그렇지, 어떻게 살면 살수룩 더 답답해진대요?
손만득옹 그래서 애초에 내가 뭐랬냐!
강박사같은 인사랑 평생을 살려면 인내심을 가지고,
간 쓸개까정 다 내놓구 살아야 한다고 했냐, 안했냐?
손영심 다 지난 얘기 지금 해서 뭐해요?
손만득옹 옆에서 지켜보는 나두 답답해서 그런다.
손영심 그래두 아부지, 내 덕분에 대학총장 장인어르신까지 된줄 아세요,
안그러면 평생 잘 나가봤자, 사채업자 소리뿐이 더 들어요?
손만득옹 어허! 금융대출업이라니까!
손영심 안되겠어요, 한번만 더 아버지가 힘 좀 써주세요,
손만득옹 뭐야?
손영심 태봉이요, 한번만 더 힘으로 붙잡아다 놔주세요, 예?
손만득옹 잡아다 놓으면 뭐해? 금새 또 뛰쳐나갈텐데,
막말루 태봉이가 망아지도 아니고
입에다 재갈물려 채워놓을수도 없는 일이고!
손영심 일단 데려다 놔주기만 하세요,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손만득옹 (끙... 모른척 외면하며 일어서려는데)
손영심 참말로 나 미치고 팔딱 뛰는거 보고싶으세요 아부지, 예?
손만득옹 (본다. 보더니 끙! 도로 앉으며) 딸이 웬수다. 딸이 웬수야.
손영심 (입을 꾹 다문채 쳐다보는 표정에서)
50. S# 옥탑방
춘호 이사갔습니다.
손만득옹 뭐야?
춘호 보증금 빼서 짐싸가지고 나갔다구요.
손만득옹 언제?
춘호 오늘 아침에요.
여길 아는 사람들이 갑자기 너무 많아졌다고,
더 이상 칩거할 수가 없어졌다고 나갔습니다. 다른데 알아보겠다구요.
손만득옹 다른데 어디?
춘호 그건 말 안하고 갔는데요.
손만득옹 (쿵! 지팡이로 위협하듯 내려꽂으면)
춘호 (흠짓! 놀라면서) 정말입니다, 정말로 얘기 안했다니까요?
제가 언제 영감님앞에서 거짓말하는거 봤습니까?
손만득옹 내 눈을 봐! (한걸음 다가서며) 똑바루 쳐다봐.
춘호 (본다. 긴장한채 손만득옹의 눈을 정면으로 본다)
손만득옹 (본다. 보더니 진짜구나) 어허! 이거 참!
이 녀석을 또 어디가서 찾나 그래? 쯧쯧쯔.... (돌아보는 시선에서)
51. S# 달리는 버스 안. N.
한쪽 의자에 앉아,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앉은 달자,
수많은 퇴근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인채 물끄러미 핸드폰을 내려다본다.
태봉E 뭐.. 규칙은 규칙이니까.
달자 (나즉히 한숨.. 그대로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창밖 내다보는 위로)
flash-back1>
아파트앞에 앉아 기다리던 태봉, 씩 웃는얼굴,
flash-back2>
모텔방에서 코... 자던 태봉의 얼굴,
flash-back3>
해장국집에서 기습 키스하던 태봉의 얼굴,
다시 달리는 버스 안>
순간 자기도 모르게 혼자 좋아서 킥! 실없이 소리내서 웃는 달자,
그러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 그런 달자를 쳐다본다.
달자, 너무 소리내서 웃었나.. 하는 표정으로 슬쩍 시선 돌리다가,
flash-back4>
달자 보고싶어 죽는줄 알았다구 이 자식아!!!!
태봉 (? 돌아보는 얼굴에서)
52. S# 아파트 앞. N.
터벅터벅 걸어오는 달자, 자기도 모르게 또 한번 피식 웃으며
달자 나두 참, 나이먹어서 주책은 주책이다. 에고고....
(하면서 막 아파트쪽으로 들어서려다가 멈칫! 본다)
그 앞에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태봉, 고개들어 달자를 본다.
순간 두근! 달자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뛰는걸 느낀다.
달자 강태봉...?
태봉 (본다. 보더니) 왜 이렇게 늦었어요?
저녁은 먹었어요? 난 아직인데.
달자 너.. 어떻게 된거야? 계약... 끝난거 아니었어?
태봉 끝났지 계약은.
달자 (? 보면)
태봉 (주머니에서 돈삼백 돈뭉치를 꺼내 턱! 달자 손에 쥐어준다)
달자 !!! (놀라서 본다. 다시 태봉을 보면)
태봉 앞으로 한달동안 내 가짜애인이 되줄래요?
달자 뭐?
태봉 계약 조건은 똑같아요. 하루에 세시간씩, 한달.
단 규칙을 좀 바꿔봤어요. 간단한 스킨쉽은 기본 서비스,
좀 더 딥한 스킨쉽을 원하면 그건 서로의 감정이 끌리는대로,
달자 ! (본다)
태봉 만에 하나 서로에게 사적인 감정이 생긴다면,
달자 생긴다면?
태봉 그럼 제대로 한번 사귀어보는거고.
달자 ! (본다)
태봉 어때요? 나쁘지 않죠? (하면서 멋지게 한번 씩 웃어준다)
달자 (본다. 빤히 바라보는 표정위로)
달자Na 내 나이 서른셋...!
나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녀석이 연애를 하자고 한다.
오... 마이... 갓!
바라보는 달자의 표정에서 스틸.
<8부 끝>